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12 인도의 작은 영국, 쉼라

 쉼라의 마지막 날 아침.
  
 어제 다람살라로 향하는 티켓을 끊었기 때문에, 밤 9시 30분 버스로 다람살라로 향하기 때문에 쉼라의 여기저기를 둘러 볼 시간은 여유 있다. 
 느긋하게 일어나, 숙소에 아침 포함이라고 해서 아랫층으로 내려가니 큰 식당이 있다. 입구로 들어서니 마치 온실처럼 밝은 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방이 있고, 그 방을 지나쳐 들어가면 고풍스런 다이닝룸이 있었는데 서양 커플이 밥을 먹고 있는데 살짝 보니 빵쪼가리에 잼이랑 커피한잔이 다다. 그럼 그렇지 공짜로 주는 아침 따위가. 나도 아침 달라고 하고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비슷한 밥이 나온다. 푸석한 빵쪼가리와 잼,버터, 그리고 티 한잔. 



 아침을 먹고 방으로 올라와 쉬면서 잠시 인터넷 좀 하고 이것저것 확인하는데 '수댕이'님이 카페 로고 작업을 해주셔서 카페 대문 바꾸려고 삽질 시작했는데 왠걸 네이버 병신이 '바로적용'버튼이 안눌러져서 분노의 작업끝에 무려 체크아웃 10분 전까지 2시간을 그것만 붙잡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 결국 씻지도 못하고 양치랑 세수만 대충 하고 체크아웃을 했는데 짐을 맡기려고 하니 돈까지 받는다. YMCA 참 정갈하고 좋은데 깐깐하다. 어쨌든 짐을 둘곳이 없으니 맡겨두고는 밖으로 나갔다. 

 나가기 전에 숙소직원에게 다람살라 행 버스를 탈 뉴 버스스탠드 위치와 가는 방법. 그리고 오늘 돌아다녀 볼 곳들 가는 방법 위치등을 대충 설명을 들었다. 
 설명을 듣고나니 내가 mall 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ridge 라는 곳이었고 그 아래 상점 많은 곳이 Mall St. 이었다.

 그걸 이제야 알다니, 어쨌든 설명을 다 듣고 난 뒤에 밖으로 나가서 느긋하게 걸어다니며 쉼라의 아침을 즐겼다.
일단 제일 볼 만 하다는 대영제국시대 때 총독의 별장을 가보기로 했는데 총독별장까지는 그냥 쭉 직진해서 가면 된다고 하는거다. 갈림길에서 헷갈려도 무조건 직진이라는데 갈림길이란 설명에서 상당히 난감. 분명히 갈림길에서 엄청 헷갈릴듯 싶었다. 이쪽이 직진 방향 아닌가? 하는??

일단 쭉 광장을 지나 Mall St으로 합류되는 길로 해서 그냥 쭉쭉 직진 했다.
직진 하니 사람들이 많이 있는 길들과 풍경이 아름다운 길이. 왠지 이 곳이 맞을 것 같다는 느낌



그 길로 쭉 가다가 길거리에서 티베트식 만두인 '모모' (이제 부터 많이 나옴 기억해두길)를 먹고 계속 걸었다. 걷다보니 꽤 멋있는 곳이 많았는데 사실 쉼라 같은 경우엔 산 위에 있는 도시기 때문에 그런 지형을 이용한 건물들이 많다. 예를 들면 호텔 입구는 1층에 있지만, 반대로 언덕 길 위에서도 진입할수 있게 호텔 옥상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갈수 있다.

어휘가 딸려 자세히 설명이 어려운데, 산아래에서는 건물 1층으로, 산 꼭대기에서는 건물 옥상으로 바로 진입.
이게 가능한 구조다!

그런 건물들이 꽤나 멋지게 옥상을 꾸며놓아서 그런 옥상들을 맘껏 즐길 수가 있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서 이 곳 쉼라가 속한 히마찰프라데쉬 주, 주립 박물관에 도착했는데 여긴 나중에 돌아올때 가보기로 하고, 여기서 부터도 30분을 걸어야 총독별장이 나온다는거다. 압박! 그리하여 정말 쌔빠지게 걸었다. 걷고 또 걷고, 점차 뜨거워지는 태양 고도가 높은 쉼라라고 해도 한낮에 뜨거운 태양에 이렇게 빡세게 걷다보니 땀이 흘렀다. 덥지는 않았지만 땀을 식힐겸 잠시 구멍가게에 들려서 망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 아 근데 진짜 이 망고 아이스크림 대박 맛난다. 가격도 역시 인도 답게 엄청 싼데 이 망고맛이란게 인조적인 맛이 아니라 진짜 망고 하나를 얼려놓은듯 대박 맛난다. 이런 아이스크림 하나 수입해서 팔면 떼돈 벌듯

아이스크림으로 땀을 식히고 다시 걸었다. 중간 중간 갈래길이 많이 나왔지만 물론 헷갈렸지만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총독별장으로 향하는데 사실 총독별장을 설명하기 힘들어서 여간 난감하지 않았는데 다행이도 Ridge에 있던 투어리스트 오피스 같은데서 지도 한장을 받아둔터라 (물론 지도를 봐도 길은 잘 안나와있다. 언덕지형에 위치한 도시들의 특징. 지도가 무의미 ) 지도에 있는 총독별장 사진을 보여주면 다들 한번에 알면서 가르쳐준다. 그리고 정말 한참을 걸어 드디어 총독별장에 도착했는데 이도 사실 길의 끝에 다달아서 도대체 뭔가 총독별장 티가 나는 곳이 없어서 물으니 사람들이 어떤 큰 정문 같은 걸 가르키며 거기로 들어가면 있다고 해서 거기서도 한참 언덕길을 올라가서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총독의 별장!
위엄 쩌는 건물.
정말 그 옛날에 이 건물 만드느라 얼마나 쌔빠졌을까 싶을 정도로 멋지다.

늘 그렇듯이 인도답게 조금 볼만 하다 싶으면 입장료가 쎄다. 하지만 안 볼수가 없지. 비싼 입장료를 끊고 조금 기다렸다.
그래도 마구잡이는 아닌것 같다. 가이드가 붙고. 가이드가 일정인원이 모이면 그 인원만 딱 들어가서 데리고 돌아다니며 구경시켜준다.
좋다!

박물관 안에 들어가니 정말 잘 만든 집이다.
한 낮에 태양이 내리쬠에도 안에는 너무나 시원하다. 
높은 천장과 화려한 인테리어
지금은 어떤 단체에서 이 건물을 쓰고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별장 전체를 구경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구경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실제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신기하게도 그 단체 사무실 벽을 다 유리로 만들어서 관람객들이 별장안을 구경 할수 있는데 그 유리벽 안에서는 실제 현재 그 단체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는 요상한 풍경! 재밌다. 그리고 건물은 오로지 1층만 관람가능하다. 조금은 아쉽다.

어쨌든 1층만 구경해도 충분히 멋졌다.

오래된 골동품들. 사진들 구경하고, 밖으로 나와 잘 꾸며진 정원을 걷는데 그 것만으로 온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푸른 잔디가 잘 정돈 된 정원과 멋진 영국풍 건물의 위엄.


사진을 신나게 찍고 구경한 뒤에,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와 되돌아가는데 이 길을 어찌 걸었나 싶을 정도로 먼 길.
중간중간 풍경이 좋거나 구멍가게가 보이면 들어가서 시원한 음료수 한잔 하면서 풍경 보면서 쉬면 그게 그렇게 꿀맛이다.

주립 박물관에 다시 도착해서, 이번에는 주립 박물관으로 올라가기 위한 언덕길! 아.. 진짜 지랄같다.
엄청나게 가파른 언덕에 또 주립박물관이 위치해있다.

사실 박물관은 관심없었는데 가이드북에 요상하게도 여긴 정말 괜찮은 박물관이라고 소개시켜놓고 해서 한번 가볼까 싶어 들어갔는데 씨발 새끼들
입장료가 대놓고 현지인 5배다. 
그것도 진짜 웃긴게 다른데처럼 눈가리고 아웅처럼 외국인 가격이 적힌 티켓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현지인 티켓 5장을 끊어서 준다. 이 씨발 새끼들
죽여버려













그리고 들어갔는데 정말 박물관은 실망스러웠다. 콜카타에서 갔던 10루피짜리 박물관이 훨씬 좋았다. 박물관이란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정말 흥미를 못느꼈다. 그냥 실망을 안고 밖으로 나와 걷다가 고층의 고급 호텔이 보이길래, 더위를 피할 겸 안으로 그냥 구경 삼아 들어갔는데 밖에서 봤을 땐 호텔이네.. 하는 느낌이었는데 안에 들어간 순간 오줌 지릴뻔. 정말 너무 좋았다. 구조도 특이해서 그 고층 건물 안이 뻥 뚫려서 로비에서 옥상까지 뻥 뚫려있어서 유리로 덮여있어서 빛이 쏟아지는데 그 곳에는 레스토랑 겸 바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와 너무 멋져서 나도 모르게 일단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보는데, 보는 순간 앉아서 각잡고 쉬다가 문 뻥차고 들어오는 상병 본 신병 마냥 벌떡 일어나서 숨도 안쉬고 밖으로 나갔다. 감히 나 따위가 들어갈 곳이 아니었다. 그렇게 천천히 노닥거리며 다시 Mall St.에 돌아오니 배가 출출하다.

솔직히 인도인 최고의 휴양지에 왔다는데 존나 싸구려 튀김 파코라나, 길거리에서 만두 같은거 먹고 있으니 뭔가 슬퍼져왔다.
아 여행와서 돈을 아껴야되나.

사실 예전 같음 신경도 안썼을테지만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 그래 쓸 때 쓰자 " 란 생각에 Mall St.에 있는 괜찮은 식당에 가기로 했는데 여기가 바로 어떤 호텔의 옥상이었다. 
쉼라구조상 저 아래 있는 호텔인데 옥상에 있는 레스토랑이 다이렉트로 Mall St.와 연결 되는 것.

딱 봐도 고급인것 같은데 들어갔더니 부자 인도인들이 앉아서 밥 존나 쳐묵고 얘기하고 있는데 딱봐도 인도에서 사는 놈들.
나도 지고 싶지 않아 메뉴판 보고.
다시 또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씨발 풍경은 멋있었는데....

돈도 써본놈이 잘 쓴다고 진짜 가격 보니까 밥 못먹겠다.
이 돈이면 내가 10끼는 먹을텐데....

그런 생각이 드니. 사실 파스타 하나에 5천원 안하니까 사실 부담도 안되는 돈이긴 한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아깝다.

그리고 그냥 길거리 음식 하나 또 사먹고는 숙소로 돌아와 좀 쉬다보니 어느새 어둑어둑 해진다. 슬슬 출발해 볼까 싶어서 배낭을 찾아 둘러메고 뉴 버스 스탠드로 향했다. 제법 멀다니 일찍 출발하려는 맘에 나왔는데 사실 거리가 있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가기가 부담스러워 원래 계획은 Lift로 가서 아랫쪽으로 내려간뒤 거기서 버스를 타고 버스스탠드로 향하는 계획이었는데 직원이 그냥 걸어내려가는게 낫다고 충고를 해준다. 도대체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해관계없는 현지인의 말은 제법 믿을 만 하단 생각에 그렇게 하기로 마음 먹고 걸어서 아랫쪽으로 향해 내려갔다. 이 길을 어제 아침에 존나게 걸어 올라왔는데 이젠 내려가는구나.  내려가는 길 정말 여길 어찌 올라왔는지 알 수가 없다. 걸어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 보다 훨씬 편했지만 그래도 한참이다. 

쉼라의 관광지 같은 윗쪽 분위기와는 달리 이 아래까지 오니 현지인들을 위한 시장,마을들이다. 올라올 때 보면서 짐작은 했지만 이른시간이라 이 정도일 줄은 몰랐고, 내려갔다 올라오는게 엄두가 안나 어제나 오늘도 와볼 생각을 안했는데 좀 아쉽다. 참 좋은 곳이다.









그렇게 첫날 도착한 올드버스스탠드에 도착했고, 거기서 삐끼들의 도움으로 뉴버스스탠드 가는 로컬버스를 탈 수 있었다. 10루피 주고 버스에 올랐는데 아까 길 내려올 때 본 티벳소녀들이 3명이 같이 올라탄다. 사실 티벳이나 네팔,부탄 이쪽의 얼굴이란게 우리네 얼굴과 비슷해서 참 정감가는 얼굴인데, 그래서 마찬가지로 인도에서 있으면 눈에 띄일수 밖에 없고, 또 때로는 가끔 인도 사람들이 한국사람들에게 티베탄이냐? 네팔리냐? 부타니냐? 이렇게 물어보곤 하기도 하다. 어쨌든 친구3명은 한참 수다 떨다가 2명이 내린다. 알고보니 한 친구를 배웅하로 온 것이었다. 혼자 보내는 친구가 못내 아쉬운지 뜬금포로 나에게 어디가냐고 묻길래 다람살라 가는 버스 타려고 버스스탠드 간다고 하니 뭔가 안심한듯 좋은 얼굴로 내린다. 이들 조차도 아마 여자 혼자 보내는게 동양얼굴을 한 친구의 걱정을 한 듯 했다.

어쨌든 너무나 아쉬워하며 서로 눈물을 흘려가며 배웅하는 모습을 보며 괜시리 나도 마음이 붉어져 가족이나 친구들 생각이 났다.

로컬버스는 어느새 출발해서 어두운 밤길을 마구 달리기 시작하는데 운전이 거칠다.
고불고불한 언덕길을 전혀 속력을 줄이지 않고 마구 달리는데 길은 비좁고 옆은 가파른 곳인데도 마구달린다. 스릴만점

새삼 예전 인도여행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한국에서의 운전은 기술
인도에서의 운전은 마술


모두가 버스스탠드로 향하는듯 따로 내리는 사람도 없이 한참을 달리고 모두가 내리기 시작한 그 곳
바로 뉴 버스 스탠드에 도착을 했다. 거기서 금방 버스 플랫폼을 찾았고, 아직 시간이 일러서 조금 대기하는데 담배 한대 피려고 했더니 여기도 금연이다! 씨바.
담배도 한대 못피고 1시간 가량 기다린 끝에 드디어 버스에 짐을 싣고 탑승. 다람살라행 버스! 버스 상태는 썩 좋지는 못했으나 뭐 그래도 탈만 하다.


달라이 라마가 머무는 맥그로드 간즈, 
그 아랫 마을인 다람살라 

내일 아침은 맥그로드 간즈겠구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