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94 [파키스탄/인도] 국경을 넘어서 인도기차를 타고



  아침에 일어나 비몽사몽인데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아는 여동생들이 내가 나중에 태국에 온다니, 그 때 맞춰서 들어와서 다이빙을 배우겠다는 거다.  한국에서 나중을 위해 미리 이론 교육을 해둔 상태라 만약에 내가 태국 가서 꼬따오에 들어간다면 나에게 배우고 싶다고, 그래서 일정을 맞춰서 태국에서 만나서 자기 교육을 해주면 괜찮을 것 같다는 거다. 어차피 나도 지금 태국가면 다이빙을 할 생각이라 나쁘진 않았다. 다만 난 푸켓에서 다이빙을 계획하고 있는데 꼬따오는 들어갈지 말지 고민이 되던 상황. 


 오랜만에 꼬따오에 들어가 보고싶었던 대니형님이나 찬우형님을 보고 싶은 마음, 따오의 바다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다이빙이란 것이 아무래도 지금 현재 배낭여행 하는 나에겐 나름 좀 부담되는 돈이라, 망설였지만 일단 좀 더 생각해보고 이야기를 하자고 카톡을 주고 받았다. 





- 파키스탄 마지막날이라니....


 괜히 또 아는 동생들이 온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스쿠버 다이빙을 할 생각을 하니 너무 기분이 좋아졌다. 일단  우리는 오늘 인도로 가기 위해 숙소 체크아웃을 했다. 배낭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별 생각 없이  국경까지 가는 릭샤를 찾는데 왠 릭샤왈라가 내 뒷쪽에서 " 국경까지 700루피" 이렇게 외친다. 뭐지 저 놈.  내가 뒤돌아서니 그 릭샤왈라는 '자기가 어제 내가 아침 9시에 오라고 했던 그 릭샤왈라라'고 얘기하는데 괜히 민망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괜히 그 기사와 약속을 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라 얍사비 쓰다 걸린 느낌 부끄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약속대로 그 릭샤를 타고 와가보더로 출발.


 날씨가 쾌청하니 좋은데 릭샤를 타고 편안하게 국경으로 향하는길, 뭔가 파키스탄을 떠난다는 아쉬움도 컸지만 기쁜 마음도 있었다. 말그대로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던 거야.   정말 먼거리를 너무나도 편안하게 갔다.
 



- 휑한 파키스탄 국경쪽. 파키스탄에 도착하던 첫날 이 휑함에 얼마나 당황했던지..




 인도까지 이어진 GRAND TRUNK ROAD
 이 길을 첨 왔을 때 친절한 클린턴 아저씨를 따라서 암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갈 때는 그냥 암울하게만 느껴졌는데 이제 파키스탄을 조금 안다고 생각하니 뻥뚫린 도로가 그저 상쾌하게만 느껴졌다. 파키스탄을 떠나는게 아쉬우면서도 또 한편으론 이제 체계가 잡힌, 뭔가 마음이 편안한 인도에 간다고 하니 한편으론 또 기쁜 마음도 들었다.


 릭샤를 타고 오지 않았더라면 이 땡볕 무더위에 배낭메고 버스를 몇번을 갈아타가면서 난리도 아니었을터.



- 진짜 마지막 파키스탄 땅!



- 저 선을 넘으면 인도!



- 아쉬우면서도 신나는 순간!



- 바이바이 파키스탄. 내 평생 다시 또 갈까?




 1시간 여만에 와가보더에 도착을 했다. 오랜만에 보는 보더가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정말 한달 정도 전이었는데 신기하다. 이 곳에 처음 나왔을 때의 막막함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우리는 걸어서 이미그레이션으로 향하는데 들어서자마자 제복을 입고 거만하게 앉은 어떤 새끼가 존나 기분나쁘게 손으로 까딱까딱 하더니 여권을 달래서 주는데 기분나뻐서 한국말로 욕을 했다.


 " 이 씨벌새끼가 어디서 존나 싸가지 없게 손을 까딱거려 "


 암튼 녀석은 여권을 살펴보며 쓸데 없는 질문을 계속한다. 마치 자기가 뭐라도 된 마냥, 이런새끼가 파키스탄의 수치다.  그리고 의미 없는 질문 끝에 이미그레이션 수속. 나름 빨리 끝마치고 걸어서 국경으로 향했고 몇번의 여권 검사 끝에 드디어 한달만에 인도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큰 버스가 기다리고 있고, 버스에서는 에어콘이 나오고, 이런 것만 봐도 순간 느껴지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력차이. 그리고 인도 이미그레이션에 도착. 서류작성, 짐검사, 여권검사, 짐검사를 다 하고 우린 드디어 다시 인도에 입성.




- 인도 완전 개판이었는데 파키스탄 다녀오니까 왤케 체계적이고 진보적으로 보이는지..




 밖으로 나가자 곧장 삐끼가 붙는다.


 암리차르로 가는 택시를 흥정하는데, 암리차르 기차역까지 700루피를 부른다. 한번 암리차르를 본 우리라 곧바로 이동 하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날이 좋아서 이런날 한번 더 황금사원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러면 숙소도 잡고 이것저것 번거로워져서 패스. 700루피의 택시를 흥정을 해서 드디어 300루피까지 마무리. 400루피를 깎았다. 편안하게 차를 타고 출발.





 파키스탄과 쭉 연결된 이 도로 GRAND TRUNK ROAD


 한달만에 참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전에는 무슨 도로가 이렇게 뻥뚫려있나 쓸데없게. 국경이라 그런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

 암리차르로 향하다가 중간에 잠시 다른 승용차로 갈아타고 별 수고 없이 암리차르 시내로 향하는데 역시 인도 답다. 길거리가 쓰레기 작렬하고 너무 드럽다. 생각해보니 파키스탄은 건물 낡고 두서가 없어서 그렇지 길에 쓰레기도 없고 깨끗했는데 인도에 오니 파키스탄이 깨끗했음을 깨달았다. 역시 무슬림


 그리고 오랜만에 익숙한 암리차르 기차역에 도착했다.




 암리차르는 라호르만큼 뜨거운 태양으로 작렬.
 암리차르와 라호르가 속한 펀잡 주가 인도에서도 불볕 더위로 유명한 곳임을 떠올려보면 정말 제대로 타들어가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며 여기까지 태워준 기사에게 이것저것 정보를 물어보니 암리차르에서 델리로 가는 버스들은 보통 밤 10시, 기차는 오후3시 쯤 있다고 한다. 밤 10시까지 기다렸다가 델리로 버스를 타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일단 우리 계획은 기차역 클락룸(짐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돌아다니는 거였는데 버스를 타면 황금사원을 한번 더 볼 수 있고, 괜찮을 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현재 시간이 정오다.


 기차 역으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정말 땀이 미친듯이 쏟아지는데 너무너무 더웠다.  기차를 예매하지 못했기 때문에 만약 기차를 타고 간다면 세컨드 클래스 (II CLASS) 표를 끊어서 가야되는데 일단 가격을 물어보니 2장 끊는데 270루피. 1인당 135루피다. 언제나 저렴한 세컨 클래스. 


 그리고 우리는 짐을 일단 맡기기 위해서 클락룸으로 갔는데 18. 여기에도 파키스탄 이미그레이션처럼 미친놈 하나가 있다. 클락룸을 관리하는 인도 할배는 사람이 왔는데도 쳐다도 안보고 자리에 앉아서 태블릿으로 게임을 하면서 존나 건성건성, 고개로 까딱하면서 저기다 짐을 올리라고 하는데 원래 짐 맡기면 영수증을 써줘야 되는데 영수증을 써줄 생각도 안하고 존나 인간 쓰레기같은 새끼다. 정말 이런 새끼들이 사회의 암이다.


 자기 할 의무,일 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인간.


 존나 그런 꼬라지를 보고 있으니 개빡이 돌았다. 그냥 빡쳐서 안맡기고 나가기로 했다. 쏘세지도 동의.  일단 우린 기차역 안으로 들어가 적당한 곳에 짐을 던져두고, 잠시 쉬었다. 너무 덥다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진짜 진이 다 빠졌다.  나는 항상 자전거용 자물쇠를 들고다니기 때문에 짐을 기차역 의자에 묶었다. 배낭여행자의 필수 아이템!


 우리는 서로 번갈아가면서 일단 화장실도 다녀오고 급한 볼일도 보기로 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쏘세지가 시원한 물을 사왔는데 타는 듯한 더위를 조금 가셔주는 시원함이었다. 쏘세지에게 일단 가방을 지키고 좀 쉬라고 하고 난 밖으로 나갔다. 


 이제 인도에 왔으니 인도에서 필요한 일을 해야지.
 기차역 밖으로 걸어서 향하는데 농담아니고 이 더위는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 



 내가 할 일은 일단 내 핸드폰 선불 요금(차지)을 사기 위해 AIRTEL 차지 파는 곳을 찾아야 했고, 혹시 뭐라도 좀 먹을 곳이 있나 찾아봐야 했다.  이를 위해 뙤양볕 아래 걷는데 진짜 욕 할 기운도 안났다. 해도해도 너무한 더위였다. 얼마나 덥고 태양이 뜨거운지,  쪼리를 신고 걷다가 잠시 그 발 맨 앞쪽에 발가락이 닿으면 (평소에 안닿던 부분) 진짜 불에 데인 것 처럼 뜨거웠다.  핸드폰요금 충전 하는 곳을 찾아 한참을 돌아다녀 겨우 기차역 큰 대로 건너편에서 찾았다. 일단 에어텔 충전을 255루피 하면서 요금 충전을 완료. 인터넷 1기가 충전도 했다. 이제 이게 인도 나가기 전까지 알차게 쓸 듯. 


 그리고 나온 김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버스 가격을 알아보는데 900루피를 부른다. 
 아 젠장. 안되겠다 ㅋㅋㅋㅋㅋ 그냥 기차 타고 가야지.


 기차와 가격차이가 무려 800루피 가까이 된다. 핸드폰 인터넷을 키니 카톡으로 왠일로 옛날 여자친구에게 연락이 온다. 갑자기 생각나서 연락했다는데 잘 지내는듯.


 그리고 나는 기차역으로 돌아와 쏘세지에게 바깥의 상황과 버스가격 등을 얘기하며 어떻게 할지 얘기 한 끝에 이 더위에 돌아다니는 것도 일, 짐을 딱히 둘 곳도 없는 것도 일,  가격도 싸고, 이제 금방 탈 수 있는 기차를 타고 그냥 서둘러 델리로 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기차표를 끊었다.


 기차를 기다리며 잠시 밀린 일기를 쓰고, 2시 반 쯤 다시 한번 기차표를 확인 했따. 3시에 2번 플랫폼에서 탈 수 있다고 재차 확인을 받고 우리는 짐을 가지고 2번 플랫폼으로 향했다. 그 곳에 가니 이미 기차가 와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표를 보여주며 확인 또 확인. 우리가 타고 갈 기차가 맞다. 기차에 오르려고 하자. 왠일로 한 남자가 우리를 제지 한다.






 좌석 배정을 받으라고 말하는 것 같다.
 

 " 누구한테 좌석 배정을 받는데? "
 " 저기 검은 옷입은 남자 보이지 저 사람에게 가봐 " 


 남자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기차검표원이 보였다. 그 쪽으로 가서 좌석배정에 대해 물어보니 D-3칸에 자리를 배정해준다. 그리고 짐을 챙겨서 D-3칸으로 가니 완전 이미 자리가 다 가득 찼다. 자리배정이고 나발이고 우리 자리도 이미 그 자리 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앉아있다. 역시 허술하다. 그럼 그렇지 인도가 하는게 그렇지 뭐. 생각하며 별 생각 없이 다른 칸으로 이동해서 대충 빈자리를 찾아 일단 그냥 앉았다.  기차는 출발.


 기차는 다음 역에서 사람을 태우고, 점점 사람들이 밀려들어온다. 우리가 앉은 자리도 티켓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서 비켜줘야 됐다. 시스템을 정확히 모르니 우리는 뭐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어차피 암리차르에서 델리까지 9시간 밖에 안걸린다고 하니 서서 가지 뭐. 하는 생각으로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켠에 섰다. 다행이도 짐은 여기저기 쑤셔 올려놓은 덕에 편안했다. 파키스탄의 열악한 교통편들을 이용하며 단련이 되었더니 인도 기차는 뭐 완전 리무진이지. 서있는게 때론 앉아있는 것보다 편안하게 느껴질 정도니.


 우리가 서 있는 곳을 아까 우리에게 자리배정했던 오피서(검표원)가 지나가며 우릴 보고 씩 웃는다.  그러더니 " 돌아올게 기다려봐 " 라고 얘기한다. 그 사이 친절한 한 인도 아저씨가 사람들에게 자리 좀 땡겨 앉으라고 하고 자리를 이리저리 조금씩 조정하더니 한 자리를 만든다. 그러더니 쏘세지에게 앉으라고 한다. 쏘세지가 겨우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수 있는 자리라 앉을려고 하는데 웃긴 일이 벌어졌다.


 좌석들이 서로 마주보는 형식인데, 쏘세지가 앉을 자리 앞에 앉은 여자가 다리를 쭉 뻗고 그 좁은 공간에 다리를 올렸는데 다리만 좀 치워주면 쏘세지가 앉을 수 있는데 안 비켜주는거다. 존나 심술보가 가득하다. 정말 세상 어디나 이렇게 친절한 사람과 심술로 가득한 이들이 있다.  싸우기도 뭐하고 애매한 상황. 그런 어색한 상황에서 마침 오피서가 우리에게 왔다.  우리에게 따라 오라고 하더니 자리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오피서를 따라 간 곳 역시 자리가 가득찼는데, 우리에게 한 자리를 가리키며 " 저 사람들 다음 역에서 내릴껀데 저 사람들 내리면 저기 앉아 " 라고 얘기를 하고 떠난다. 오피서의 말대로 그 다음역에 2명이 내리고 우리는 드디어 앉을 수 있었다.








-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며 바라본 인도기차 안의 풍경. 인도여행의 매력은 기차여행이다. 21세기에도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아날로그 향수



 우리가 앉은 좌석엔 시크교도 남자 한명, 그리고 또 다른 인도 남자3명이 앉아있었다. 마주 보는 좌석 2개에 6명이 앉아가는 구조.  앉아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데 오랜만에 인도기차 재밌고 편안하고 즐겁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시크교도 남자는 비지니스맨, 그리고 인도 남자 3명 중 1명은 평범, 다른 1명은 완전 장난꾸러기에 유쾌. 그리고 나머지 한명은 얼굴도 잘생겼고, 몸도 좋고, 아이폰을 들고 있는걸로 봐선 돈도 좀 있는 남자. 영어 발음도 좋다. 얘기를 해보니 영국에 살고 있는데 잠시 인도에 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 놈이 완전 개허세남이다.  딱 한국으로 치면 미국교폰데 한국와서 거들먹거리는 그런 놈.


- 본격적으로 자리에 앉아 델리로 향하는 인도기차여행



 어쨌든 재미난 구성. 덕분에 즐겁게 델리로 향할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시크교도 아저씨가 집 초대를 한다. 자기네 동네에 함께 가자고 하는데 사람도 좋고 정말 너무 가고 싶어서 지도를 보여주며 위치를 찍어달라고 하는데 이건 뭐 ㅋㅋㅋㅋ 나중에 이동하는게 문제가 될 것 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름도 듣도 보도 못한 동네에 외곽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만 집 초대도 뭐 어느정도 우리가 구경 할만한데서 받아야지 완전 뜬금포에서 받으면 좀 그래서 아쉽지만 거절을 했다. 


 인도 여행의 백미는 이렇듯 기차여행이다. 인도는 기차 때문에 즐겁다.
 여기서 만나는 수 많은 사람들.


 그들 역시 서로 이야기 하며 명함을 주고 받고 온갖 사업 얘기를 한다. 시크교도 아저씨와 영국허세남은 사업 얘기를 한참 하고, 나는 장난꾸러기남자와 친해졌다. 장난꾸러기 유쾌남과 담배도 함께 피고 이런저런 얘기. 그리고 그는 곧 내렸다.


- 장난꾸러기 남자



 점점 델리로 향하면서 하나 둘 씩 내리기 시작한다. 잠시 기차에 사람이 거의 없어진 때가 있었다. 타는 사람보다 내린 사람이 많아서였는데 우리 좌석엔 나와 쏘세지, 영국허세남 뿐이었다. 본읭아니게 이 허세남을 관찰 하게 되었다.  왜 이 남자를 허세남으로 부르는지 지금부터 보면 알 것이다.


 허세남은 갈증이 나는지 지나가는 잡상인에게서 물 한통을 산다.
 그리고 한 모금을 마시더니. 기차 밖으로 휙 하고 던진다.


 " 생수, 그거 끝까지 먹는거 아니잖아 그냥 목만 축이는거지 " 라는 분위기. 그 거만한 표정. ㅋㅋㅋㅋ 

 " 야..봤어? "
 " 어 ㅋㅋㅋ 쟤 완전 허세 장난아냐 "
 " 아..물 아깝게 우리나 좀 주지 "


 그리고 또 배가 고팠나 보다. 역시 지나가는 과자 파는 애한테 과자를 하나 사더니 그것도 허접한 과자가 아니라 공산품 과자. 감자칩이었다. 감자칩 포장을 뜯어 감자칩을 또 한 두개 먹더니 갑자기 우리에게 건넨다. " 아니 괜찮아 " 그러자 남자는 감자칩을 또 갑자기 창 밖으로 휙 던진다.


 진짜 개허세 쩔었다.

 
 너무 웃길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이제 대폭 물갈이가 시작된다. 다음 역에서 어떤 껄렁껄렁한 남자가 탔다.  그 남자는 우릴 씩 보며 우리 자리에 앉았다. 나와 쏘세지가 앉고 맞은편에 허세남과 같이 앉은 상태.
 

 아무 일 없이 기차는 델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잠시 허세남이 화장실에 가는지 자리를 떴는데 자리에다가 선글라스를 놓고 갔다. 그런데 새로온 껄렁남이 그 선글라스를 보더니 자기가 슥 한번 쓴다. 그리고 우리를 보고 씩 웃는다. 그러더니 썬글라스를 마치 우리 90년대 조상님들 오렌지족 분들처럼 뒷통수쪽으로 돌려서 걸친다. 그리고 허세남이 돌아와 앉더니 자기 선글라스를 찾는다. 두리번 두리번 하니 껄렁남은 아무렇지 않게 뒷통수에 걸쳐놓은 선글라스를 또 돌려준다.


 THIS IS INDI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린아이들이 사는 나라.


 존나 기분 나쁜듯 허세남은 선글라스를 받아든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나에게 가까이 붙이더니 나에게 귓속말로. 


 " 저 새끼 소매치기, 니 물건 잘 봐, 조심해 " 이런다.

 " 오빠 뭐래? ㅋ "
 " 옆에 저새끼 소매치기라고 물건 조심하래 "


 아 존나 웃기는 시츄에이션. 그리고 곧바로 다음 역에서 껄렁남은 내리고, 이제 드디어 개망나니들이 기차에 올라탄다. 이놈들이야 말로 우주망나니다. 



 기차에 줄줄이 올라탄 녀석들은 독특한 복장과 도구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놈들을 처음 본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무슨 장돌뱅이, 차력단, 그런 놈들이 탄 느낌.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이 놈들은 여기저기 빈자리에 흩어져 앉더니 곧바로 드러눕기 시작한다. 배려따윈 없다. 그냥 드러누워 여기저기 발을 뻗고 자기 시작하는데 진짜 대박이었다. 완전 민폐형 인간들. 또 한편으론 진짜 맘편해보이고 세상엔 참 별의 별 새끼가 다 있구나 느끼게 해줬다. 진짜 너무 황당했다. 



- 기차역에 잠시 정차 하더니. 우주망나니들 등장




- 정체를 알 수 없는 우주망나니들






 당신이 기차타고 가는데 누가 옆자리에 앉아서 갑자기 드러누워서 당신 쪽으로 발뻗고 잔다고 생각해보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기차에서의 재미를 느끼는 가운데 드디어 델리에 도착했다.  델리에 도착하니 뭔가 그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과 이제 여행의 중반이 되었다는 느낌. 복잡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익숙하게 델리의 여행자거리, 델리의 카오산로드라고 할 수 있는 빠하르 간즈를 걸었다. 익숙한 곳이니 편안하게 숙소를 찾는데 나는 전에 묵었던 SPOT 호텔로 향했다. 일단 짐을 내려놓고 쉬는데 쏘세지는 이전에 SB INN에서 묵었다고 SB INN으로 향했다. 이제 슬슬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는 듯 하다. 


 SB INN은 인도방랑기 같은데서 열심히 인도정보를 보는 이들이 추천받아서 가고, 또 다녀온 사람이 추천하고 그러면서 말그대로 한국인들이 밀어주는 숙소. 쏘세지는 그 곳이 방이 FULL이라며 나에게로 왔다. 


 " 오빠 근데 SB INN 풀인데, 걔네가 지금 남은게 에어콘 방 밖에 없데, 그냥 오늘은 팬방 가격으로 자고, 내일 NON-AC 방으로 옮기라는데 600루피에 생각있어? "
 " 와 에어콘 방을 팬방 가격에 자면 땡큐지. 거절 할 게 뭐 있나 "


 그래서 SB INN으로 향했다. 그런데 여기서 쏘세지가 살짝 욕심을 내서 조금만 더 깎아 달라고 하자 일하는 애가 사장에게 물어보고 결정하겠다며 사장에게 전화했는데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사장이 에어콘 방을 왜 600루피에 주냐고 안된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결국 작은 욕심에 에어콘방이 휙 하고 날라갔다. 그런데 사장새끼도 존나 기분이 나쁘다. 이 새끼들 장난하나. 우리는 결국 함께 스팟 호텔로 향했다. 


 스팟호텔 매니저가 나를 기억한다.  먼저 인사하는데 정말 놀랍다. 


 수 많은 여행자들이 여기를 거쳐갔을텐데 한달도 훨씬 전에 잠시 묵었던 나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놀라울 따름. 그렇게 방을 잡고 씻고 휴식.


 혼자 이런 생각하는데 아침까지 파키스탄이었는데 저녁엔 델리에 있다. 기분이 새롭다. 이제 여행의 중반을 향해 달리는데 후회 없이 즐겨야 겠다. 쏘세지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쏘세지와의 이별의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 아침엔 파키스탄 라호르 , 저녁엔 인도 델리 이 것이 바로 슬로우 라이프 배낭여행! ㅋㅋㅋㅋ



나이트엔데이 스타일 특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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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인도 | 암리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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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랙베어 2015.05.07 16:13 신고

    그래두 감자칩도 권하고..인심좋은 허세남이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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