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27 [인도/여행기] 길의 끝은 곧 시작, 라다크 본격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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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에 가까운 풍경, 라다크 

 쉼 없이 달려가던 그 길 끝에 눈을 의심할만한 풍경이 펼쳐졌다. 
 마치 하늘을 향해 달려가듯 끝없이 올라가던 길의 끝엔 광장 같이 펼쳐진 끝없는 평원이 있었다.  지평선이라도 보일것 처럼 끝없는 평원은 양쪽의 거친 산맥들이 둘러쌓여 신비롭기까지한 느낌을 줬다.  


 하지만 더 아름다웠던 것은 눈이 시리도록 맑은 초록빛의 평원과 황량한 거친 산맥의 잿빛의 조화.
 더이상 이 곳 위엔 어느 것도 없는 것 마냥, 천상에 다다른 듯한 맑은 푸른하늘은 마치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처럼 맑고 투명한 푸른빛을 내비춘다.  그리고 화룡점정을 찍듯 그런 맑은 푸른하늘에 따뜻함까지 감도는 하얀 구름.

   이 천연의 색감을 자연이 아니면 그 누가 상상조차 할지. 인간이 빚은 그 어떤 아름다운 풍경화도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이 것을 압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멋지다고 생각한 풍경은 무기력 할 정도로 이 풍경 앞에 무너지고 있었다. 천상에 온 듯한 그 느낌 그 자체였다.



 내 눈을 의심할 정도의 그런 풍경 속에서 기사는 당연한 반응이라는 듯. 한 쪽에 차를 세우더니 내려서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정말 이 풍경을 보고 그냥 지나쳤더라면 너무 슬펐을 텐데 기사가 센스가 작살난다. 우리가 탄 차 말고도 또 다른 차도 함께 섰다. 두 차의 기사끼리 서로 친구인듯. 2대의 차에서 내린 여행자들은 그야말로 눈 앞에 풍경에 그저 감탄사뿐. 


 차에서 내리자마자, 멋진 풍경은 둘째 치고, 갑자기 난 휘청했다.
 차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높은 고도의 희박한 산소, 숨이 가빠왔는데 정말 장난아니었다. 이게 고산병이구나! 

 머리가 아프다거나 미식거린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나마 나는 양호한 편이었다. 우리 차에 탄 폴란드 여자애는 거의 반쯤 실신. 친구들의 부축을 받아 멀리까지 가서 미친듯이 토를 하는데 정말 힘겨워보였고, 우리애들 또한 컨디션이 그닥 좋지 않는다고 얘기 할 정도로 힘겨워했다. 

 




 일단 내려서 표지석을 보니  우리가 있는 지점은  La Chulung La(도로명) 5056미터 고지였다.  민족의 명산 백두산의 이미 2배 가까이 된 상태. 5000미터의 느낌이 이렇구나, 가만히 서있기도 힘든데, 이런 곳 보다 더 높은 산들을 등반하는 등반가들이 갑자기 위대하게 느껴졌다.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간 생각은 무산소등반의 위엄) 


 다행이도 살짝 어질한 정도로  고산병은 다행이 오지 않은 것 같다. 정말 고산병 오는 사람에겐 죽고싶은 고통인듯.  난 일단 풍경에 감탄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찍기 전에 소변부터 보려고 사람들과 떨어져 저 멀리 보이는 절벽 쪽을 향해 가는데 그 걸 조금 걸어서 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현기증이 난다.  대박이다. 

 고산병 예방에는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고 쉬는게 좋은데, 점프샷 같은거 찍으면 진짜 풍경이 이뻐서 엄청 잘나오는데 함부로 점프샷찍었다가는 고산병이 곧바로 온다는 얘기를 들은터라 느릿느릿하게 움직였다. 그만큼 고산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조심해야 했다. 느릿느릿하게 절벽쪽에 도착했는데 세상에 이 곳이 정말 지구가 맞는가..  소변을 보는데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 아 말이 안나왔다. 내가 살면서 여행하면서 소변을 봤던 곳 중 최고의 풍경이었다. 여기가!!!! 내 화장실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소변보면서도 감탄 또 감탄 진짜 이걸 사진으로 찍어봤자 그 느낌이 하나도 전해져오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사진을 보면 정말 이 풍경을 사진에 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것 같다. 소변 보고 이제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데 이런 풍경을 나 혼자만 본다는게 미안할 정도로 가족들,친구들이 떠올랐다. 이 풍경을 전해주고 싶다.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면서 또 한편으론 희박한 산소때문에 힘들었다. 한참 찍고 그래도 이런데서 담배한대 펴줘야 된다는 생각에 담배한대를 피자, 머리가 핑~ 
 좋다.











 맛난 담배 한대를 피고 버스 앞에 서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타길 기다렸다. 슬픈 자리다. 저 멀리서 토하고 온 폴란드 여자애는 친구들의 부축을 받으며 버스에 오르는데 뉴마날리에서 버스 탈 때 부터 약에 취한듯 깔깔대며 시간 잡아먹고 그 때부터 모든게 다 뒷북 늑장부리는데 그 오만함의 결과가 나타난 것 같다. 고산병 걱정에 모두 컨디션 조절하느라 힘쓰는데 술쳐마시고 약을 하고 오다니 그러니 고산병이 오지. 멍청한 년 

 사람들이 모두 올라타고 나서야 나도 버스에 올라탔다. 
 기사가 만족스러웠냐고 묻는다.

 내 얼굴 표정을 내가 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 아주 행복한 미소로 만족스럽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버스는 이제 드넓은 평원을 가로 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녹색 평원을 가르며 달리는 버스 양옆으로 산맥들이 경주하듯 함께 달려갔다.  다시 감탄하며 풍경을 보는데 여긴 대박이다라고 밖에 말을 못하겠다. 정말 세상에 존재 할 수 없는 풍경. 컴퓨터 그래픽 같았다.  색감, 모양, 모든게 표현 불가였다.



 평원을 향해 가면서 멋진 풍경에 감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쓸쓸함을 느낄 정도로 척박한 느낌을 받았는데, 다시 또 내 눈을 사로 잡은 것이있었다. 그림같은 그 풍경에 생명을 불어넣듯이 평원 저 멀리 작은 점들이 움직이고 있었는데 차가 가까이 이동하면서 그 존재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유목민들이 보인다.  그리고 자유롭게 걸으며 양과 염소를 치고 있는데, 놀라웠다. 너무나 아름답지만 아무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이 곳에도 이렇게 사람들이 있었다. 

 도대체 이 곳에서 뭘 먹고 살까? 의심이 들 정도로 척박한 그 곳에 그렇게 양과 염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사람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가, 이 높은 곳에서 이 척박한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   시장에 갈려면 어떻게 가지? 티비는 보고 사나? 이런 평범한 일상이 궁금해졌다.  매일 이런 풍경을 보면 얼마나 익숙해질까.






 끝없는 평원을 달려 다시 또 언덕길이 시작되었다. 비포장의 구불구불한 길들을 끝에 도착한 곳은 뭔가 이 곳이 휴게소인 느낌을 줬다. 예상대로 기사가 우리보고 내리라고 했는데, 알고보니 이 곳은 휴게소 겸 가면서 기념할 만한 곳이었다.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곳에 있는 도로인 타그랑 라 였다.  Tagrang La 해발 5300미터

 5300미터, 
 그 곳은 기념 할 만한 곳이었고, 또 잠시 쉬어가는 휴게소였다. 
 
 내려서 보니 먼저 작은 사당들이 눈에 들어왔다. 라다크가 그러하듯 티베트인들의 상징인 소원을 비는 5색 깃발인 다르촉 (= 룽따, 룽타라고도 불림)이 있었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이 곳에 화려한 5색 깃발들은 어쩌면 가장 어울리는 조합인지도 모르겠다.








 씨끄러운 한국여자들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곳에 위치한 도로의 위엄.
 가볍게 담배 한대 피며 (머릿속에서 고산병 걱정은 좀 사라짐) 있는데 그래도 조금 적응된듯 아까 5000미터 지점보다 오히려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우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번의 검문을 다시 거쳐 거의 레에 다달았다. 레에 거의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던 증거는 인간의 흔적들이 잦아진데서 느낄 수 있었는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여자 3명이서 엄청 씨끄러워졌다.   정말 농담아니고 엄청!!! 씨끄러웠다.



 아까는 고산병 왔는지 쥐죽은듯이 있더니 이제 다들 살만한지 씨끄럽게 요란스러울 정도로 떠들기 시작하는데 오죽하면 그 여자들 앞에 앉은 소세지와 하루가 얼마나 짜증났는지   대놓고  " 아 씨끄러워 죽겠네 " 라고 하루와 쏘세지가 얘기한게 맨 앞에 앉은 나에게 들릴 정도 였다. 애들이 그렇게 예의없고 그런 애들이 아닌데 그 정도로 얘기 할 정도였으니 아마 내가 그 여자들 앞에 앉았더라면 한마디 했을 지도 모를 노릇이다.  그 뿐만 아니라, 그 여자들이 어떤 말을 했는데 그에 대한 대꾸까지 했을 정도였다.   이부분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예를 들면 여자들이 각 자의남자친구 얘기를 하는데 앞에 앉은 쏘세지와 하루가   " 그럴꺼면 깨지지~ " 이랬을 정도?!

  하루나 쏘세지나 그런 애들이 아닌데 정말 얼마나 짜증났으면 그랬을까 싶다. 맨 앞에 앉은 나한테 들릴 정도였으니 얼마나 씨끄러웠을지.. 나에겐 그 여자들이 그냥 씨끄러운것으로 느껴졌겠지만 분명 하루나 쏘세지는 씨끄러움을 넘너 그 여자들이 계속 재잘재잘 떠드는 개소리까지 하나하나 다 듣고 있으니 어지간히 짜증났을 것 같다.  하루와 쏘세지가 대놓고 그러니 여자들이  조금 조용해졌다. 이 짜증나는 한국여자 3명에 대해선  소세지와 하루가 나중에 레에 도착해서도 계속 씹는데 나에겐 띠엄띠엄 그저 씨끄러운 대화로 들린 그 대화내용들이 아주 좆같았다고 얘기했다. 나도 들어보니 좀 황당한 여자들. 

 암튼 지금은 패스.






 암울한 레LEH, 라다크LADAKH의 관문에 도착하다 

 그리고 드디어 레 가까이 오고, 어느덧 해는 지고 어두워져 있었고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도시였다. 인도 특유의 불안정한 전력사정은 이 곳 레에서 정점을 찍는다고 소문을 들었는데 지금까지 정전은 정전도 아니라는 정전의 대명사 레!   하지만 소문과는 달리 우리가 어둑한 밤을 가르고 도착한 레LEH는 가로등이 환하게 밝혀져 있는 대도시였다. 오히려 놀라웠던 것은 가로등보다도 내 머릿속에 라다크, 시골의 순박함을 지닌 풍경을 가진 레가 아니라 레가 대도시란 사실이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당연하게도 레LEH는 라다크의 주도 였고, 예로부터도 교역의 중심지였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 내 머릿속에서 그린 환상이었을 뿐..



 우릴 태운 차는 한참 시내를 달려 버스스탠드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내려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뉴 버스스탠드라고, 그 곳에 내려서 짐을 내렸을 때는 도무지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고.  삐끼와 택시기사들이 존나 몰려든다.   고산병은 오질 않았는지 아까보단 훨씬 더 편해졌다. 숨도 별로 안차고 살만했다. 하지만 날씨는 훨씬 더 추웠다. 아마 마날리보다는 고도가 높아져서 그랬으리라. 레는 당시 내가 알기로 고도가 약 3500미터 정도 되었으니, 당연히 그러했으리라.


 일단 택시든 버스든 뭐든 타서 숙소 밀집 지역으로 가야 하는데, 가이드북을 펼쳐 보니 창스파 로드에 많이 몰려있다고 해서 창스파 로드 간다고 말하니 택시기사들이 돈을 세게 부른다. 200루피 정도 불렀는데 감이 오질 않는다. 여기서 창스파로드까지 얼마가 적정가인지 모르니, 일단 무조건 깎고 볼일


  레에 이제 막 도착한 것은 우리뿐 아니라 다른 많은 미니밴들도 도착한터라, 한국 사람들이 꽤 많이 내렸는데  그룹은 자연스럽게 3그룹 정도로 나뉘었다.  나와 쏘세지,하루가 한팀. 우리와 같이 차를 타고 온 씨끄러운 한국여자 3명이 한팀.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한국인들(큰그룹)이 한팀. 그리고 그 팀엔  마날리에서 계속 봤던 돼지엄마(어린남자한테 찝쩍이다 개처럼 까인..)도 있었다.  돼지엄마가 약간 그 쪽 그룹에 대장처럼 있길래  돼지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창스파로드 갈려는데 같이 쉐어하자고 말을 걸었더니 자기네는 거기 안간다고, 하면서 나에게 숙소 명함을 보여준다. 자기네는 여기 숙소에 갈 것이라고 한다.  

 대단하다. 명함은 또 어디서..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엄청 알아보고 여행하니 정보력이 장난아니다. 도대체 여기 있는 숙소의 명함은 어디서 났는지 ㅋㅋㅋㅋㅋ 대단들 하다.



 숙소어디가냐는 삐끼말에 대답 못한 우리와는 달리 다들 한큐에 어디로 간다고 얘기를 한다. 대단들 하다.   이러고 가이드북 필요없다고 그러지. ㅋ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


  나는 궁여지책으로  혼자 있는 외국새끼 붙잡아다가 사람을 모아 창스파까지 140루피에 쑈부를 치고 드디어 창스파로드로 향했는데 엄청 번화했다.   올드마날리 정도로 생각했는데 작살났다. 게다가 마침 또 정전이 된 거리.  가로등이 꺼지자, 도시는 암울한 느낌까지 줄 정도로 기괴한 느낌을 풍겼다. 이제까지 정전은 정전도 아니라고 얘기를 들은 바 있는데 정전된 어두운 밤거리가 우릴 맞이한다.  



  창스파로드에 도착해 일단 짐을 내려놓고 숙소를 구하려고 하는데, 숙소 담당은 이제 어느새 애들 담당이 되었다.  하루와 쏘세지가 숙소 담당이 되어, 나는 짐을 내려놓고 짐을 지키는데 정말 한참을 지나도 애들이 안온다.  짐을 지키며 서있으면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데 진짜 밤에 쏘다니고 있는 여행자들의 숫자가 장난이 아니다. 이번에 인도여행하면서 본 여행자들 중 가장 많은 숫자였다. 여름의 인도는 역시 라다크였나 보다. 모든 인도를 온 여행자들이 라다크에 몰려온 듯한 인상.

 그리고  한참 뒤에 애들이 멀리서 걸어오는데 어두운 표정으로 숙소 모두가 FULL풀이라고 한다. 대박이다.  이해가 가는게 여름의 인도는 모든 여행자들이 레로 향하기 때문에, 여길 오기 위해 인도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내가 잠깐 지켜본 것만으로도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짐을 지키며 길거리에 넘쳐나는 서양여행자들의 모습이 대충 짐작케했지만 큰일이다.  아무래도 하루가 걷는거 자체가 너무 힘겨워해서 이번엔 하루를 좀 쉬라고 세워놓고 내가 출발했다.  

 이젠 숙소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었다.
 보이는 숙소마다 모두 들어가 방을 구하는데 방이 없다. 계속 끝없는 방 없음의 향연.
 이러단 길바닥에서 잘 판이었다.

 방을 구하면서 계속 돌아다녀보니 정말 식당도 많았고 숙소도 많았다. 레의 위용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거의 포기하고 다시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강구해봐야겠다고 생각할 무렵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어떤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1층은 식당, 2층은 왠지 방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있었다. 다른데는 다 Full 인데 여기는 겉모습이 그래서 그런지 방들이 모두 비어있었고 덕분에 겨우 방 하나를 구했다. 

 방을 찾으로 돌아다니며 느낀 거지만, 고도가 높아서 걷는데 힘이 부쳤다. 하루가 왜 이렇게 지쳐서 왔는지 알겠다.  어쨌든 겨우 숙소 하나를 구했는데 마참 또 트리플룸을 구해서 3명이서 같이 잘 수 있다.  방 하나에 1000루피. 존나 비쌌지만 다행이었다. 지금 이 곳에 막 도착한 상태로 우리에겐 구원같은 방이었다. 모두  몸 상태도 좋지 않고, 힘겨운 상태라 어딘가에 누울 장소라도 있다는게 천만 다행이었다.

 다시 애들이 있는 곳에 돌아가 배낭을 가지고  숙소를 향해 걷는데 그냥 걷기도 힘든데 배낭까지 메고 걷다보니 힘겨웠다. 애들이 어디에 잡은거냐고 멀다고 얘기하는데 하루가 "와 형 여기까지 왔어요? " 라면서 놀란다. 그리고 숙소에 다 다른 우리는 방으로 올라가 짐을 그냥 방에다가 던져놓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정전이 되어 도시 전체가 어두운 그 곳.



 어느 여행지나 늘 그렇듯이 설레임 반, 걱정 반인 상태였다.  낯설음이 주는 쾌감도 있지만  낯설음이 주는 두려움도 있다. 아 이런 칙칙한 곳에서 어떻게 지내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레의 밤은 막막하게 느껴졌다. 


 밥을 먹으로 가서 적당한 로컬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애들이랑 오는 길 풍경이나 이런 저런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가 버스타고 오면서 뒤에 앉은 그 한국 여자 3명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애들이 얼마나 짜증났는지 청산유수. 쏘세지와 하루가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그 여자애들 목소리를 흉내까지 내면서 얘기한 내용은 이러했다.



  이 여자애들이 이번에 레에 두번째 오는건데, 여기에 존나 친한 인도 남자애가 있다.   그 남자애가 계속 오라고 전화해서 두번째로 다시 방문하는 중.  여자애들은 대학생들.   쏘세지 말로는 여자애 이름도 다 외웠을 지경이라고. 3명의 이름을 줄줄 왼다. 그러면서 한국에 다 남자친구 있다면서 인도남자가 어쩌고 저번에 만났던 서양남자가 어쩌고 또 그렇게 한참 얘기하다가 한국에 있는 남자친구 선물 뭐 사다 주냐고 얘기하다가,  홍콩가서 뭐 사다줘. 이런 얘기하다가, 나중에 졸업하고 사업해서 뭘 어쩌고 저쩌고 하며 마스터플랜을 펼치고 (잘난척,, 저 느낌. 지하철에서 어떤 아저씨가.. 아 10억 일단 입금하고..)

 그 길고 긴 대화들의 주요 요지는 이렇다.

 - 우리는 레에 두번째다. 우린 그런 잘난 여행자다!
 - 우리는 인도사람들이랑 이렇게 어울리며 여행한다. 우린 여행 존나 잘한다.
 - 우리 인도에서 이렇게 잘나가요
 - 우리 한국에서도 잘 나가요
 - 우리 이제 잘 나갈꺼에요~

 
 그런 대화들을 버스에서 요란스럽게 몇시간을 떠들어댔으니 참다 참다 쏘세지랑, 하루가 그렇게 얘기한 것이었지  정말 짜증나는 여자들이었다.  병신력 돋는 여자들 얘기에 우리 3명은 한참을 깔깔대고 웃을 수 있었다.  역시 뒷담화는 속을 편하게 한다.


 
 그리고 우린 생각 보다 고산병 안왔다며, 이 정도 수준인데 괜히 걱정했다고,  버스 뭐 탈지 왜 그렇게 오래 고민했냐면서 그냥 제일 싼 미니밴 타고 오는게 정답이라고  1박 2일도 필요없다고. 하면서 깔깔댔다.   생각해보니 이걸 왜 그렇게 고민했나 모르겠다. 언제나 그렇다.  모르니까 오는 공포, 무지에서 오는 공포  모든 걸 실제로 겪어보면 다 별거 아닌데..

 밥을 대충 먹고 난 뒤에 숙소로 돌아와 대충 씻고 쉬기로 했는데 고산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고도에 적응하기 위해 샤워나 찬물이 닫는 걸 주의하라고 해서 대충 가볍게 씻고 자리에 누웠다. 레에 왔으니 신나게 소주 까야지 했는데 몸 상태를 보니 진짜 여긴 우습게 봤다간 큰일 나겠다 싶었다. 첫날의 아쉬움은 뒤로 하고 고산병 때문에 컨디션 조절을 했다.

 드디어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 라다크에 도착했다. 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기분에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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