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78 [파키스탄/길깃] 세상만사 새옹지마



 

 여행을 6/30일에 떠났으니 꼭 두달이 되는 날이다. 날짜로는 63일이 지났고 64일째 되는 날이다.    돈은 대략 100만원 정도 썼으니 하루에 2만원 못미치는 돈을 썼다. 좀더 아낄수 있을때 아꼈어야 됐는데 시간도 돈도 쓸데 없이 많이 낭비한 기분이다.  어릴 때 처럼 무작정 미친듯이 돈을 아껴쓰진 않았고 나름 돈을 쓸 땐 쓰게 되는 나이가 됐지만 나름 헝그리하게 여행하던 시절의 관습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아쉽다. 새벽 4시에 잠을 깬 이후로 이 것 저 것을 하며 음악을 듣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여전히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폭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동하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다. 하지만 이동하기로 마음 먹은 이상 오늘 이동하려한다.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는걸까.  파키스탄 여행일정을 약 2주 정도 늘리기로 한 지금. 그래도 촉박하게만 느껴진다. 다 마음에 달린 것이겠지.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자, 정말 그립게 될 지금 이 순간. 빗소리 차가운 공기, 새소리, 저 멀리 피어오르는 물안개 마저 아름답다. 합리화와 즐거움의 경계선  





 아침에 쏘세지가 일어나 거실로 나와서 잠시 얘기하다 어제 남긴 김치찌개 데워서 라면 사리 넣고 끓이고 계란 후라이 해서 먹고 우린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왈리에게 계산해달라고 부탁한뒤, 나는 고장난 지갑 바꾸로 가고 쏘세지 부탁으로 말린 살구를  사서 돌아와 우린 마지막 짐 정리, 싹 한번 체크하고 그리고 계산을 했다.  가든롯지에 지불한  약 8000루피. 한국돈으로 8만원  2명이서 15일간 자고 먹고 마시고 비용이다. 




 파키스탄은 여전히 배낭여행지로서 살아있다. 그리고 왈리가 어젯밤 그에게 말한대로 "니 고향 치트랄에 갈꺼야 " 라고 얘기했더니 우리에게 다가와 작은 종이 쪽지를 건네준다. 쪽지에는 간단한 글 몇줄과 번호등이 보였는데 왈리에게 뭐냐고 묻자. 


 - 가족들에게 너네 좀 잘 부탁해 달라는 얘기랑, 집 전화번호

 


저래뵈도 나보다 한참 동생. 왈리..아 눈물날것 같다



 라고 얘기하는데 눈물이 날것 같았다. 이토록 말이 통하지 않은 이들마저 따뜻한데 어째서 같은 한국사람끼리 그들은 그럴까, 괜시리 마음이 쫒겨가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요상하다. 방으로 돌아와 배낭을 꾸려서 나오는데 정말 이 곳을 떠난다는게 믿겨지지가 않았고, 좀 더 오래 있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왈리와 함께 마지막으로 거실에 서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비가와서 우린 어떻게 알리아바드로 이동하나 걱정했는데 왈리가 스즈키를 붙잡아 놓고 짐 싣는것도 도와줬다. 마음이 느껴진다.   마지막 왈리와 포옹을 하는데 눈물이 날것 같았다. 왈리 마음도 찐하게 느껴졌다. 진심은 통하는건다.




 비좁은 스즈키에 올라타고, 큰 짐을 의자 아래에 쑤셔 박고는 왈리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우리가 안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왈리의 모습에 괜히 왈칵 한다.  그리고 스즈키를 타고 제로포인트에 도착하니 한 일본인 남자가 올라탄다. 그도 오늘 떠나는 모양이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스즈키는 씽씽달려,  알리아바드 도착했다. 스즈키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미니밴 정류장으로 갔다. 길깃행 미니밴을 찾고난뒤 미니밴 정류장에서 잠시 기다리며 표를 200루피에 끊고 드디어 길깃행 미니밴에 몸일 실었다. 예상대로 꽉곽 채워서 4명씩 낑겨서 출발.




반가운 인사, 따뜻한 무슬림들


터미널?! ㅋ


비가 잠시 그치고 산에 구름자락이 걸렸다, 안갠가?! ㅋ


 그래도 여행자는 여행자.  훈자를 떠나는 것은 아쉽지만 오랜만에 새로운 곳을 향한다는 사실에 괜시리 설레였고, 쏘세지는 언제나 처럼 군것질을 하면서 말린 살구를 먹었다. 인심 좋게 옆자리에 앉은 파키스탄 남자에게도 건네주고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 한가지가 내 머리를 스쳐지나가며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세상에나!  여행 일기장을 가든롯지에 놓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을 뒤져보니 없다. 아침에 거실 침대에 엎드려 두달 여행 정리하며 이것저것 그적이고 거기다가 놓고 나온 것이다. 말도 안됀다. 청천벽력 날벼락. 랩탑 고장났을 때 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정말 미쳐버릴것 같았다.


 


여기에 놓고왔어!!!!!!!!!!!



 어쩌면 사진, 카메라 보다 소중한 2달간의 나의 기록. 정말 아무 생각도 안났다.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며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는데 천상 길깃 가서 다시 훈자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뿐. 그저 이걸 누군가 버리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계속 버스는 길깃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옆자리 남자 ( 말린 살구 준 남자 )가 뭔가 잃어버렸냐고 묻길래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걱정말라고 자기 사촌이 칼리마바드에 사는데 그 사람이 가지고 가서 버스정류장에 가서 드라이버한테 주고 드라이버가 길깃 버스스탠드에 맡기면 찾으로 가면 된다고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난 것이 파키스탄 친구 아지즈 알리 AZIZ ALI 




 아지즈의 말을 들으니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들었고, 금방 찾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참 세상일이란게 모르는게 내가 가든롯지 전화번호가 무슨 소용이라고 가든롯지 번호를 갖고 있었겠냐마는 왈리가 치트랄 간다고 써준 쪽지에 가든롯지 전화번호를 적어준 것이었다. 치트랄 가서 무슨 일 생기면 자기에게 전화하라고 적어준 바로 그 것이었다. 아지즈에게 그 쪽지를 건네주자 전화를 해보겠다며 전화를 거는데 왠걸 아지즈의 핸드폰 밧데리가 없어서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걱정하는 나를 안심시키며 아지즈가 안심을 시켜줬다. 그리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드디어 길깃에 거의 도착.  아지즈는 내리면서 자기 연락처를 주면서 숙소 잡으면 연락하라고 집에가서 충전하고 전화해본다고 얘기를 해주면서 드라이버한테 우리가 론리에서 찍은 숙소에 데려다 주라고 부탁하는듯 했다. 정말 고마웠다. 길깃에 도착하고도 한참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내려주고 우린 드디어 마지막. 도무지 어딘지 모를 곳에 차를 세웠다. 마지막이라고 내리라는데 벙쪘다. 



 쏘세지와 나는 론리에서 봐둔 마디나 게스트 하우스를 가기로 했는데 분명 아지즈가 내릴 때  운전기사에게 우리를 잘 데려다 주라고 부탁하는듯 했는데  운전기사는 우리에게 마지막이라고 내리라고 하니 참 난감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는데  마디나 게스트하우스에 어찌갈지.. 막막했다.  차에서 내린 곳은 그리 큰 길가가 아니었는데 완전 로컬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냥 동네였다.   언제나 처럼 낯선 이방인들을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수 많은 파키스탄 사람들만이 우리를 무심하게 스쳐지나가고, 우리는 배낭을 땅에다 세워두고 막막함에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었다. 차를 더이상 운행 안할 것 처럼 자동차 안에 쓰레기를 버리며 차를 정리하는 운전기사에게 마디나 게스트 하우스를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는데 운전기사는 짧은 영어로 기다리라는 얘기만 한다. 운전기사와 또 다른 한명의 남자까지 2명이 드디어 차 정리를 끝내고 우리에게 따라 오라고 한다. 



 남자 2명이서 길을 가고  우리는 그  뒤를 따라가는데  작은 골목길로 접어 들었다.  큰길도 아니고 도무지 여기가 어딘지 감도 안잡히고 골목골목 가는데 긴장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일일까? 나 혼자만 있으면 상관없는데 여자인 쏘세지까지 있으니 배로 긴장되었다. 내가 보호해야 된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나는데 머릿속으로 거쳐오는 길을 계속 외우면서 지형지물들을 눈에 집어넣고, 여차하면 움직일 시나리오를 짰다. 이렇게 해두면 당황하지 않고 대처 할 수 있다.  정말 긴장되면서도 머리가 복잡한 순간이었다.



 여기서 만약에 이 놈들이 딴 맘을 품으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계속 돌렸다. 뒤따라 오는 쏘세지를 쳐다보니 쏘세지도 약간은 긴장한 표정이다. 하지만 내가 있어서 조금은 안심한 표정. 그 표정을 보니 더욱 걱정스러웠다.   완전 골목골목을 가면서 따라 가는데 너무나도 완벽한  현지인 주택가 골목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 그 곳을 가는데 다행이도 이내 조금 큰 도로가 나왔다. 뭔가 안도감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고,  기사들이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본다.  그 모습을 보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정말 우리를 마디나 게스트하우스로 데려다 줄 생각인 것 같다. 그들 역시 잘 모르는지 계속 다른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물어 걸어걸어 (근데 왜 차로 안가는지..) 드디어 메디나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꽤 먼거리였고, 배낭을 메고 따라 가느라고 힘겨웠지만 무슨일이 벌어질까 긴장한 터라, 그저 마디나 게스트 하우스를 찾았다는 안도감에 기분이 좋아졌다. 숙소는 조금 번잡한 시장통에서 골목안으로 들어가니 있었는데 작은 문 안으로 들어가니 큰 마당이 나타났다.  마당에 천막을 씌우고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어서 그 곳에 짐을 내려 놓고 곧장 쏘세지가 방을 보러 갔는데 다녀오더니 방은 존나 비싸고 시설은 열악하다고 인상을 쓴다.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 어떻게 할지 얘기를 나누는데 론리를 살펴보니 이 곳 말고는 이 근처에 숙소도 많지 않고 가격이 엄청 비싼 숙소들 밖에 없었다. 정말 이 곳이 최선인듯 싶었다. 결국 우리는 여기가 그나마 최선이겠단 생각을 하고 있는데 숙소에 매니저로 보이는 이가 우리에게 웰컴티를 주길래 차를 한잔하면서 한참 가격 얘기를 했다.   매니저는  불황이다 뭐다  핑계를 대며 안깎아 준다. 답이 안나와 결국 우리는 욕실 딸린 방을 700루피를 주고 묵기로 했다.  방을 잡아놓고도 나는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지금 순간이 너무 짜증났다. 비싼 숙소도 숙소지만 잃어버린 일기장부터 신경쓰이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쏘세지가 방에 짐을 가져다 놓는다고 가고 일하는 사람이 내 배낭을 짊어메고 쏘세지와 함께 방으로 갔다. 그리고 나는 마당에 잠시 있는 동안 매니저와 여러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쏘세지가 방에서 돌아와 테이블에 앉았다.  아침에 훈자에서 떠나 이렇게 여기 길깃에 와 있으니 왈리가 그리웠다. 뭐랄까 한적한 훈자에서 대도시 길깃에 와서 느껴지는 막막함과 삭막함?! 익숙한 곳에서 있다가 낯선 곳에서 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그러다가 나는 이 곳 숙소 매니저 라즈에게 부탁해 아지즈에게 전화하니 라즈가 아지즈와 통화를 한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말을 전해준다.  이따 직접 아지즈가 이 곳으로 온다고 한다. 마당에서 담배한대와 티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뭔가 복잡함 심경속에서도 이 곳에 또 적응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이 곳 매니저인 라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길깃과 길깃 근처에서 갈 수 있는 곳에 대해 정보를 얻는데, 라즈는 이 곳 매니저를 겸하면서 따로 투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수 많은 산을 갔던 사진을 보여주는데 정말 말도 안되게 멋진 풍경들이 많았다. 큰 흥미를 보여주자 라즈는 더욱 적극적으로 여러 장소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하지만 가격이 대부분 후덜덜 했다. 쏘세지와 나 단 둘이서 가기엔 너무나 부담 되는 가격들이었다.  그렇게 마당에 앉아 한참 시간을 보내는데 오후가 되서 아지즈가 나타났다.



 늘 그러하듯 무슬림들은 진한 형제애가 느껴진다. 마치 오랜만에 옛 친구들을 만난 것 마냥 아지즈는 숙소에 들어서자 마자 이 곳에 일하는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하는데 정말 이 곳에 처음 온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런 모습들이 참 신기하다.    아지즈는 자기 친구를 데려왔는데 같이 온 친구는 미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정말 인상 좋은 청년이었다. 둘은 테이블에 앉자마자 곧장 왈리에게 전화해서 확인을 한다. 한참 통화를 하고 난 뒤에 아지즈는 별다른 소득이 없어보인 것 같았다. 나에게 들은 노트의 색,모양, 마지막으로 놓여져있던 위치 등을 왈리에게 계속 설명하는데 왈리가 노트를 찾았는지 알길이 없다. 그저 아지즈는 계속 나에게 걱정말라며, 노트를 찾아서 내일 보내면 된다고 아무 문제 없다고 계속 나를 안심시켰다.






운전하는 미르와 보조석에 아지즈






 지금은 아지즈의 말을 신뢰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아무 소득 없이 결국 통화는 끝이 났고,   그리고 우린 고마움에 밥이라도 사고자 같이 그들과 함께 나가려고 하는데 환전을 해야만 해서 근처에서 환전하기로 하고 같이 그들의 차를 타고 나갔다.   쏘세지와 나는 이제 파키스탄 일정을 늘릴 생각이기 때문에 150불 씩 환전을 했다. 아지즈와 미르는 길깃을 구경시켜주겠다며  드라이브를 하자고 해서 길깃 시내를 차로 달리며 여기저기 설명을 해준다.  길깃은 확실히 큰 도시였다.  복잡한 시내를 지나 큰 다리를 건너 강 건너편으로 향했다.   강거너편은 조금 한적했는데 아지즈 덕분에 마을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자기가 졸업 했다는 대학교도 보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일기장의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시원하게 드라이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강건너편에서 바라보는 길깃의 모습은 참 멋졌다.  절벽을 끼고 자리 잡은 마을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한참 드라이브를 한 뒤 우리는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이런 환대가 너무 고마워서 저녁대접하고 싶어 함께 저녁 먹자고 하니 볼일이 있으니 볼일을 보고 저녁에 온다는 것이다.   숙소로 돌아와서 여전히 나는 방에 들어가지 않은 채로 마당 테이블에 앉아 쏘세지와 앞으로의 여행루트에 대해 논의를 했다. 길깃에서 그냥 쭉 내려가면서 라왈핀디 등을 거쳐서 인도를 가는게 좋을지, 아니면 길깃에서 왈리의 고향 치트랄로 향하는게 나을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뭐랄까 참 복잡한 심경이었다. 워낙 여행 인프라가 안갖춰진터라 치트랄로 향하면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한편 언제 이런 곳에 가보겠냐는 생각도 있었고,  그냥 서둘러서 파키스탄을 다 찍고 인도로 돌아가고 싶다는 심경도 있었다. 파키스탄 정보 도 거의 없는데 대부분의 여행자가 가지 않는 곳을 간다는게 마음적으로 부담이 된 것이 사실이었다.



 내가 이럴 정도니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파키스탄에 와서 훈자만 찍고 얼른 인도로 돌아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니까 그 깝년이 "파키스탄에 무슨 가이드북이 필요해요~  " 이 지랄을 했겠지 혼자서는 다른데도 못돌아다닐 년이. 내가 장담하는데 다른데 가볼 엄두도 안냈을꺼 같다. ㅋㅋㅋㅋ 어쨌든 쏘세지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논의들을 하고 있으니 어느새 어두워지고 저녁이 되었다.  숙소에 재밌는 파키스탄 사람들이 나타났다. 파키스탄을 여행하는 이들이었는데 자전거 여행자였다. 파키스탄의 끝에서 끝까지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한다고 하는데 대단했다.  꽤 유쾌한 사람이었고 영어도 아주 유창했는데 자전거 여행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저녁 8시쯤, 아지즈와 미르가 숙소로 왔다. 테이블에 앉아 아지즈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온갖 사진을 보여주고 노트북 안에 영화를 틀어주고 하는데 아지즈는 적십자. 무슬림은 십자를 안쓰고 달을 쓰니 이 곳에서는 적월자에서 일한다. 적월자의  활동 모습 보고 여행사진 보고,  있는데 점점 배가 많이 고파졌다.  그리고 꽤 피곤했다. 하지만 이들이 무슬림이라 늦게 밥을 먹으니 한 밤 10시에  밥을 먹는다고 생각을 해서 저녁 식사 얘기는 안하고 계속 서로의 이야기만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너무 배가 고파서 아지즈에게 물었다.


 - 근데 아지즈 밥 언제 먹을꺼야?

 - 밥 언제나오는데? 


라고 오히려 반문한다. 알고 보니 서로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숙소 식당에서 밥 먹는 줄 알고 숙소 밥이 왜 안나오나 했던 것이고, 우리는 아지즈와 미르가 밤늦게 식사를 한다고 오해를 했던 것.   덕분에 한바탕 웃고 우리는 밥을 먹으로 밖으로 나기기로 했다. 숙소에서 나와 아지즈의 차를 타고 꽤 멀리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길깃의 밤거리는 꽤 어두웠고 살벌한 기운을 내뿜었다. 아지즈 역시 밤에는 위험하니 돌아다니지 말라는 말도 덧붙여줬다. 그리고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안으로 들어가니 가족단위로 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우리가 들어서자 역시 시선이 집중된다.  낯선 동양인들의 모습이 신기한듯 계속 우리를 쳐다본다.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를 보니 대박이었다.  생선도 있고 바베큐도 있고 심지어 버거도 있는데 징거버거가 정말 맛나 보였다. 

 


 그들에게 " 맛있는 파키스탄 음식을 소개해줘 " 라고 부탁하자.  그들은 서로 이야기 하다가 몇가지 음식을 추천해준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추천메뉴. 카라히를 먹기로 하고 시켰다.  치킨커리의 비슷한 다른버젼이라고 한다. 하프/풀이 있는데 Full은 4명이서 나눠먹는다고 하나 시켰다. 그리고 좀 기다리고 있으니 곧 음식이 나왔는데 정말 비쥬얼이 끝내줬다. 






 우리는 함께 음식을 먹는데 진짜 농담아니고 어마어마하게 맛있었다.   완전 맛있다고 감탄하며 나와 쏘세지가 신나게 먹자 그들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다른 음식들도 자신있게 추천을 한다.    그들은 Hadi 라는 음식도 엄청 맛있다며 다음에는 그 것을 먹어보라고 한다.  맛있는 음식 덕분에 우리는 완전 화기애애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나이 얘기가 나왔다.




 아지즈가 뜬금없이

 " 나 몇살로 보여? "

 나는 아지즈의 얼굴을 슥 살펴봤다. 대충 40살 이상이었다. 하지만 예의상 아지즈에게 나이를 적게 부르기로 했다. 



 " 36살 "

 그러자 아지즈가 막 웃는다. 


 " 그럼 미르는 몇살로 보여? "

 미르는 한참 어려보였는데 대충 25-6살 같았다. 



 한참 웃던 아지즈는 " 나 28살이야 " 라고 얘기하는데 정말 개충격이었다.

 

 " 너 몇년도에 태어났는데.. "

 " 1985년도 "



  왈리도 겉늙었었지만 아지즈도 진짜 대박이었다. 40중반은 되보였는데 나보다도 어린 동생이었다. 미르는 88년생이었다. 내가 당황하자 아지즈는 넉넉한 미소를 띠며 " 괜찮아, 항상 사람들이 나를 내 나이보다 많이 봐. 내가 원래 좀 늙어보여 " 라며 대인배의 풍모를 보여줬다. 덕분에 어색할 수 있었던 상황이 반전되었다.  둘 다 영어도 곧잘 해서 참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아지즈가 묻는다.



 " 너네 길깃에서 계획이 어떻게 돼? 앞으로 어떻게 할꺼야? "

 " 나는 일단 내 일기장을 찾고 나서 생각해 볼려고, 치트랄로 갈지 아니면 그냥 라왈핀디로 갈지 "



 " 길깃에서는 뭐할려고? "

 " 일기장이 돌아오길 기다려야겠지 "


 

 " 그러면 그냥 기다리면 괜히 신경만 계속 쓰이고 시간낭비잖아, 일기장 기다리는 동안 함께 놀러갈래? "

 " 아...."


 너무나 고마운 제안이었다. 잠시 망설이자 아지즈와 미르는 환하게 웃으며 


 " 신의 뜻대로  어차피 노트는 올것이고 호텔에서 지루하게 기다리니 근처에 놀러라도 다녀오면 좋지 않겠어? "

 



 신의 뜻대로라... 예전 이집트 여행에서도 배낭을 잃어버려서 혼자 맘 졸이고 막막해져서 진짜 앞으로 여행 어찌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이집트 사람들이 와서 " 인샬라( 신의 뜻이 그러하다면 그렇게 되리라) " 타령을 하면서 나를 안심시키며 환하게 웃던게 떠올랐다. 아..무슬림들의 멘탈.


 그놈의 인샬라. 한번 더 믿어보지!



 정말 그의 말대로였다. 내가 일기장을 찾으로 다시 훈자로 돌아갈게 아니라면 결국 일기장이 오길 기다려야 하는데 안그래도 그럼 그동안 길깃 주변이라도 좀 봐야되나 고민 하고 있는데 먼저 얘기를 꺼내준  그 배려심과 자상함에 참 고마웠다.  정말 고마운 제안이라 선뜻 받아들이기가 미안해서 우물쭈물 하고 있었다. 그러자 다시한번 미르와 아지즈는 우리에게 선고하듯 얘기했다.



 " 이 근처에 날타르 밸리가 멋있으니까 그리로 가자 "

 " 날타르 밸리 알지..아 거기 멋있다며 나도 책에서 봤어 "

 " 응 끝내주지. 근데 거기 가는 길이 험해서 트래킹을 하던가 해야 되는데 우리는 차로 가자 "

 


 아지즈는 가는 길이 험해서 사촌에게 토요타를 빌려야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들이 말하는 도요타는 토요타에서 만든 SUV 지프차량을 얘기하는 거다. 그러자 옆에서 미르가 " 너네는 기름 값만 대 " 라고 얘기하는데 아지즈가 미르를 한번 흘겨 보더니 이내 우리에게 " 아냐 니네 기름값도 신경쓰지마 그냥 함께 가면 돼 " 라고 이야기하는데 너무 고마웠다. 결국 우리는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내일 함께 날타르 밸리로 향하기로 했다. 



 맛있는 밥도 먹고, 이렇게 배려를 해준게 고마워, 식사값은 내가 내겠다며 계산서를 들고 나는 음식값을 계산하고 다시 그들의 차에 올라탔다.  숙소로 향하는 길 파키스탄의 안 좋은 전력상황을 말해주듯  밤의 길깃은 완전 어둠뿐. 죽음의 도시 같다. 게다가 사람들이 안다니는 이 어두운 도시는  개들의 천국이 되었다. 차가 달리는 동안 수 많은 개들이 짖어대고, 무리를 지은 개들이 차를 사냥감 쫒듯 쫒아왔다. 정말 밤에 함부로 돌아다니면 안될 것 같다. 



 어느 새 숙소로 돌아오고 그들은 내일 보자며 인사를 건네고 차를 타고 떠났다.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방으로 향하는데 오늘 방 구하고 처음으로 방을 간다. 방에 들어가니 쏘세지의 설명보다는 생각보다  좋았다.  그리고 짐을 풀며 쏘세지와 이런저런 얘길 했다.   아지즈와 미르가 너무 고맙다고, 쏘세지는 " 오빠 일기장 잃어버린 덕에 이렇게 아지즈하고 미르도 만나고, 맛있는 밥도 먹고, 날타르 밸리도 가게 됐네 " 라고 얘기하는데 정말이었다. 



 오전에 훈자를 떠나오면서 마음이 무거웠고, 또  일기장을 잃어버렸을 땐 정말 청천벽력 날벼락 같은 기분에 온갖 짜증이 밀려왔었고, 한적한 훈자와는 달리 와글와글 도시의 길깃에서 오랜만에 혼잡함때문에 정신이 없었는데, 새옹지마라고  일기장 잃어버린 바람에 이렇게 좋은 일들이 생겼다는 사실이 참 놀랍고 재밌었다. 사람 사는 일이 이렇게 새옹지마다.  언제나 그렇듯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  이게 정말 여행의 묘미인 것 같다. 


 

 처음 차에서 내려 바라본 길깃은 훈자와는 달리 복잡하고 더러운 도시였는데 반나절 만에 꽤 마음 따뜻해지는 도시가 되었다. 모든게 이렇게 마음 먹기 나름이고, 낯설어서 싫을 뿐이지 결국 익숙해지면 모든 곳이 천국이다.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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