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69 [파키스탄/훈자] 이글네스트, 아름다운 훈자




  아침 늦게 일어나 있는 빵 쪼가리로 대충 아침을  먹고 쉬다가 왈리가 방을 청소 한다길래, 거실로 나왔다.   나와서 우리는 오늘 꼭 이글네스트를 가고자 이야기를 나누고, 청소가 끝난 뒤에 왈리에게 방을 잠시 체크아웃하고 이글네스트에 1박2일로 다녀온다고 말하자, 그냥 짐을 냅두라고 한다. 1박2일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향했다.  밍기적 거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탓에 좀 늦게 출발해서 오후 2시 가까이 되어 우리는 걸어서 알티트로 향했다. 이미 한번 알티트 성을 보기 위해 갔던 길이라 익숙하게 걸음을 옮겼는데 다시 봐도 멋진 풍경들이 펼쳐진다. 저번에 갈 때 어떤 파키스탄 아저씨의 도움으로 지름길로 간 기억이 있어서 기억을 더듬어서 그 때 갔던 길로 가는데 길을 잃었다. 그러나 어차피 쭉쭉 내려가면 되는 거라서 밭과 덤불들을 헤쳐 계속 내려 갔더니 결국은 길이 나왔다. 




 저번에는 길을 좀 걷다가 지나가던 차가 태워줘서 편안하게 알티트 성까지 가서 오늘도 은근히 히치하이킹을 기대했으나 가는 동안 차가 안지나간다. 뭐 오히려 한번 걸어서 가보는 것도 좋았고, 생각보다 더 금방 도착할수 있었다.  이글네스트는 알티트 성 방향이 아니라 듀이가르 라는 마을 쪽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삼거리에 도착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야 했다. 워낙 한적한 시골이다보니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잠시 멈춰 기다리니 현지인 여자가 지나간다. 듀이가르 방향을 물으니 현지인 여자가 꽤 멀다고 얘기하는데 현지인이 이 정도로 얘기하는거면 진짜 먼거리다. 










 하지만 멀다고 뭐?

 차를 타고 갈 수도 없고 일단 뭐 방법이 없으니 여자가 가르쳐준대로 듀이가르방향으로 향했다. 삼거리에서 경사 높은 언덕 길을 올라가는데 몇분 오르지도 않았는데 지친다. 과연 이글네스트까지 얼마나 걸릴껀가.  올라가면서 사람들에게 계속 듀이가르 가는 방향을 묻자 손가락을 가르키는데 어느 정도 올라가다보니 거의 길은 하나다. 안그래도 고산지대인데 이 곳에서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다보니 너무 숨이 턱턱 막혀왔다. 






 인도 라다크에서 고산지대에 완벽하게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등산아닌 등산을 하다보니 정말 힘들었다.  중간에 턱이 있으면 잠시 걸터앉아 쉬고 5분 쉬고 5분 걷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을 청년들이나 처녀들은 삼삼오오 모여 우릴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 언덕을 오르는데 정말 편안하게 올라가는 듯 보였다. 저들은 이 길을 매일 걸어다닐테니, 힘겹게 언덕을 쉬엄쉬엄 올라가는데 갑자기 차 한대가 선다. 어딜가는지 묻자, 이글네스트에 가는 현지인들이었다.  우린 차에 올라 또 운수 좋게 이글네스트까지 향했다.  대박!! 차를 타고 경사도 높은 언덕길을 끝없이 달렸다. 이렇게  차로도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올라가면서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높은 산을 오르면 오를 수록 점점 펼쳐지는 엄청난 풍경들.  저 멀리 설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친절하게 산 이름을 하나하나 알려주는데 그야말로 티비나 책에서 봤던 세계적인 산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한국은 제일 높은 산이 몇미터냐는 파키스탄 공식질문이 나온다. 산에 대해 자부심이 커서 그런지 한국사람들을 만나면 꼭 물어보는 질문이었는데, 2700미터 정도 된다고 얘기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존나 뻥치면서 3천미터라고 얘기하는데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 산이 아니라 언덕이네 "

 라면서 지들끼리 쳐웃는다.


 " 한국은 산 없어? "

 여기까지 와서 산에 오르는 모습이 재밌는지. 묻는다. 마치 산이 없으니까 여기까지 와서 산을 오르는구나 하는 그런 뉘앙스.



 " 국토의 70%가 산이야 " 라고 하면 " 아까 젤 높은게 3000미터 라며.. " 

 이러는데 ㅠ,ㅠ 



 정말 파키스탄이나 라다크에서는 산부심을 부릴 수가 없다. (이 산 부심은 태국사람한테 제대로 먹힌다.)  여담이지만 태국친구들 한국에 놀러왔을 때 같이 여행을 갔는데 뭐가 인상적이냐고 묻자. 산이 정말 많다고 .....  그런 나란데 ㅠ,ㅠ


 



 암튼 차를 타고 편하게 이글네스트에 도착했다. 정말 이 길을 걸어왔다면 몇시간은 걸렸을 것 같다. 이글네스트의 한 리조트?! 숙소 앞에 차를 세웠는데 눈 앞에 또 엄청난 풍경이 펼쳐진다. 높은 곳에 올라와 훈자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면서 저 멀리 몇킬로,몇십킬로 떨어진 설산들이 기가 막히게 펼쳐지는 것은 물론이고 가까이 울타르피크며, 레이디핑거 같은 훈자에서 가까운 고봉들이 둘러쌓여있는데 정말 기가 막혔다.   대박.












 

 우린 숙소 주차장으로 쓰여지는 듯한 넓은 공터가 보이길래, 그 쪽으로 향했다. 공터 저 멀리 풍경이 펼쳐져 보여서 그리로 향하니 의자와 테이블이 있고 몇몇 파키스탄 사람들이 앉아서 놀고 있다. 눈인사를 건네고는 풍경을 바라보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그 곳에서 잠시 쉬며 파키스탄 가족과 사진찍고 이야기 나누다가 이제 숙소를 잡자고 우리는 바로 앞 이글네스트 호텔로 갔다.  겉 모습부터 정원, 완전히 고급스러워보이는데 거대한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완전 깜놀.  완전 고급스러워보이는데, 무슨 유럽에 알프스 같은데 있는 거대한 산장, 호텔 같은 느낌이었다. 살짝 쫄아서 숙소를 잡으려고 리셉션에 가서 숙소 가격을 물어보는데 한번 더 놀랬다. 4500,3500 막 이렇게 부른다. 가장 싼 방은 2000, 2500루피 








 우리가 지금 머무는 방에 10배가 넘는 가격들이다.  일단 깎아볼 때까지 깎아보자고  존나 깎으니 제일 싼 방을 아침 식사 제외하고 1500루피까지 깎았다.  절망했다. 지금 하룻밤에 300루피인데...   주머니 가벼운 배낭여행자는 웁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우린 결국 그 가격에는 잘 수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 리셉션에게 물어봐 혹시 근처에 잘 곳이 또 있는지를 묻는데 바로 앞에 숙소가 있다는거다. 이글네스트 호텔에서 나와서 보니까  바로 앞에 정말 간판이 하나 보인다. 그런데 왠걸 무슨 정말 작은 집 한채와 마당에 텐트같은 것들이 쳐져있다. 그리로 가서 방 있냐고 물어보면서 가격을 체크하는데 이 곳은 옵션이 두가지다. 이 작은 집에서 자는 방법과, 마당에 있는 텐트에서 자는 방법이 있었다. 일단 방이나 한번 보자고 방 보여달래서 보는데 방도 충격적이다.




 파키스탄에서 후진 방을 많이 봐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아주 허접한 숙소가 덜렁 있었다.  말이 숙소지.  거의 창고 같은데 완전 낡아보이는 나무 침대 두개가 놓여있고, 매트리스는 얇고 더러워보였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여기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야겠다는 생각을 먹으며 가격을 물었다.   근데 세상에 이 개같은 방을 800루피 씩이나 부른다. 어이 없다. 절망에 빠진 우린 아까 그 테이블에 가서 앉아서 일단 풍경 보며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잠시 고민도 하고 풍경도 보고 놀러나온 파키스탄 가족들과 어울려 놀면서 여유를 가지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파키스탄 어린애들 너무 이쁘고 귀엽다 )






- 절경의 이글네스트 숙소 -





 우리가 이글네스트를 1박2일 코스로 잡은 이유는 이글네스트도 이글네스트지만 훈자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트래킹 코스인 울타르메도우를 여기 이글네스트에서 연결되는 코스가 있다기에 이글네스트도 보고, 울타르메도우 트래킹도 할 요량이었는데 그나마도 이글네스트 리셉션에 물어보니 산사태가 나서 지금은 여기서 울타르 메도우로 연결이 안된다는 것이다. 앉아서 멋진 풍경을 보며 쏘세지와 한참을 논의했다. 그냥 좀 구경하다가 다시 훈자(칼리마바드)로 가자.  아니면 여기까지 왔으니 여기서 1박 하자 였는데. 결국 논의 끝에 우리는 결정을 내렸다. 





 솔직히 방값 여기가 존나 비싸다고 지금 우리가 난린데, 생각해보면  한국돈으로 15000원인데. 지금 우리가 여행 물가에 익숙해졌으니 15000원이 15만원 150만원처럼 느껴져서 그렇지 사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돈이라면 아무것도 아닌 돈. 결국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쯤은 이런데서 자자는 생각에 우리는 하룻밤 묵기로 하고 다시 리셉션으로 가서 마지막으로 미친듯이 조르자 1200까지 해줬다.  막상 이렇게 결정되고 흥정까지 완료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기분이 좋아지고 하나가 해결되니 드디어 허기도 느껴진다.  밥을 좀 먹을려고 하는데 주위에 뭐 식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선택지는 단 하나다.  이글네스트 호텔 식당에서 밥을 먹는 방법 밖에 없다. 점점 돈이 압박해들어온다.




 결국 어차피 이렇게 된거 돈 생각하지말고 재밌게 놀다가자는 생각에 식당에 앉아서 음식을 주문하는데, 주문을 하고 잠시 앉아서 둘러보는데 정말 훌륭한 곳이다.  놀러온 수 많은 파키스탄 부자들. 대규모의 가족들이 놀러와서 오붓하게 놀고 있는데 정말 보기 좋았다.  식당 바깥에 굉장히 명당자리가 있었는데 그 곳에 앉아서 우리도 밥을 먹고 싶었으나 다른 가족이 자릴 차지하고 있어 잠시 나가 풍경 구경도 하고 그 가족들과 인사나누고 사진찍고 놀다가 우리 밥이 나와서 밥을 먹고 잡아놓은 방으로 향했다. 과연 이글네스트에서 가장 싼 방은 어느 정도일지. 이글네스트 호텔 건물은 리셉션이 있는 멋드러진 본채와, 바로 근처의 별채가 있는데 우리가 잡은 방은 가장 아랫쪽에 있는 건물에 있었다. 









 역시 가격이 싸다보니 뷰가 아무래도 딸리는 아랫쪽에 위치한듯.  계단을 따라 우리 방쪽으로 향하는데 생각보다 너른 정원이 바로 붙어있어서 뷰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방안으로 들어갔는데 왠걸 방이 생각보다 좋았고 뷰도 좋고 맘에 들었다, 1200루피의 가치가 충분했다.  정말 대만족스러운 방이었다. 기분이 자연스레 좋아진 우린 너른 정원에 앉아서 뷰를 보며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앉아있었다. 정원에는 살구나무들이 엄청 많았는데 쏘세지가 이걸 놓칠리가 없다. 








 쏘세지는 살구를 또 아작 내기 시작하는데, 신나게 살구를 따는데 정말 지천에 널린 이 살구들이 모두 쏘세지것이었다.  신나게 살구를 따고 있으니 우리가 제대로 방을 찾아서 들어갔는지 궁금했는지 리셉션 남자가 우리 방쪽으로 왔는데 쏘세지가 존나 가파른 곳에 서서 손을 뻗어 살구를 따는 모습을 보고 나오라고 하더니 자기가 대신 힘겹게 살구를 따서 준다. 친절하다.  쏘세지가 딴 살구에 리셉션남자가 따준 살구까지 정말 한아름 살구를 따서 테이블 위에 놓고 먹기 시작하는데 살구 시즌이 거의 끝난 아랫동네와 달리 여기는 살구가 아직 살아있었다. 인도 누브라밸리에서 먹었던 살구만큼 맛있는 살구였다. 앉아서 기가 막힌 풍경을 보며 맛있는 살구를 먹고 있다보니 방 잡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너무너무 여유넘치고 행복한 시간. 쏘세지도 너무 행복했는지 대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진짜 자길 잘했다 " 라며 흡족해한다.













 우린 살구를 먹으며 해가 지길 기다렸다.  그리고 어느덧 황혼이 시작되려는 무렵 선셋을 보기 위해 이글네스트 호텔 바로 뒷편에 있는 언덕에 올랐다. 이 언덕이 바로 이글네스트다.  이글네스트 언덕을 오르는데 그 이름답게 특이한 바위모양이 많았는데 정말 독수리 닮은 바위가 많았다. 신기했다.  난 이글네스트 이름만 들었을 때 그냥 워낙 높은 곳에 위치해 독수리도 쉬어가는구나 그런 느낌?! 이었는데 그게 아니라 여기 바위모양들이 독수리 모양이라 이글네스트 였던 것이다.  그리 높지 않은 언덕을 쉬엄쉬엄 올라가니 이미 관광 온 파키스탄 사람들이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앉아 일몰을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가 등장하자 또 시선집중. 그들의 시선을 피해 이글네스트 이쪽 저쪽으로 돌아다니며 풍경을 구경하는데 360도로 펼쳐진 풍경은 정말 게임 끝이었다.  풍경에 감탄하며 사진찍고 있다보니 어느새 일몰.








 뭔가 더 엄청난 풍경을 기대했으나 구름이 많이 끼어서 생각만큼 멋진 풍경은 볼 수 없었으나 어디까지나 생각만큼!! 충분히 멋진 풍경이었다. 일몰이 시작되고나서 그리 오랜시간이 되지 않아 금방  어둑해졌다.  어둑해지는 틈에 이글네스트에서 천천히 내려와 식당에서 쉬다가 뭔가 저녁겸 입도 심심해서 백만년만에 녹차와 감자튀김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는 녹차 맛 너무 좋다.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하는데 사람이 그리워서 그런지 우리는 여행중 만났던 좋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하루,진,수 등을 추억했다. 여행 중 처음으로 적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다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다 보니 훈자에서 본 한국 사람들이 더 이해가 안가고 씁쓸하게 느껴졌다. 








 이글네스트에서 쉬면서 쏘세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찌나 좋았는지  쏘세지는 "  파키스탄에 신혼여행을 와도 좋을것 같아 " 라고 이야기 하는데  수긍간다.   정말 아름다운 나라다.  아름다운 풍경,아름다운 사람들.  좋은 생각만 해야겠다. 이 좋은 풍경을 보면서 좋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편안해지는 마음을 안고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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