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 4월의 이야기 후편


 전편 먼저 보기 링크 클릭


 평창에 다시 돌아온 우린 평창 장으로 향했다. 마침 장날이라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 것을 그냥 지나칠리가 없고 신나서 장 구경을 한다고 하고, 나와 동생은 피곤해서 그냥 차에서 쉰다고 하고 차에서 한숨 잤다.

 자고 일어나니 한참 시간이 지나 장에서 온갖 것들을 사서 트렁크를 가득 채웠다.

 장에서 구입한 것들도 있지만, 평창 사람이고 또 원체 옛날부터 평창에 들락날락 한 것도 있기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친구부터 할머니 때부터 아는 사람들까지 많은 분들이 이것저것 챙겨줬다고 한다. 마음이 풍성해져 기분도 좋아진 부모님. 

 그리고 우리는 입탄리로 들어갔다.
 평창 입탄리가 아버지의 고향이다. 즉 나의 본적지.

 꽤 오랜만에 입탄으로 향하는 길 평창시내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지만 입탄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내가 어릴 적 이 곳에 대한 기억은 정말 비포장의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야만 했다. 그래서 승용차는 미끄러지기 일 수 였고, 강원도를 자주 다니던 우리 가족들 중 둘째 삼촌이 이 길을 쉽게 넘어가기 위해 갤로퍼를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어쨌든 지금은 너무나 깔끔하게 잘 정비 된 포장도로. 

 여기에 포장도로고 깔린 후에도 입탄에선 몇년 동안은 핸드폰이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시간인지라 이 곳에서도 핸드폰이 드디어 터진다. 완전 속세와 단절된 듯 한 입탄에 들어서자 참 많은 것들이 바뀌었음이 느껴졌다. 길들도 깔끔하게 포장되었다. 일단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아버지의 생가가 있던 곳.

 고향에 대한 애착이 큰 아버지는 정말 돈이 생길 때마다 입탄에 있는 땅들을 사들였다. 아버지 주변에 부동산이나 건축 사업 하는 분들이 많아서 내가 어릴 때부터 많은 분들이 부동산과 건축으로 정말 큰 부를 이룬 분들이 많은데 가끔은 아버지가 그 분들이 땅 사라고 해놨던 곳들을 다 사놨더라면 정말 큰 부자가 되었을꺼라고 아쉬워하는 소리를 한 적이 있다. 어쨌든 미련스럽게도 그저 고향에 대한 진심,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 입탄리에 땅을 엄청나게 사들였는데 그게 가능했던 것은 정말 이 곳의 땅값이 거의 공짜에 가까웠으니 가능했다. 

 어쨌든 아버지 생가가 있던 곳과 주변 땅은 지금 다른 사람에게 맡겨 우리는 도지를 받는데 그 곳에 가니 세상에, 입탄에 마을 회관도 생기고 펜션도 많이 들어섰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거의 죽은 동네였는데 지금은 서울에서 이 곳 땅을 사서 집 지은 사람들이 많아서 고즈넉한 전원주택 때문에 제법 분위기가 살아났다. 어쨌뜬 아버지와 어머니는 도지 준 그 집에 들어가 이런저런 담소를 하는 동안 나는 오랜만에 입탄 이 곳 저 곳을 산책했다.

 제일 먼저 송어장으로 향했다.

 내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아버지가 잘나가던 시절 좀 쓸데 없는 짓을 많이 했는데 그 쓸데 없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이 송어장이다. 송어를 키운다고 송어장을 만들었는데 어릴 때는 엄청시리 크게 보였는데 지금 보니 조그맣다. 이 곳은 입탄에 최고 명당이다. 왜냐하면 입탄리를 흐르는 계곡과 별개로 바로 이 곳에서 샘이 솟는데 정말 맑고 차다. 그 샘물이 송어장으로 흘러들어와 물을 차지하고 있는데 정말 이 땅이 우리가 가진 땅 중 가장 알짜배기 땅이다.  실제로도 구입하겠다는 의사가 가장 많으며 온천수가 나면 대박이라는 말처럼 샘물이 나오기 때문에 한 때 땅값이 쌀 때도 이 땅 하나가 나머지 수만평의 땅들 가격과 맞먹을 정도였으니 말은 다했다.






[ 이 곳에서 샘물이 솟아난다. 정말 맑은 물 ]





[ 내가 10살 막 이럴 때, 식목일 날 와서 아버지와 저 나무를 심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 밭인 저 자리에 집이 있었다. ]







 그리고 한 때 집이 있던 자리는 집이 사라지고 큰 밭이 되었는데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벚꽃나무다. 내가 어릴 적에 이 나무들을 심었으니 족히 20년은 되었을 나무들이 지금은 크게 자라서 계곡 주변에 화사하게 펴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놀라웠다. 

 나는 발걸음을 옮겨 아버지가 다녔던 입탄 분교 쪽으로 향했다. 이 곳 역시 한 때 아버지가 고향에 대한 애착으로 군에서 빌려서 별장처럼 썼었다. 사람들 데리고 놀라와서 학교안에서 자고, 그랬는데 나도 한 10년 전쯤에 친구들과 여름에 놀러와서 여기서 자고, 친구들과 몇번 놀러오곤 했었다. 별장이라면 별장아닌가! ㅋㅋㅋㅋ






 

 하지만 오랜만에 오니 분교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터만 휑하니 남겨뒀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도지 준 집으로 가니 이 집 고양이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는데 와서 부비적거리는 모습이 고양이가 아니라 영락없이 개였다. 실제로도 개냥이였다. 말도 잘 듣고 처음 보는 나를 엄청 졸졸 거리며 쫒아다녔다.  귀여운 녀석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고 그 집에서 한참 담소를 나누며 술 한잔 하던 부모님은 자리를 파하고 나오고 우리는 다시 차에 올라 또 다른 곳으로 향했다.










 우리가 향한 곳은 입탄리에 들어오는 초입에 위치해 있는 또 다른 우리 땅이었는데,  이 곳의 한 부분을 아버지가 친구분에게 팔았고 그 친구분이 거기에 집을 짓고 있다하여 들른 것이다. 나는 잘 몰랐지만 여기가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그 수 많은 쓸 데없는 땅 중 정말 땅 같지도 않은 땅이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표현대로라면 " 땅 같지도 않고 을씨년 스러울정도로 여긴 아무것도 없었어 " 


 하지만 그리로 향하니 산을 깎아 낸 곳에 조립식 주택이 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 곳 앞에는 입탄에서 제일 좋은 계곡 스팟 두 곳이 자리 잡고 있었다. 높은 곳에 지어진 집이 제법 멋드러졌는데 부모님이 감탄을 한다. 원래의 이 땅 모습을 모르는 나로선 부모님의 감탄이 그리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정말 여기가 완전 180도 변했다는 거다. 아버지 친구분이 어지간히 노력하신 듯. 언덕길을 올라 공사현장에 가니 아버지 친구분이 계셨다. 

 아버지 친구분과 그 분의 아들 이렇게 단 둘이서 여기를 작업하고 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정말 단 한번도 인부를 쓰지 않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작업을 직접 했다는 말에 믿기지가 않을 지경이었다. 작은 포크레인까지 구입했다고 하니 참 대단스러웠다.

 공사중인 집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 기가 막혔다. 높은 곳에 위치해서 풍경도 좋았는데, 제일 하이라이트는 2층이었다.
 계단을 따라 2층에 올라가니 세상에나 제일 먼저 벽을 뚫고 들어온 소나무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 가게에서 오랫동안 안팔렸던 등인데, 언젠가 통나무 집 짓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사가겠지 싶었는데 역시 예상대로 이런 전원주택에 들어와버렸다. 가게에 있을 땐 유행지난 등이었는데 LED전구를 끼워 아주 멋진 등이 되었다.  사람의 손길이란 이토록 아름다울 때가 있다 ]


 산 허리를 깎아 만든 집이다보니 2층은 산과 마주하고 있는데 거기에 자란 소나무 가지를 그대로 살려서 집안에 소나무 가지를 들여서 나무 향이 기가 막혔다. 게다가 문을 열고 나가면 곧바로 산의 계곡이 보였는데 정말 감탄을 넘어서 너무나 멋졌다. 이런 곳에서 살면 너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참 기술이 좋았다.

 부모님과 나와 동생 4명이서 계속 우와 우와 하며 감탄만 했고, 친구분은 흡족한듯 웃었다. 계속 아버지에게 " 집 지어줄게 자재값만 대 " 라며 계속 얘기를 했다.  아버지가 이 땅을 팔았지만 여전히 이 바로 옆과 앞과 계곡 건너편도 우리땅이어서 이 집 옆 부지에 아버지 친구분이 계속 집을 지으라고 권유했다. 


[ 2층에서 문 열면 보이는 풍경, 사진엔 안나왔지만 기분좋게 계곡이 올려다 보인다, 왼쪽엔 통나무로 만든 벤치가 보인다 ]



[ 2층과 이 산에 구름다리로 연결해서 2층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대자연! 진짜 짱이다. ]



 부모님은 정말 계속 감탄하며 " 이러니까 저 땅 (이 집 옆에 우리땅) 팔라는 사람들이 계속 오는구나 " 
 옛날에 어머니 표현대로 관리가 안되어 그냥 나무로 우거진 땅같지 않던 땅이 이렇게 사람 손을 타고 멋지게 탈바꿈하고 나니 돌덩이가 보석이 되버린 것이다. 이 집 덕분에 바로 옆 우리 땅의 가격도 자연스럽게 오르며 그 땅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정말 사람은 위대하다.

 한참을 집 구경을 한 뒤에, 우리가 싸가지고 온 막걸리며 이 것 저 것 먹을 거리를 함께 나누자며 마당으로 나왔다. 적당히 큰 돌을 식탁 삼아 술판을 벌였다. 시원한 공기와 고요함, 그저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 나는 이 곳에서 막걸리 한잔을 하니 정말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어머니는 아래서 계속 짓고 있는 집을 올려다보며 부러운듯이 이야기를 했다. 나도 그러했다. 정말 이 곳에서 계속 살지는 못하더라도 이런데 집 한채 저렇게 지어두고 주말에 친구들이며 사람들과 함께 놀러와서 고기도 구어먹고 술도 한잔 하고 그렇게 놀면 얼마나 좋을지...

 어쨌든 친구분이 계속 앞으로 이 곳 개발 계획을 설명을 해주는데 이 분이 지금까지 작업하신걸 보면 정말 여기가 아주 멋진 곳으로 탈바꿈 할 것 같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석으로 만들었다. 기분 좋게 술 한잔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여기저기 혼자서 산책겸 걷는데 정말 처음으로 귀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와서 맑은 공기 마시면서 있으면 세상 걱정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기에, 아직 해야 할 것들이 많기에 잠시 접어둔다.


[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친구분과 아들 둘이서 저 모든 걸 일구었다. 정성어린 손길 ]



[왼쪽으로 우리 땅] 








 저녁에 할 일이 없어서 매일 소주 2병을 마시고 주무신다는 친구분의 얘기가 공감갔다. 정말 이런 두메산골에서 밤에 무얼 하겠는가 더군다나 지금 공사하고 있는 집이기 때문에 2층 한쪽 구석에 침대를 가져다 놓고 거기서 생활하시다보니 더 적적하실 듯. 일을 돕는 친구분의 아들도 대단하다. 

 한참 대화를 끝내고 우리는 서울로 가기 위해 어쩔수 없이 작별하는데 적적했던 그 곳에 사람들이 왔다가 또 떠나니 얼마나 또 다시 적적할지. 하지만 기분 좋은 미소로 배웅을 해주시는 친구분과 아들. 배웅을 받고 차를 타고 입탄을 빠져나가며 계속 감탄 했다. 정말 초입에 계곡 건너에 딱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저 집이 정말 돋보였다. 어머니가 계속 아버지에게 저런 집 우리도 짓자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과연..


 이제 볼 일도 다 봤기 때문에 서울로 올라가기로 하고 길을 떠나는데 좀 달렸을까, 방림에 도착했을 때 즈음 갑자기 어머니가 " 야 너 막국수도 좋아하는데 올라가기 전에 저녁으로 막국수나 한번 더 먹고 가던가 " 

 라며 막국수 사랑에 불을 지피는데 

 " 그닥 아직 배가 안고파서.. "
 " 맞다.. 여기 맛있는데 있으니까 방림 온김에 먹고 가 " 라며 아버지가 결정을 해버렸다.


 정작 나는 강원도에 참 많이 왔지만 방림에서 막국수를 먹어본 기억은 거의 없는 듯 한데 갑자기 부모님 둘이서 " 여기 맛있는데 있잖아 "  " 어 거기 할머니가 하는데 눌러주는 집 있지 " 이러면서 대화를 하는 걸 보니 이 곳에도 꽤 맛난 막국수 집이 있는듯.  차를 타고 가면서 뒷좌석에서 부모님이서 막국수 집 위치를 설명한다.

 " 여기서 오른쪽에 있을텐데... "

 " 아 저기 있다 "

 금방 찾은 막국수집.
 겉모습은 별로였다.

 막국수집 간판은 달고 있는데 입구에 온갖 잡스런 음식들을 다 파는 모양새가 첫 인상이 별로였다.
 그리고 들어갔는데 카운터에 있는 책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수 많은 맛집인증,방송 탔다는 광고 1000개와도 견줄 수가 없다는 식객이었다.
 
 "설마... "

 보니까 진짜 식객에 나온 집이었다. 대박
 
 식객 때문에 완전히 급 기대감이 폭주, 우리는 일단 자리를 잡았다. 갈비도 팔고 있어서 고기를 좋아하는 동생 때문에 갈비도 함께 먹기로 하고 막국수와 갈비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데 가게에 손님이 한명도 없고 심지어 일하는 사람들 조차없다.

 가게를 지키고 있는 사장님 혼자서 음식,서빙 모두 다 하는 상황.

 간단한 밑반찬과 된장(쌈장)이 나오는데, 된장 색만 보고도 뭔가 느낌이 좋다.
 동생 표현으로는 " 장 색만 봐도 맛집 포스 "

 게다가 장맛도 정말 좋았다. 먼저 갈비가 나오는데 갈비가 엄청 맛나보였다. 그리고 숯불에 익혀서 갈비를 한 입 먹는데 개꿀맛이었다. 솔직히 가격이 조금 비싸고 양이 적은 것을 제외하면 아주 훌륭한 맛이었다. 정말 양념이 기가 막혔다.




[ 밑반찬도 너무 맛있다 ]


[ 막국수의 단촐한 고명, 특히 하얀 무가 최고였다. 무의 아삭한 식감, 적당히 절여져 막국수의 맛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 


 감탄하고 있으니 막국수가 나왔는데 동생녀석은 막국수를 시키지 않은 터라 바깥쪽에 앉아서 막국수를 나에게 건네주려다가 수저를 들더니

 " 잠깐 내가 맛좀 보고 "
 수저로 막국수 국물을 떠먹더니 갑자기 표정이 엄청나게 밝아지며 웃는다.

 " 대박인데 "
 " 나도 하나 시켜야겠다 "


 나도 얼른 막국수를 받아 들고 국물을 들이키는데 진짜 꿀맛이었다. 대박. 







 아 이렇게 기분 좋은 맛이 얼마만인가, 정말 오랜만에 맛있는 막국수집 발견. 동생은 급한지 일어나서 주방으로 가서 막국수 한그릇을 더 주문한다.  정말 맛있는 고기와 막국수 모든게 훌륭했다. 진짜 좋은 집을 발견한 기분.(정확하게 말하면 발견이 아니라 부모님이 알고 있는 곳에 데려온 거지만...)


 너무나 맛있는 막국수에 다들 기분이 좋아졌다. 가족 모두 이 곳이 맛있다며 칭찬 또 칭찬. 기분 좋게 먹고 나오는데 동생이 " 사람들 데리고 올만한 식당을 오랜만에 발견했네 " 라고 하는데 정말 동감. 나중에 친구들과 평창에 놀러오게 되면 이 식당에 꼭 데려와봐야겠다.





[ SINCE 1968 역사가 말해주는 맛집 ]

 어느새 어둑한 밤. 
 우린 기분 좋게 서울로 향했다.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 방림 메밀막국수
도움말 Daum 지도
  1. 로제 2014.05.04 16:31 신고

    개꿀맛

+ Recent post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