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82 [파키스탄/판다르] 만족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풍경이었던 곳 한 곳을 꼽아본다면? " 

 그러면 나는 주저 않고 이 날의 풍경을 꼽을 것이다.
 " 파키스탄 판다르의 풍경 "

 
 그리고 딱 사진 한장을 보여 줄 수 있다. 판다르 마을의 풍경. 바로 이 곳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창문으로 햇살이 비춘다.   바깥은 시골의 여느 마을과 마찬가지로 고요하다.  방문을 열자마자 바깥이라 문을 열고 나오니 정말 맑은 아침이다. 어제 오후에 도착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기지개를 펴고 잠시 맑은 공기 마시면서 정신을 차렸다. 쏘세지도 어느 새 일어났다.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하고 있으니 일하는 녀석이 오더니 아침을 먹으라고 한다.  그래도 아침을 챙겨주는구나.   어제 밥을 먹었던 곳으로 가니 어젯밤에 도착한 파키스탄 아저씨가 아침 댓바람부터 송어(Trout) 튀김을 먹고 있다. 어제 하도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 살짝 침을 꿀꺽! 삼키는데, 아저씨가 그 마음을 알았는지, 아니면 가벼운 인사를 건낸 내가 맘에 들었는지, 송어를 접시째로 주면서  먹으라고 준다. 고맙다. 이 아저씨의 송어가 아니었더라면 정말 화가 날 정도로 허접한 아침 식사가 나왔다.   갓 구운 짜파티와 잼, 그리고 티 한잔. 





 햇살 아래, 담배를 말고, 지포라이터에 기름을 채우고 있으니 이렇게 여유로울 수 없다. 내가 신선이다. 진짜 행복한 아침이다. 세상에 나보다 더 여유로운 사람이 또 있겠는가. 허접한 아침이었지만 옆방 아저씨가 준 맛있는 송어튀김을 먹고 허기를 대충 채운 우리는 함께 산책을 갔다.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숙소 바로 뒷쪽 오솔길을 따라 걷자 곧바로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 세상에 아무도 없는 듯 한 고요함 속에 시냇물 소리만 쪼록 소리를 내며 흐른다. 천국이 있다면 여기다.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 쏘세지와 얘기를 하고 숙소로 다시 돌아와 세면도구를 챙겨서 다시 그리로 향했다. 어차피 숙소의 어둡고 더러운 화장실에서 씻을려고 해도 물이 거의 방울방울 떨어지기 때문에 굳이 거기서 씻느니 이런 대자연에서 맑은 물로 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시냇물에 들어가 허리를 굽혀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는데 진짜 기분 캡짱이었다. 너무너무 상쾌하고 좋았다.  쏘세지도 양치를 하는데 정말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씻고 난 뒤 가벼운 산책을 하며 오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일단 오늘 이동을 해야 되는데 치트랄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또 마스튜지란 곳까지 가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마스튜지 행 버스를 타기 전 시간이 남으니 우리는 마을 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윗 마을인 셰르발(세르발) 마을에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 돌아가서 일하는 애들에게 물었다. 산을 가르키며 저 위를 가는 방법을 물어보자, 짧은 영어로 방향만 가리키며 뭐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일단 저 위에 올라가면 뭐라도 보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곧장 짐을 놓고 그리로 가보기로 했다.  밖으로 나가서 걷는데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 길거리에 사람이 없어서 그냥 일단 무작정 걸었다. 길이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있고, 그냥 막 걸었다. 일단 언덕으로 막 올라가는데 올라가다보니 막힌 길이 나온다.





 아주 조금 올라왔을 뿐인데 더위 때문에 힘겹다. 그냥 숙소로 돌아갈까 하다가 분명 더 위로 올라가는 길이 있을 것 같아. 잠시 언덕에서 내려와 그냥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자. 뭔가 느낌이 온다. 아직은 평지에 가까운 길이지만 이 길을 따라 가면 저 높은 곳으로 향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걷다보니 어떤 할배가 나타났는데 '세르발?' 하고 묻자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을 쭉 따라 걸으면 나온다는 듯 얘기를 한다. 물론 대화는 안통하지만 통하는 것이 있다.


 
 그 길을 따라 걷자, 점차 경사도 급해지며 언덕길이 시작되었다. 주변에 나무도 없어서 태양이 직사광선으로 내리쬐며 더욱 더워졌지만 발을 한발짝 옮길 때마다 점점 더 멋있어지는 풍경.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쏘세지는 그 사이 벌써 지쳐서 저 뒤로 뒤떨어져 걷기 시작했다. 혼자서 꾸역꾸역 가파른 길을 오르다보니 길 중간에 큰 바위 위에 빨간 옷을 입은 무슬림 처녀 한명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 햇빛을 히잡으로 가려서 막고, 햇살 때문에 살짝 인상을 찌부렸지만 역시 이 지역 사람답게 아름답게 생겼다.  " 셰르발? " 하고 묻자.  아무말 없이 손가락만 저 위 언덕길 쪽으로 가리킨다.








 맞게 가고 있었다.  뒤돌아 쏘세지에게 " 야! 맞데 이길, 힘내.. "   쏘세지는 말 없이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잠시 쏘세지를 기다리며 보는데 이미 마을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며 꽤 멋진 풍경을 자랑했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겨 계속 언덕길을 올라갔다. 그리고 거의 정상 쯤에 도착했을 무렵 우리의 눈 앞에는  정말 너무나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쩔었다.  정말 여기 안왔음 어쩌나 싶을 정도 였다.



 나도 쏘세지도 그저 감탄뿐. 어떤 절경도 없었지만 평화로움과 조화로움,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기가 막힌 작품을 보는 듯 했다. 어제 이 곳 판다르에 오던 길 감탄했던 바로 그 풍경이었다. 높은 산맥에 둘러쌓인 작은 마을은 싱그러운 녹색, 빛나는 황금색 등으로 수 놓은 듯한 퀼트처럼 하지만 전혀 어색함이 없이 조화로운 그림을 보는 듯 했다. 그리고 그런 마을을 조용히 관통하는 에메랄드 빛 강물.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 소설 천개의 찬란한 태양 '마리암'이 이런 모습이었을 것 같다 -












 이 곳 판다르는 정말  인프라나 교통편만 갖춰졌더라면 레전드가 될듯.   꼭대기에서 어린아이들을 만났다. 세르발 마을 아이들인 듯 했다. 아이들 뒷쪽으로 다시 쭉 길이 이어져있는데 보니까 다시 한고비 올라가면 마을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만족 스러웠다. 더 올라가는 길도 아니고 그저 평지길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에 이정도까지만 보기로 했다. 정말 아름다운 마을이다. 다시 한번 판다르에 감탄하는데 감탄하며 사진을 찍다가 이야기 했다.



 " 쏘세지야 난 말야. 이번에 여행와서 정말 오늘이 너무 행복하다 "
 " 응.."
 " 진짜 판공초고 누브라밸리고 모두 아름다웠는데 뭐랄까 이 마을에 까지 오는 여정, 그리고 여기 아무것도 없는 평화로움 그리고 지금 이렇게 판다르 풍경을 보고 있으니까 너무 행복하다 "




 " 진짜 아름다운 마을이야.. "
 " 어제 저녁에 그 가족들이 밭에서 일하던 그런 모습, 지금 우리 눈 앞에 이 풍경. 세상에 이렇게 평화로운 곳이 또 있을까 싶어.. "

 
 쏘세지에게 말한대로 정말 너무나 행복했다.  그리고 평화로웠다.   한참 보고 우리는 어제 보러가려고 했으나 실패했던 에메랄드 빛 강으로 가기 위해서 강변으로 향하기로 했다.  언덕길을 내려오는데 아까 올라온 길 말고 지름길로 가면 되겠다 싶어서 마구 내려오다가 길이 막혔다. 그리고 길이 막힌 곳에 나타난 곳은 작은 학교였다. 그리고 우리가 서있는 곳은 그 학교 뒷 담벼락 겸 산길이었다. 학교로 가기 위해선 거의 2미터 조금 넘는 곳을 점프해야했다.


 " 뛸 수 있겠어? " 
 " 어! " 쏘세지는 흔쾌히 오케이.


 우리가 나타나자 마침 많은 여학생들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우리가 완전 흥미로운듯 우리를 쳐다본다.  높은 곳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 안녕! " 인사를 건네자 여학생들 특유의 감성. 뭐가 그렇게 웃긴지 꺄르르 웃으며 수줍게 " 헬로! " 하며 인사를 한다.   그리고 나는 마당으로 뛰어내렸다. 쏘세지가 뛸 준비를 하는데 내가 받아준다고 하자 쏘세지는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씩씩하게 그 높은데 마당으로 휙 하고 뛰어내렸다. 여학생들은 박수를 쳐대며 깔깔댄다. 마침 선생님이 밖으로 나왔다. 선생님도 이쁘게 생긴 여선생님이었는데 인사를 나눴다. 역시 배운 여자라 영어가 통한다. 요 근래 본 사람 중 가장 유창한 영어로 대화하는데 뭐랄까 학생들 앞에서 외국인과 대화하는 선생님이 신기한듯 애들이 존경의 눈빛으로 쳐다보자, 살짝 으쓱하는 귀여운 면도 보였다.  선생님은 기분 좋게 우리를 교실로 초대를 했다.

 



 교실이라고 해봤자. 작은 공간이었지만, 시설은 꽤 갖추어져있었다. 여학생들로만 이뤄진 학교였고, 중학교 라고 한다. 나름 교육열이 높은듯. 우리는 교실에서 몇 안되는 여학생들과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낙엽만 보고도 꺄르르 웃는다는 여학생들이라 그런지 그냥 뭔 얘기를 한마디 할 때 마다 꺄르르 웃는데 귀엽다.   그렇게 잠시 그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서둘러 갈려고 했던 강변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무작정 강쪽으로 가면 될 줄 알았는데 어제와 마찬가지로 정작 강변은 가시나무와 빽빽한 나무로 완벽하게 막혀져있어서 완전 헤매는데도 강쪽으로 나갈 공간이 보이지가 않았다. 길 찾느라고 괜히 한적한 마을만 계속 이리저리 헤맸다. 대신 그 헤매는 동안 동네 꼬마애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완전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부끄러워하면서도 제법 포즈를 잘 잡아준다. 너무 귀엽고 깜찍하다.






 아이들 사진을 찍고 그러면서 우리는 체크아웃을 해야되는 시간 때문에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숙소오 돌아와 짐을 챙기려고 방문을 여는데 숙소에서 일하는 녀석이 오더니 마치 급하다는듯, 마스튜지 가려면 지금부터 나가서 도로에서 기다리라고 이야기를 건네준다. 따로 터미널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버스를 잡아 타야 되는 듯 했다.  그래서 급하게 짐을 싸는데 쏘세지가 또 짐 때문에 낑낑댄다.





  짐은 많은데 가방이 작고 가방이 여러개다보니 항상 이동 할 때 마다 낑낑대는게 안쓰럽다.  나도 급하게 짐싸는 와중에 갑자기 배낭 뚜껑 지퍼가 고장이다. 낭패다. 이동을 코앞에 두고. 갑작스런 지퍼 고장에 당황스러웠으니 일단 짐을 다 싸고 체크아웃을 했다.   일하는 녀석들이 체크아웃하는데 자기네 사진 좀 찍어달래서, 아무 생각없이 사진을 찍어주려고 하니 썬글라스까지 준비해서 온갖 포즈를 잡는다. 웃긴다.





 이 마을 사람들은 사진찍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뭔일일까.  어쨌든 배낭을 메고 큰 길가로 향했다. 큰 길로 나가서 어디서 기다릴까 두리번 하다가 경찰서가 보였다. 경찰서 안은 시원하게 그늘이 져서 기다리기에 딱 좋았다. 게다가 경찰서 바로 앞 큰길에 나무로 허접스럽게 만든 바리케이트가 있어서 자동차가 지나가려면 이 곳에서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열어줘야 한다.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 " 마스튜지 가는 버스 기다려야 되는데... " 라고 운을 떼자 경찰은 흔쾌히 " 여기에서 기다려 " 라고 얘기해준다.   짐을 한 곳에 내려놓자. 친절하게 의자에 앉으라고 권유를 해준다. 





 
 " 혹시 마스튜지 가는 버스 몇시에 오는지 알어요? " 묻자
 " 기다리다보면 오겠지.. " 



 여유 넘치는 무슬림형님들.   별로 문제 없다는 듯, 그들은 여유만만이다. 마당은 그늘이 져서 정말 시원했는데 이 곳에서 경비 서며 자는지 마당엔 침대가 놓여져있었다. 이런 풍경이 낯설지가 않으니, 쏘세지가 침대 한켠에 앉았다. 나도 잠시 기다리다가, 지퍼를 고치려고 낑낑. 그런데 경찰서 반대편을 보니 수선집이 보였다. 일단 배낭을 가지고 가서 수선집 안으로 들어갔다. 일하는 주인과 몇몇의 남자들이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가 내가 들어오자 일제히 수다를 멈추고 나를 쳐다본다.




 가방 지퍼 고장난 부분을 보여주며 수선집 주인에게 말을 걸자. 주인이 하던 일을 멈추고 지퍼를 고쳐보려고 한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지퍼를 완전히 뺏다가 다시 꽂았는데도 지퍼가 안잠긴다. 그 와중에 구경하던 한 아저씨가 자기가 해보겠다며 배낭을 잡더니 지퍼쪽으로 입을 가져다 댄다 그러더니 지퍼를  이빨로 꽉 깨물어서 지퍼를 한방에 고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활의 지혜.  진짜 짱.  한방에 고치자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도 아저씨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자 흐믓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한다.  다시 배낭을 가지고 경찰서로 돌아와 쉬는데 경찰들이 우리에게 이런저런 걸 묻는다. 일적으로 묻는게 아니라 그냥 흥미로운가 보다. 그러더니 한 경찰이 갑자기 우리에게 묻는다.



 " 너네 버스 예약했어? "
 " 아니... "

 " 헐..버스 예약해야되나봐..어떻게하지.. " 쏘세지가 당황스러운 듯 이야기 한다. 나 역시 살짝 당황스러웠다.


 " 예약안하면 못타? " 묻자. 경찰은 우리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읽었는지 걱정말라고 자기가 해결을 해주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여기저기 전화를 돌린다. 대충 느낌상 버스 회사에 전화걸어서 운전기사 번호 받아서 운전기사 혹은 차장에게 연락을 한듯.     지금 버스가 어디쯤인지, 자리가 있는지 등을 묻는 듯해보였다. 정말 오랜만에 온 외국인을 위해 엄청나게 우리를 신경써주는 기분이었다.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우리에게 핸드폰에 있는 자기 가족,아이 사진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선 이미 찾아보기도 힘든 아니 거의 2000년대 초반에나 썼을 아주 작은 액정의 핸드폰이었다. 그 핸드폰에 비추어진 사진은 완전 저해상도, 제대로 이목구비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겐 그 모습 만으로 가족이 떠오르나보다. 흐믓한 미소였다.



 기다리며 쏘세지와 그늘에 앉아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 곳에 오길 너무 잘했다는 이야기.   훈자에서 우리가 떠날 때만 해도 그냥 이래저래 짜증나서 파키스탄 얼른 나갈까 이야기 하다가 왈리덕분에 치트랄이라는데를 알게 되었고, 그 치트랄을 가기 위해 이런 이름도 몰랐던 작은 마을에 왔고,  여기와서 아름다운 풍경도 보고 송어도 맛보고... 행복하다는 얘기.   정말 이 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여기가 이토록 아름다운지 몰랐을 것이다. 여행은 이런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큰 즐거움을 준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곳이 있는지 모르니 후회도 못한다. 해보지 않으면 후회조차 할 기회가 없다.



 정말 여행 기분이 난다. 버스는 12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 온다더니 오질 않는다. 우리는 기다리면서 점점 배가 고파왔는데 딱히 레스토랑이 있을리가 만무한 동네다. 그냥 잠시 돌아다니면서 구멍가게에서 허접스러운 파키스탄 과자를 하나사고, 또 다른 슈퍼에 가서 시원한 물과 음료수를 샀다. 맨 처음 간 구멍가게는 냉장고 조차 없었는데 두번째 간 슈퍼는 냉장고가 있어서 시원한 음료수로 더위와 갈증을 가셨다.  그늘에 앉아 마냥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오후다.  이런 막막한 기다림도 여행의 일부.




 어느덧 오후3시.  갑자기 버스가 도착한듯 경찰이 분주해진다. 우리에게 나오라고 손짓을 한다. 버스는 경찰서 앞 바리케이트 앞에 멈춰섰다.  내 배낭과 쏘세지의 배낭을 두 경찰이 각각 짊어져준다. 그리고 버스 쪽으로 가니 버스는 NATCO버스다. (우리가 훈자 갈 때 탄 회사)  버스 안은 사람들로 한가득. 경찰이 버스에 올라타라고 하는데  자리는 커녕 복도,문까지 사람들이 서서 꽉 들어차 있어서 도대체 어떻게 타라는 말인지... 어리 둥절 하고 있으니 경찰이 먼저 올라타더니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사람들을 가른다. 



 그리고 운전기사와 차장이랑 이야기 하더니 우리더라 따라서 올라타라고 한다. 경찰을 따라 올라타고 우리는 맨뒷자리로 향하는데 경찰이 길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맨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일어나라고 하더니 우리를 거기에 앉힌다. 괜찮다고 사양하니 얼른 앉으라고 한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우리 배낭을 가진 경찰들이 우리 배낭을 그 맨뒷자리 까지 가져다 주는데 사람들이 서 있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빽빽한데 엄청 큰 배낭 두개 까지 들어오니 거긴 더욱 비좁게 되었다. 엄청 미안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경찰들한테 참 고마워서 사진이라도 찍어놓을껄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 모든게 순식간에 벌어졌다.   외국인이란 이유로 배려와 고마움을 느꼈다.  파키스탄에서 정말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  우리가 뭐라고....




 버스는 뒷좌석에 7명이 탔는데 완전히 비좁은데도 안락하게 느껴졌다. 익숙해 진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만약 지금 한국에서 이렇게 앉으라면 온갖 불평불만이 나오겠지만 더 열악한 것에 노출되어있다보니 그저 앉아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낀다. 잠무에서 이동 할 때 쏘세지가 했던 말처럼 " 비만 안새면 돼" 그런 정신.  최악을 겪고 나면 차악은 천국이다.  결국 우리가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워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가 겪은, 겪을 최악의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것이다.   다 마음가짐의 문제.   버스는 이제 판다르를 떠난다. 창 밖으로 경찰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자 행복한 미소로 손을 흔들어준다.  여행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법, 만족하는 법을 배운다. 아니 온 몸으로 느낀다. 이게 여행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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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 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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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맷킹 2015.02.25 08:59 신고

    판다르 산은 나무가 너무 없네요.^^
    평지의 물빛과 나무들이, 그 산에 대비 되어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들어가보고 싶은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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