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59 물에 잠긴 암리차르, 눈물에 잠긴 우리들 


 이번 여행기는 이 여행기에 나오고, 함께 여행을 한 여행 쏘울메이트 '쏘세지'에게 바칩니다.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던 여행이었습니다. 정말 이 날을 다시 한번 회상 할 때 마다 잊을 수 없었던 그 감정. 정말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 견디게 해줬던 당신이 있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번 편을 'S'에게 바칩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창 밖을 보니 여전히 비가 온다.
 창 밖으로의 풍경은 내가 머무는 값싼 숙소의 여느 창 밖의 풍경과 비슷하다. 
 세기말 적 분위기를 뿜어내는 낡은 건물들. 복잡하게 얽혀있는 전선의 모습. 내 방 창문이 비둘기들의 휴식처인듯, 비를 피해 창가로 몰려있는 비둘기 떼들이 구구 소리를 낸다. 창가로 다가가자 후다다닥 도망을 간다. 

 비가 이렇게 와서야, 뭐가 되겠나.
 세상 모든게 일장일단이 있듯이 대신에 지독한 더위를 피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인도여행하며 다른 여행자에게 들은 바, 지금 암리차르는 연일 40-50도를 육박하는 찌는듯한 더위에, 암리차르에서 국경을 넘으면 있는 파키스탄의 대도시 라호르는 거의 60도를 찍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토나올 것 같은 더위. 하지만 연일 계속 되는 비로 다행이 그 더위는 느끼지 못했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가 온다. 
 비움의 법칙을 그 어느 때 보다 손쉽게 느껴볼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다만 거세게 오는 비에  황금 사원을 구경 하는 일도, 파키스탄 넘어가는 일도 모두 걱정이다.
 그나마 즐거움 속에  어제 하루 빡세게 이동한 여독을 풀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때론 못쉬고 끊임없는 이동을 반복 할 때가 있는데, 그래도 하루 푹 자는게 고단함을 풀어준다.  이제 다시 빡세게 이동 할 동력을 얻었다.  쏘세지가 잠이 많아서 자고 있어서 나는 밀린 일기 정리를 하고, 소일거리로 2시간 정도 밍기적 거리며 놀다가 쏘세지도 일어나서 우린 함께 밖으로 나갔다.  

 나도 사실 준비 안해가는 여행자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돈데, 쏘세지도 보통이 아니다. 
 얘도 거의 무념무상으로 넘어왔다.

 사실 대부분의 여행자가 잘난척을 하고 싶은 건지, 혹은 그들 역시 내가 준비를 안해왔다는 말을 잘난척으로 여기는 건지 몰라도, 입으로는 저도 준비 안했어요 라고들 얘기하지만 사실 대부분 그들의 비교대상은 무척이나 준비를 철저히 하는 이들일 뿐인거지 내 눈에는 그들도 어느 정도 준비를 해 온 여행자다. 물론 이게 준비를 했으면 잘난 여행자 안했으면 못난 여행자라던가 어떤 비교의 대상이 아닌데 많은 이들이 참으로 오해를 한다. 

 어쨌든, 둘다 파키스탄에 가겠다고 파키스탄 비자를 받아놓고서도 전혀, 준비가 안되있다.
 둘 다 그 흔한 파키스탄 정보하나 없고, 가이드북도 없는 상태. 그냥 파키스탄에 가겠단 생각만 있는거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다. 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건 말그대로 백지상태라는 거다.

 
 이 상태에선 정말 심각해지기 때문에, 우리는 론리플래닛 파키스탄 편을 찾는걸 우선순위로 두었다.
 일단 숙소에서 나와 근처를 돌면서 서점을 찾았다. 근데 사람들에게 물어도 책방은 없고 있더라도 황금사원 근처다보니 서점이라기보다는 경전을 파는 종교물품 판매점에 가까웠다. 절망. 일단 허기가 져서 우리는 황금사원 근처에서 마침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작은 식당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곳은 지금 아침이라 그런지, 제대로 된 밥을 파는게 아니라, 이 지역 특유의 기름에 한번 튀긴 짜파티를 아침식사로 파는 곳이었다.





 뭔가 제대로 된 걸 먹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일단 대충 그것으로 끼니를 때우고, 밖으로 나왔다.
 배는 부른데 금방 배가 꺼질 것 같은 기분.


 잠시 빗속을 헤집고 다니니 너무나 지쳤다. 일단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를 하는데 대책이 없다. 
 비는 쏟아져 내리고, 파키스탄은 넘어가야 하는데 파키스탄 정보는 하나도 없고 죽을 맛이다. 레에서 론리를 봤을 때 사두고 틈틈히 봤어야 했는데 대책이 안나오는 상황.  일단 우리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배낭을 꾸리면서 12시 체크아웃시간까지 숙소에서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뒤에,  밖으로 나왔다. 어제 국경까지 가는 차편을 알아 본 여행사로 가서 물어보니 100루피라는 말과는 달리 오늘은 뜬금포로 150루피를 부른다. 도대체 뭐 이딴 새끼들이 다있나.

 거기다가 배낭을 내려놓고 쏘세지에게 배낭을 지키라 하고, 나는 곧장 밖으로 나가 비를 헤치며 수 많은 여행사들을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110루피짜리 교통편을 구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곳에 배낭들을 맡겨놓고 이제 본격적으로 론리플래닛을 찾으로 출발했다. 설마 암리차르에 론리 파키편이 없을까, 분명 파키스탄에 넘어오는 여행자들이 어딘가에 팔거나 두었을 것이란 믿음. 왜냐하면 이제껏 모든 여행국가가 그러했으니 말이다.  타임리밋! 국경으로 떠나기 전까지. 





 비는 어느새 그쳤으나, 도로는 완전히 물에 잠긴 상황이다.
 그냥 맨땅을 걸어다니라고 해도 지금 지칠 상황에, 물에 잠긴 도로를 따라 지리도 모르는 곳을 그 곳도 책방을 찾아 헤맸다.
 수 많은 이들에게 책방을 물어 본 결과 많은 이들이 가르쳐준 방향으로 가니 세상에나! 헌책방 거리다. 여기저기 책방들이 밀집해있다.

 나이스 럭키!!

 하지만, 왠걸 그 책방들은 대부분 전문서적을 파는 대학가의 헌책방 같은 곳들이었다.
 론리플래닛 따위가 있을리가 만무..





 절망이다. 우리는 계속 물에 잠긴 도로를 걸으며 끊임없이 헤맸다. 이젠 서로 급해져서 쏘세지도 나름대로 한쪽편의 헌책방들을 계속 들어가고 나도 한쪽편을 맡아서 계속 훑으며 지나갔다. 절망스러운 순간, 한 인도인이 저 멀리를 가리키며 거기에 큰 책방이 있다고 알려준다. 우리는 신나게 그리로 향했는데 멀리서 눈에 들어오는 책방은, 딱 느낌이 왔다. 외국인들을 위한 책방. 이른바 영어서적이나 고급서적을 파는 곳. 감이 왔다. 저런 책방에 론리플래닛 팔지!!

 암만 요르단 수도지!!!


 신나게 갔는데 론리플래닛이 있다.
 근데 인도편만 있다.

 오 마이 갓!!
 이 미친놈들아 인도에서 왜 인도편을 팔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정말 절망스러웠다. 혹시나 싶어서 정말 큰 서점 없냐고, 혹시 론리플래닛 파키스탄 편을 구할 곳이 있을까 물어봤더니 시내에 대형쇼핑몰에 있는 서점엔 아마 팔지도 모르겠다는 얘기를 한다. 그래 쇼핑몰. 쇼핑몰이라면 있을 법하지. 잠시 쏘세지와 논의를 했다. 

 " 어떻게 쇼핑몰 가볼래? "
 " 모르겠어... "
 " 아...거기도 없으면 진짜 야마 돌듯.. "
 " 그냥 라호르 넘어가면 있지 않을까? "
 " 그럴거 같기도 한데 또 여기 암리차르 꼬라지보면 라호르라고 있을것 같지도 않고, "





 둘의 얘기 끝에 암리차르에서는 구하기 힘들 것이란 생각으로 결론을 내리고 우리는 라호르로 넘어가서 사기로 마음 먹었다. 서로 이미 완전히 지쳐있었던 듯. 둘이 말없이 다시 황금사원근처로 물에 잠긴 도로를 헤치며 돌아오는데  둘 다 많이 지쳐있었는지, 눈 앞에 보이는 CCD가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쏘세지 말에 CCD에 갔다. 1층엔 서양인 여행자 둘이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우리는 2층이 있다길래 2층으로 향했다. 

 그런데 2층에 올라가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무슨 매음굴 분위기.



 인도 연인들로 가득 차있는데 노골적인 애정행각 중. 정말 제대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 새끼들 은밀한데서 이러는건 알고 있었지만, 여긴 칸막이도 없는데, 정말 짱이다. 새삼 또 인도의 섹스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괜히 인구가 12억이 아니니까, 카마수트라의 발원지이니까!


 잠시 앉아 쉬면서 멘붕을 가라앉혔다. 어차피 파키스탄 가서 구하기로 한거 이젠 더이상 아무 생각이 안들었다. 일단 황금사원이나 얼른 보러 가자고 얘기하고 우리는 CCD에서 나와서 황금사원으로 향했다. 


 시크교도의 성지 황금사원은  입장하기 위해 많은 경건한 의식이 필요한데, 일단 시크교의 상징인 터번처럼, 시크교도가 아닌 이들도 머리에 두건으로라도 머리카락을 가려야만 했다. 그렇다보니 황금사원 근처는 허접스러운 두건을 파는 곳들이 많았는데 가는 길에 10루피를 주고 두건을 하나 사고, 황금사원으로 향했다. 대규모의 신발맡기는 곳이 있었는데 물론 무료다. 신발을 맡기고 거기에서부터 황금사원까지는 맨발로 향해야만 했다.

 경건한 그들의 마음가짐 만큼 수 많은 인파.




 맨발로 진흙탕이 된 길을 걸어서 빙 돌아 황금사원 입구로 향했다. 인파가 많아서 종종걸음으로 향하는 길, 드디어 황금사원의 입구에 다달았다.
 입구엔 시크교의 전사들이 위엄있는 복장과 표정으로 시크교 전사의 표시인 창을 들고 지키고 있다. 

 그리고 입구는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물이 흐르는 곳이 있었는데 이 곳에서 정성껏 발을 닦아야만 했다.
 발을 깨끗히 닦은 후, 입장.




 황금사원에 들어서자 눈 앞에 큰 호수가 펼쳐져 있고 그 호수 가운데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황금사원이 있다.
 
 사진으로만 봤던 그 곳. 시크교의 최대 성지
 관광객도 그만큼 많았는데 엄청났다. 날씨가 흐린게 안타까울 지경.

 성지 답게 시크교도들은 최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 남자들은 성지에 몸을 담그느라 여념이 없다. 호수 둘레를 거쳐 모두가 목욕의식을 하고 있다. 시크교도가 아닌 대부분의 인도인 관광객들은 흔한 유적지에 온 마냥 신나게 기념사진을 찍기 바쁘다. 













 우리는 거대한 황금사원 주변을 한바퀴 돌며 간략하게 구경했다.
 여유있게 오랫동안 구경하고 싶었으나 우린 다시 시간에 쫒겨 여행사 가야만 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황금사원에서 나와 여행사로 갔는데 이새끼들 너무 티나게 나가서 다른 여행사 쇼부치고 온다.
 어쨌든 기다렸다가 여행사 새끼 따라서 다른 여행사가서 좀 기다리다가 드디어 미니밴(마날리-레 갈 때 탔던 크기)에 올랐다.  인도 게 말도 안되게 사람들을 채워놓고 출발. 스타트는 아주 기분 좋았다.





잠깐! 인도-파키스탄 국경 정보 

 여기서 잠깐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파키스탄 국경에 대해 설명하겠다. 
 파키스탄 - 국경 - 인도   (파키스탄과 인도는 한 때 같은 나라였다. )

 파키스탄 라호르 (대도시) - 와가 (국경마을) -  국경 - 아타리(국경마을) - 인도 암리차르 (대도시)
이런 구조다.

그러니 우리는 아타리 국경 마을을 지나서 국경 바로 앞까지 가야만 했다. 국경마을이라고해서 아타리에 바로 국경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국경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마을일 뿐인 것이다. 진짜 국경까지는 아타리에서도 다시 싸이클릭샤등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 




다시 여행기로!

 어쨌든 잠시 주유소에 들려서 기름을 넣는데 기사가 존나 친절하게 쪽지에다가 차 번호와 시간, 연락처 등을 알려주면서 국경 쇼를 보고 난 뒤에, 이 차번호를 찾아 이 시간까지 오라면서 쪽지를 준다. 그래도 외국인이라고 따로 이렇게 챙겨주는게 고마웠다. 하지만 우리는 어차피 파키스탄으로 갈 예정이라 별 상관은 없다. 

 그리고 암리차르를 떠난지 1시간 여후에 드디어 아타리보더에 도착했다.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다. 
 정말 말도 안되게 많은 차들이 있었다. 농담아니고 뭔 차가 이렇게 많은지 거의 몇백미터 1킬로미터는 족히 도로 양쪽으로 차가 주차가 되어있다.  차는 바로 앞까지 갔다가 도무지 주차 할 공간이 없고 인파들이 많으니 다시 거꾸로 차를 돌려 역주행을 하기 시작. 역주행해서 오는 차들을 피해서 한참 떨어진 곳에 겨우 주차를 했다. 차에서 내리는데 모두 가벼운 차림으로 국경 쪽으로 향하는데 나와 쏘세지는 차안에서 배낭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사가

 " 너네 배낭 왜꺼내? "
 " 우리? 파키스탄 갈껀데... "
 " 파키스탄 못가.. 지금 국경 문닫았을껀데.. "
 " 엥? 몇시에 문닫는데... "
 " 4시.. "
 시간을 보니 4시 10분이었다. 난 또 씨발 국경쇼한다길래,,,  쇼를 하니까 국경넘을 수 있는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일단 국경 닫아놓고 쇼하면서 그냥 국경 닫는 퍼포먼스 하는 거였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첨알았다.

 아 씨발 진짜 어디 여행 블로그나 여행 정보 조금만 검색했으면 나올 정본데 준비를 안했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지금은 웃지만,
 이땐 정말 머리가 뗑 했다.



 존나 마음이 급해지고 콩닥거리면서 당황해 하고 있으니 기사가 가서 알아보라고 닫았다고 그래서 쏘세지는 차에서 짐 지키라고 하고 혼자 빗속을 뚫고 미친놈처럼 달려갔다. 정말 어디가 국경사무손지도 모르는데 그냥 막 뛰었다. 그러다보니 한쪽에 국경사무실로 보인는 큰 게이트가 있다. 거기에 가니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 헉헉... 국경.. 나 파키스탄 가야되는데.. "
 " 국경 닫혔는디... "
 " 아 씨발..아... 좀 들여보내주면 안돼? "
 " 안돼. 내일 다시 와 "
 " 아...씨발 몇시에 문닫는데..."
 " 4시 "

 아..정말 10분만 빨리 왔어도...... 미칠것 같았다.
 되는 일도 드럽게 없지. 비에 쫄딱 맞은 상황에서 정말 복잡한 심경으로 다시 차로 돌아오는 동안 머릿속에선 수 많은 경우의 수들이 날라 다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는게 최적일까. 멘붕이 왔다.

 차에 돌아와 쏘세지에게 말했다. 
 국경 문 닫힌 거 맞고, 내일 다시 와야 된다고. 둘이서 멘붕에 빠져있는 이 와중에 기사가 나에게 와서 말을 건다.


 " 너네 다시 암리차르 가야되는데.. 돈 100루피씩 더 내야돼 "
 " 뭔 개소리임? "
 " 너네 파키스탄 국경 넘는다고 편도 돈만 냈잖아. 그러니까 암리차르 다시 갈려면 100루피씩 더 내야지 "
 

 진짜 씨발 완전 개소리에 안그래도 멘붕왔는데 이건 넘어진놈을 짓밟는 짓이었다.

 " 개수작 떨지마 미친놈아, 내가 물어봤거든 우리 파키스탄 넘어가니까 편도로 더 싸게 안되냐니까 편도든 왕복이든 가격 똑같다고 "
 " 아니야.. 니가 잘 못안거야 "
 " 뭘 아니야 저 인도인들이 그러면 200루피씩 주고 여기 왔다고? "
 " 어. 맞어 "
 " 맞긴 뭘 맞어 미친놈아 "


 존나 기사랑 싸우는데 옆에서 쏘세지가.. 
 " 오빠, 내가 봤을 때 진짜 사기야 사기. "
 " 알어 나도.. 씨발놈이 아까전에 차번호랑 연락처 적은 쪽지도 줬잖아 "
 " 아니, 아까 오빠가 국경갔을 때 이 기사랑 다른 기사들이랑 얘기를 막 나누는데 "
 " 어.. "
 " 다른 기사들이 부추긴거 같아. 100루피씩 더 받으라고.. 막 우리 기사한테 다른 기사들이 얘기하면서 엑소루피 어쩌구 하면서 막 웃더라고 "

 

 정말 안그래도 멘붕이 왔는데 기사 새끼까지 이러니까 미쳐버릴 것 같았다.
 진짜 멘붕이 왔다.


 하지만 여기서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여행이 재밌는 이유는 끊임없는 판단을 해야한다는 것. 그 판단이 모든걸 바꾸어놓는다.

 어쨌든 금방 정신차리고 기왕온거 가방은 못가지고 간데서 가방을 일단 차에다 두고 국경쇼를 보기 위해 출발했다.
 씨발 남들은 암리차르에서 돈내고 쇼 보러도 온다는데 뭐 그냥 손쉽게 마음을 바꾸면 그냥 우리는 쇼를 보기 위해 여기 왔다고 생각하면 되는거다. 

 국경을 넘어갈려다가 실패한게 아니라,
 그냥 국경 쇼를 보러 왔다고 생각하면 맘 편한 일이었다. (단지, 다시 암리차르로 가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또 숙소를 구해야하고, 다시 또 여길 와야 한다는 것.) 몇가지를 제외하면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편했다.

[ 사진은 잠시 폭우가 그친 순간 찍은 것, 폭우가 올 때는 도저히 찍을 수가 없는 수준 ]

 우리는 마음을 비우고 국경으로 걷기 시작했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정말 그 수 많은 차에서 내린 수 많은 인파들.

 이제까지 인도여행을 하면서 본 인파와 차량은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었다. 그리고 국경에 가까이 가면 갈 수록 사람들이 미친 것처럼 무슨 사이비종교에 빠진 것처럼 구호를 외치며 보더(국경)로 향했다. 광신도 같았다. 비는 정말 폭포 수준으로 쏟아붓고 있었다. 도로는 국경 답게 정갈했지만 어느 곳에 다다르자 바리케이트가 쳐져있고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더이상 나아갈 수 없는 상황. 사람들은 정말 미친놈들처럼 구호를 외치는데 솔직히 좀 무서웠다. 애국좀비 같은 느낌.

 사람이란게 참.. 이성이 마비되는듯, 국가가 뭐라고, 군중심리로 모두다 애국자라도 된 마냥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군인들은 일단 여자들만 우선적으로 먼저 들여보내기 시작한다. 쏘세지도 먼저 들어갔다.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얘기하곤 있는데 드디어 남자들도 한참을 기다려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곧 도착한 곳은 검문소였다. 검문소에서 죽 길게 줄을 서서 있는데 먼저 들어온 여자들 중 일부가 거기서 남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쏘세지를 봤으나 쏘세지는 거기에 없었다. 

 ' 얜 또 어디까지 간거야.. '

 내 차례가 되고 검문을 받는데, 담배를 빼앗겼다.
 깐깐해 보이는 군인은 담배를 거침없이 드럼통에다가 보란듯이 버렸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보니 담배는 금방 물에 적셔져 못쓰게 되었다. 그래도 주머니속에 지포라이터는 빼앗기지 않았다. 나의 소중한 지포!

 그리고 안에 들어가니 여전히 다시 또 바리케이트로 막혀있고,  인파들은 여전히 괴성과 구호를 질러대면서 거기에 머물었다.
 군인에게 다가가 " 안에 못들어가? " 물어보니 " 하우스 풀 " 이란 말만한다.

 하우스 풀이 뭔소리여..

 저 멀리 국경쇼를 볼 수 있는 관중석이 보인다. 하우스라는것이 저걸 말하는 듯, 저 안에 자리가 꽉 찼다는 얘기갔다. 설마 진짜 쏘세지 혼자서 저기까지 들어갔을까 싶다. 보통 여자랑 남자랑 떨어진 일행들 보면 여자들이 첫번째 검문소나 두번째 쯤에서 다들 기다렸다가 합류하던데...

 어쨌든 들어가지도 못하고 서성이고, 폭우는 미친듯이 쏟아지고 진짜 마음이 답답해져왔다.
 뭐하나 일이 안풀린다.

 파키스탄 못가지
 기사새끼는 돈 더 내라고 하지
 국경 쇼도 못보지
 비는 존나 오지
 담배 뺏겼지
 

 진짜 멘붕온다. 그런 와중에 일부 외국인이 어필을 하자 들여보내주는 와중에 나도 외국인이라고 어필!!!
 그 바리케이트를 통과해서 가자, V.I.P (외국인전용) 게이트가 보인다. 그리로 향하자. 또 검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갑자기 지포라이터를 발견한 군인이 또 빼앗는다.
 도대체 지포를 내가 이걸로 이 폭우에서 뭘 하겠다고.. 어처구니가 없다.

 어쨌든 들어갈려면 지포를 내놓으라고 한다. 
 나는 빨리 또 선택을 강요 당했다.

 " 버리지 말고 니가 가지고 있다가 이따 나 나갈 때 다시 돌려줘 " 라고 하며 군인에게 지포를 건네주자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하우스라고 불리우는 국경쇼를 관람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들어서자 마자 왼쪽으로 녹색의 파키스탄 국경이 보인다. 관람석도 녹색, 국기도 녹색, 

 새롭다. 신기하다.
 그리고 인도쪽은 이미 완전히 반쯤 미친듯한 분위기다. 

 관람석을 살펴보니 쏘세지가 있다.
 " 야, 너 여기 있었냐? "
 " 어. 왔어 "
 " 야 저 밖에서 좀 기다리지.. 다른 여자들은 다 저기서 기다리던데.. "
 " 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여기까지 왔지.. "
 " 아 진짜 하마트면 못들어올 뻔했어...블라블라블라 마지막에 지포라이터도 뺏겼다 짜증난다 "


 여전히 비는 폭포수 처럼 물을 뿌려대고 있었다. 우비를 착용했는데도 팬티까지 다 젖은 기분이었다.
 일단 한쪽에 서서 구경을 하는데 정말 무슨 초대가수 같은 가수가 나와서 노래 부르는데 신명나게 노래부르면서 사람을 선동하기 시작한다.





 정말 사람들 선동하는데는 가수 만한게 없는듯, 사람들의 열광이 장난이 아니다. 

 이 와중에 저 왼쪽편에서 파키스탄쪽을 살펴보니, 이쪽에 비해 사람도 별로 없어 보이고, 조용한 분위기, 서로 안질려고 이쪽에서 환호성 저쪽(파키스탄)에서 환호성 지르고 난리도 아니다.  초대가수의 무대가 끝나고 다시 다른 쇼 준비하는 동안 인도쪽이 조용했는데 저쪽에서도 완전 씨끄럽다. 난리도 아니다. 국력의 차이가 느껴지는 듯 저쪽은 뭔가 소박하고 조용하고 여긴 정말 난리도 아니다. 이제 댄스팀의 준비가 끝나고 스피커로 요란한 음악소리가 나오는데 비가 많이 온 탓인지 스피커가 꺼진다. 

 그러자 파키스탄쪽에서 놀리듯이 막 깔깔거리면서 환호성을 질러댄다.
 
 인도사람들 뭔가 자존심에 상처받은 듯, 환호성을 질러대지만 이미 뭔가 진 느낌.

 " 너넨 스피커도 병신이네~ " 하는 듯한 파키스탄의 놀림이 시작된다. 
 이렇게 끊임없이 서로 환호성 지르고 박터진다. 병신올림픽 보는 기분.  병림픽이 따로 없다.


 폭우로 쏟아지는 가운데에도 최대한 즐겨보려는데 나는 이 국경 쇼가  즐겨지지가 않는다. 
파키스탄 못갔지. 지포 뺏겼지. 기사새끼는 기회주의자처럼 파키스탄 간다고 하니 갑자기 국경막혀서 되돌아가게 되면 100루피씩 더 내야된다고 개지랄하지. 마음이 심난, 그나마도 비가 너무 와서 사진 한장 못찍지 정말 죽을 맛이었다.  뭐하나 되는게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짐시 비그쳐서 사진 좀 찍는데 나보다  쏘세지가 더 지포 못찾으면 어쩌나 걱정한다.
 " 오빠 그거 지포 얼마야? "
 " 한국돈으로 5만원 정도니까 인도돈으로 2500루피 정도 하겠지.. "
 " 오빠..오늘 진짜 되는 일 없는데 그 지포도 빼앗기면 정말 너무 슬플것 같아 "
 " 어.. "
 " 오빠 어차피 아무것도 눈에 잘 안들어오고 기분도 그러니까 그냥 지금이라도 나갈까? "
 " 왜? "
 " 아니 이따 쇼 끝나고 나갈 때 그 군인 찾기 힘들텐데 지금 나가면 사람 얼마 없으니까... "


 쏘세지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마음이 워낙 심난하니 즐길려고 해도 즐겨지지가 않는 상황인 것이다.
 당장에 차로 돌아가면 기사랑 또 200루피를 가지고 싸울 판이다. 정말 아무 상황이 아닌 것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은 인간 자신이다.

 마음이 이미 국경쇼에서 떠난 우리는 다시 나가자며 나갈려고 움직이는데 나의 낡고 밑바닥이 닳은 쪼리가 미끄러운 대리석 계단에서 미끄러지면서 나는 빗물에 꽈당했다. 모든 사람들이 날 쳐다보았다. 아프지도 않다. 하지만 정말 그 때는 그냥 모든게 다 싫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도대체 뭐하나라도 되는 일이 있어야지
 









 일어나서 아픈 것도 잊고 서둘러 마지막 검문 장소로 가니 아까 그 군인이 있다.
 지포 내놓으라고 하니 군말없이 주머니에서 지포를 꺼내서 준다. 그리고 우리 둘은 다시 그 먼길을 되돌아가는데 여전히 입장못한 사람들은 그 바깥에서 소리를 질러대며 광신도 처럼 굴고 있었다. 

 비에 지치다 못해 우리의 마음과 몸 모두가 피폐해지는데 담배도 빼앗기고 너무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피고 싶었는데 한 인도인이 담배를 피고 있어서 담배를 빌려서 불을 딱 붙이는데 비가 워낙 쏟아지다보니 담배가 빗방울에 맞아서 톡하고 부러져서 떨어진다. 내 입엔 필터만 있다. 참 웃긴 상황인데,, 너무 슬펐다.

 그 모습을 본 쏘세지가 웃음을 터뜨린다.
 쏘세지는 우비에 우산까지 쓴 상황인데 마침 또 강풍에 쏘세지의 우산의 뒤집어 진다.
 진짜 몰골이 말이 아니다. 완전 비 맞은 생쥐꼴. 차로 돌아오니 인도젊은부부가 이미 와있다. 


 그리고 드디어 기사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기사는 말도 안되는 얘길 하며 200루피를 더 받으려고 들고. 우린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졌다.  몇시까지 돌아오는 쪽지 써주고, 차번호, 자기 모바일 번호까지 다 적어놓고 파키간다니까 국경 닫혀서 다시 돌아가야 한다니까 마치 편도요금인척  속이고, 나는 기사와 목소리 높여서 존나 싸우고 존나 욕했다. 니가 다 똑같이 200루피 받았으면 괜찮은데 아니라면 니는 시크교도의 수치다.  시크교도는 다 개새끼다. 라고 종교드립까지 쳐가면서 자존심을 긁었다. 근데도 끝까지 아니라고 우기는 기사. 기사는 계속 200루피 안줄꺼면 차에서 내리라고 개지랄 하는 와중이다.


 갑자기 옆에서 쏘세지가 소리지르면서

 " I hate india!!! I hate India!!! " 라고 소리쳤다. 솔직히 좀 뜬금없었지만 워낙 멘붕에 빠져있었을 때이니 그 만큼 우리 둘다 멘붕이 왔다. 진짜 기사를 때려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여기가 인도는 인도다.

 쏘세지의 아이헤이트인디아 드립을 듣고 인도젊은 부부중에 여자가 참견했다.
 여기가 지금부터 인도와 다른 나라의 다른 점이다.

 보통의 국가 같으면, 이 상황 당연히 기사의 잘못인걸 아니, 기사와 중재를 해주던가, 아니면 잠자코 상황을 봤을 텐데, 인도의 호기심!!!! 어린아이들이 사는나라!!!

 " 왜 인도가 싫어?? " 라면서 태연하게 묻는다.


 한국 같으면 왜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씌우냐고 하던가, 그냥 그럴 텐데  그 와중에... 왜 인도가 싫으냐고 묻는다. 인도답다.










 그 여자 덕분에 존나 빵터져서. 일단 기사와의 싸움은 소강상태로 들었고,  썰렁한 공기 속에서 나머지 인도사람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는데 그나마 인도가족들이 살갑게 대해준다.  그 가족들과 그렇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구자라트에서 왔다고, 그 유명한 구자라트. 구자라트 탈리 얘기하니 아주 맛난다고 자랑을 엄청해댄다 나중에 도전해 봐야겠다 . 그리고 이 부부에겐 어린 딸이 하나 있었는데 내가 막 귀여워해주고 그러고 있으니,  인도부부는 길거리에서 파는 구운 옥수수를 사서 나에게 건네 줬다.  그런데 실수로 떨어뜨려서 나가서 다시 사와서 애하나주고 나머지 하나 내가 먹었다. 꼬마 애 때문에 한참 웃고 났더니 맘도 조금 편해지고 기분도 좀 풀렸다.

 일부로 돈주고 와서도 보는데 뭐 어떤가 생각하니 맘이 풀렸다. 쏘세지도 어느새 정신차리고 얼른 암리차르 가서 맛난거 먹고 기분 풀자며 얘기하는데 정말 솔직히 좀 사랑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이런 상황을 같이 겪고 힘낼수 있는 존재. 이게 동지애다.  보통 여자들 같았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테고 아니지 보통은 신혼여행가서 돈쓰러 가서 좋은 숙소 좋은 음식 편안한걸 즐기면서도 서로 짜증내고 투정부리는게 보통인데 이런 여자 솔직히 괜찮은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이런 멘붕을 이겨내고 긍정의 말을 할 수 있는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계속 차 안에서 사람들을 기다리는데

 " 오빠, 나 솔직히 오빠 없었으면 나 지금 눈물이 엄청 났을꺼 같아.. " 라고 이야기 하는데 말은 안했지만 나도 그러했다. 정말 너무 짜증나고 서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은 상황이었는데 서로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된 것 같아 좋았다. 함께 여행하며 진한 동지애 우정이 생겨난 것 같다.

 그리고 어둑어둑 해질 때 드디어 인도사람들이 돌아왔다. 


 다시 차는 암리차르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도로, 수 많은 차들이 암리차르를 향해 달리는 가운데, 1시간 좀 넘어 암리차르에 도착했다. 너무 반갑다.
 그저 하루 있었을 뿐인데 마치 고향에 온 듯 반갑다.

 익숙한 곳이 주는 편안함.

 차는 또 황금사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내려줬는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내리는 가운데 나와 쏘세지가 배낭을 가지고 내리는데 기사가 붙잡는다.


 " 200루피 줘야지 "
 " 못줘 씨발. 여행사 가서 줄게 "
 " 그래! 그럼 여행사 가서 줘 "
 " 어!! 따라와 여행사로 따라와 "
 " 지금 내놔.. "
 " 아니..아니.. 받고 싶으면 니가 따라와 "
 이러면서 걸으니 기사가 조금 쫒아오다가 포기한다.

 씨발새끼들 성지라고 담배 못피게 할게 아니라 거짓말이나 하지말지.
 
 익숙한 길을 헤쳐 다시 또 물에 잠긴 암리차르를 헤치고 폭우를 뚫고 가는 길 럭키 게스트하우스 갔는데 또 풀. 그나마 있는 방하나는 비가 새고 있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가 머물었던 숙소로 곧장 갔다. 방을 달라고 하니 어제 그방이 아니라 엄청 구린 방을 준다. 

 " 어제 그 방줘.."
 " 그 방 없어..지금 이 방 밖에 안남았어 "

 그 말에 우리는 서로 한참을 어떻게 할 지 이야기 하다가 다른데로 가보자고 나가려는데 곧바로
 " 야야.. 가지마 어제 그 방 줄게 " 

 라면서 same room 있다고 어제 묵었던 그 방을 그제서야 내준다.
 18새끼들 아주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어쩜 이렇게 눈하나 깜짝안하고 거짓말을 하는지 놀랍다. 인도 새끼들은 진짜 너무나 놀랍게 거짓말한다.
 내가 봤을 때 한국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은 가면 짤없어.. 얘네는 그냥 눈앞에서 말을 뒤집거든.

 암튼 같은 방을 그렇게 얻고. 짐내려놓고 곧장 밖으로 나왔다. 
 우린 그 맛난 길거리 버거를 먹으로 가서 곧바로 버거를 한입 입에 물었다.



 정말 천상의 맛이다.
 오늘 하루의 모든 괴로움이 사라지는 맛.
 그저 이 작은 20루피짜리 베지버거 하나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쏘세지를 바라보니 쏘세지도 활짝 웃고 있다.

 " 오빠 진짜 이거 먹으니까 다시 또 행복해졌어... "
 " 어 나두.. "

 쏘세지에게서 이성으로서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너무 맛있어서 우린 2개를 더 포장해달라고 하고는 연신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나의 찬사에 청년이 악수를 청하고 우린 아주 특별서비스를 받았다. 물론 그래봤자 정성스럽게 은박지 한번 더 싸주고, 쏘스 맞춤서비스였지만, 오늘 하루 멘붕이 치유되는 기분.

 게다가 이걸 또 먹고 우릴 기다리는 것은 그 미친 맛의 라씨.
 라씨까지 한잔 하고 났더니 행복하다. 정말 행복해졌다.

 숙소로 가는 길 음료수 사고, 숙소로 오니 좋다. 씻고 일기 쓰며 휴식. 이게 행복이다.
 하루 종일 우여곡절이 많아서 사상 첫 일기가 3페이지가 휙 넘어간다. 쩐다.
 쏘세지도 씻고나와서 사가지고 온 베지버거,감자칩을 음료수랑 맛나게 먹었다. 먹으면서 다시 또 감탄. 이게 20루피 400원도 안한다. 도대체 원가가 얼마인지 놀라울 따름이라면 뜬금없이 원가계산도 해보고 하는데... 

 정말 이 정도라면 내가 그렇게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한글간판,,, 그 간판을 한글로 "맛있어여 이집 " 이런걸  적어줄수 있을것 같다. 암튼 내일은 일찍 국경으로 출발해서 파키스탄에 꼭 넘어가야 겠다.


 이번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그 어느날 보다 멘탈붕괴가 심했던 날이지만, 이렇게 편안하게 마음을 다잡고 생각을 바꾸고 값싸지만 맛있는 음식으로 행복을 느끼니 모든게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을 함게 견디고 이겨 낼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 그게 정말 행복이다.

 고맙다.. 쏘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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