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96 [인도/델리] 여행에 담긴 희노애락


  쏘세지가 뭔가에 빡이 쳤다. 쏘세지는 밖으로 나가 새로운 숙소를 구해왔다.
  이제 델리를 곧 떠날 건데 굳이 숙소를 옮길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여러 일이 있었다. 

  방 하나는 기가 막히게 구하는 쏘세지는 바로 근처에 나마스카르 호텔에 방을 구했다며 방을 옮기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방을 옮겼다. 


 나마스카르 호텔은 방이 정말 좋았다. 지금 머무는 스팟 호텔보다도 훨씬 더 싸고 깨끗했다. 역시 방 구하기는 쏘세지가 1인자다. 어쨌든 에어콘 방으로 또 저렴한 방을 구한터라 시원하게 에어콘 틀어놓고 더위를 피했다. 날씨가 점점 더 더워지고 있는 것 같다.  방에서 쉬면서 나는 일정을 짜고, 또 레고와 연락을 했다. 레고가 태국으로 놀러온다고 하는데 이러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레고가 제발 왔으면 좋겠다. 

 쏘세지랑 이런저런 일정 얘기를 하는데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 날이다.
 뭔가 기분이 어색하고 묘하다.


 나는 일단 제일 시급한 인디고 항공편 변경을 위해, 전화를 걸었다. 
 한참 통화하는데 내가 원하는 날짜로 변경하려면 7200루피를 더 내야 된다고 한다. 그냥 티켓을 하나 새로 사라는 얘기다.

 거기서 하는 얘기로는 그 때 쯤 큰 축제가 있어서 힘들다고, 그래서 가격이 젤 싼 날짜를 불러달라고 하니 불러준다. 그래서 날짜를 결정. 비행기표를 연장하면서 드디어 인도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결제는 델리 공항에 있는 인디고 사무실에서 캐쉬결제를 하던지, 인터넷으로 결제를 하라고 해서 나는 급하게 바로 근처 스팟호텔 피씨방으로 향했는데 정말 인터넷이 너무너무 느림. 도저히 불가.

 인도 인터넷이 느린것도 느린것이지만 IT후진국인 대한민국 사람으로 태어나 온갖 active-x와  프로그램을 깔아야되니 안될 말이다. 진짜 포기.
 정말 해외에서 항상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에 대한 분노가 생겨난다.

 차라리 IT강국이라는 병신같은 말이나 하지말지. 이건 마치 전두환이 "나는 정말 청렴결백해 " 라고 말하는것 같은 사람 속을 뒤집는 것 같다.  일단 다시 방으로 돌아와 쏘세지랑 밥을 먹으로 나갔다. 뭘 먹을까 하다가 일본음식이 땡긴다고 하여 우리는 한국식당 쉼터가 있는 골목으로 갔다. 

 쉼터가 위치한 건물의 1층엔 인도여자가 하는 일본식당이 있다.
 오야코동/오므라이스/미소시루를 주문해서 나눠 먹는데 오야코동은 진짜 맛있었고, 오므라이스는 보통, 미소시루는 쓰레기였다.






 가격도 저렴해서 나쁘지 않은 선택. 재밌는 얘길 하나 하자면 해외에서 한국음식 파는 것처럼 이렇게 일본인 상대로 하는 일본음식 파는 레스토랑들도 있는데 가격이 일본음식이 저렴하다. 너무너무 신기.  아마도 정이 많은 한국인들은 해외에서 좀 더 현지음식을 체험해보라고 생각해주는듯,  ㅋㅋ 농담!

 그 근처에 피씨방이 있길래, 들어가서 다시 한번 해보는데 여기는 인터넷이 빨라서 드디어 결제 완료. 완벽하게 비행기표 연장이 되었다. 마음이 편해졌다. 숙소로 돌아가서 나는 이제 비행기표가 결정되었기 때문에 일정을 좀 더 확실히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콜카타에서 방콕으로 아웃 하기 때문에 시간을 역순으로 해서 일정을 조정했다. 콜카타에서 얼마나 머물지. 계산하고 가고 싶은 도시를 다시 배치하고 시간을 배분했다. 이렇게 조정해야 되었던 이유는 말그대로 나갈 날이 정해졌기 때문에 기차표도 끊어놔야하고 일정이 꼬이면 안됐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남은 인도일정을 모두 배치하고 조정했다. 그리고 드디어 완벽하게 일정이 나왔다. 이제 뭐 거기가 맘에 든다고 하루 더 있고 그런거 없이 짜여진 내 스케쥴 대로 움직여야 한다.



 쏘세지는 코넛플레이스에 쇼핑 하러 간다고 하고 혼자 나가고, 나는 이제 뉴델리역에 가서 인도에서 앞으로 탈 모든 기차표를 예매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나가서 제일먼저 시티은행 ATM에서 앞으로 인도에서 쓸 돈을 모두 인출했다. 그리고 뉴델리 역으로 향했다.




 그 먼 옛날이 떠오른다.
 처음 인도 와서 어리버리 까면서 뉴델리역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사무소에서 티켓 끊으면서 어리버리 까던 그 풋내기가 이제 이렇게 다시 돌아왔다. 익숙하게 외국인 사무소에 갔더니 너무너무 좋게 변해있었다.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면서 기차표 서류를 모두 작성했다. 모든 구간을 다 끊느라고 서류 작성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내 순서가 왔고, 기차표를 예매하기 시작하는데, 직원이 너무너무 친절하게 " 여기 가려면 이 역보다는 여기로 가는게 좋아 " 이런식으로 더 편한 루트로 바꿔주고 계산해주고 " 이 기차 타면 이 때쯤 도착해서 너가 좀 애매해 그러니까 차라리 이 기차를 타고 가는건 어때? " 라면서 기차 시간까지 고려해서 맞춰줬다.






 기차표 예매가 끝났다. 
 이제 인도의 일정은 확실히 모두 나왔다.
 그리고 기차표도 모두 구매했기 때문에 이제 이동문제도 해결. 

 내가 생각한 예산 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해서 기분도 좋다.
 역시 인도는 기차.


 잠시 티켓 한번 다시 살펴보고 하느라 사무실 안에 앉아 있다가 우연히 또 다른 한국여자를 만난다.
 가볍게 인사 나누고 늘 하듯 여행자들의 대화를 나눴다.

 " 어디가세요? "
 " 다르질링요 "
 " 어? 저도 다르질링 갈껀데.. 나중에 뵙겠네요 "
 " 아 저는 이번에 두번째 가는거에요. "
 " 아 네~ "
 " 엄청 좋은 가봐요 다르질링. 두번째로 가고 "
 " 만날 사람이 있어서요 "

 대화를 해보니 이 여자도 또 다르질링에서 인도남자랑 눈맞은 듯 해보인다. 정말 많은 한국여자들이 이렇게 인도에서 인도남자들과 눈이 맞는다. 어쨌든 대화를 나누다가 이 여자에게 청천벽력 날벼락을 듣는다.

 " 근데 다르질링 가시기 전에 좀 알아보시고 가야 될꺼에요. "
 " 뭘요? "
 " 지금 다르질링 완전 다 문닫고 영업 안해요 도시 전체가 문닫았어요 "
 " 네? 왜요 "

 " 파업이래요, 다르질링 그 주가 인도에서 독립할려고 도시전체가 파업해서 가게 다 문닫았어요 "
 " 숙소나 뭐 다른 것도요? "
 " 네 숙소도 문닫고, 식당도 문닫고 장사 안해요 "

 " 어쩌지.. "
 " 저도 저번에 갔을 때 그래서 진짜 길바닥에서 자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 숙소 구해서 겨우 자고, 밥도 겨우 먹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가시기 전에 자세히 한번 알아보세요 "

 
 여자에게 들은 다르질링 파업 얘기. 개 충격. 그래서 인터넷으로 인도 뉴스 기사를 검색해보니 진짜 다르질링 파업중. 
 아 씨발...

 기차표 다 끊었는데.

 다르질링 하도 좋다고해서 일정도 나름 다른 도시보다 더 부과했는데 낭패다. 뭐 어쨌든 이젠 어쩔 수 없는 상황 ㅋㅋㅋㅋㅋ 기차표를 취소할까 하다가 파업 구경하는것도 또 경험이겠다 싶어서 그냥 한번 일단 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또 그렇게 마음 먹고 났더니 마음이 완전 편해진다. 

 긍정적인 마인드.

 파업이래. 어디서 자 어디서 먹어 
 라며 걱정 하는 것 보다는

 파업이래, 인도에서 파업을 다 구경해보겠네, 도시 전체가 파업하는건 어떤 모습일까~ 
 라며 긍정적으로 대하는게 여행의 묘미가 배가 되는 마음 가짐인 것 같다.

 
 기차표를 다 끊고 숙소로 돌아와, 혼자 누워 에어콘 바람 쐬며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으로 일정도 생각해보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는 혼자만의 시간. 

 레고 새끼가 참 보고 싶다. 술 한잔 하고 싶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레고로 부터 전화가 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텔레파시 ㅍㅌㅊ?

 진짜 신나게 녀석이랑 수다를 떨고 났더니 더 보고 싶다. 태국으로 가느니 마느니 얘기하는데 태국에서 만나면 너무 재밌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그리고 좀 후에 쏘세지가 돌아왔다. 쏘세지랑 코넛플레이스 다녀온 얘기, 난 기차표 끊은 얘기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우리는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낼 수 없으니 성대하게 오늘은 한국식당에 가서 소주를 마시자며 저녁에 한국식당에 가기로 했다.


 낮에는 너무 더워서 움직일 기력이 없다보니. 좀 쉬면서 각자의 시간을 가지고. 드디어 저녁. 우리는 한국식당 쉼터로 향했다.
 쉼터에 가니 꽤 사람들이 많았다.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서 음식 주문 하려는데 씨발 뭐 시키는 것 마다 다 안된다고 하는거다. 결국 두부김치와 소주를 시켰다. 오랜만에 두부김치와 소주랑 먹는데 천국이 여기다. 마시면서 정말 거의 두달 가까운 시간동안 함께한 쏘세지와 거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온갖 이야기들을 나눴다. 판공초 이야기며, 누브라밸리 이야기며, 고생한 이야기, 파키스탄 이야기, 훈자 이야기 얘기를 하니 진짜 함께 많은 걸 했다.












 소주와 함께 그렇게 이제는 추억이 되버린 얼마전의 여행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노라니 감회가 새롭다. 기분이 묘하다. 뭔가 정말 친한친구,가족을 떠나보내는 기분이다. 소주가 오늘 따라 더욱 맛있었다. 오랜만에 먹는 소주의 맛이 감동시킨 것도 있지만 쏘세지와의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여행 풋내기 시절에도 그러했지만, 딱 하나 결코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여행은 사람과의 만남이다' 라는 생각이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여행을 함에 따라 사실 그 때와 지금 달라진 생각,가치관 등이 꽤 많다. 그럼에도 여행은 사람과의 만남이고, 인생의 축소판이다. 인생에 뜻이 맞는 동지를 만나는게 중요한 것 처럼, 여행에서도 뜻이 맞는 동지를 만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면에서 쏘세지는 운명의 짝이 아닐지라도 어쨌든 여행 동지로서 참 좋았다. (물론 사람이니까 서로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ㅋㅋ) 
 이 아이를 만날 수 있어 행운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함께 하는 마지막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사족 )
 쉼터에서 술 마시다가 아주 재미난 일 발생
 
 인도 마날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나는 없었을 때 일인데, 
 쏘세지가 마날리 그 만두국집에 갔다가 우연히 어떤 커플을 만났는데 남자가 스쿠버 다이빙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뭐 어쩌다 그 커플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고 했다. 근데 대화하는데 남자가 스쿠버다이빙 잘난척을 엄청 하더란다.  태국 꼬따오에 있었는데 뭐 거기는 어떤 곳이고, 뭐 저쩌고... 블라블라블라. 

 쏘세지가 기억력이 좋아서 (머리가 똘똘함) 그리고 나서 나중에 나한테 얘기를 해줬는데 티셔츠 뭐 라고 적혀있었어? 물어보니 대답해준다.
 그리고 그 대화에 나왔던 사람들 이름들 ㅋㅋㅋㅋㅋㅋㅋ 듣는데 진짜 빵터짐.

 그 남자 외모 좀 묘사하라고 하니 짐작가는 사람이 있었다.
 어쨌든 그런 일들이 있었는데..

 쉼터에서 술 마시는데 쏘세지가 입구 쪽 방향을 보고 있어서 사람들 들어오는걸 볼 수 있는데 그 커플 등장.
 " 헉.. 오빠 저 커플..저번에 그 마날리에서 꼬따오 다이빙 "

 딱 보니까 내가 짐작했던 그 사람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이 참 좁다.

 어쨌든 나는 등지고 있으니 쏘세지가 먼저 인사하고 그 커플도 기억이 나는지 쏘세지랑 인사하고 그리고 딱 나 보는데 정지상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유~ 오랜만입니다. " 말 건네니까 경직


 이유야 간단.
 다이브 마스턴데, 원래 꼬따오에서도 좀 건들건들 뭐라고 해야 되나 허세가 있음.

 한번은 여러 샵의 배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는데 어떤 손님이 있었는데 이 분이 우리샵에도 그 샵에도 놀러왔던 사람인듯.  어드밴스 따로 왔는데 저 멀리서 그 마스터가 이 손님 보더니 큰소리로 " 아 어드밴스 따로 왔어? 나한테 왔어야지~ " 이러는데 ㅋㅋㅋㅋ 너무 웃겼음

 옆에서 대니형님이 한말이 더 웃겼음
 " 저 놈은 강사도 아닌놈이 뭔소리야 "

 암튼 그런 성격인데 쏘세지가 마날리에서 이 사람한테 듣고 나한테 해준 이야기가 너무너무 웃겼음.

 뭐 자기가 다이빙 탑이고, 수 많은 (쏘세지는 잘 알지도 못하는 강사들 이름 나열하면서) 이 강사는 뭐 어쩌고, 저 강사는 저쩌고 아주 그냥 꼬따오 온 샵 강사들 뒷다마를 다 깠음. 진짜 존나 그거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근데 그 사람이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 맞았다.

 제일 대박이 그거였지.
 대니강사라고 코스디렉터라고 높은 강사 있는데 그 강사보다 자기가 다이빙 더 오래하고 잘한다고

 얘기했다고.
 

 암튼 그 사람을 뜬금포로 쉼터에서 보니까  좀 웃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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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랙베어 2015.05.08 19:19 신고

    진짜 세상은 웃기는 짬뽕들 천지인듯...

    그래두 쏘시지같은 좋은 동반자도 있으니 그냥저냥 살만한 세상인듯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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