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일본애들과 이야기 하느라 늦잠을 잤다. 아침 10시가 넘어서야 느즈막히 일어났다. 얼마만에 달콤한 휴식인가, 외로움도 전혀 느낄수 없을만큼 자유롭고 달콤하다.  침대에서 늑장 좀 부리다가 라면을 끓여먹었다. 에미,유키가 비블리스 같이 가자고 하고, 유우키는 같이 발벡에 가자고 했는데 그냥 오늘 하루는 이런 여유 좀 부리면서 쉬기로 했다. 모처럼 침대에 뒹글 거리면서 책을 읽고 있는데 누군가 우리 도미토리방문을 두들기는거다.

 문이 빼꼼히 열리면서 카나에의 얼굴이 보였다. 규환이형에게 무슨 할 말이 있어서 불렀다. 규환이형을 잠시 불러내더니 방문 밖에서 한참을 얘기를 하는데 이 둘 커플의 대화는 도무지 알아들을수가 없다. 일본어,한국어,영어 3개국어가 동시에 아무렇지도 않게 나열되서 이뤄지는 대화들. 결국 한참 대화하다가 규환이형이 자기가 들은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나에게 통역을 부탁해왔다. 그렇게 카나에상이 방안으로 들어와 일본어로 나와 다른 일본애들에게 얘기를 하는데 방안에는 유우키와 겐키, 그리고 유야 3명이 더 있었다.

 카나에의 말인즉슨 어젯밤에 아랫층 도미토리에서 혼자 자고 있는데 (같이 머물던 보경,보미,도인이 떠났기때문에) 리셉션보이(사장 자헤르의 조카인 라와드)가 자꾸 잠가놓은 방문을 따고 들어와서 " 너 혼자있냐? " 라고 자꾸만 물어보면서 문을 잠가도 자꾸 열쇠로 따고 들어와서 말을 건다며 무섭다고 그러는거다.  안그래도 어제 자기 전에 규환이형과 카나에상이 자는 방에서 맥주마시고 있는데 라와드가 들어와서 "너네 왜 여기있냐? " 라고 물었던게 떠올랐다.

 결국 이 얘기를 해주자, 규환이형이 길길이 날뛰면서 흥분한다. 내가 흥분 가라앉히라고 일단 사장인 자헤르에게 잘 얘기해보고 방을 바꾸던지 그렇게 하라고 하면서, 정 뭐하면 규환이형과 내가 그 방으로 옮겨도 괜찮다고 하자. 카나에는 특유의 일본인다운 말을 내뱉는다.  " 그렇게 까지 폐(메이와쿠)를 끼치고 싶지 않다. 이건 나의 여행이고, 너는 너의 여행인데 내 문제로 너에게 폐를 끼치고 싶진 않다 " , 난 그래서 신경쓰지말라고 괜찮다고 하자. 거듭 고맙다고 말을 하는 카나에.

 일단은 규환이형과 카나에는 아랫층 로비로 내려갔다. 한참을 있다가 규환이형이 올라와서 나에게 상의를 해왔다. 규환이형이 카나에가 있는 방으로 옮기겠다고 하자 사장인 자헤르가 안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옮길려면 규환이형 혼자가 아니라 나까지도 같이 옮겨야 된다고 얘기했다는거다. 나야 뭐 별 상관없었다. 아래층이 오히려 부엌도 있고, 여러모로 편리. 그래서 옮길려고 짐을 챙기는 동안, 규환이형이 다시 로비에 내려갔다가 오더니 씨발씨발 욕을 하면서 올라오는거다. 에미와 유키가 카나에 있는 방으로 옮기고 우리는 그대로 이방에 있으라고 또 한다는 거였다.

 도대체 왜 이랬다 저랬다하고 왜 자꾸 사람수를 짝수로 맞추는건가 이해가 안갔다. 그래서 내가 내려가서 자헤르와 얘기를 나눴더니 알고보니 미스커뮤니케이션이었다. 방들이 도미토리 방이라서 로비가 있는 층엔 모두 여자방(그래봤자 2개방), 위층엔 남자방이었는데 침대수가 안맞아서 만약에 새로 들어오는 손님이 여자라면 여자들이 위층 남자도미토리로 올라와야되서 남녀가 섞이면서 문제가 발생할수 있어서 그걸 조정하기 위해서 자헤르가 계속 그 숫자를 맞출려고 했던 것이었다. 결국 오해를 풀고 한참 실랑이 끝에 규환이형이 카나에가 있는 도미토리 방으로 옮기는 것으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여행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에피소드 였다. 그렇게 아침의 한바탕 헤프닝도 끝이 나고 쉬고 있으니 점심으로 규환이형이 도와줘서 고맙다며 양고기를 다져서 만들어놓은 햄버거를 대접하면서 같이 점심에 맥주를 마시면서 로비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규환이형이 왜 여행을 나왔는지, 어떤일이 있었는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나도 큰 것을 느꼈다. 규환이형이 난 꽤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이 처음 나온 여행이라고 했다. 어쨌거나 규환이형과 대화를 나누며 너무나 많은 것, 큰 것들을 배웠다. ( 나중에 포스팅하겠음 )

 하루종일 숙소에서 규환이형과 둘이 빈둥대면서 있는데, 내 침대 옆자리에 있는 겐키가 하루종일 아파서 침대에 누워있다. 골골하는 겐키. 관광다녀온 유야와 쿠도가 요리를 하기 시작한다. 나도 스피커를 가지고 다니는데 이것들은 더한다. 휴대용스피커를 부엌에 가지고 가더니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면서 담배한대 입에 물고 요리를 하기 시작한다. 자유로운 놈들이다. 그러더니 요리를 끝내고는 겐키 몫까지 만들어서 골골하며 로비에 앉아있는 겐키에게 요리를 건네준다. 일본애들의 이런면은 또 처음 본다. 게다가 로비에 가득 앉아있는 모든 일본애들이 겐키를 위해서 한참을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아픈걸 어떻게든 낳게해줄려고 민간요법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데 여기서 첨 듣는 일본의 민간요법. 다름아닌 "생명의 물"

 "이노치노 미즈" 무슨 RPG게임에 나오는 물약같은 느낌이 민간요법이름이었는데, 유명한 민간요법인듯 싶었다. 다만 정확하게 만드는 법을 모르는지 한참을 일본애들끼리 얘기하다가 결국 인터넷을 뒤져보더니 만들기 시작했다. 뭐 별거없었다. 물에 설탕,소금같은걸 특정비율로 섞어서 만드는거였는데 그걸 만들어서 겐키에게 먹인다. 이렇게 합심해서 도와주는 일본애들을 보면서 맨날 한국인의 정, 한국인의 정 하는데 어디나 다 이렇게 정이란게 있다는것과 항상 개인주의로 보이는 일본애들도 할땐 한다는 걸 알았다.
 정말 오늘 하루는 참 많은 걸 배우는 날인 것 같다.  유적하나를 더 보는 것보다. 이렇게 여행도중 많은 이들을 만나서 많은 이들과 대화하면서 부딪히면서 배우게 되는 많은 것들. 이게 진짜 여행 아닌가 싶다. 간만에 체력도 보충하고 뭔가 많은걸 느끼고 배웠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하루였다. 즐기자 이 여행!


[인물설명 및 탈라스 뉴 호텔 설명]
1층 (로비) 도미토리방 : 2개 방
 1호 - 카나에, 규환이형
 2호 - 유키,에미(이렇게 같이 세계여행중인 한팀),  마사,요리코(30대 중반의 세계여행중인 또다른 한팀)

3층 - 남자 도미토리방 및 현지인용 방
 5호 - 겐키, 나 , 유우키, 유야
 6호 - 알렉스, 쿠도 , 브라질기자

-규환이형과 카나에는 따로 여행나왔다가 유럽에서 만나서 커플이 된 사이.
-유키와 에미는 현재 1년째 함께 여행중인데, 앞으로 1년은 더 여행할꺼라고 했다. 유키는 78, 에미는 80년생 여자
-마사와 요리코는 각자 따로 여행 나왔다가 파키스탄에서 만나서 지금까지 같이 여행중이라고 했다. 마사는 7년째 여행중
이 둘은 하마 리아드호텔에 있을때 같은 도미토리 방에 묵었었는데 그때는 얘기를 한마디도 안나눴었는데 레바논에 와서 만나면서 친해졌다.

-유우키는 한국말 욕,속어를 잘 구사하는 82년생의 남자아이, 혼자 여행중
-겐키, 금성무를 닮은 작은 체구의 87년생 남자아이, 역시 혼자 여행중
-유야,쿠도  82년생의 유야,81년생의 쿠도, 쿠도는 까까머리 중같은 느낌이고, 유야는 엄청나게 미남스타일이다. 스타일도 굿. 유야는 영국에서 유학을 하고 끝마치고 여행중이고 쿠도에 대해서는 제대로 얘기를 듣지 못했지만 어쨌든 둘다 함께 세계여행중, 가장 자유분방한 팀, 밤마다 근처 클럽에 간다.

- 알렉스 : 장기 체류중인 러시아인. 이쪽에서 공부를 해서 그런지 아랍어 구사 가능. 완전 현지인 같다.
- 브라질기자 : 역시 장기체류중인 덩치가 큰 남미느낌이 강한 남자. 아침마다 Press가 찍힌 명찰을 달고 나간다.

- 자헤르 : 이곳 호텔 탈라스뉴의 사장. 유머가 가득하고 술을 좋아해서 밤마다 와인을 몇명씩 따서 손님들에게 뿌린다.
- 라와드 : 자헤르의 조카, 일을 돕는데 눈빛이 약 한것 같이 풀려서 항상 실실 쪼갠다. 변태기질 다분. 여자를 밝힌다.


- 중동여행기 처음부터 보기 (오스트리아부터 )
[여행기/2007 중동 4국] - 오스트리아 070116 출국, 유럽은 유럽이다. 오스트리아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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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카미트리아 at 2007/06/30 11:56 # x
흠..그런일이 있었군요..

그러고보니 저런 미스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내용을 뉴탈라스호텔 정보록에서도 봤던 기억이 나네요.
안그래도 피곤한데 몇번이나 방을 옮기도록 해서 짜증 나더라..라고 누가 이야기를 해놨고,
그 뒤에 이야기를 해보니, 그 여자분을 남자들(특히 아랍권)하고 같이 방을 안 쓰도록 만들려고,
그렇게 몇번씩 수정한 거였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자헤르가 그쪽 관련 해서 신경을 많이 써서그런건지 말이 가끔씩 나오는 모양이에요...
Commented by 문지롱 at 2007/07/02 00:11 # x
충격... 이글루에서 중동여행 검색했더니만!
영커시간에 내 뒤에 앉은 이경무씨라니...
방학 잘 지내고 있나요? 여행 많이 다녔을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스고이데쓰!!
Commented by 스타탄생 at 2007/07/07 19:26 # x
확실히 잘 이해하지 못한 말은 그냥 OK하지 말고 몇번씩 재확인 해야 낭패를 겪지 않더군요.
객지에서 아프면 참 마음까지 에려오던데 다행이 좋은 분들이 곁에 많이 계셧네요.
앞으로 또 즐거운 일이 많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 듭니다.~
Commented by 라자 at 2007/07/11 14:50 # x
우연히 읽게 됐는데 레바논 이야기를 다보고야 말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다음 편도 기다릴께요~
Commented by 심숑 at 2007/07/11 21:38 # x
형님 나 지금 빠이에요 내일 라오스들어가는데 역시나 암거도 모르고 가네ㅋㅋ 여행일정이 짧아서 그런지 계속 돈지랄 하는거 같기도 하고ㅎㅎ글고 교복진짜 쩐다 증말 공항에서부터 교복입은애들 보이는데 우와,,,,,,,,@.@ 그르고 나 치앙마이 대학애들이랑 친구먹었어요 졸라 귀여운애랑ㅋㅋ 걔네들 때매 치앙마이 하루 더 있다가 나오고 그랬는데도 졸라 아쉽고막 암튼 한국가면 쏘주한잔해요 나 할이야기 졸라많아요 날도 더운데 건강히 잘 계시궁ㅋㅋㅋ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7/12 09:01 # x
카미트리아 / 네, 변태짓한다고 일본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나버려서 조금 곤란하게 될수도 있는 자헤르지만 전 정말 맘에 드는 친구였어요.

문지롱 / -_-;

스타탄생 / 여행의 즐거움은 바로 좋은 사람들과 금방 친해질수 있다는 거죠.

코.../ 벙개글은 어서 올려야할텐데 말이죠..ㅋ

라자 / 감사합니다.^^

심숑 / 야..조낸 부럽다. 내 말 맞지? ㅋㅋ 너도 이제 태국태국 하겠구만. 태국여대생은 지상최고의 인간병기여..ㅋㅋㅋㅋ
    
  1. Favicon of http://blog.daum.net/shugauyu BlogIcon 우주인 2008.03.13 20:16 신고

    여행을 하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수 있다는 점이 참 좋은것 같아요.
    특히 일본인을 많이 만나게 되는것 같아요!!

    • 오죽하면 세계여행에 필요한 3대언어가 영어,일본어,스페인어겠습니까..

      일본사람들 정말 전세계 어딜가도 만나게 되지요 ㅋ

  2. jihye 2011.11.11 13:20 신고

    읽다보니 큰 실례인줄 알지만,, 나이트엔데이님의 나이가 궁금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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