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리뷰] 제주도/용두암 : 따뜻한 밥상, 리영식당

 어느 추적추적 비내리는 아침
 제주도에 와서 화려한 음식을 꽤 먹고 다녔더니 왠지 백반이나 소박한 밥상이 땡겼다.

 다행이도 그게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는지, 나의 여행메이트도 같은 생각이었나보다.

 " 오늘은 그냥 백반이나 찌개 같은거 먹고 싶다 "
 " 너도 그러냐? 나도 맨날 고기며 엄청 잘 먹었더니 그냥 소소하게 먹고 싶네 "

 " 그럼 우리 가다가 그냥 백반집이나 느낌 오는 식당있음 아무대나 들어가자! "

 그렇게 의기투합해서 비 오는 아침, 함께 있던 일행들을 제주 공항에 데려다 주고는 곧바로 바로 근처 해안도로로 차를 돌렸다. 목적지도 없이 그냥 돌아다니는데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연 식당이 별로 없다. 비가 오고 날씨도 쌀쌀해서 분위기가 을씨년스럽다.

 그리고 어느 작은 골목에 들어섰다.

 " 여기로 쭉 가면 용두암이잖아, 김희선 몸국이나 한번 더 먹을까? "
 라고 말하는 찰나 문을 연 동네의 작은 식당을 발견했다.




 주택가에 위치한 작은 식당. 
 가게 바깥은 잘 가꾼 화분들이 정성스레 놓여져 있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오는 식당.



 여행메이트와 동시에 " 여기네! "를 외쳤다.
 느낌이 왔다.

 차를 한켠에 주차하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식당의 반을 차지하는 부엌은 완전 오픈형.
 그리고 몇 자리 안되는 테이블.

 테이블 한쪽에는 할아버지 혼자서 식사를 하고 계셨다.
 자리를 잡고 앉아 가게 안을 두리번 하며 메뉴판을 봤다. 별 것 없는 소소한 식당.

메뉴의 가격들이 아주 착하다



깡마른 할아버지, 저런 사람들이 깐깐하다



 백반 타령을 했는데 정말 백반이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백반 하나와 된장찌개 하나를 주문했다.

 먹고 싶다던 백반, 찌개 모두 먹게 되었다.
 할머니가 부엌에서 요리를 시작한다.

 잠시 기다리며 식사를 하는 할아버지를 관찰했다. 
 마르지만, 건강해보이는 할아버지는 작은 밥공기의 밥을 야무지게 수저로 조금씩 다져서 한입 넣고 오랫동안 씹으셨다. 건강의 비결은 역시 오래 씹는건가. 반찬 하나하나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음미하듯 꼭꼭 씹어서 드시는 걸 보니 맛나보인다. 

 " 할머니 식사하시는데 아침부터 죄송하네요 "
 " 괜찮아요 전 다 먹었어요 "

 혹시나 해서 말했는데 예상대로 할머니가 식사 중이셨나보다. 다행이도 할머니 말씀대로 할머니 자리에는 식사의 흔적이 없어서 (설거지 중이셨던듯) 할아버지를 처음에 손님으로 생각했었다. 


 할머니가 부엌에서 정성스럽게 요리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맛의 기대감이 증폭되온다. 정성스럽게 차린 밥상
 

 다시 한번 메뉴판에 눈길을 돌리는데 제주의 흔한 돈벌려고 만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식당이 아니다. 가격도 소담스럽다.


 할아버지도 어느새 식사를 끝마치고 할머니의 손을 돕는다. 
 뭐하나 이미 만들어진게 없이, 채소를 다듬는 도마의 맑은 울림이 들려온다. 가스레인지에서는 찌개가 보글보글 거리며 된장냄새를 풍긴다. 


 쌀쌀한 이른 아침, 바깥에 비가 내리는 가운데 온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밑반찬과 공깃밥이 셋팅된다. 공깃밥이 정말 작은 사이즈다.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두분이서 하는 식당 답지 않은 뭔가의 정갈함. 왠지 시골 밥상은 푸짐한 느낌이 가득한데 여기는 정갈한 느낌이다. 분위기는 완전히 한국이지만 왠지 일본 길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들어갔더니 한국할머니 할아버지가 식당을 하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한국답지 않은 정갈함과 소담스러움이 있다. 푸짐함을 대신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밑반찬의 찬들은 어찌보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으나 5천원이란 가격을 생각하면 딱 적당한 그런 밑반찬들이었다. 5천원짜리 집에 와서 큰 걸 기대하면 안된다.

반찬도 딱 각을 잡아서 정성스럽게 배열해서 내오시는 할아버지. 

역시 내가 맞았다




 깔끔한 밑반찬과 공깃밥에 나도 모르게 먼저 손이 가는데 시장이 반찬이라 맛있다. 그리고 곧 된장찌개가 나왔고, 백반의 메인메뉴가 나왔다. 백반 메인메뉴로 나온 것은 오징어 볶음이었다. 




 일단 된장찌개를 한 입 먹었다.
 
 엥~ 뭐 이리 싱거워, 간이 안맞는다. 그냥 맛이 없다.

 여행 메이트도 맛을 보더니 아주 조용히 읇조린다. 

 " 오빠가 싫어할 맛이네 간간하네.. " 
 " 맛 없다.. "

 " 근데 간이 나쁘지 않아. 나는 맛있어, 오빠가 너무 짜게 먹어서 그래 "
 " 그런가? "

 " 어, 계속 먹어봐, 난 맛나네 "

 그리고 백반 메인메뉴의 오징어 볶음을 맛보는 메이트. 

 " 오빠 이거도 한번 먹어봐 "
 
 오징어 볶음을 조금 맛봤다.
 
 이 것도 맛없다. 

 " 나랑 안맞는다 이 식당 "
 " 둘 다 맛있는데... "


 된장찌개를 먹다보니 안에 통 멸치가 푸짐하게 들어있다.



 " 어이구 여기 멸치가 많이 들어가있네요 "
 너스레를 떨며 말하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 우리는 옛날 사람이라, 제주도는 옛날부터 멸치를 많이 써요 " 
 그러면서 음식 하나하나에 설명을 곁들여주신다.


 이른 아침 찾아온 외지인들이 당신들의 음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뭇 신경 안쓰시는 듯하면서 보고 계신다. 배낭여행 할 때, 정성스럽게 음식을 내온 뒤, 음식의 맛을 음미하던 내 표정을 주시하던 어느 시골의 인도요리사가 생각난다. 

 다행이도 맛이 좋으면 좋으련만 내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같이 밥을 먹고 있는 여행메이트의 입맛엔 맞는지 맛깔나게 먹고 있다. 그런데 조금 뒤 놀라운 일이 생긴다.


 된장찌개를 먹으면 먹을 수록 엄청 깊은 맛이 난다.
 처음에 밍밍하다고 느꼈던 국물의 맛은 엄청 깔끔하면서 조미료 자극에 익숙해진 내 입맛을 촉촉히 적셔주는 기분이 들었다.


 " 와. 이거 계속 먹다보니 국물이 엄청 개운하네 깔끔해 "
 " 그치? 이것도 먹어봐 오징어도 엄청 맛나 "



 메이트는 오징어볶음 접시바닥을 연신 수저로 긁으며 양념국물을 밥과 비벼먹고 있었다.

 나도 얼른 수저로 양념을 긁어 밥과 먹는데 처음에 맛없다고 생각했는데 맛있다. 진짜 신기할 정도로 맛있었다.

 맛있던 음식이 맛이 없어진적은 있었는데 이건 반대로 맛이 없었는데 맛있어진다. 어째서 그럴까.
 짧은 순간에 내 입맛이 변하기라도 한걸까?

 정말 신기했다.
 그 사이 정말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내 입맛이 소박해진듯이, 멸치국물로 우려낸 깔끔한 된장찌개의 맛과 자극적이지 않고 적당히 매콤한 오징어볶음 양념에 매료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둘은 백반과 된장찌개를 완벽하게 박살냈다. 정말 맛있는 아침상이었다.
 너무 맛있었다.




 배도 부르고 마음도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기분 좋게 계산을 마치고 식당문을 나서며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 아까 뭔가 할배하고 할매가 외지인 놈들 우리꺼 잘 먹나?  살펴보는 기분이었다 "
 " 오빠도 그랬어? 나도 느꼈는데 "

 " 그래도 깔끔하게 다 먹어서 나도 기분이 좋다 "
 " 응 두 분다 기분 좋으실 듯 "


휴~ 맛있게 다 먹어서 다행이야!



 여전히 비 오는 제주의 아침.
 어느 작은 골목길에서 만난 작은 식당이 주는 행복

 상업성과 화려함에 질릴 무렵 만난 소소한 행복이었다. 다음에 제주에 가면 다시 한번 꼭 또 들리고 싶다.




 종합평가 (별 다섯개 만점 기준, 별 ★ 3개 )
 :  맛과 가격을 모두 만족 시킨다.  

 가격 :  로컬들의 밥집, 가격이 엄청 저렴하다.   

  맛   :  엄청 맛있다라고는 얘기 할 수 없었지만, 맛있었다. 동네 골목길에 자리 잡은 만큼 분명 매력있는 집 
           음식이 대체적으로 간간한 편인 것 같다. 내 입맛이 자극적이라 그런듯. 자극적인 걸 싫어하는 사람들은 좋아할 집 같다.


 총평 :  관광객들을 상대로하는 화려한 식당들에 질려있을 무렵 만난 오아시스 같은 식당. 메뉴들에 있는 제주만의 특색있는 메뉴또한 다른 식당들 가격보다 훨씬 더 저렴해서 다음에 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제주도의 면면을 느끼려고 하는 이들에게는 별로인 집일지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그런 화려함이 질린 사람들이라면 아주 만족할만한 식당이라고 생각된다.  가성비를 생각하면 더 진가는 올라간다. 

찾아가는 방법
용두암 근처의 주택가
알아서 검색해서 찾아가보세요

농담이고 밑에 다음지도 클릭!
검색해보니 나오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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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용담2동 | 리영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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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oiu9.tistory.com BlogIcon 함대 2014.11.26 09:07 신고

    저도 어느새 자극적인 맛에 입맛이 맞춰져 있더라고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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