캄보디아는 삭막하다. 공항이 아닌 육로로 캄보디아를 들어가면 보통 그 유명한 댄싱로드를 지나치게 된다. 댄싱로드는 내전 당시 일부로 원활한 교통이나 흐름을 막기위해 길을 파괴한데서 비롯 된 캄보디아의 상처다. 덕분에 자동차가 도로를 지날 때 미친듯이 요동을 쳐서 마치 춤을 추는 듯 한다고 해서 댄싱로드로 불리운다. 그런 댄싱로드를 거쳐서 캄보디아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세계적인 관광지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엠립이 있다. 씨엠립은 그렇게 화려하다. 하지만 캄보디아는 마치 댄싱로드란 우울한 과거를 가지고, 프놈펜이란 기억하기 싫은 고향을 가진 화려한 얼굴로 관광객을 맞이하는 매춘부같은 모습이었다. 화려한 모습의 씨엠립을 지나친 후의 캄보디아는 나라 전체가 깊은 우울증에 빠진 느낌이다. 그렇게 수도 프놈펜은 우중충한 우울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캄보디아의 밤은 우울하다 못해 음침하기 까지 하다. 내전의 후유증으로 총을 든 강도들이 몰려다닌다는 그곳. 캄보디아 여행 중 한국인 2명을 만났다. 여행에서 의례 밤이면 맥주한잔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여행자들만의 즐거움이 있다.  캄보디아의 대량학살자 였던 폴폿이 사람들을 죽이고 파 묻었던 킬링 필드를 보고 온 그 날 밤 우리는 할 얘기가 많았다. 위험하고 음침한 프놈펜의 밤이지만 우리는 맥주와 몇가지 군것질거리를 사러 밖으로 나섰다.

 지리도 모르고 마트가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도 모른 상태에서 우리는 가로등도 없는 프놈펜의 밤거리를 누벼 겨우 찾아낸 마트에서 안주와 안주를 사가지고 숙소로 왔다. 마땅히 모여서 술 한잔 할 공간이 없었기에 우리는 숙소 옥상으로 왔다. 옥상은 딱히 테이블이나 휴식공간이 마련되있기 보다는 대충 잡동사니를 쳐박아두는 창고같은 느낌으로 구석에 매트리스며, 먼지 쌓인 의자등이 쳐박혀 있었다. 우리는 대충 타일로 된 바닥에 주저 앉아 자릴 잡았다.

 그렇게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여행에 대한 얘기, 인생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숙소에서 일하는 한 캄보디아 청년이 옥상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우리의 술자리를 방해할까 조심스럽게 휴대용 라디오를 들고 옥상 한구석에서 밤하늘을 쳐다보며 사색에 잠겨 있었다.  우리들은 우리들만의 즐거운 공간에 그가 눈치없게 치고 들어와 감히 호텔손님의 유흥을 방해했다는 눈빛으로 그를 가끔씩 훑어보며 계속 맥주한잔을 하면서 분위기 깨게 왜 여기와서 청승이냐고 얘기했다.


 
그렇게 한참을 이런 저런 얘기로 밤 늦은지 모르도록 떠들던 우리에게 그가 다가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자리를 비켜주면 안되냐고 물었다. 짧은 영어로 그는 구석에 대충 세워진 매트리스를 가리키며 미안한데 자기는 그만 자야 한다며 이 곳이 자신의 유일한 휴식처임을 알려주었다. 그저 지붕만 조금 빼꼼히 머릴 내민 이 조그만 옥상이..이렇게 사방이 뻥뚫린 이 자리가 그의 잠자리 였던 것이다. 그는 하루종일 일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올라와 달콤한 휴식을 취하려 할때 우리가 자신의 공간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방해할까 오히려 자리를 피해주었던 것이다. 우리가 이 밤을 만끽할수있도록 묵묵히 자신의 휴식마저도 버리고 우리를 배려해준 것이다.

 많은 얘기들을 나누며 세상에 대한 얘기, 인생에 대한 얘기를 하며 무엇이 정의고 무엇이 맞네 틀리네 하며 시덥지 않은 얘기를 떠들어댔지만 우리가 술자리를 나누던 그곳은 숙소에서 일하는 일꾼의 소중한 잠자리였다. 우릴 배려 해준 그를 오히려 우리는 우리의 오붓하고 즐거운 술자리를 방해하는 방해꾼으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을 감출길이 없어 우리는 깨끗히 자리를 치우고 그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담아 사과를 하고는 옥상에서 내려오는데 마음이 너무나 불편했다. 캄보디아 지금은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그 호텔 그 뽀이의 배려 아직도 마음 속에 깊이 남아 고맙고 미안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우리가 지금 누리는 행복은 다른 누군가의 행복을 짓밟는건지도 모르겠다.



글이 맘에 드셨다면 나이트엔데이 2005 동남아 3국 배낭여행기를 처음부터 보시겠습니까?
[Traverls/2005 동남아 3국] - 한국/태국 050726 배낭여행자로서의 그 첫 걸음, 태국으로

  1. Favicon of http://papam.net BlogIcon papam 2007.12.04 00:50 신고

    여행을 즐겨하시나 봅니다. 여행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는 곳을 만난듯 합니다.
    캄보디아 저도 몇차례 가보았지만... 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공무원들..ㅋㅋㅋ 에거~~ 공항나올때 돈달라고.. 하는데 처음 놀랬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걍~~ 지나지만요..^^::

    깊은 슬픔을 가슴속에 묻고 사는 나라 캄보디아.. 30대 캄보디아인들과 이야기를 나눴을때...눈가에는 말로 할 수없는 아픔이 보이더군요...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맞이하세요.

  2. 성안 2007.12.04 17:07 신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글루슨가 거기서 뵌 분이네요 블로그 옮기셨구나 우연히 검색하다가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여기로 즐겨찾기 해놓고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3. 노모어러브 2007.12.04 19:08 신고

    이글루스보다 눈에 띄게 댓글이 줄었다.과감히 기득권을 포기하는 니 모습!대통령 후보들도 좀 배워야할텐데....

    • 솔직히 덧글 포기했는데-_-;; 너무 심하게 없다보니 다시 이글루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해 근데 남자가 가빠가 있지 ㅋ 여기서 잘 해봐야지 뭐

  4. 아오야마 2007.12.04 19:14 신고

    제로섬이 생각나네요 내가 누리는 행복이 누군가의 불행에서 나온 것은 아닌가.. 좋은 글입니다.

  5. Favicon of http://taeho.net BlogIcon 스타탄생 2007.12.04 23:39 신고

    간만에 놀러갔더니 블로그를 옮기셨군요.
    이곳이 좀더 자유스럽긴 해요 ^^;;
    계속 더 재밌고 즐거운 세상살이 들려줬으면 해요.
    행복하세요~~

  6. Favicon of http://taeho.net BlogIcon 스타탄생 2007.12.04 23:45 신고

    예전 블로그에서 이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좀 찡하던 느낌이 있었는데 다시 읽어도 마찬가지군요.
    그 당시 레게머리 가려워서 자르시지 않으셧나요 :)

    • 예 전에 있던 블로그에서 옮겨오면서 조금 수정하고 덧붙여보았습니다. 블로그 이전 하면서 글들을 옮기고 있는데 그냥 옮기기 보다는 좀 더 가다듬고 있습니다. ^^ 그리고 잘 기억하시고 계시네요.. 캄보디아에서 드레드 한 머리 가려워서 잘랐었어요^^ 이제 곧 그 부분 여행기 올라옵니다. 사진 때문에 빨리 빨리 이전이 안되네요^^ 덧글로 자주 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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