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편은 더러운 얘기가 많습니다.
 식사하실 예정이거나 하시면 나중에 보세요!


 인파서블 여행기 #64 훈자 지옥


 
  일찍 잠든 탓인지, 새벽 6시에 눈을 떴는데 일어나자마자 배에 기운이 장난이 아니다.
  화장실이 바로 지척인데, 정말 내가 살다 살다 이런 설사기운은 처음이다. 
  그 바로 지척에 화장실에 가는데도 팬티에 그 사이에 터져나왔고, 변기에 쭈그리고 앉자마자 정말 그냥 폭포처럼 물이 쏟아져 나왔다.


  배에 신호가 장난이 아니다.
  심상치 않다.

숙소에서 배를 진정시키면서 잠시 있는데 좀 괜찮아진다 싶어 방 바깥에 거실에 침대에 앉아서 만화책보면서 잠시 있으니 또 신호가 오는데 정말 농담아니고 신호와서 곧바로 일어나서 방문까지 가서 방문 여는데 터져나온다. 괄약근으로 조절이 안될 정도의 수준이다. 살다 살다 처음이다.

 정말 무서울정도로 그냥 신호가 오면 거의 동시에 뿜어져 나왔다. 괄약근으로 조여도 소용이 없는 수준의 설사였다. 
 물론 최대한 조였기 때문에 팬티를 조금 지리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가까운 거리의 화장실을 가는데 벌써 2번째 팬티를 지렸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건지 예상 문제는 훈자빠니, 어제 먹은 오므라이스, 혹은 계란, 라면이다.
 물론 제일 유력한 것은 역시 훈자빠니
 물이 입에 안맞으면 물갈이 하는건 당연한데 이건 그냥 물도 아니고 그 물로 만든 술이니, 당연히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을터, 어쨌든 이런 상태로 오늘은 방 바깥으로 나간다는 것은 엄두도 못낸다. 꼼짝도 못할 것 같다.

 이젠 거실에도 못나가있을 정도,
 침대에서 그냥 멍하니 또 언제 올지 모를 신호에 대비해 있는 방법 밖에 없다.
 
 더 웃긴 것은, 뒤늦게 일어난 쏘세지도 내가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니까 깼는데, 깨자마자 쏘세지도 설사를 시작했다.
 정말 둘이서 계속 번갈아가면서 싸기 시작하는데 쏘세지가 나 때문에 화장실 볼일 보기가 좀 그래서 나는 쏘세지 일어나고나서 부터는 거실에서 대기했는데, 또 여지 없이 신호가 온다. 쏘세지도 또 마침 화장실에 있어서 미친놈처럼 몸을 배배 꼬가며 버티는데 버텨지나, 엄청난 압력으로 또 팬티에 스믈스믈 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쏘세지가 나오고 바톤터치. 내가 곧장 화장실 가서 또 폭포수 처럼 쏴!
 정말 이제는 신기할 정도다. 이만큼 물도 안먹었을텐데 도대체 내 몸 어디에서 이렇게 끝임없이 폭포수 처럼 쏟아져 나오는지 놀라울 지경이다.

 드디어 팬티가 한장 남았다. 오늘 팬티에 몇번을 지리는 지 모르겠다.
 마지막 팬티 한장을 남기고. 배는 어느정도 진정이 되었다.


정말 내 평생 가장 심했던 폭풍 설사



 물론 설사가 멈췄다는건 아니고 설사는 거의 10-15분 간격에 한번씩 계속 됐는데 팬티 몇번 지리는 압도적인 설사를 몇번 싸고 났더니 이 후부터는 괄약근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으로 와서 팬티를 지리는 일은 없었다.

 쏘세지랑 나랑 거의 진이 다 빠져서 망연자실 하고 있었다.

 " 아.. 나 이제 팬티 한장 남았다. "
 " ㅋㅋ 아 오빠 웃기지마 나 힘들어.. 지금 웃기면 안돼 "
 " 응.. 진짜 자괴감 든다. "



 그렇게 아침 내내 화장실 문턱이 닳도록 둘이서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어느정도 배가 드디어 진정이 되고, 설사 역시 점차 텀을 두고 이제는 좀 잦아들었다.
 우리의 기분만큼 어제와 마찬가지로 훈자의 날씨가 꾸물꾸물 하다.

 햇볕이 나면 좋겠는데, 빨래를 널어놓으면 비오고, 햇볕나서 널어놓으면 비오고 개짜증난다.
 그나마도 오늘 아침의 이 폭풍설사로 인해서 팬티도 다 아작 나서 빨래가 시급한데 돌아버릴 지경.





완전히 탈진 상태에 가까워지고 어느덧 설사가 거의 멈추다 시피 한 뒤에서야 우리는 비로서 드디어 허기를 느꼈다.



 점심 가까이 되어서야 우리는 뭔가를 먹어야 겠는데 문제는 멀리까지 나가기엔 너무너무 불안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일단 밖으로 나와서 그나마 가장 가까이 있는 럭키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 베지터블 커리(커리라는 말은 실제론 쓰지 않는다)를 주문해서 포장하고 올라오던 길에 짜파티가게에서 짜파티 사고, 그리고 훈자의 유명한 살구로 만든 살구잼도 사왔다. 다행이도 무사히 숙소에 돌아온 우리는 베지커리와 짜파티를 먹는데 완전 꿀맛이다. 그리고 남은 짜파티는 살구잼에 발라서 먹는데 정말 개맛있었다.


 살구잼 산 돈을 빼면 커리랑 짜파티랑 합쳐서 800원.
 정말 800원의 행복이다. 이렇게 끼니 때우면 돈절약 작살 날듯. 




그리고 설사가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빌빌거리고 있으면서 한번씩 번갈아가면서 또 설사를 해주고 있는데, 그래도 아침보다는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거실에 앉아서 멍때리고 있는데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옆방에 머무는 두남자는 어제 그 말한 트래킹을 떠났는지 하루종일 안보이는데 누굴까 싶어서 보니 S다. 


 
 다른 모든 이들이 그를 S라고(실제로는 S가 아니라 다른 이름) 부르는데 우리 숙소에서 일하는 왈리도 잘 알고 대충 들은 얘기와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S도 파키스탄에 살고, 여기 가든롯지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한국인 사장인 복마니와는 친구인듯 하다. 

 어쨌든 S는 여기 파키스탄에 살기도 살고 훈자도 당연히 한두번이 아니었을테니 굳이 어제 다 함께 트래킹을 가진 않은 모양이다. S는 꼬봉도 데려오고 그 네팔선교사 부부와 이쁘게 생긴 론리플래닛 여자까지 해서 데려 왔다. 거실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이기 때문에 왁작지껄하게 지나가면서 휙 가는데 뭔가 여기서 해먹을려는 모양이다. 그리고 잠시 앉아있으니 S가 거실로 와서 문을 열고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 오늘 저녁 여기서 해먹을려고 하는데 같이 드실래요?  "
 " 저녁이요? "
 " 네. 여기 전에 산악회 사람들이 한국음식 재료 팔고 간게 있는데 우리도 맛있게 먹고, 여기 재료도 팔아줄겸.. 먹을려는데 같이 드세요 "
 " 네.. "
 " 네, 잡채랑 이것저것 만들려고 하니까 그럼 이따 같이 드세요 "
 라면서 휙 어디론가 채소를 사러 갔다. 


 그냥 있는건 예의가 아니니, 나와 쏘세지는 슥 부엌으로 향했다.
 요리는 선교사부부  아주머니와 론리 여자 둘이서 하고 있는데 쏘세지도 인사나누고 돕기로 하고 나도 뭔가 도울꺼 있나 보는데 부엌도 좁고 사람이 3명이나 되니 딱히 뭘 할일이 없어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서있다가 방해만 되니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안에 들어가니 S꼬봉과 선교사아저씨 둘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S꼬봉 몸이 어디가 아픈지 약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선교사아저씨가 아무래도 네팔에 살다보니 여기 약에 대해 잘 아니 약이름을 종이에 적어주면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 와중에 나는 또 다시 설사 시작. 방으로 달려가 설사. 갑자기 또 설사가 빈번하게 시작되서, 나는 방에서 대기하면서 설사 반복. 그러고 있으니 쏘세지가 저녁준비가 거의 다 되었다며 나오라고 밖에서 외쳐부르길래 밖으로 나가 식당안에 들어갔더니 선교사아저씨와 S,S꼬봉 3명이서 짜파게티를 먹고 있다.


 난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서 있는데 별로 먹어보라는 소리는 안하길래 그냥 봤는데 천만 다행인 것은 나도 짜파게티 가지고 있기도 하고 이미 끓여먹기도 먹어서 크게 땡기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참 먹고 싶었을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게 남 먹는거 쳐다보는건데 이 곳 훈자에서 짜파게티 냄새는 정말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으리라. 어쨌든 그들도 여기 가든롯지에 있는 짜파게티를 비싼 돈 주고 끓여먹는거니까 굳이 나에게 줄 이유는 없다. 


 어쨌든 그리고 좀 있다보니 밥이 다 됐는데 밥 잡채 감자볶음 된장국 김 진수성찬이다. 
 다 함께 오랜만에 사람들과 맛있게 밥먹고 대화도 나누고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 너무 맛나게 먹는데, 선교사 아저씨가 술을 좋아하는지 가든롯지에서 일하는 파키스탄사람 왈리에게 부탁해서 맥주도 구해오고 덕분에 아저씨가 맥주도 따라주고 해서 시원한 맥주와 반주를 하며 즐겁게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고 난 뒤에도 앉아서 맥주 마시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모두 각자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이 있었다. 선교사부부는 네팔이야기, 그동안 여행하면서 있었던 즐거웠던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해주고, S는 파키스탄 살면서 있었던 일, 파키스탄의 정세, 파키스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즐겁다. 그리고 잘먹은 댓가로 나는 훈자빠니가 있는데 드실 사람 있는지 물어봤다.
 물론, 설사에 대한 경고는 충분히 하고 나서였다.


 사람들이 훈자빠니 궁금하긴 한데, 다들 나 처럼 선뜻 비싼돈 주고 산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냥 말만 들었지 맛본 사람들이 없는 상황. (물론 S 제외)
 그래서 마셔보고 싶다고 해서 방에 가서 훈자빠니를 들고 와서 조금씩 다 따라줬는데 모두 그냥 맛보자마자 표정이 구겨진다. 


 " 원래 이런 맛이에요? " 라고 S에게 묻자 S는
 " 이거 그래도 그나마 맛있는 편인데요 " 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다.


 세상에 이게 맛있는 편이라니.
 S꼬봉도 얼마전 맛봤는지. 조금 맛보더니

 " 형 (S) 이거 엇그제 거기서 먹었던 거랑 비슷하네요 "
 " 응 그것보다 나은 것 같은데 "



 어쨌든 훈자빠니 덕분에 S가 파키스탄에서 술을 구하는 어려움, 술을 구한 여정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정말 술을 구하기가 힘든 것 같았다. 그래서 여기 훈자에서도 비싼돈 주고 그나마 먹을 수 있는 맥주들은 중국에서 넘어온 싸구려 캔맥주들이었다. 중국 맥주가 맛있다고 한들 그것은 유명 메이커들이고 여기에 들어오는 맥주는 정말 개허접한 맥주였는데 그나마도 구하기가 힘들어서 여기 파키스탄에서 무려 한캔에 500루피에 팔리고 있었다. 500루피면 거의 5천원 돈이고, 나의 여행 물가 계산 법에 의하면 정말 맥주 한캔에 5만원을 주고 먹는것이었다.




 그나마도 감지덕지하면서 먹고 맛있게 즐겼다.

 그래도 모처럼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어서 즐거웠던 하루였다. 폭풍설사로 인해 몸은 망신창이이나 오랜만에 한국의 맛 그대로를 느낀 푸짐한 저녁에 수 많은 이야깃꺼리로 밤늦게까지 놀았다.
 술이 많았더라면 참 행복했을텐데 아쉬웠던 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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