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일어나서 또 빈둥빈둥. 완전 게으른 여행자다. 하지만 이런맛에 또 여행을 하는것이 아니겠는가. 방문을 열고나오면 정원이 있고, 방마다 바로 문열고 나가면 바깥에 널찍한 돌의자가 붙어있는데 위에 카페트 같은걸 깔아나서 앉아서 쉬기 좋다. 눈부신 아침 햇살, 이런 햇살이 너무나 좋다. 햇볕을 쬐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막에서 벗어나면 유적의 도시 룩소르로 갈 예정이기에 크리스티앙자크와 함께한 이집트 여행기를 빨리 읽었어야 했는데 도무지 재미가 없어서 진도가 안나가고, 오히려 종호형한테 빌린 고고학자와 함께한 이집트 여행을 조낸 재미나게 어느새 다 읽어버렸다.



 방안에서 종호형은 아직도 취짐. 이런 게으른 여행자들과는 달리 옆방에 묵은 한국여자는 아침부터 분주하다. 왔다갔다 하다가 나에게 말을 건다. " 저기 알카스르 언제가실꺼에요? " 나는 " 어차피 투어하기로 한것도 아니고 그냥 걸어서 들어가는 사막인데 천천히 들어가면 되지 않겠어요. 오늘은 대충 여기 무트(다클라오아시스)에서 좀 놀다가 내일쯤 천천히 가죠? " 그러자 여자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책을 보고 있으면서 쉬다보니 여자는 또 묻는다. " 아침 안드세요. 지금 먹으로 가는데. "  언제나 그렇듯이 아점으로 대신하는 게으르고 돈 없는 여행자다 보니 안먹겠다고 말하자. 여자는 밥을 먹으로 나갔다가는 돌아와서는 " 전 여기 못있겠어요. 오늘 금요일이라서 다 문닫고 아무것도 없네요. 저는 그냥 먼저 알카스르로 갈께요. 오세요 " 라며 방에 들어가서 배낭을 싸 짊어지고 나왔다.


[잠깐 참고사항]
오아시스이름과 마을이름은 별개, 똑같은 오아시스에도 여러개의 마을이 있을수 있고, 중심이 되는 마을이 있어서 위에 다클라오아시스임에도 무트라고 하는건 우리가 다클라오아시스에서도 무트라는 마을에 있는 것이다. 예) 바하리야 오아시스에서는 바위티라는 마을에 있었다. 이런식.. 그리고 금요일은 바로 이슬람의 주일이다. 고로 우리 일요일이 이슬람에서는 금요일이다. 금요일이면 상점 다 문닫고 볼만하다.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할 생각.

어쨌거나 배낭을 짊어지고 나온 여자는 엘카스르에서 보자며 떠나버리고 나는 계속 빈둥빈둥, 종호형도 어느새 일어나서 같이 빈둥빈둥. 종호형도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옆 돌의자에 앉아서 내가 빌려준 책 " 이슬람 " 을 읽고 있다. 항상 그렇지만 뭐든 알고봐야 재밌는 것 같다. 게으르지만 교양을 쌓고 있는 여행자들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빈둥대다가 12시가 넘어서야 배가고파져서 어기적 어기적 종호형과 숙소 밖으로 나왔다. 역시 금요일이다 보니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도시가 고요하다. 한가한 일요일 낮의 분위기, 맑은 햇살.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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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새끼 한마리 안보이는 무트 시내의 모습]



 근데 포르산을 나와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200-300미터 정도 직선거리에 모스크하나가 보이는데 모스크 앞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역시나 금요일이라서 그런가 싶어서 종호형과 가봤는데 정말 모스크안은 물론이거니와 근처까지 사람들이 한가득. 이슬람 예배를 올리고 있다. 더 재미난건 정말 이때는 마을이 정지! 정말 고요하다.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도시전체가 고요해진 모습을, 자동차마저도 정지해있는 신기한 모습을 보게되고 경건한 자세로 기도를 하는 그들을 보며 그들의 종교에 대한 마음을 엿보는듯 해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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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해진 모스크, 금요일 낮의 모습]

 모스크 온김에 근처에 있는 폐허가 된 카스르( 파라프라,시와에 있던 올드타운과 비슷)안으로 들어갔는데 완전히 버려진 시와와는 달리 파라프라 카스르처럼 이곳도 전혀 사람이 살것 같지 않은 유령도시 비슷해보이면서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간단히 카스르 한바퀴를 휙 돌고 종호형과 카스르를 빠져나왔다. 카스르까지 보고나니 배가 완전 고파졌다. (카스르에서 참 기분 착찹한 일이 있었다. 이것은 따로 카테고리 '이집트'에서 )


 

[ 카스르로 들어가는 입구 ]


 



[ 현지인들의 사는 일상을 볼려면 가이드북에 나오는 곳 위주로 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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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을 어디로 먹으로 갈까하다가 어제 마크가 소개시켜준 식당에 가보기로 한다. 꽤나 멀다. 한참을 걸었다. 길에 뭐 차도 얼마 안다니고 사람들도 별로 없고 정말 한가로운 휴일의 낮이다. 따사로운 햇살아래 한참을 걸어 어느새 마크가 소개시켜준 식당에 도착했다.

사실 그 식당 옆에 비슷한 현지인 식당이 있었는데 거기는 사람이 만땅이라서 거기서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정말 만땅. 빈자리가 없어서 마크가 소개시켜준 식당에 들어갔는데 어쨌든 이곳도 나름 사람 좀 있고 메뉴판을 보니 가격도 마크가 얘기한대로 쌌다.

 SET MENU를 시켰는데 6파운드다. 사실 싸다고 생각하며 먹을려고 하는데 생각해보면 그리 싼것도 아니다. 자꾸 물가비교를 인도랑 하는데 여긴 이집트다. 여긴 인도가 아니야라고 머리속으로 되뇌여보지만 비슷한게 생겨먹은 것들이 자꾸 비교하게 된다.
 
어쨌든 가격 비교는 이제 그만해야겠다. 이런걸로 여행을 망치고 싶은 생각은 추어도 없으니까 말이다. 종호형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밥이 나왔는데 음..이게 세트메뉴구나. 밥(혹은 쿠사리),닭,샐러드,아에시(빵). 뭐 기타등등.. 이집트 어디서나 흔히 봤던 세트메뉴였다. 어쨌거나 맛나게 먹고.

[ 자 여러분은 저기에서 숫자가 보이십니까? ㅋㅋㅋ 7자처럼 보이는게 아랍숫자로 '6'입니다. 아랍여행할면서 밥이라도 제대로 먹고 다닐려면 최소한 숫자는 읽혀둬야 되는 겁니다. ㅋㅋㅋㅋ (아랍어 숫자에 대한 강의는 나중에 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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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먹으로 가는데 지치고, 돌아오는데 배꺼지고. 빌어먹을  ]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데 날이 너무 더워지니 완전 탈진. 지쳐버렸다. 밥먹으려고 그 먼곳까지 걸어서 갔다가 이 뙤양볕에 돌아오니 밥먹은 의미가 없어졌다. 젠장.숙소에 들어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지쳐서 돌의자에 푹하니 앉았다. 언제나 처럼 가져간 휴대용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며 다시 독서삼매경에 빠졌다. 그리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무한정많은 것도 아니고 겨우 2달남짓한 시간이기에 루트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예정에도 없던 오아시스 순례중이라서 이집트에 시간을 더 할당해야하나, 아니면 빨리 이집트를 빠져나가야 하나 고민돼었는데 답이 안나온다. 아침에 떠난 한국여자는 나와 루트는 비슷하면서 일정은 나보다 훨씬 더 짧은데도 터키까지 간다고해서 적잖이 당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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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저나 이집트 오기전에 한국에서 소설'람세스'를 읽을때는 람세스 이새끼가 조낸 남자다. 라고 생각했는데 종호형한테 빌린 고고학자와 함께 가는 이집트. 이책을 읽으니 람세스가 완전 개새끼로 나온다. 조낸 얍삽하게 묘사한 이 책을 읽으며 한참을 웃었다. 역시 소설은 소설일 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렇게 한나절을 다시 빈둥대면서 루트정리,생각정리,독서 등으로 시간을 때우니 어느샌가 맑고 밝은 햇빛이 따뜻하게 물들어가는 오후가 되었다. 종호형과 카스르에 가서 일몰이나 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밖으로 나와서 카스르로 향했다.

 느긋하게 카스르를 돌아다니다가 높은 지대로 올라가니 어느새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다. 붉게 물들여지는 서쪽 하늘과 붉으스름하게 변해가는 구름의 색. 너무나 평범하면서도 언제나 잊고 있었던 그런 풍경이다. 카스르 위에서 보는 일몰은 썩 나쁘지 않았다. 아무말 없이 종호형과 나는 일몰을 보며 각자의 생각속으로 빠져들었고 어느새 일몰은 끝나고 카스르에서 내려와서 밖으로 나오자 어둑어둑해진 무트시내는 여느때처럼 상점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저녁으로 먹을 과일을 좀 사고 보니 문닫았던 PC방도 열려서 좋아라고 갔으나 한글이 안깔려있어서(보이지가 않음) 한참을 한글깔려고 개삽질. 이새끼들 정품이용을 안하니까 한글깔려고 정품윈도우씨디 넣으라고해도 윈도씨디가 있나,-_-;
 



 결국 종호형 앉은 자리만 어떻게 운좋게 깔리고 다른자리는 다 실패, 결국 종호형에게 인터넷 다 쓰면 바톤터치하자고 얘기하고 나는 숙소로 왔다. 숙소에서 쉬면서 다시 일정정리를 해보는데 아무래도 이집트,요르단을 최대로 줄이고 시리아를 최대로 늘리는게 낫겠다 싶었다. 어느새 종호형이 돌아왔다. 인터넷 바톤터치. 인터넷이 엄청 느리다고 투덜거리는 종호형을 뒤로하고 인터넷을 하러 왔는데 분명히 이 피씨방 인터넷은 조낸 싸고 빨랐는데 정말 엄청 느려졌다. 왜 그런가 싶었더니 옆에 미친 프랑스새끼가 화상통화하고 자빠져있다. 암튼 씨발 프랑스새끼들은 뭘해도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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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현재 '여행중'카테고리에 있죠. 무트에서 쓴 글이 ㅋ) 다시 숙소로 돌아와 종호형과 밥을 먹으로 나왔다. (아까 저녁으로 먹을려고 산 과일은 인터넷하면서 다 먹어서..-_-;; 워낙 느리다보니) 밥은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모스크 근처의 현지인 식당. 밥 먹으면서 사막을 좋아하는 종호형에게 요르단 와디럼 얘기를 해줬다. 사막중에서도 거의 지존 하이엔드급이고 게다가 이집트 사막을 다 돌았으니 와디럼을 찍으면서 사막여행에 화룡점정을 찍으면 어떠냐고 꼬드기니 종호형 굉장히 솔깃해 한다. 하지만 일정계산해보더니 힘들것 같다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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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호형과는 아스완까지 같이 갈껏 같았는데 루트 대충 맞춰보니 아마도 다음 오아시스인 하르가나 룩소르에서 헤어질 가능성이 컸다. 어쨌거나 이렇게 빈둥대던 하루도 쫑이 나고 내일 드디어 알 카스르로 떠난다. 과연 어떨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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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이 포르산에서 묵었던 우리방, 바닥에 깔린 짚 베리굿, 정말 값싸게 인터레이하면서 어느곳보다 분위기 굿 ]



 


이글루스 덧글 보기

Commented by 소마 at 2007/03/30 11:38 # x
그렇구나하고 보다가 람세스 얘기에 푸핫~ 웃음이!
아랍 글자 알려주신다고 약속했습니다!+_+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3/30 11:48 # x
소마 / 가르쳐주는건 문제가 안됩니다만, 그 글자를 텍스트로 어떻게 적을까, 설명할까가 문제, 저는 숫자를 딱 보고 5분도 채 안되서 보는 방법을 깨우치는 바람에 아 이럴때보면 참 영특한거 같아요 ㅋㅋㅋ
Commented by Andrea at 2007/03/30 11:53 # x
ㅋ전 사막여행 일정이 엉망이되서(차량 고장때문에-_-)
바위티에서 카이로로 버스타고 올라갔던 기억이..ㅠㅠ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3/30 11:54 # x
Andrea / 저도 운 좋았어요, 이상한 운전사 아저씨때문에 하마트면 사막에서 조난 당할뻔 ㅋㅋ
Commented by 햏리포타 at 2007/03/30 13:15 # x
앗 그리고 보니 라이프 로그에 러브앤프리랑 여행의 기술 책 2권이 있네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들 ㅋㅋ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3/30 15:02 # x
햏리포타 / 모든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책 아니겠습니까 ㅎㅎ
Commented by MIMI at 2007/03/30 15:56 # x
여자로 태어난게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우주최강님 글 보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어져요~
완전 터푸해^^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3/30 16:04 # x
MIMI / 전 남자로 태어난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미미님의 섹시함을 볼때마다 여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져요.
Commented by 나의꿈 at 2007/03/31 02:16 # x
'옆에 미친 프랑스새끼가 화상통화하고 자빠져있다. 암튼 씨발 프랑스새끼들은 뭘해도 짜증난다.'
ㅋㅋㅋㅋ

Commented by 부산아가씌- at 2007/03/31 09:08 # x
신앙심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이런 글 볼때면..
종교와 무관하게..
이 분들의 마음이 더 이쁜 듯..
ㅋㅋㅋ

저도 기억나요..
나의꿈님 댓글 보니까..
프랑스 남자 괜찮지 않아요??
난 그 분들 말하는거 보면..
꼭 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 같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요-
Commented by 나의꿈 at 2007/04/01 01:33 # x
해해 모르겠어요
Commented by 나의꿈 at 2007/04/01 01:33 # x
사랑에 빠진적이 없어서..그래서 이번에 서양쪽으로..하하하
Commented by 나의꿈 at 2007/04/01 01:35 # x
프랑스남자라...................프랑스...아 신비롭다아...

서양남자....아 ...그런데 은근한 맛이 없을것같은데..
난 솔직히
일본남자도 왠지 ...흐흠

신비로워서...

근데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한국남자라서..역시 한국이 한국이..최고다~~

아 우물안개구리인걸까

역시 서양으로 여행을
Commented by 나의꿈 at 2007/04/01 01:36 # x
일본남자는 어떠세요?

인터넷으로 프랑스어나 검색해서 들어볼까 하하하 정말 사랑을 고백할까 하하하
Commented by 노모어러브 at 2007/04/13 17:22 # x
근디 마크가 누구냐?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4/13 23:58 # x
마크는 바하리야 오아시스에서부터 만난 독일인지....여행기를 띄엄띄엄읽으면 모른단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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