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리뷰] 제주도/제주 : 종달리 해월정

  제주도 동북쪽에 작고 소담스러운 마을이 있다.
  이름마저 정겨운 종달리






  모두가 상업화 되고 번잡하게 변해버린 제주에서 여전히 자기 색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동네.  그래서 그럴까 종달에는 우리 같은 여행자들이 들릴만한 식당들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종달을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구경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버렸는지도 모르겠던 어느 날.  제주도에 놀러온 이래로 하루 종일 변변치 않은 음식으로 끼니를 때워 시름시름 앓던 중이었다.


 저녁만큼은 푸짐하게 제주도 다운 음식을 먹겠노라고! 미리 큰 다짐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던 길, 작은 시골 종달에는 딱히 먹을만한 식당이 보이지 않았다. 어둠이 내림과 동시에 사라진 식당들은 몇군데 남지 않았다. 그러던중 문을 열고 있는 아무집으로 향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맛집검색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들어간 해월정이란 그냥 평범한 식당.   이 식당의 느낌은 그냥 전국의 아무 해변을 가도 있을 법한 바닷가 근처의 뻔하디 뻔한 식당 느낌.  


 안으로 들어가자 왠걸 온 사방 벽에 낙서로 가득한데 완전히 이 집 칭찬일색이다. 
 





 "어맛. 뜻밖의 맛집인가! "

 기대감을 가지고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조금은 불친절해 보이는 주인 아줌마.

 일단 메뉴를 보면서 뭘 먹을지 탐색,  일행과 함께 그 유명한 제주의 명물 보말칼국수 맛도 보고 이것저것 맛보고 싶었으나. 여기가 어디? 한국!


 혼자서 잘 먹는 꼬라지는 볼 수 없다! 한국인의 정이 있지!
 그리하여 2인분으로만 시킬 수 있는 보말칼국수.


 이 것 저 것 다 먹어보고싶은데, 하루종일 저녁에 푸짐하고 맛있게 먹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는데 칼국수로 때우면 뭔가 슬프잖은가. 제주도 다운 음식을 먹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칼국수보다는 뭔가 고기든 해산물이든 그런 류를 먹고 싶었다.  결국 칼국수는 포기 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이런게 늘 불만이다. 한국만의 이 문화. 2인분 이상 시켜야 되는 문화. 정말 이 나라는 뼛속까지 뭔가 잘못됐다. 


 어쨌든 그리하여 고심 끝에 갈치조림과 옥돔구이를 시키기로 했다.
 
 대부분의 이 동네 가게가 그러하듯 거의 마지막 손님인 것 같았다. 잠시 기다리니 주인아줌마가 밑반찬을 내오는데, 냉장고에서 꺼내오는 밑반찬들이 곧 나온다.  그리고 공기밥과 미역국도 나왔다. 비쥬얼로 보나 맛으로 보나 엄마의 맛이다. 캬!   기름기 윤기 가득한 뜨뜻한 전 대신에 차갑게 식어버린 푸석해보이는 전. 그리고 어느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기본 밑반찬들과 여기가 그나마 제주도구나 느낄 수 있는 몇가지 건어물류의 밑반찬들.
 

 갑자기 떠오르는 추억.

 집에 저녁에 들어갔는데 배가 고파서 냉장고로 가니 붙어 있는 쪽지

 " 냉장고에 밑반찬하고 있으니까 데워서 저녁 챙겨먹어 "

 
 이제 막 냉장고에서 그냥 갓 내온 밑반찬들, 하지만 귀찮아서 렌지도 돌리지도 않고, 후라이팬에 데우지도 않았지. 이미 만들어져있는 밑반찬을 데우는 것도 귀찮을 정도로 내 인생은 쓰레기 인생. 추석에 만들었는지 언제만들었는지 모를 전을 한입 베어무니 여전히 느껴지는 냉장고의 한기. 아무래도 좀 데워먹어야겠다. 생각하고 렌지로 향하니 그것도 이내 귀찮아져 대충 입에 쑤셔 넣는다. 이 것이야 말로 ㅎㅌㅊ 잉여 인생.




 
 마치 그런 추억이 떠오를 정도로 아련한 엄마의 맛이다.  어쨌든 냉장고에서 갓 나온 밑반찬들은 역시 딱 그 정도 비쥬얼과 맛! 하지만 그래도 식당 밑반찬의 기본으로 맛은 좋다. 시장이 반찬이었나. 하루 종일 제대로 먹은게 없다보니 이 차가운 음식들이 엄청 맛있다. 하긴 지금 먹어서 맛없는 음식은 음식도 아니겠지.  

 특했던 것은 메뉴판에 따로 있었던 성게미역국. 이건 제주도에 첨 왔을 때 제주도민께서 서울가서 성게사다가 집에서 끓여먹으라고 가격거품이라고 무슨 미역국이 만원이나해 라고 말한지라 아껴뒀는데 지금 같이 나온 미역국이 성게미역국이었다. 

 " 오 성게미역국 맛은 볼 수 있겠네 " 감탄하며 한입 먹었는데 일단 차다! 그냥 차다! 
 

 다시 또 떠오르는 추억

 엄마의 전화 " 미역국 끓여놨으니까 뎁혀 먹어 "

 하지만 이미 끓여놓은 미역국을 뎁히는 것도 귀찮은 나는야 쓰레기. 결국 밥통을 열고 뜨거운 밥이 미역국을 미지근하게는 만들어주겠지 생각하며 차가운 미역국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말아서 한대접 들고 대충 거실로 향해 티비를 켜고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어보지만 밥은 뜨겁고 미역국은 차고, 어느 순간 대충 예상대로 미지근해진다. 


 그리고 다시 현실의 내 앞에 놓인 성게 미역국
 역시 엄마의 맛이다. 존나 맛있다.
 진짜 미역국이 완전 식어서 기름이 둥둥뜬 살짝 느끼한 맛이 나지만 그 맛을 압도하는 성게의 맛.


 씨발 성게미역국 진짜 개쩔었다. 만약 아줌마가 조금의 정성이라도 기울여서 살짝 데워서 내왔더라면 정말 이 성게 미역국을 먹고 앉은뱅이도 일어날 기가 막히게 시원한 맛이었다. 정말 마스터피스는 마무리다. 이 포텐셜 있는 성게미역국이 나오면 뭐하나 식어서 기름 둥. 그 기름맛이 나는데, 정말 그 더러운 맛을 뚫고 나오는 성게미역국의 원판을 느껴보고 싶을 정도로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 사장님 미역국 더 줄수 있어요? " 
 " 아니요 오늘 끝났어요! "

 슬프다. 식은 성게미역국이라도 졸라 맛있었는데. 
 너무 허기가 진터라 그렇게 밑반찬과 공기밥을 먹으며 메인 메뉴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벽을 훑어보는데 딱 한가지 메뉴가 엄청나게 보인다. 

 "보말 칼국수 너무 맛있어요, 밥까지 비벼먹으니 짱이에요 "

 이내 보말칼국수를 시킬까? 후회가 몰려왔으나 이미 게임 오버.

 그리고 곧 메인메뉴가 모습을 드러냈다. 
 갈치조림과 옥돔구이





 캬! 드디어 제주도에서 뭔가 제주스러운 걸 먹나! 생각했지만 갈치조림은 내가 생각했던 갈치조림 보다는 상당히 쪼잔하게 나왔다. 우리동네 포장마차에서 파는 갈치조림도 2만원이면 큰 냄비로 푸짐하게 나오는데 (물론 중국산이긴 하겠지만 ) 그렇다고 딱히 은갈치 인것도 아닌것 같은데 작은 접시로 조금 나온 갈치조림. 원래 갈치따위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밥이나 비벼먹는 용도였는데 그나마도 여의치가 않다. 

 그나마 생선구이로서 맛깔나보이는 옥돔구이. 역시 사이즈는 그리 크지 않으나 그냥 가격을 생각하면 쏘쏘. 맛만 있으면 된다.


 일단 먹는데
 진짜 시장이 반찬인지 이 집 음심솜씨가 좋은건지 

 맛은 있다. 진짜 허겁지겁 너무나 맛있게 먹고 배가 고파서 밥을 두 공기나 시켜먹었다. 진짜 배터지게 한참을 정신없이 먹는데, 사실 뭐 갈치든 옥돔이든 내가 무슨 미식가도 아니고 이게 진짜 중국산인지 제주산인지는 알바도 아니고 모른다. 그냥 맛나게 먹었다. 

잘 익은 옥돔구이 한점이랑 흰쌀밥이랑 개꿀맛





 잠깐 먹는 사이, 사장님의 지인이 왔는데 폭풍 제주언어!
 진짜 거의 못알아듣겠더라.

 뭔가 처음 서양새끼랑 영어할 때 이게 통할까? 진짜 내가 배운대로 알아쳐먹을까? 궁금궁금해 했는데 통했을 때의 기분이었다. 제주도말 한마디도 못알아먹는다고 티비나 이런데서 예시로 나오던게 아니라 진짜 폭풍제주언어는 위엄이 쩔었다.

 대충, 사장님이 몇억 들여서 집 짓는거 투자 했는데 땅문제로 파토 나게 생긴 모양. 계약서 위반이라고 뭐 그런 문제에 대한 거라 사장님의 분노폭풍제주방언! 어마어마했다. 어쨌든 그런 대화를 추임새 삼아 음식을 맛깔나게 다 먹어 치웠다.




 갈치조림 양념도 맛있었고, 옥돔구이도 바삭바삭하게 구워서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같이간 일행도 맛있다며 칭찬일색. 이 집에서 보말칼국수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난리난리. 


 이 식당에 대해 나는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할까

 지독한 허기 끝에 먹은 저녁식사.
 그렇다고 엄청난 맛집으로 꼽기에는 부족한 맛
 하지만 딱히 맛없지는 않은.


 뭐랄까 종달리의 김밥천국 같은 곳이라고나 할까? 
 분명 맛은 있는데 이 집을 맛집이라고 표현하기엔 힘든.

 이 저녁에 모두가 문을 닫은 이 어두컴컴한 종달리에서 내 허기를 채워주는 사막의 오아시스였으나 그렇다고 엄청나게 칭찬을 할 수는 없는...



과연 이 집은 몇개의 별을 줘야 할까? 고민이다.


 그리하여 자세한 평가는 종합평가에서!







 종합평가 (별 다섯개 만점 기준, 별 ★ 2개 )
 : 만약 잘 데워준 정성스런 밑반찬과 조금 싼 가격이었다면 별3개 정도는 줬을.... 

 가격 : 제주도에 어울리는 비싼 가격. 만약에 가격이라도 저렴했다면 별 3개 정도 줬을듯, 

  맛   : 맛은 있다. 동네 김밥천국이 맛이 없으면 안되듯. 식당은 기본적으로 맛있어야 되는데, 그 정도 맛이다.  

 
총평 :  그냥 배고파서 들어간 우연히 만난 집이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만약 내가 제주 종달리에 다시 간다면 난 이집에서 밥을 또 먹을까? 
 
그런 의문을 던졌을 때, 굳이 난 두번은 가지 않을 것 같다. 이 집이 맛없어서도 아니고 그냥 새로운 곳에 또 가서 먹어보고 싶으 마음?! 하지만 다 문닫았으면 그냥 또 갈 것 같다. 어쨌든 식당은 이러쿵 저러쿵 해도 맛있으면 된다. 그게 내가 아무리 배가 고팠을 때였을 지언정. 

군산 복성루를 떠올려보면, 아침도 거르고, 이른 아침 군산항 바다에 몸을 담그고 수중촬영을 마치고, 그 유명한 짬뽕을 먹어보겠다며 줄까지 서서 그 허기와 고난 끝에 먹었는데도 맛이없었다. 즉. 아무리 배고파도 맛있는것과 맛없는 것은 구분이 된다는 것이다.

 내 입맛은 Befor 복성루와 After 복성루로 나뉜다.

 복성루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이집은 나에게 별 1개 정도지만, 
 복성루를 만나고 난 후, 이 집은 나에게 별 2개 정도의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관대하다


 맛 없는 집은 아니니, 혹시 종달리 지나가다 보면 반갑게 여기고 들어가서 내 대신 보말칼국수 맛을 봐주길!










  1. 짱짱맨 2014.11.14 14:38 신고

    그럼 제가 한번 맛보도록 하겠습니다

  2. Favicon of http://oiu9.tistory.com BlogIcon 함대 2014.11.15 00:10 신고

    제주도 물가가 비싸긴 비싸네요...

  3. 재밌네요ㅋㅋ 2014.11.17 01:33 신고

    나는 관대하다 에서 빵터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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