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30분. 잿빛하늘에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오랜만에 방콕에 돌아왔다. 남부에서 올라와서 버스는 남부터미널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익숙한 풍경들, 방콕의 아침은 트래픽 잼으로 여전하다. 오늘 모든것이 결판 난다. 오늘 한국행 비행기표,미얀마행 비행기표 가격만 맞으면 이번 여행도 무리 없이 재미나게 마무리 될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남부터미널은 처음 이용해본다. 버스를 타고 갈까 하다가, 카오산이랑 그리 멀지 않은거리기에 택시를 잡아타기로 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이내 곧 카오산에 도착했다. 카오산에서 택시에서 내리고 트렁크에서 짐을 빼는데 BC가 트렁크 문을 한국에서 하듯이 쎄게 닫았다.( 뭐. 전혀무리가 없었다.) 근데 택시기사가 그게 기분이 나뻤는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BC에거 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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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는 소리지르면서 또 흥분을 한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고 웃으며 "OK OK" 하고 넘길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내가 BC가 소리지르는거에 짜증이 나버려서 BC에게 얘기했다.
" 야, 아무대서나 소리 좀 지르지마, 별거 아니잖아 그냥 OKOK 하면 될껄 뭐하러 그렇게 흥분해 "라고 한마디 하고 익숙한 걸음으로 카오산 메인로드를 걷기 시작했다.

  항상 한국에서 부터 카오산 카오산 노래를 부르든 터라, 우스개 소리로 카오산에 갈때는 밤에 맞춰서 BC를 데려가서 아주 눈이 띵그래지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라고 항상 얘기해왔고, BC역시 기대감에 부풀어서 즐겁게 카오산에서 " 야 임마 여기가 카오산이야 " 라며 태국입성을 즐거워했어야 했는데, 시작부터 뭔가 꼬인다. BC와 어색하게 말도 없이 조금 떨어져 걸으며 간만에 카오산의 모습을 느꼈다.

 '별로 바뀐건 없는거 같구만' 혼자 생각했다.

 홍익인간에 도착하니 여느때처럼 한국사람이 많이 보인다. 수 많은 여행자들.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아침일찍 여행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앞으로의 일정을 위해 열심히 가이드북들을 뒤적이는 사람들, 이런 태국에서의 모습은 정말이지 여행자라는것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느끼게 해준다.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안돼서 일단 짐을 던져두고 밥먹으로 밖으로 나왔다.

 항상 오면 먹을려고 했던 국수가게 아저씨가 안보인다 비가 내려서 그런가보다, 짜이디 골목쪽으로 쭉 걸어 나갔다. 수 많은 노점 식당들이 즐비한 이곳, 대충 적당히 덮밥가게에 들려 BC에게 태국음식 시식을 시켰다. 입에 안맞아하는 듯했다. 어쨌든 맛있게 밥을 먹고 홍익인간으로 돌아왔다.

[홍익인간 :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식당,각 종 투어서비스, 숙박은 오로지 도미토리만 가능 ]
[홍익여행사 : 한국인이 운영하는 여행사, 비행기 티켓 취급 ]

  홍익인간에 도착해 보이는 익숙한 얼굴들 태국에 4번째나 오면서도 아직 그들과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적도 없다. 참 어정쩡한 관계. 관계나 있는지 모르겠네. 안경쓰고,문신하고,머리가 긴 이 남자는 홍익인간에 올때 마다 보는데 나를 기억하려나? 잘 모르겠다. 어쨌든 항상 그냥 지나치는 홍익인간이기에 친해질 기회가 있어야지. 어쨌든 도미토리 체크인 하고 올라왔다.  성수기 라고 생각했는데 도미토리가 텅텅 비어있다. 좋네. 샤워를 하고 여행기를 정리하며 일정에 대해 생각하고 쉬면서 봤더니 미얀마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막상 태국에 오니 마음속에 유혹이 생겨났다. 지금 이돈으로 미얀마에서 거지같이 20일간 여행하는것도 좋지만, 타투도 하고 싶고, 술도 맘껏 마시고 싶고,맛있는것도 먹고싶고, 쇼핑도 하고 싶고 너무나 유혹이 심했다. 정말 태국. 너무나 유혹적이다.

 한참을 쉬다가 밖으로 나갔다. 비가 계속 내린다. BC와 돌아다니다가 저녁때 짜이디 맛사지 간만에 받아보려고 했는데 비도 피할겸 그냥 지금 짜이디를 가자고 해서 짜이디에 갔다. 이곳 태국에서도 돈을 아껴야 된다. 그래야만 미얀마여행이 겨우 가능하다. 말그대로 겨우 최저경비로 거지같은 생활로 버텨야 된다.  아마 지금 받는 짜이디 맛사지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마사지를 좋아하는 나로선 괴로웠다. 어쨌든 오랜만에 받는 짜이디 마사지 대 만족, 마사지 해주는 여자가 젊은 여자였는데 조용하고 참하게 생겼는데 처음엔 과묵하더니 말을 하기 시작하니 끝도 없이 씨끄럽다. 나랑 동갑이라고 하는데 나중엔 조용한 짜이디에서 나와 BC있는 쪽만 씨끌벅적 했다. 매력적인 여자다.

 마사지를 받고 나와서 BC가 하도 동대문 김치말이 국수가 맛있다는 얘길 많이 들어서 그런지 한번 시식해보겠다고 갔다. " 별로 기대 안해 " 라고 말하며 김치말이국수를 기다리던 BC는 한번 맛을 보더니 눈이 띵그래졌다. 그때의 표정이란 정말. 대박이었다.  오랜만에 동대문 사장님도 뵙고(뵙는다고 해서 나를 아는건 아니다.) 김치말이국수를 먹었더니 아주 돈쓰고 싶은 맘이 제대로 팍팍 꽂힌다. 하지만 미얀마를 위해선 참아야 한다. 김치말이국수도 이걸로 마지막! BC는 매일 동대문에 오고싶다는 삘을 내는데,-_-; 난 무리다. 태국에서 일정이 끝나는 BC는 지를수 있지만 나는 미얀마까지 갔다가 9월에 한국으로 가야되기때문에 정말 긴축정책이 필요하다.

밥을 먹고나서 카오산을 완전 돌면서 여행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한국행 비행기 티켓의 가격, 그리고 미얀마행 왕복 티켓의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돌아다니고 또 돌아다녔다. 예전에 찬희가 미얀마 들어갈때 가장 쌌다고 말했던 카오산 샛길 뒷골목(라니 레스토랑 있는 부근)에 인도인(시크교도들)들이 하는 곳도 갔지만 다른 곳보다 조금 나을뿐 잘 모르겠다.  일단 알아본 바로는 미얀마,한국행 둘다 천차만별이지만 가장 싼 곳도 내 예상보다는 비쌌다. 특히 미얀마행 비행기표보다 오히려 한국행 표가 너무나 비쌌다. 이대로라면 미얀마를 못간다. 한국행,미얀마 비행기 티켓으로 내가 생각했던 가격에 맞춰 두 티켓을 사야지만 난 미얀마를 갈 수 있는 것이다.

 미얀마에서 쓸 돈이란 것도 그 티켓가격이 맞어야 그에 맞추어 쓸 수 있는건데, 그 액수라는게 정말 최저경비이기 때문에 정해진 티켓가격에 사지못한다면 미얀마는 무조건 포기였다. 암튼 여행사를 돌아다니면 돌아다닐수록 짜증만 몰려왔다.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결국 최저가격의 여행사를 찾아냈다. 미얀마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어차피 태국에 몇일 머물면서 BC와 같이 북부쪽으로 빠이나 매홍쏜에 트래킹도 하러 갔다오고 할꺼기 때문에 급할거 없이 천천히 알아보고자 일단 대충 가격파악만 끝냈다.

 미얀마에 들어갈 희망이 보인다! 숙소로 돌아와 좀 쉬면서 홍익인간 1층에서 여러가지 가이드북 가져다 놓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사장님이 계시길래 미얀마 여행에 대해서 몇가지 질문을 했는데 충격을 받았다. 미얀마 여행경비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난 정말 충분할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이게 왠일인가, 최저경비가 400달러라는 것이다.

 " 사장님 저 인도에서도 할꺼 다하고 볼꺼 다보고도 먹을꺼 다먹고 하면서 두달동안 60만원 썼는데요, 북인도,남인도 까지 다돌았구, 게다가 친구 데리로 갔던데 또 가고 이랬는데도.. 동남아 돌대도 하루에 1만원 정도 썼구요. 경비 절감 진짜 자신있는데 20만원 정도도 안되요? "
 " 미얀마가 진짜 싼데, 외국인 물가가 비싸서 그래 400달러도 정말 최소경비야 보통사람같으면 500달러나 600달러정도 들꺼라고, 거기 바간 들어갈때는 유적지가 아니라 도시 들어가는데도 외국인은 입장료 내야돼. 미얀마 장난아니야"

 아 씨발..-_- 절망적이었다. 미얀마 연구할때 정말 경비는 싸다는 생각만 했지 한번도 비쌀꺼라고 생각안했고 비싸도 내가 이제껏 겪은 외국인전용물가 수준이었다. 일단 더 생각좀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일단 PC방으로 달려갔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다. 미얀마 경비 부분에 대해서, 그리고 얻어 낸 검색 결과.

 " 미얀마, 말이 동남아지 유럽이랑 경비 맞먹습니다. " 아 썅-_-;;;;;;;;;;;
 욕이 그냥 한타스 연발로 마구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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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지금 화가 몹시 나 있어 -

  내가 갑자기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무 준비도 없이 와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가는 여행이라니, 미얀마를 못간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이번 여행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지는게 아닌가, 미얀마 가겠다고 싱가폴은 제끼고, 말레이시아는 날림으로 왔는데 어쩌란 말인가.. 도미토리로 올라와서 완전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눈 앞에서 미얀마에 가면 봐야지 했던 수많은 것들이 눈앞에 아른 거리기 시작한다. 아....-_- 빌어먹을. 마음 한구석에서 잠시나마 미얀마 포기하고 태국 질러야지 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미치기 일보직전에 기분까지 갔다.

 좀 쉬다가 어둑해짐을 느끼고 BC와 같이 밖으로 나갔다. BC와 카오산 밤 거리를 누비며 공허함과 허전함을 느꼈다. 이 무수히 많고 이쁜 여자들 중 내여자가 없구나. -_-; 나는 왜 이러나. (일기에 왜 이렇게 적혀있지. 미얀마를 못간다는 공허함이 여자친구가 없다는 공허함으로 자연스럽게 체인지되있네..)

  비싼돈 들여서 외국까지 나와서 이 지랄을 하고 있다. 저녁으로 팟타이를 배부르게 먹었는데 BC는 대만족한 느낌이다. 내가 인도에서 사모사를 본 순간 바로 이거다! 하는 심정인듯 했다. 앞으로 모든 식사를 팟타이(볶음국수)와 뽀이뺏(춘권,스프링롤)으로 때우겠다고 다짐하는 BC.  결국 카오산의 밤은 항상 맥주로 끝이 난다. BC와 결국 적당한 술집으로 들어갔다. 씨발 미친놈의 카오산 어떻게 된게 노점들이 싹 다 없어졌다. 단속때문이다. 카오산 밤거리 재미의 80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데, 값싼 안주와 술 특히 바베큐 닭다리 아오! 술집에서 맥주 한병 시켜놓고 이번 여행에 대해 BC와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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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하는 내게 " 형 나때문이야, 나랑와서 그래 " 라고 말하는 BC. 이새끼 진짜.. 미워할수가 없는 놈이다.

 " 왜 니 때문이야, 다 내가 스스로 결정한건데, 내 결정의 문제고 내 잘못이지. 니가 옆에서 뭐라고 하고 뭘 해도 어쨌든 결국 결정은 내가 했으니까 여기까지 온건데 "

  술을 마시며 도대체 이번 여행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할 지 고민했다. 도대체 어떤 의미를 찾아야 되는것인가 혼란스럽다. 어차피 이렇게 된거 맘껏 즐겨야 하나 미칠 것 같다. 정말 어찌보면 목적없이, 애초부터 계획에도 없었던 여행이었다. BC가 제발 꼭 같이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맘이 흔들려 오게 되었고 기왕 오는거 목표를 세웠지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작된 여행. 이런 어처구니 없는 변명이나 스스로의 타협으로도 감당이 안된다. 현재 지금 상황은.

 목표들이 사라지고, 한정된 시간, 한정된 자금이 던져졌을때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갈 곳을 잃은 여행자의 절망적인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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