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등반가와 사랑, 하세가와 메모리

 등산을 하지 않은 이들에겐 처음 듣는 이름, 하지만 등반가들에게는 불세출의 영웅 같은 일본인 등반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하세가와 쯔네오 長谷川恒男

 나 역시도 파키스탄 훈자 지역을 여행하다, 그 곳에서 그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너무 행복한 곳이라 세계여행자들이 한번 들어가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여행자들의 블랙홀 훈자. 훈자는 봄이면 살구꽃이 피고, 여름이면 살구열매가 탐스럽게 열리는 아름답고 작은 마을이다.  그 곳에 신기하게도 재팬 촉(일본 사거리, Chowk은 사거리)이란 거리가 있고, 그 재팬촉의 중심에는 하세가와 메모리얼 스쿨이란 이름의 학교가 일본국기를 달고 서있다. 도대체 이 것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하세가와 쯔네오는 극한의 등반으로 유명한 등반가다.
 알프스 3대 북벽을 겨울에, 그 것도 단독으로 등반한 최초의 인류면서 끊임없이 불가능에 가까워보이는 도전을 했던 사람이었다. 그의 경이로운 등반은 일본에서 그를 영웅으로 만들고 그의 다큐멘터리가 나올 정도로 일본인들에게 사랑받는 등반가가 되었다. 그의 다큐   <북벽에서 춤추다·北壁に舞う>를 통해 현재도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등반가가 되었다.  하지만 1991년 파키스탄 훈자에 있는 울타르 피크 2봉을 오르다,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절벽에서 떨어져 그의 도전도 끝이 나고 말았다. 그의 스토리에서 더욱 대단한 이가 나오는데 바로 그의 부인인 하세가와 마사미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하세가와의 수통에서 물 대신 위스키가 나오는데 그만큼 술과 산을 좋아했던 남편을 위해, 하세가와 마사미는 울타르 피크가 장엄하게 내려다 보는 울타르 메도우에 남편의 무덤을 만들고, 수십명의 짐꾼들에게 위스키를 지게 하고 남편의 무덤에 위스키를 뿌려줬다고 한다.

 남자의 도전 뒤에는 더욱 강인한 아내의 내조가 있었다.
 
 이 얘기를 훈자 여행 때 듣고는 나는 제일 먼저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가 떠올랐다.
 등반을 하다가 죽으면서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산호초를 불렀다는 영화의 내용이 떠올랐다. 하세가와 마사미는 여기 울타르피크를 오르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는 울타르 메도우에 꼭 가보고 싶어졌다. 
 울타르 메도우는 훈자 마을에서 등산이 익숙한 이들이라면 2시간 남짓, 등산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3-4시간이면 오를 수 있는 대표적인 트래킹 코스다.
 한국의 산처럼 코스가 잘 짜져있는 것도 아니고, 산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 현지 지리에 익숙한 가이드를 고용해 올라야 안전하기 때문에 마을에서 울타르메도우까지 길을 안내 할 가이드를 구해 이른 새벽에 출발을 하기로 했다.


 울타르 메도우에 오르다.

 정오에 가까워지면 뜨거운 햇빛으로 인해 등반이 힘들기 때문에 울타르메도우는 이른 새벽에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는 가이드의 말에 새벽 6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가이드는 새벽 5시를 추천했지만 6시가 충분할 것 같아 내린 결정이었다. 이른 아침 고도가 높은 훈자의 아침은 쌀쌀하고 춥다. 마을 자체가 이미 고도 2천미터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인적이 없는 마을을 걸어 훈자의 왕이 살았던 'Baltit Fort'의 뒷길로 지나자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타났다. 그 곳을 걸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하기도 잠시,  올라가는 길은 최근 내린 비로 유실된 곳이 많아 새로 길을 내면서 가야 했다. 등반이 익숙치 않은데 흐르는 모래로 된 급경사를 올라갈 때는 힘이 배로 들었다.








한참을 힘겹게 오르다보니 반가운 친구도 만난다.
 야생 염소들이었는데 사람들 손을 많이 타서 그런지 바로 앞까지 와서 마치 귀여운 강아지마냥 사람의 품에 안긴다. 자연에서 만나는 즐거움.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몸이 고되고 힘들다. 하지만 흘린 땀만큼 점점 풍경은 아름다움을 더해간다.  이런 풍경을 보고 올라가노라면 몸의 힘듬은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그냥도 기가 막힌 훈자의 풍경은 더욱 비경을 선보이고 거대한 계곡틈으로는 빛나는 검은색의 층이 보이는데, 신기하게도 빙하였다. 빙하라면 당연히 흰색만을 연상시킨 내 편협함을 꾸짖듯 자연은 장엄하다. 올라가면 올라 갈 수록 점점 멀리 보이는 봉들이 차츰 고개를 치켜든다. 레이디핑거, 울타르 피크1, 울타르 피크2

 울타르피크가 본격적으로 몸을 드러내자, 탄성이 절러 나왔다.
 너무나 남성미 넘치는 이 산은 겉모습 만으로도 강인한 인상을 풍겼는데,  이 트래킹 코스를 오르는 일도 이렇게 힘든 일인데, 저 험준한 산의 벽을 타고 올랐다는게 얼마나 무서운 도전인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몇시간만에 힘들게 드디어 울타르 메도우에 도착했다.
 산 위에 평원. 녹색빛의 싱그러운 잔디들과 나무들이 마치 낙원처럼 자리 잡은 그 곳은 레이디핑거와, 울타르피크가 바로 코 앞에 보인다.
 
 잠시 숨돌리면서 풍경을 보고있으니 어디선가 우르릉 쾅 요란한 소리가 들려 소리쪽으로 쳐다보니 레이디핑거와 울타르피크 사이에 눈사태가 일어나고 있었다. 자연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저런 곳을 인간의 몸으로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보통의 용기를 가지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위대한 등반가, 산에 잠들다.

 울타르메도우에 도착해 잠시 풍경에 넋을 잃고 하세가와의 무덤을 찾았다.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하세가와의 무덤을 찾기 위해 다시 언덕을 하나 넘어가니 한 눈에 훈자의 풍경과 아주 멀리 설산들이 펼쳐지는 정말 좋은 뷰포인트가 나왔다. 그리고 바로 그 뷰포인트가 하세가와의 무덤이었다. 왜 이 곳에 하세가와를 묻었는지 수긍이 가는 풍경이었다.




비록 하세가와는 울타르 피크를 오르지 못하고, 죽음에 맞았지만 
 레이디핑거와 울타르 피크가 두 팔 벌려 그를 품고 있고, 그의 앞에는 평화로운 마을 훈자와 저 멀리 수 많은 설산들이 펼쳐져있다. 죽어서도 그는 그가 그토록 좋아하던 산들 사이에 누워있었다. 거센 이빨을 드러내고 위압감으로 다가오던 울타르피크는 하세가와 무덤 앞에서 바라볼 땐 아기를 품은 부모처럼 다정해보였다. 그는 하늘에서 웃고 있겠지. 

 무덤 앞에 서서 똑같이 이 자리에서 남편의 무덤을 지켜봤을 하세가와 마사미씨의 마음은 어땠을지. 
 정말 남편을 엄청나게 사랑하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겠지. 산을 사랑하던 그 마음, 사람을 사랑하던 그 마음. 

 파키스탄 훈자, 울타르메도우에서 사랑을 느꼈다.

 사람은 이렇게 위대하다.

 그리고 사랑이 사람을 위대하게 만든다.

 인간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세상 모든 것에 사랑을 품고 대하라.


 치열한 본성을 거부하지 않고, 의지대로 살다
 
                                                하세가와 쯔네오 長谷川恒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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