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말레이시아로 배를 타고 넘어가기 위해서 인도네시아의 항구도시 벨라완으로 향했다. 벨라완에 도착해서 나는 그 곳에서 허기를 때우기 위해 부두 한켠에 뱃사람들을 위한 식당들이 줄지어 몇개 있었다. 거기서 대충 처음 보였던 식당에 들어갔다. 그 식당엔 여자아이 두명과 함께 식당을 하고 있는 한 인도네시아 여자를 만났다. 주문을 하고나서는 여자 애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여주인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얘기에 한 여자애가 부엌쪽을 향해 뭐라고 뭐라고 말을 하니 여주인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말에 조금 표정이 어두워진다.

 여자애중 이국적으로 생긴 여자애가 다른 여자애 한명을 가리키며 " 얘 아버지 한국 사람이에요 " 라며 서툰 영어로 얘기한다. 난 별 생각 없이 농담이겠거니 하며 " 진짜? 진짜? " 라고 했다. 그리고는 여주인이 음식을 내오면서 나는 다시한번 여주인한테 물어봤다. 그러자. 여주인은 별감흥없이 툭 내뱉는다.

" 내 남편이 한국 사람이에요 "
" 정말요? "

나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닌가 생각하고 물었다.
" 남편 이름이 뭔데요? "

그러자 여자는 아주 먼 옛날 기억을 더듬듯이 한참을 생각하더니 "XX" 였다고 한국이름 비슷하게 얘기를 하는 거다.

" 남편이름인데 왜 기억을 못해요 " 라는 나의 질문에
" 뱃사람이었는데 결혼하고 2년있다가 한국으로 가버렸어요 " 라며 얼굴이 어두워지며 그래서 슬프다며 우는 시늉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슬프지도 않다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다. 마치 농담삼아 하는 말처럼 들릴정도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분홍색 티셔츠를 입은 아이가 여주인 딸이고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아이(쁘리띠라는 이름의)가 친구


 이 얘기를 듣자 내가 괜히 미안해지면서 뭐라고 말꺼내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저 여자아이가 어느덧 18살이 되었으니 아주 오래된 얘기다. 저 아이는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인이라는 말에 그저 호기심으로 가득차 밥을 먹는 동안 계속 이런저런걸 물어보며 살갑게 대하지만 엄마가 지나가며 뭐라고 말하자 계속 주늑이 들어 우리와 마주치고 있는걸 피하는 그런 여자아이의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교차했다. 베트남의 라이따이한들에 대해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그 씁쓸함을 막상 이렇게 마주 대하니 내가 부끄러워졌다.

 정말 이런 인도네시아의 항구 벨라완에서 그것도 한 허름한 식당에서 이렇게 한국인의 핏줄을 만나게 될 지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만약에 내가 똑같은 상황이 되면 난 모녀를 데리고 한국에 갈까? 당신이라면?


  1. Favicon of http://jiralia@gmail.com BlogIcon 지랄리야 2007.12.07 22:10 신고

    뭐,그렇게 죄의식 가질 필요도 없어요. 내가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요. 우리 주변에도 행실 나쁜 양갈보가 낳은 자식새끼들이 어른이 된 채 살고있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미군아버지들이 미안한 맘을 가지고 다 큰 자기 애들을 다시 찾아왔는 줄 아세요? 미국페미단체가 미국남자들 저렇게 무책임하게 애만 남기고 떠났다고 한마디씩 해대던가요? 한국은 절대 꿀릴 일 없어요!

  2. 영돌 2008.10.15 17:32 신고

    그래도 잘못은 잘못이에요.. 인정해야합니다.. 윽 진짜 괜히 가슴아프고 죄스럽네요.

  3. 개념총각 2011.04.15 13:03 신고

    참 무책임한 종자들 많네요.....와..또 화딱지 나네.....

    글 잘봤습니다.

  4. 2011.09.19 20:20 신고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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