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32 [인도/라다크] 판공초의 눈물
 



 끝도 없을 것 같은 그 길.  벌써 몇시간 째 달려오고 있지만, 지루할 틈 없이 풍경은 어느새 황량한 계곡길에서 드넓은  녹색 평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내리막길을 막 시작하는 때 쯤 저 멀리 푸른빛의 작은 호수가 나왔다. 당연히 저 곳은 판공초는 아닐테지만 그저 그 모습 만으로도 멋지다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 유명한 판공초는 과연 어느 정도의 모습을 우리에게 선사할지 기대가 점점 부풀어 오른다.
 
 푸른들판을 지나 다시 황량한 길이 시작 되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지프는 거친 숨을 내쉬며 거칠게 달리고 있었다.  황량함이 이어지는 가운데 모두가 살짝 지칠 때쯤이었다.   저 멀리 황량한 잿빛의 산과 산 사이로 마치 파란색 다이아몬드처럼 투명할 정도로 푸른 빛이 보인다.  소름이 돋는다.   흙빛의 산 사이로 빛나는 파란 점. 호수 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프안에서 감탄사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지프기사에게 손가락으로 그곳을 가르키며 " 판공초?  " 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한다. (과묵한 기사.. ㅋ)



판공초멀리 보이는 판공초. 정말 이 때의 환희란...


 조금은 여정에 지쳐있던 우리는 스팀팩 맞은 마린처럼 갑자기 모두 들떠서 분위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었다.  작은 점 처럼 보이는 호수는 여전히 멀리있었다.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모두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직선으로 달리면 얼마나 좋으련만,  우리의 마음도 몰라주고 길은 구불구불 지프는 그렇게 한참을 달려야 했다. 밀당의 고수처럼 우리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하는 풍경.  그렇게 우리는 판공초까지 아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산에서 내려와 드디어 거의 평지에 가까운 길을 달려 판공초로 향해 달려가는 길, 아직 호수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었다. 지프는 어느새 판공초의 입구에 들어서고 있었다.



 드디어!!!!
 호수의 모습이 완연히 드러났다.   산 뒤에 숨어 웅크리고 있던 판공초가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마치 우리를 놀래주려고 벽 뒤에 숨어있다 " 어흥! " 하면서 깜짝 놀래키는 것 마냥  눈 앞에 펑하고 튀어나왔다.  두 눈으로 직접 본 판공초는 생각과 전혀 달랐다.   웅장하다 못해 내 상상보다 더 광할한 호수가 펼쳐졌다. 거의 바다 같은 호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높은 고도에 이 높은 산들에 둘러 쌓여있는 신성한 느낌까지 드는 푸른 빛의 호수  그 푸른빛은 정말 이제껏 내가 본 세상에 어떤 푸른빛보다 아름다웠다. 맑은 햇살을 반사해 반짝반짝 빛나며 투명한 푸른빛을 내는 판공초. 신이시여!!!! 





 판공초 (Pangong Cho, Cho=Lake)

 이걸 어떤 수사를 덧붙여도 아름답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아름답다는 말도 이 모습을 표현할 길이 없다.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푸른빛의 호수는 자신의 모습을 닮은 푸른하늘을 거울처럼 비추었다. 푸른 하늘, 그리고 그 푸른빛을 담은 하늘빛의 호수.  그 것을 둘러 싼 거대한 산맥들.  진짜 내 눈 앞에 이 풍경이 내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였다. 진심으로 태어나서 이거 못보고 죽을 사람들이 한 없이 불쌍히 여겨졌다.  






 이제 지프는 호수가에 있는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지프안에서는 그저 우리의 감탄사만 들려왔다.  모두가 입에서 그저 계속 끝없는 감탄사만 내뱉고 있었다.


 " 대! 박! "
 " 와.. "
 " 어처구니.. "

 이런 감탄사들 밖에 안나오고, 카메라들 셔터소리만 들려왔다.  정말 너무 감동적이었다.  세상에 이런 풍경이 있다니.   머릿속으로 온갖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말 멈출 수 없을만큼 흘러내려왔다.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 여행을 계획하던 일, 떠나게 된 과정, 이 곳에 오기까지의 수 많은 여정, 모든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흘러가며  할머니 장례도 못치르고 바꾼 여행이라 생각하며  여행이 계속 후회되었었다. 도대체 뭘 위한 여행인가?!  회의감도 들었었는데 정말 판공초 풍경에 모든게 눈녹듯 사라졌다. 극에 다른 슬픔과 기쁨에서 오는 눈물이었다. 주체 할 수 없을 정도였다.

 ' 나 혼자만 이런 풍경을 보다니..   가족들,친구들에게 이 풍경을 전해주고 싶다 ..... '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 된 와중에도 눈물은 끊임없이 흘러내려온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이 풍경을 보고 있는 내 눈을 띠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건네주고 싶다. 지금 내 눈 앞에 비춰지고 있는 이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다 보여주고 싶다. 진심으로  여행 오길 잘 했다. 판공초 오길 잘 했다.  여행을 떠날까 말까 고민했지만 떠나기로 마음 먹길 잘 했다.  사람들 생각이 다 똑같은지 지프안에서 푸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아 이거 아무리 사진찍어도 이 풍경이 안나오네 "
 " 아 진짜 내 눈 띠다가 뵈주고 싶네 "


 진심으로 이 풍경은 어떤 대단한 사진작가가 와도 표현을 할 수가 없다. 사진기의 작은 프레임 안에 도저히 담을 수 없는 광활한 호수. 이 풍경을 다른이에게 말로 설명을 할 수 있을까?  이 풍경을 실제로 보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말 고생해서 레까지 이르는 그 길, 지금까지 모든 여정이 바로 이 한 순간을 위해 존재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에 호수를 끼고 끝없이 달리는데도 끝이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광활한 호수였다.  



 판공초에 왔다고 다 온게 아니었다. 일단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 호수 입구에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여러 마을들이 있었다.  우리가 들어가기로 했던 곳은 메락!   현재 들어갈 수 있는 가장 멀리 있는 마을이었다. 지금부터도 2시간여는 다시 더 달려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판공초 초입에 있는 마을 루쿵을 지나 다시 또 한참 떨어진 가장 큰 마을 스팡믹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이 곳 스팡믹에 머무는데 딱 보기에도 그나마 인프라가 갖춰져있어보였다. 수 많은 텐트들이 보이고, 많은 관광객들이 보인다. 영화 세얼간이로 유명세를 탄 터라 인도인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기사가 " 점심 먹고 갈래? " 묻는다.
 우리는 " 얼른 메락 가자, 가서 먹으면 되지 " 라고 얘기하며 여전히 더욱 멋진 풍경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다.  스팡믹을 지나치는데, 다시 사람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는 황량한 길을 달려갔다. 길은 황량해지는 대신 여전히 호수는 끝없이 펼쳐져 있고, 풍경은 더욱 멋드러졌다. 



 호수가 얼마나 넓은지 우리는 판공초 안에 들어와서도 벌써 1시간은 달린 것 같은데 메락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차 안에서 우리는 도대체 언제 도착하냐고 기사에게 물으며 조바심을 내보지만, 더욱 안쪽 깊숙히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점점 더 멋져지는 풍경에 그저 감탄사만 내뱉었다. 판공초 초입, 그리고 루쿵,스팡믹은 인도부자들이 지은 듯한 별장들과 인도 관광객들로 붐볐는데 그래서 그런지 한켠에 판공초의 멋진 풍경과 함께 다른켠은 인간들의 흔적 때문에 살짝 아쉬웠는데 스팡믹을 지나면서 시작된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길은 환상적인 판공초의 풍경이 더해지면서 세상에 둘도 없는 드라이브 길이 되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스팡믹에 머물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소리만 했다. 천만 다행이었다. 힘들게 가는만큼 값진 여정이었다. 





 어느덧 다시 또 저 멀리 마을이 보인다.  우리끼리 " 와 저기다 저기! " 이러면서 좋아했는데 시크한 우리의 기사 '이스마일'이  우리가 메락이라고 착각하고 좋아하는게 웃겼는지 묻기도 전에 "no merak" 이라고 얘기하는 바람에  우린 다시 당황.....   도대체 메락은 어디까지나 들어가야 있는 것일까.   어느새 도착한 그 말은 Man만 이라는 마을이었다.  확실히 스팡믹보다 훨씬 더 작은 마을이었는데 의례 그렇듯이 만이 이 정도면 우리가 갈 메락은 더 작은 마을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점점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개방된지 얼마안됐으니 얼마나 천혜의 자연을 간직하고 착한 사람들로 가득할까 기대만땅! 



 이제 호수를 본지 1시간여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왼편으로 펼쳐지는 호수는 기가 막혔다.  아무리 봐도 질릴 것 같지 않은 풍경.  중국과 인도가 함께 나누고 있는 호수다. 우리가 달리고 있는 반대쪽  저 너머는 중국!   개씨발, 중국이 다 가지고 있네. 나쁜 짱개새끼들!   만Man을 지나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도로도 사라졌다. 자갈밭을 달리면서 난리난리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그나마도 그 자갈밭마저 고르지 못해서 정말 한참을 뱅 둘러서 가고, 흐르는 물에 가로 막혀서 저 멀리 돌아가고 이래서 더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가까운 거리지만 그만큼 도로가 좋지 않아 1시간여가 또 걸렸다.  하지만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호수 빛은 더욱 파래지고 광활해지고 멋졌다. 





 갑작스레 다시 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할머니에 대한 미안함, 슬픔. 이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에 대한 감동. 이 판공초의 아름다움에 너무나 가슴이 아리고 슬프고 기쁘고 온 갖 감정이 교차했다. 그 정도로 아름다웠다. 처음의 눈물이 감동의 눈물이었다면 지금은 이런 풍경을 혼자만 보게 된 슬픔의 눈물이라고 해야 할까, 

 ' 할머니는 세상에 이런 풍경이 있다고 상상이나 했을까? 할머니가 이 풍경을 보았더라면 어떤 말을 했을까 ' 

 끝 없는 슬픔. 정말 너무나 맛있는 음식을 혼자 먹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랑 먹었으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 앞에 무릎꿇을 수 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와서 이 곳을 보여주고 싶다.







 도무지 끝을 가늠 할 수 없는 이 거대한 호수는 여전히 우리에게 마지막 마을을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판공초 초입의 풍경과는 다시 또 비교할 수 없는 점점 더 멋진 풍경, 점점 더 파란 하늘과 파란호숫빛으로 우리를 달래주었다.  차에서만 호수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던 우린 결국 도저히 참지 못하고,  가까이 가서 호숫물에 발도 담그고, 멈춰서서 사진 좀 찍고 싶어 기사에게 얘기해서 한쪽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모두 차에서 내려서 호숫가로 가는데 정말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호수로 가까이 걸어가는 동안 모두 들떠서 신나있었다. 호수 가까이 가니 호숫물이 너무나 투명하고 맑아서 한번 놀랬고, 물이 너무 차서 또 놀랬다.   판공초를 항상 상상하면서 나는 여기서 프리다이빙을 할 생각이었는데, 프리다이빙은 씨발 심장마버 걸릴 듯.   히말라야산맥의 눈 녹은 물이라 그런건지 고지대라 그런건지 쌀쌀한 날씨보다 더 차가운 물이었다. 

 우리는 신나게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하는데 각자 카메라를 꺼내서 아마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이 날 찍었으리라.  메락에 가길 잘 했단 생각이 들었다. 아직 메락에 도착하지도 못했는데 우리 주변엔  사람의 흔적도 없고, 한적하고 고요하다. 너무 고요해서 적막함을 넘어 신비로움까지 느낄 정도.  이 아름다운 풍경에 이 고요함까지 더하니 현실세계인지 꿈인지 헷갈리기 시작할 정도로 완벽했다.  사진을 어느정도 충분히 찍었다고 생각한 우린 다시 지프에 올라, 달리기 시작했다.















 정말 메락이란 마을이 있긴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끝없이 달리는 가운데 드디어 아주 멀리 정말 아주 멀리!
 마을이 점처럼 보인다.


 마을이다.


 " 메락? " 기사에게 묻자.
 고개를 끄덕 한다.

 " 야 저기가 메락이래 "

 애들이 난리난리

 정말 저 멀리 호수의 끝자락에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 나타났다.
 드디어 우리의 판공초 첫날 밤을 보낼 마을, 메락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포스팅 후기 )
 결국 또 다시 한편을 더 나누게 되네요!
 하루를 도대체 몇편으로 나누게 되는 건지.
 어떠신가요? 판공초의 풍경

 사실 그렇습니다. 여행기를 쓰면서 사진을 정리를 하다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무 의미도 없는 사진을 무척이나 많이 찍었구나.  지금 보고 계신 풍경은 실제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아마 백만 분의1도 안될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이란 작은 프레임안에 그 풍경을 다 넣을 수 없거든요.   실제론 자신의 눈으로 보는 그 풍경엔 180도 가까이 펼쳐지는 파노라마같은 풍경으로 푸른 호수와 양쪽의 거대한 산맥, 눈덮인 산맥들이 펼쳐지거든요 호수빛, 하늘 빛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고

 고요함, 그 바람, 공기 모든게 완벽합니다.

 그저 조금이나마 판공초를 느끼셨길 바라며, 이번 편은 최대한 많은 사진을 넣어봤습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댓글,공유 많이 부탁드립니다.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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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용주 2014.04.10 02:57 신고

    경무씨 글에서 그때에 심정이 느껴지는군요.
    사진으로 봐도 멋지군요.

  2. 리키열월 2014.04.10 09:48 신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않은 자연은 정말 아름답고 청정하며 신비롭습니다...판공초!!!

  3. blueeve2 2014.11.15 00:52 신고

    사진조차도 눈물이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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