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63 여행자들의 세계 3대 블랙홀, 훈자


 파키스탄 훈자
 장기 여행자들의 안식처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온갖 멋지고 좋은 것을 본 장기 세계여행자들 조차도 한번 들어가면 헤어나올 수 없다해서 붙은 별명 블랙홀

 그 곳에 드디어 발을 디뎠다.

 
 24시간도 넘게 차를 타고 왔음에도 그 흥분과 기쁨이 가시지 않아, 쏘세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뒤늦게 잠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 시간에 일어나, 방 밖으로 나오자 눈 앞으로 설산이 보인다.   그냥 방 밖으로 나왔을 뿐인데, 공기도 상쾌하고 기분도 좋고 행복해진다.





 잠이 많은 쏘세지도 일찍 일어나서 우리는 밥을 먹으로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우리는 씻지도 않고 그냥 밖으로 나왔다. 어제 제대로 먹은게 없어서 너무 배가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그리고 힘든 여정에 대한 보상으로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서, 옆방 한국사람들에게 물어서 알게 된 카리마바드Inn으로 가기로 했다. 

 그 곳에 맛있는 음식을 많이 판다고, 그리하여 우리는 밖으로 나가 천천히 걸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높은지대에 있기 때문에 마을 전체가 그냥 언덕에 있다, 유명세에 비하면 한적한 동네다.  이 작은 마을에 그토록 오랜동안 명성이 이어지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상쾌한 기분으로 걸어내려가다보니 어제 밤길에 길을 물어 본 그 경찰서 근처에 칼리마바드 INN이 있다. 간판에는 일본어와 한국어가 적혀져있다. 여행자 동네에 일본어와 한국어가 적혀있다는 것은 어느정도 기본은 한다는 얘기다. 일본여행자가 한바탕 휩쓸고 간 뒤에, 한국여행자들이 도착해서 아마 이 식당 또한 일본음식과 한국음식 둘 다 잘 하리라.






 식당안으로 들어가니 한국사람들이 있었다.
 역시나,


 훈자에 오니 한국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데 또 다른 한국남자 두명이다.




 
 메뉴를 주는데, 어제 여길 얘기해준 한국인들이 오므라이스와 김치찌개가 먹을만 하다고 해서 김치찌개와 오므라이스를 주문하고 짜이도 주문했다. 짜이가 먼저 나오는데 티팟에 한가득 준다. 인심도 후하다. 짜이 한잔 하면서 있으니, 또 다른 중년의 한국부부가 등장했다. 훈자에 정말 꽤 많은 한국사람이 있는 듯. 역시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좀 더 말을 건네고 있었으나 각자 얘기하느라고 바뻐서 쏘세지랑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잠시 있으니 음식이 나왔다. 


 비쥬얼도 좋고, 맛도 좋고, 양까지 많았다.  인기 있는 비결이 있다.  오므라이스와 김치찌개는 힘들게 온 이 여정을 모두 보상해주는 기분이었다.  밥을 먹고 있으니 한국여자 2명이 또 등장했다. 도대체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훈자에 있는 것인가.










 이제부터 등장 인물 소개를 잠시 하겠다.  소개하는 인물중에는 잠시 스쳐가는 사람도 있을테고,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도 있을 것이다.  간단한 등장 정보와 함께 현재까지 느낀 캐릭터 소개!




  우리와 함께 같은 숙소에 머무는 옆방에 머무는 청년 두명
  1) 둘 중 나이 많은 사람, 옆방 총각(으로 부름)  등치가 크고, 인상이 강해보이나 선해 보이는 사람이다. 


  2) 이상한 놈 (쏘세지가 미친놈 같다고 말한 사람)
   나이가 어린데, 유난히 여행 부심을 부리려는 경향이 있는데, 대화를 하다보면 " 저도 그래요" , " 저도 가봤어요 " , " xx나라는 이런데.. "  , " OO나라는 저런데 " 반복. 여행 부심으로 가득차 있음. 대화가 항상 자기 얘기로 빠짐. 쏘세지에게 조금 관심을 보이다가 우리가 방 함께 쓴다고 하자 뭔가 표정이 변했다고 쏘세지가 증언함. 그런데 쏘세지가 공주병이 아니라 나도 그것을 느낌. 



 카리마바드 INN에 들어왔을때 이미 와있던 또 다른 한국남자 두명
 3) S
   인상이 선해보이고, 식당안에서 대화내용으로 봤을 때 여기 훈자 전문가임

 4) S꼬봉
    S와 아주 가까운 사이처럼 보이는데 역시 대화내용으로는 S를 많이 믿고 의지하는 듯 함



 짜이 먹고 있을 때 카리마바드 INN으로 들어왔던 한국 중년 부부 
 5) 아저씨
 6) 아줌마
  그냥 흔한 한국 중년 부부, 선한 인상. 서글서글함



 그리고 밥 먹고 있을 때 들어온 한국여자 두명
 7) 깝년  
  여행 중 인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타일로, 존나 온 몸으로 " 나 여행 잘해요~ " , " 나 여행 좀 해요~ " 를 내 뿜어대는 스타일, 식당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정확하게 5초만에 스타일 파악이 될 정도로 전형적인 인도에서 여행부심 부리는 스타일.  그리고 그 스타일 파악은 아주 정확했다.


 8) ???? ( 누구였는지 헷갈림 기억 잘 안남 )


  어쨌든 밥을 맛나게 먹고는 훈자도 왔겠다 뭔가 기념하고 싶어서, 술을 먹으려고 어제 옆방총각과 이상한놈이 말해준 훈자의 술, 훈자빠니를 주문하기로 했다. 카리마바드인에 온 이유도 훈자빠니를 여기서 판다길래 겸사겸사 온 것.  빠니는 인도/파키스탄 말로 물인데, 직역을 하면 훈자물, 영어로는 훈자워터라고도 한다. 어쨌든 훈자빠니는 이 곳 훈자 지역에서 만드는 술인데 술이 불법인 강경 무슬림국가인 파키스탄이다 보니 술 구하기가 여간 힘든일이 아니고 그나마 훈자니까 훈자빠니라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밥을 먹고 훈자빠니를 주문하고 밖으로 나왔다.
 가는 길 잠시 식당에서 본 사람들의 인상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하는데 사람 보는 눈이 비슷한듯 깝년에 대해 나랑 똑같은 의견으로 쏘세지도 이야기 한다.  내가 정말 지긋지긋하게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숙소로 돌아와 거실(?!)에 있는 침대(평상)에 누워서 만화책을 봤다.  한국인이 관리하는 숙소라서 한국책이나 만화책들이 많았는데 여기 관리를 하는 한국사람은 지금 훈자에는 없다고 한다. 어쨌든 만화책 보면서 쉬는데 레고가 카톡으로 야동하고 야사를 보내줘서 오랜만에 츠보미 얼굴도 보고 즐거웠다. 완전히 늘어져서 쉬다가 어느새 점심도 훌쩍 넘어 2시가 좀 넘었다.

  출출해져서 우리는 라면도 가지고 있겠다 라면이나 끓여먹자고 해서 쏘세지가 나가서 양파,고추를 사왔다. 여기 숙소에 부엌을 쓸 수 있다고 하여 부엌으로 가서 신라면에 양파,고추 계란 풀어서 끓이고,  카리마바드인에서 먹다 남은 싸가지고 온 밥까지 말아 먹었더니 꿀맛이다.  마침, 아침에 카리마바드인에서 마주쳤던 중년부부가 이 곳에 식사를 하러 와서, 대화 좀 나누니 선교사부부였다. 현재 네팔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여행을 왔다고 한다. 사람들은 좋은데 선교사네. 








 우린 다시 방으로 와서 푹 쉬면서 계속 밍기적 신선놀음을 했다.  어느새 밤이 찾아오고 어두워져 시간을 보니 저녁 8시다.


 술도 찾을 겸 저녁도 먹을 겸, 우리는 밖으로 나와서 다시 언덕 아래 칼리마바드 인으로 향했다.  안에 들어가니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린다. 그리고 여기서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친다.



 9) 론리여자 ( 이쁘게 생겼음 )
10) 돼지엄마
  마날리에서 봤던 돼지엄마. 하지만 거의 이후엔 마주치기만 존나게 마주쳤지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적이 없어서 그냥 인사 나누는데 별로 반가워하는 기색도 없고. 그냥 인간미 떨어지는 여자.


11) 파부아줌마
  델리에서 맨 처음 보고 이후 마날리,레를 거쳐 계속 봤던 그 파키스탄 부심 아줌마. 나랑 만나기만 하면 그냥 아주 파키스탄 언제가냐고 그렇게 물어댔던 아줌마. 사실 그리 반갑지도 않았지만 이 아줌마의 180도 바뀐 태도가 웃겼다. 뭐랄까 이미 훈자에 온지도 좀 되고, 일행들도 생겨서 그런지 전 처럼 존나 살갑게 굴지 않음. 하지만 그래도 돼지엄마 보다는 대화라도 몇번 더 나눈 사이라 그런지 돼지엄마 같진 않았으나 그 전에 했던 태도를 생각하면 180도 바뀌었음.


 어쨌든 칼리마바드 인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바글거렸는데 파부아줌마와 돼지엄마가 보이길래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데 돼지엄마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있고, 파부아줌마는 " 어 파키스탄 오셨구나 " 라면서 가벼운 인사 정도만 하고 더이상 말을 건네지는 않았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오므라이스도 시키고, 훈자빠니랑 먹을려고 감자전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데  한국여자들 4명이서 복작복작 난리도 아니다. 금방 음식이 나와서 오므라이스 먹고, 감자전에 훈자 빠니 한잔을 하는데 왠 걸, 토나오는 줄 알았다.





 세상에 뭐 이런 맛이 다 있나.
 정말 맛 없는 정도가 아니라, 못 먹을 맛이다.
 내가 술을 아무리 좋아한다 해도 이건 아니다. 


 소주에 물 탄맛. 아니 생수통에 소주 한잔 넣은 느낌.
 그래도 술이라고 기분 좋게 쏘세지와 함께 훈자 빠니에 감자전을 먹는데 한국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중년한국부부도 왔고, 낮에 봤던 깝녀와 또 다른 여자,그리고 우리 옆방 총각,이상한놈에 낮에 역시 여기서 봤던 다른 한국남자 두명 (s,s꼬봉) 까지 다 왔다. 훈자에 있는 한국사람들은 다 모인 듯한데  거의 10명 정도 된다. 다들 서로 이미 친한듯 왁자지껄한 분위기인데, 이제부터 존나 웃겼다. 뭐랄까 나와 쏘세지만 둘이 덩그러니 왕따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다들 어디로 트래킹 가는 얘기를 한참을 나누면서 언제 가느니 몇시에 가느니 이야기 하는데 솔직히 좀 웃겼다. 정말 나도 여행다니면서 내가 일행이 많았을 때, 항상 혼자 있거나 소수에 사람들에게 함께 하지 않겠냐고 묻거나, 하다 못해 옆방에 한국사람 있는거 알면 소주라도 함께 하자고 얘기하곤 했는데 10명이나 되는 사람중에서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게 좀 웃겼다.


 뭐 꼭 말을 걸어줘야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그냥 뭐 내 기준에서는 그랬다.  아마 한국사람이라면 이 분위기가 짐작이 되리라 본다.  웃기게도 식당안에 모두가 왁작지껄하게 노는 가운데 우리 둘만 한가운데서 묘하게 걸리적 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그들끼리 어디 트래킹을 가는 걸로 정하고 그들끼리 신나있는 가운데, 조금은 씁쓸한 마음을 안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어두운 밤길 숙소로 걸어올라가면서 쏘세지와 이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도 여행하면서 참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쏘세지 역시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기분이 묘하다고. 



 원론적으로 하면 굳이 그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줘야 할 이유도 없고  우리에게 함께 가자고 이야기 해야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 동안 여행하면서 내가 했던 행동들을 떠올리면 내 관점, 쏘세지 관점에서는 참 씁쓸한 일이었다.  그들에게 우리는 그냥 우리끼리 잘 노는 것처럼 보여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 앞으로 훈자에서 펼쳐지는 일들은 결코 이게 우리의 기분탓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게 행복의 땅 훈자에서 한국인들 덕분에 불편함이 시작되었다.   훈자의 밤은 그렇게 일찍이도 깊어갔다.


[ 밤이면 들어서는 꼬치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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