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41 [인도/레] 라다크 여행에서 산사태에 대처하는 방법


 지프에 올라 이제 집처럼 익숙해져버린 레를 향해 출발했다.  처음엔 그렇게 낯설고 이질적이고 환상적으로 느껴졌던 풍경도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다.  
 

 녹음이 우거졌던 풍요로운 투르툭을 지나자 다시 메마르고 척박한 땅이 시작되었다.   이 깊고 깊은 곳까지 여행을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지는 거대했다. 다시 한번 그 먼 옛날 이 척박한 땅을 지나 투르툭까지 들어와 자리 잡았을 사람들을 떠올려보니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한참 달리다보니 투르툭 바로 전에 들렸던 그 이름 모를 마을에 다시 왔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이기 때문에 속력을 최대한 줄이고 천천히 가는데, 아이들이 엄청난 호기심을 보이며 차로 가까이 온다. 귀엽다.  마을의 모양새를 제법 갖춘 투르툭과는 달리 이 곳은 이 도로를 중심으로 한켠에는 깎아지를 듯한 절벽. 그리고 다른편으론 강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강변 쪽으로만 발달 된 모습이고, 강 건너편에도 밭이나 과수원을 일궈서 위태위태한 나무로 된 다리를 사이에 두고 강변이 발달 된 모습이었다.

 뭘 먹고 살겠다고 여기까지 들어와 이렇게들 사는지 놀랍다.
 여행하면서 정말 인간의 힘이 이렇게까지 대단하다고 느껴지긴 처음 인 것 같다.






 마을을 지나자, 다시 지프는 속력을 올려 비포장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한번 지나쳤던 그 길, 다시 거꾸로 되돌아 가는 길이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었던 투르툭 가던 길 보다는 이젠 위치를 예상 할 수 있어 훨씬 더 금방 가는 기분이었다. 검문소들에 들려 잠시 또 체크하고, 달리고 달렸다. 






누브라밸리 서안을 가로지르는 이 길은 이토록 대단했다.  이 길을 닦은 인간도 위대하고, 이 길이 없기 전에 이 곳에 들어와 정착했던 이들도 위대하다.   절벽을 깎아 내어 만든 위태위태한 길은 머리칼이 쭈뼛 스게 만들 정도로 정말 심장이 쫄깃해 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왜냐하면 라다크를 여행하면서 산사태를 끝없이 보기 때문에 저게 안무너지리란 보장이 없다. 어떻게 설명해야될까.    똑같은 바이킹이 있는데, 독일에 유명한 놀이공원에 있는 바이킹을 탔을 때의 안정감과 어디 소말리아의 놀이동산에 있는 바이킹을 탔을 때의 불안감?

워낙 산사태를 많이 목격하다보니 정말 절벽을 깎아 낸 길을 달릴 땐 위에서 산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끝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왜 이렇게 위험한 길을 가느냐 묻는다면,  정말 이 길의 끝에는 아름다운 마을들과 아름다운 사람들이 지상낙원 같은 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고, 마치 전래동화나 중국무협지에 나오는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동굴 끝에 들어가니 지상낙원이 펼쳐져 있었다는 것처럼 이 위험한 길은 지상낙원으로 향하는, 지상낙원을 외부로 부터 그나마 지켜주던 길이었던 것이다.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을 달리고 드디어 누브라밸리 초입쯤에 다다르자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이 펼쳐진다.  좁은 협곡에서 거대한 밸리의 초입.   지금 우리가 왔다갔다 한 곳은 누브라 밸리의 서안, 저 강 건너 똑같이 이렇게 누브라 밸리 동안의 마을들이 존재한다.  이 지구 끝 같은 곳에도 수 많은 마을들과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켠은 무슬림, 한켠은 불교도들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종교 뿐 아니라 인종 조차도 다르다. 좁은 반도땅에서 살던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다.











 [ 동영상 : 누브라밸리의 시원한 풍경을 동영상으로 감상해보세요, 모바일로 글을 볼 경우에 일반화질은 그냥 재생이 되고 고화질일 경우엔 다음 앱이 필요해요! ]

 훈드르,디스킷을 역으로 다시 거슬러 가면서  이스마일이 밥 먹을거냐고 묻는데 우린 늑장 부리며 투르툭에서 밥을 먹었기 때문에 점심도 건너 뛰고 마구 달렸다.    드디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로인 까르둥라에 다시 도착했는데 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저 멀리 까르둥라가 보이는데 그 곳부터 정말 끝도 없이 차가 줄지어 서있었다. 엇그제처럼 차가 막히는 것인가 싶었는데 너무나 차가 안빠져 보니 저 멀리 산사태가 났다. 그것도 꽤 크게,  도로 위로 거대한 바위들이 쏟아져있었다.  과연 오늘 내로 통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전히 막혔다.


중간에 보니 다른 한국팀들도 저 멀리 기다리고 있다. 아침일찍 출발한 팀인데 저 멀리 앞쪽에 있는 것으로 봐서 꽤 일찍부터 기다린 듯 했다. 그 팀을 보자, 느긋하게 출발하길 천만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산사태도 너무 익숙하고, 그냥 다들 차에서 내려 여자애들은 여자애들끼리 볼 일 볼려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여자애들이 정말 힘들 것 같다. 남자들이야 아무대서나 그냥 볼 일을 해결 하면 되는데, 여긴 다 트이고, 안보이는데서 볼 일을 보기 위해선 산을 하나를 넘어야 되는 수준. 여자애들이 정말 고생스러워보였다 ) 남자들은 담배 한대 피며 사태를 지켜봤다.


 놀면 뭐하나 카페나 블로그에 이런거 사진이나 좀 찍어야지 싶어서, 앞으로 천천히 걸어서 산사태 난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해발이 워낙 높은 곳이라, 숨이 가파졌기 때문에, 정말 천천히 한발자국씩 움직여 걷는데, 많이 고산지대에 적응이 됐긴 했나보다, 올라가는 언덕길을 나름 편하게 올랐다. 처음에 마날리에서 레로 향할 때 여기보다 훨씬 낮은 도로에서 오줌싸러 가다가도 현기증이 났었는데. 인간의 적응력은 놀랍다.







산사태 난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다보니 다른 한국팀을 스쳐지나가게 됬는데, 가볍게 인사 나누는데,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니 모두 넉다운 되어있다. 꽤 오랜기간 기다리며 많이 지쳐있어보였다. 나는 차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인사와 함께 가볍게 대화를 했다.
 
 " 얼마나 기다렸어요? "
 " 2시간도 벌써 더 기다린 것 같은데요.. " 라며 '두리안'과 이야기를 나눴다.

 두리안은 (이전 여행기 참조) 레에서 머물 때 옆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낮 술 먹으며 놀다가 자기네 누브라밸리팀은 아무것도 준비안하며 우리랑 같이 놀아도 되냐고 얘기했던 그 나이 많은 동안 여자다.  얘기 들어보니 꽤 기다렸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투르툭에서 밥까지 먹고 천천히 쉬다가 출발하며 늑장 부리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 산사태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맨 앞까지 걸어갔다.  가까이에 가서 산사태를 보니 장난아니다.  십여미터에 걸쳐 완전 무너져서 사람이 그냥 지나칠수 없었다.


 정말 이거 무너질 때 지나가던 차들은 염통이 쪼그라들었을 듯.
 다행이 큰 사고는 없었던 것 같은데 얼마나 다행인가,  늘 그렇듯이 라다크에서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나타났는지 불도저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저 불도저가 오면 금방 치울수 있겠지. 구경하고 있던 인도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들이라면 대충 시간을 알 수 있을터



" 이거 언제 다 치울까? "
 " 저거 왔으니까, 아마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 "

 역시 별일 아니란 듯, 익숙하다. 대수롭지 않다는 그 표정과 말투는 좀 짱이었다.  인도에 오면 모든게 느려지고 익숙해지는 것 같다.


 모든 공포는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까.  어릴 때 애들을 마음껏 뛰어놀게 했지만, 지금 엄마들은 얼마나 애지중지 하는가. 환경이 인간을 나약하게 만든다.





좀 구경하다가 다시 지프로 향하며 다른 한국팀을 스쳐지나가는데 두리안이 말을 걸었다.
  " 저기요.. 혹시 담배있으시면 담배 한대만 주세요 "


 어젯밤 이 팀에 그 쉐프 부심 부리는 찐따도 밤에 담배 빌리로 오더니, 쯧쯧.   그러게 우리 장보고 준비할 때, 뭘 그렇게까지 사가냐며 깝치던 사람들이.. 여긴 마실 물도 아무것도 없는 모양이었다. 아끼면 똥된다니까. 

담배를 주면서 잠깐 서서 다음 투어로 갈지 말지 고민중인 초모리리 인원을 구하고자 초모리리에 대해 말을 꺼냈다.  오늘 아침에 진이와 수가  함께 초모리리 가기로 결정해서 초모리리 가는 인원이 4-5명이 됐는데 기회이니 같이 가실꺼냐고 묻자.  


 두리안 " 저는 근데 판공초를 아직 안가서...  근데 판공초를 지프말고 로컬로(현지인들이 이용하는 교통편 이용) 가고 싶어요 "  라고 하는거다.


 판공초는 흔한 지프투어로도 갈 수 있지만, 로컬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는데 문제는 로컬버스가 주말에만 있는 것이 문제다. 늘 그러하듯이 이런 여행지에서 나름 좀 특이하게 여행하고 싶어하는 여행자들은 한번씩 도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내가 봤을 적엔 판공초에는 도착한다고 다가 아니기 때문에 나름 조언을 해주고 싶어 두리안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얘기해줬다.


 " 그래도 지프로 가면 원하는대서 멈춰서서 사진도 찍고, 출발하고 싶을 때 떠나고 싶을 때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지프가 나은 거 같아요 "
 " 네... 근데 너무 비싸서.. "
 " 제가 듣기론 가격 차이도 얼마 안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
 라고 말을 하는 순간


 이 팀에 그 존나 깝치는 여자애가 있었는데. 정말 내가 너무너무 싫어하는 스타일.  나 여행 좀 해요~ 인도사람 만나서 5초만에 어깨동무하고 사진찍기 스킬 등등, 인도부심의 전형적인 여자였다. 암튼 이 여자가 지프 앞자리에서 선글라스 끼고, 다리는 창 밖으로 쭉 뻗어서 나자빠진 건방진 모습으로 시선은  이쪽을 쳐다도 안보고 전방주시를 하면서 대화에 껴들면서 " 가격차이 많이 나요 " 


 이 지랄을 하는거다.  정말 내 예상대로 깝사대는구나 싶었다.


 " 로컬 얼만데요? "
 " 왕복 500루피요 "
 
 그러면 판공초 지프투어 가도 어차피 사람들이랑 뿜빠이하면 얼마 차이 안나네요.   어차피 판공초 초입까지 그 돈 주고 고생스럽게 버스타고 가나, 돈 좀 더 주고 가고 싶은데로 가는게 낫죠. 


 라고 얘기를 하니 별말 없다.  그리고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겨 우리쪽으로 향했다.







우리 차로 오니, 애들이 아침에 삶은 감자며  과일 , 과자, 음료수 등을 꺼내놓고 먹고 있다.   잘 준비한 댓가를  맘껏 즐겼다.  우리보다 훨씬 전에 와서 물도 없이 쫄쫄 굶고 있는 팀도 있는데 풍요로웠다.  어지간하면 나눠주고 싶은데 저 멀리까지 다시 이걸 가져다 주러 갈 사람이 아무도 없고, 저쪽팀에 호감을 보인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우리끼리 그렇게 즐겼다.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좀 늦게 2-3시간만에 길이 열리고 다시 레로 출발을 했다. 


 워낙 오랫동안 기다린 탓에, 까루둥라는 그냥 가볍게 패스를 하고 본격 내리막 길 시작.  시간이 늦고, 고산지대다보니 해가 금방 떨어져서 어느새 어둑어둑해진다.

낮에도 위험한 길인데 어두워지니 정말 스릴 만점!  우리 차 뿐 아니라 수 많은 지프들이 달리고 있었다. 원래라면 이정도 까지는 아닐텐데 길이 막혔다 뚫리는 바람에 정말 수십대의 지프가 일렬로 가는 진풍경이 펼쳐졌는데 여기서도 운전기사들 스킬이 나온다. 그 위험한 길에서도 엎치락 뒷치락 하면서 속력을 올려대는데 정말 인도새끼들 운전 쩐다. 이 새끼들은 머릿속에 위험,사고 이런 단어가 없는게 분명하다.

 



 어느새 완전히 밤이 되어버린 고산지대 도로를 신나게 달렸고, 드디어 저 멀리 불빛이 거대하게 보이는 레가 나타났다.  밤이 되어서야 레에 도착한 것이다.


 일단 다들 각자 취향도 있고, 큰 배낭이나 짐들은 원래 머물던 숙소에 맡겨놨기 때문에 숙소를 또 각자 잡기로 했다.   그래서 오피스에 내려서, 또 뿔뿔이 흩어졌다.  맥간에서부터 함께 한 나,쏘세지,하루 3명은 그렇게 또 함께 숙소를 구하러 갔다.  원래 머물던 숙소로 가니 완전 풀이다. 일단 숙소를 잡아야되긴 하는데 짐을 지고 숙소를 구하러 다니는게 너무 힘들기 때문에 일단 내가 짐을 지키고, 쏘세지와 하루가 숙소를 구하러 갔다. 그 사이 난 맡겨두었던 3명의 짐을 모두 꺼내어놓고 대기했다. 좀 지나자 애들이 돌아왔다. 다행이 금방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구했다고 그리로 향하는데 그 곳은 초우 게스트하우스. 


 원래 머물던 곳에서 더 한참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가야 있는 곳이었다.   숙소는 좋았는데 여기도 다 풀이고 방 하나만 겨우 났는데, 방이 가파르고 비좁은 나선형의 계단을 올라야 있는 꼭대기 방인데, 여길 그냥 올라가기도 힘든데 무거운 배낭들을 짊어지고 올라가니 정말 씨껍했다. 방에 가니 그래도 방은 괜찮았다. 한켠에 배낭놓고, 잠시 짐 풀고 휴식.



 그리고 우린 밖으로 나가 애들과 약속을 해놨기에 아미고에 가서 밥먹으려고 갔는데 너무 시간이 늦어서 신라면 밖에 없다기에 신라면에 공기밥을 시켜 먹는데 대박 맛났다. 완전 꿀맛이었다. 그리고 맥주도 한잔 가볍게 하는데 맥주를 미친놈들이 175루피를 받는거다.  겨우 존나 깎아서 120으로 만들어서 마셨고, 우린 다음 일정인 초모리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민이는 비행기표나 일정 문제도 있어서 아마 초모리리까진 함께 하기 힘들고 자긴 내일 스리나가르로 떠날 꺼라고 해서 마지막 밤이 되었다. 


 초모리리 가는 멤버는 일단 나, 쏘세지, 진, 수 이렇게 4명 확정인 상태.   하루 한명만 남았는데, 하루는 비행기표가 문제였다. 함께 하고 싶은데 비행기표를 바꿔야만 갈 수 있는 상황. 그래서 내일 비행기표를 만약에 바꾼다면 함께 하고 못바꾼다면 그냥 민과 함께 스리나가르로 떠나기로 결정을 했다. 덕분에 밥먹으면서 하루 비행기표 바꾸는 문제 때문에 한참 논의를 했다. 



 맥간에서 현아때문에 만나게 된 하루,   우리를 엮어준 현아는 정작 마날리 이후 부터는 못만나고 있지만, 우리와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나,쏘세지,하루 3명이서 정말 아주 끈끈한 정이 생겼는데 하루가 꼭 비행기표를 바꿔서 함께 했으면 좋겠단 마음이 간절했다.  숙소로 돌아와 하루 노트북으로 사진정리 하다, 담배 한대 피우려고 밖으로 나오는데, 하루도 슥 일어나서 따라 나온다.   나도 아쉬운 맘이 들고, 하루도 아쉬운 맘이 들고, 우린 어느새 거의 한달의 시간을 함께 했다. 그간 즐거웠던 일들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하는데  비가 온다. 



 신기하다 이 건조한 레에 비라니...
 하루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밤이라고 생각하는 슬픈 밤인데 
 그 슬픔을 적시는 신기한 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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