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할머니 산소에 다녀왔다. 날을 잘못잡았는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선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진탕이 되어있었다. 문득 예전일을 떠올려봤다.



벌써 몇년전이다.


할머니가 계신 요양원에서 전화가 와서 병원으로 옮겨야 될 것 같다고해서 급히 요양원에 가서 앰뷸런스 불러서 할머니를 병원으로 옮겼다. 좀 있다보니 엄마도 오고, 아버지도 오시고. 거의 매일 요양원에 가던 엄마가 며칠 안들렸었는데.. 엄마가 오자마자 병원 복도에서 할머니 얼굴을 보더니 눈물을 쏟아내면서 할머니를 향해 울면서 이야기 했다.



며칠사이에 왜이렇게 야위었냐고. 어머니 얼굴이 왜 그러냐고



말도 못하는 할머니를 부등켜 안고 우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 살면서 할머니랑 제일 많이 다투고, 제일 서로 못잡아먹어서 안달이던 고부갈등의 정점을 찍은 두사람이었는데. 의식을 잃었던 할머니는 엄마가 오자, 눈을 떴다.말도 못하고 정신도 없으면서 할머니가 엄마를 지긋히 쳐다보는 그 눈빛과 엄마의 통곡은 정말 어떻게 말로 표현할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제일 모질게 대해서 숨통도 못쉬게 했던 며느리가 제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보살피고.. 사람의 인생이란 어찌도 이러한지....



워낙 요양원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던 탓에...  모두들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신다고 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을것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이 아무렇지 않게. 곡기를 끊고 진짜 돌아가셔도 진작에 돌아가셨을텐데 그래도 자식들 잘만나서 몇년 더 사신거라고 담담하게 얘기하면서 이제 그냥 놔드리자고..  며칠안으로 돌아가실것 같다고 담담하게 얘기하는데 사람의 일생이란 이리도 허무한것을..



항상 외국에 있을때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할머니의 마지막을 못지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 때는 너무나 슬프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일수 있을것 같다고 생각했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엄마를 제외하고 할머니는 어쩌면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요양원에서 매일매일 정성껏 새로 지은 밥과 반찬을 싸가지고 가서 할머니 먹이고 할머니한테 말걸어주고 엄마는 그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위대하지만, 그 때 만큼은 정말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위대해 보였다. 보통사람이라면 미워하다 못해 증오할만큼 할머니가 괴롭혔는데 사람은 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란 말인가.. 엄마를 보며 느낀다. 할머니를 보살피면서 엄마는 구원을 받은것일까... 할머니가 가끔 어린아이처럼 엄마를 기억해주면 그렇게 환하게 웃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씨발. 또 이거 쓰다보니 괜히 눈물이 나네




보고싶어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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