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을 헤치고 이제 막 시리아의 수도 고대도시 다마스커스에 도착했을 때다. 어느새 자정이 넘어 있어서 우린 빨리 숙소로 이동해야만 했다. 숙소가 몰려있는 마르제 광장에 가기 위해서 택시를 붙잡으려고 우리 일행들은 택시를 잡는데 한 낡고 작은 택시 한대가 우리 앞에 섰다. 열려진 택시 창문으로 머리가 벗겨진 중년의 택시 기사가 고개를 숙여 우리에게 타라는 손짓을 한다. 말도 안통하는 우리로선 일단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을 아는지, 그리고 그곳까지의 가격 흥정이 중요했다.

  댈것도 없이 " 마르제? " 라 고 우리가 외쳤다. 그러자 중년의 택시기사는 우리에게 " 마르제? 마르제 마르제? " 굉장히 빠른 발음으로 마르제를 간다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던졌다. 얼마냐고 물어도 택시기사는 알 수 없는 아랍어만 우리에게 던지고 빨리 택시에 타라는 손짓을 한다. 마르제 광장에는 저가의 숙소가 많이 몰려있어서 외국인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몰리는 곳. 어련히 알아서 잘 데려다 주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시리아에 막 도착해서 시리아 밤의 느낌을 느끼며 택시에 올라타 어느새 택시는 빠르게 도시를 달리고 있었다. 미터기를 보니 0037. 37파운드. 기본요금이 600원정도 하는구나 비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비싼 기본요금답게 굉장히 천천히 미터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37, 38.. 그렇게 미터기는 올라가고 있었다. 달리는 도중 갑자기 택시기사가 우리에게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 마르제, 마르제? " 다시 빠른 말투로 외쳤다. 우리는 " 오케이! 마르제 마르제 " 얘기하는데 눈앞으로 이정표가 스쳐 지나갔다.





 직진 - 바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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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정표에는 직진- 바르제 라고 돼어있었다. 나는 놀라서 앞을 가리키며 " 바르제? 바르제? " 말하자. 택시기사는 " 예스! 마르제! 마르제! " 한다. 씨푸랄. 우리에겐 이들의 바르제나 마르제가 똑같이 들린거였다. 그제서야 당황한 난 " 노노노노노노 마르제! 마르제! " 연거푸 얘기했다. 그러자 택시기사는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그제서야 눈치 챈듯이 조금 우리가 들을수 있게 " 바르제 바르제? " 를 외친다. 더 대답할것도 없었다.

" 노노노노! 마! 르! 제! 마! 르! 제!"


 택시기사는 이제 알았다는듯이 차를 유턴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참을 택시안에서 배꼽잡았다. 어쩐지 왜 그렇게 계속 " 마르제 마르제 마르제? " 이러면서 물어봤나 했더니 분명히 택기기사 생각으로는 ' 이 동양놈들이 도대체 바르제에는 왜 갈려고 할까? ' 란 생각으로 물어봤겠지 하는 생각을 했으리라. 그렇게 배꼽잡으면서 적당한 타이밍에 나와준 '바르제' 이정표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도 '바르제'를 향해 달리고 있을터. 이제 막 시리아에 도착한 우리가 마르제 말고 바르제가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고 게다가 외국인들도 한국에 오면 분명히 신천하고 신촌을 헷갈려 할터. 완전 재밌는 해프닝이었다.

 그렇게 달린 택시는 이내 다시 시내 한가운데 접어 들었다. 제대로 찾은듯 마르제 광장에 도착하면 보인다는 공사중인 모스크가 보인다. 맞게 왔구나. 싶었다. 이제 우리는 곧 숙소에 도착이다. 근데 갑자기 일행중 한명이 소리쳤다. " 오빠 저 미터기 이상해요."

 " 왜? " 라며 나도 미터기를 보자. 정말 놀랍게도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50파운정도 하던 미터기가 어느새 109파운드를 가리키고 있었다. 빌어먹을 도대체 이 택시기사 뭔짓을 한거야. 우리가 모르는 조작이 있나 아니면 시리아 택시는 일정 요금이상이면 그때부터 할증이 붙나 싶었다.  분명히 아까 본 미터기 올라가는 속도로는 갑자기 요금이 두배나 나올리가 없었다. 뭐 일단 내려서 보자 싶어서 호텔에 도착해서 우린 택시요금 별 생각없이 110파운드를 건네줬다.  그러자 택시기사는 150파운드를 내라고 하는거다. 우리가 미터기를 가리키며 0110 110파운드라고 건네주자 택시기사는 어림도 없다는듯이 손가락을 가로저으며 No No No NO 한다. 영어도 통하지 않는 택시기사와 싸울수가 없었다. 우리는 110을 주는데도 막무가내다.

  결국은 숙소에서 일하는 남자에게 얘기를 했다. 택시기사가 요금을 속인다고. 그러자 그가 중재를 해주기 위해 호텔밖으로 나왔다. 우리가 미터기가 분명히 110파운든데 이 남자가 자꾸 돈 더 달라고 한다라고 하자 남자는 택시기사와 한참을 얘기하더니 " 택시기사가 미터기 안쓴다고 150파운드 달라고 하네요 " 라고 말한다. 너무 짜증나서. 한참을 대판을 싸웠다. 150파운드면 우리나라 돈 3천원. 5명이서 한참을 택시를 타고 왔다갔다 한 가격치고는 그렇게 비싸단 생각이 들지 않았으나 그건 한국에서 얘기고 시리아에서라면 분명히 큰 돈일터. 이제 막 시리아에 도착해서 시리아 물가에 익숙하지 않은 우린 도착한 처음부터 바가지를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참을 싸우며 호텔 남자한테 우리는 미터기를 가리키며 " 봐라 110파운드 잖냐 미터기를 왜 안쓰긴 뭘 안써" 라고 말할때도 미터기는 안꺼지고 계속 올라가서 어느덧 120파운드를 가리키고 있었다. 같이 있던 일행 여자애가

" 저봐 저봐 저거 미터기도 안끄고 완전 상습범이야!! " 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결국 호텔 남자가 미터기를 보더니 . 한심하단 표정으로 우릴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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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시곈데요!




 시곈데요!



 시곈데요!


 시곈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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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속이 멍해지면서 흡사 반전영화에 나오듯이 머리속으로 지나간 장면들이 스쳐지나간다.

 기본요금 0037    37파운드는 우리가 도착해서 택시 탄 시간이 12시 37분.
 그래서 기본료는 비싸지만 요금은 천천히 1분에 1씩 올라간 것.

 그렇다면 50에서 갑자기 100으로 된건.. 0059   12시 59분에서..

 0100 새벽 1시가 된것....-_-;


 
 미터기를 안끈게 아니라, 미터기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대박. 우리는 군말없이 택시기사에게 150파운드를 건네주고 숙소로 조용히 들어왔다. 아무말도 없이. 그리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웃어버렸다. 그렇게 밤새도록 웃을수 밖에 없었다.



나 중에 얘기지만 100파운드도 완전 사기당한 금액이고 150파운드는 대박 사기당한 금액이다. 이때 이후부터 시리아에서 택시 타게되면 미터기부터 보게되는데 시리아 택시 기본요금은 6파운드(120원) 정도고 대략 0.25파이사 ( 100파이사가 1파운드) 단위로 올라가서 아무리 멀리가도 50파운드도 나오기 힘들 정도다. -_-; 시리아 도착하자마 호된 신고식을 했으니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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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2007 중동 4국] - 오스트리아 070116 출국, 유럽은 유럽이다. 오스트리아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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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ZOON at 2007/06/06 09:41 # x
우하핫, 정말 멋진 경험입니다...ㅜㅜb
Commented by 차원이동자 at 2007/06/06 09:43 # x
시계...슬픕니다..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6/06 09:45 # x
ZOON / 진짜 대박이었어요 나중에 얼마나 웃었는지,
차원이동자 / 근데 진짜 우리나라 미터기 처럼 생겨서 게다가 만약에 00:37 이렇게만 돼어있었어도 시계라고 눈치챘을텐데 말이죠 우리나라 미터기 처럼 생겨서 0037 이렇게 돼어있으니 알게 뭡니까 ㅜ,ㅜ
Commented by 네오케이 at 2007/06/06 10:11 # x
비록 사기는 당했어도 정말 재밌는 경험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제드 at 2007/06/06 10:18 # x
시곈대요... OTL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6/06 10:23 # x
네오케이 / 예 진짜 웃겼습니다. 저런 맛에 또 여행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제드 / 그때 저흰 더 절망했습니다. ㅎㅎ
Commented by 록차 at 2007/06/06 11:14 # x
대박이군요. 11시였다면 어땠을지(...)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6/06 11:16 # x
록차 / 그러니까 말이죠. 일이 일어날려니까 모든게 딱딱 맞아떨어지더군요. 직전에 바르제-마르제 일만 아니었어도 눈치챘을텐데 말이죠. 저희도 그러고나서 진짜 11시였더라면 눈치챘을꺼라고 얘기를 했었죠 ㅎㅎㅎ 0001이라고 했어도 의심했을텐데 너무나 적당한 수치 였죠..
Commented by 스타탄생 at 2007/06/06 12:53 # x
미터기도 안끄고 상습범이야~ 도 압권이네요.
어디가나 택시기사들 눈탱이 신경써야 하네요. 경험 많으신 님도 미터기인 줄 아셨다니 ㅎㅎ 잊지못할 추억이 되셨네요
Commented by lie4me at 2007/06/06 12:54 # x
완전- 웃었어요.ㅎ
진짜 대박!

바르제, 마르제도 웃겼는데.
택시요금은 정말; 바가지는 쓰셨지만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겠어요.
저도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ㅎㅎ
Commented by carmen at 2007/06/06 13:15 # x
뭐 사기 당한 금액이라도.. -_- 시계 사건 같은 대박 사건이 있어서 용서 되는 거 아닐까요? ㅋㅋ
한국 와서는 오히려 더 재밌는 이야기 거리가 되잖아요ㅋㅋ
그나저나~ 저 적절한 쵸파 짤방ㅋㅋ 왜 볼 때 마다 웃긴걸까요ㅋㅋ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6/06 13:41 # x
스타탄생 / 정말 미터기처럼 생겼습니다.-_-; 변명의 여지가 없는 ㅎㅎ
lie4me / 웃겼죠? 진짜 대박이었습니다. 다마스커스의 굴욕사건
carmen / 그럼요.사기는 당했지만 워낙 웃겨서. ㅎㅎ 짤방구하기가 힘들어서 쓰던거 또 쓰고 또 쓰고 울궈먹는데도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오늘은... at 2007/06/07 09:21 # x
히히힛. 넘 재미있어요~~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6/07 11:26 # x
오늘은... / 재밌죠? ㅎㅎ
Commented by 마이클 at 2007/06/07 14:05 # x
와우 잼있어라...ㅎㅎㅎ 필리핀가서 100페소를 100달러로 지불한 나보다 더 대단하신분이 덜덜덜.. 오랜만에 들려봅니다.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6/08 00:02 # x
마이클 / 오랜만이네요 ㅎㅎㅎ
Commented by ahaaa at 2007/06/12 18:12 # x
ㅎㅎㅎ, 간만에 재밌는 여행기를 보내요. 다시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게...
Commented by ahaaa at 2007/06/12 18:12 # x
한번도 본 적이 없지만, 무작정 29일의 술자리에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드니... 우짜꼬...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6/13 10:51 # x
ahaaa / 재밌으셨다니 다행입니다. ㅎㅎ 자주 들려주시고, 29일 술자리에도 나오시면 어때요. 그날 뵐지도 모르는 분들 모두 한번도 본적없는 분들 뿐일꺼 같은데 말이죠. 천천히 블로그 구경하시면서 생각해보세요~
Commented by 퍼디 at 2007/07/02 22:46 # x
아.. 가끔 들러서 여행기 훔쳐보고 있는데..
이번 포스팅에는 인사를 안드릴수가 없네요.

정말 오랜만에 시원하게 웃었습니다. ^_^
Commented by mouse at 2007/09/27 20:03 # x
쓰러집니다.대박! 최고! 아 말도 안되게 웃겨요..


  1. Favicon of http://j4blog.tistory.com BlogIcon moONFLOWer 2007.12.17 06:56 신고

    ㅋㅋ 장난아니네요. 그런데 진짜 그런 오해를 하게 시간이 맞아줬네요. 잘 보고 갑니다. ^^

    • 정말 대단한 타이밍이었습니다 ㅋ 게다가 미터기도 표시도 그냥 숫자 네개 0000 이렇게 되어있어서 역활이 더 컸죠 ㅋ

  2. Favicon of http://m-log.net BlogIcon 엠의세계 2007.12.17 10:49 신고

    시계되요.......^^;;;;;
    남들을 한방에 웃길 수 있는 좋은 추억인데여^^b

  3. 맥수 2007.12.19 18:31 신고

    이거 중동여행기가 완전 거대되는데욧 ^^

  4. 레기나 2007.12.19 18:43 신고

    아놔~ 너무 웃겨요 배아파요

  5. Favicon of http://blog.daum.net/shugauyu BlogIcon 우주인 2008.02.19 15:50 신고

    글 그대로 반전드라마 하나 보는듯 했어요..
    너무 재미 있는 경험을 하셨네요...사기는 당했지만, ^^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일 저린일 다 격게 되는것 같아요 하하
    즐겁게 잘읽고 가요

  6. 퍼스구직자 2010.02.06 03:40 신고

    이거 같이 사는 친구한테 보여줬는데 친구도 경무님 블로그 팬될거 같아요 ㅋㅋㅋ 잘했죠?

  7. Favicon of http://steps-ahead.tistory.com/ BlogIcon 잇군 2010.02.14 04:47 신고

    글 너무 재미있게 보고갑니다 ㅋㅋ
    2년뒤에 시리아 유학준비중인데,
    너무 재미있네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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