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더니 옆자리에 있던 유우키와 겐키가 모두 떠났다. 그나마 한 때 바글바글 했던 한국사람들이 일본사람보다 더 많았던 이 곳에서도 어느새 일본인들이 더 많아졌고, 4인실 도미토리 그래도 일본이라도 3명이 있어서 괜찮았는데 혼자 일어나 텅빈 방안에 홀로 있음을 느꼈을 때 기분이 묘했다. 처음에 짧은 예정으로 온 이 레바논에서도 이미 수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고 있다. 왠지 모를 쓸쓸함이 더해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발벡을 갈려고 했으나 왠지 기분도 꿀꿀하고 중동여행의 필독서인 살라딘을 다 읽기 위해서 발벡은 내일 가기로 하고 책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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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걸려있는 바로 아래 침대가 내꺼(가운데) ]

 모두가 밖으로 나가고 없는 이 한가로운 숙소에서 책을 읽으며 간만에 여유롭게 사람에 치이지 않고 인터넷도 하면서 쉬고 있었다. 밤마다 기다리는 사람들 통에 제대로 인터넷 하기가 힘들었는데 모처럼 천천히 느긋하게 컴퓨터를 할 수 있다.그렇게 로비에서 쉬다보니 자헤르가 여자 3명을 데리고 로비로 들어왔다. 앞뒤로 큰 배낭을 가득 짊어진 여자 3명은 배낭도 안내려놓고 이리저리 방을 돌아보다가 다른데로 가겠다며 나갔다.

 웃으면서 여자 3명을 맞이하던 자헤르는 별로 잡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여자3명을 보내며 등뒤로 조그맣게 " Fucking American" 이라고 읇조린다.  앞으로 남은 일정과 돈을 계산하고 있다보니 레바논 물가가 비싸서 환전을 조금 넉넉하게 했는데 맨날 음식을 해먹고, 돈을 아껴쓰다보니 돈이 많이 남아서 더이상 환전을 안하는 범위에서 버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다음일정 계획도 끝내고 다시 인터넷을 했따. 간만에 느긋하게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네이트폰으로 통화를 하는데 이렇게 통화를 하고 나면 한국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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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라스 뉴 호텔에서 본 전경 ]

 살짝 외로운 마음에 밖에 나가서 돌아다녀볼까 하고 샤워를 했다가 금새 마음이 바뀌어 빨래를 하고 하루 편히 쉬기로 했다. 애시당초 몇일일정으로 온터라 갈아입을 옷한벌 없다. 지금 몇일째 같은 옷을 입고 있는지 모른다. 작은 새끼배낭하나만 매고 온 레바논에서 이렇게 오래 있을 줄은 상상도 안했으니.. 숙소에 놓여져있던 책 '생의 한가운데'를 침대에 누워 읽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파랗던 하늘이 어느새 어두워져서 6시다.

 배가 고파 아랫층으로 내려가 부엌으로 가니 레바논 아줌마가 요리를 해둔게 있다. 시리아 아파미아에서 부자집에 초대받았을때 나온 음식이었다. 몇개 집어먹었더니 금새 배가 불러진다. 이렇게 한끼 또 가볍게 때운다. 가지 같은 것에다가 고기로 속을 채워놓은건데 꽤 괜찮다. 그렇게 있다보니 저녁이라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돌아온다. 어느새 2월도 끝나고 내일이면 3월 1일. 돌아온 규환이형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규환이형한테 다합스타일의 실로 만든 발찌,팔찌 만드는 걸 배우기로 했다.

 워낙 제작과정이 힘들다보니 만들때 다같이 한꺼번에 배우라고 해서 마침 우리방에 나와 유야 2명만 묵는 관계로 우리방에서 유키,에미,유야,나 이렇게 4명 다 보기로 했다. 카나에는 통역! 규환이형이 한국어로 나한테 설명해주면 내가 일본어로 갈켜주면 되는데 중요한건 규환이형이 쓰는 동시3개국어 영어,일본어,한국어는 도무지 못알아들어서 카나에게 통역을 해줘야만 했다. 규환이형의 영어,일본어 완전 대박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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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에 앉아서 다 같이 만드는걸 배우기 시작하는데 너무 웃겼다. 유야도 스피커를 가지고 다녀서 유야한테 스피커 달라고 해서 내 MP3랑 연결해서 일본음악을 틀어주었다.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힘들게 발찌를 계속 만들었다. 실을 계속 감아서 만들다보니 꽤나 힘든 작업이었다. 느슨해지지 않도록 계속 팽팽하게 잡아당겨놓은 상태에서 촘촘하게 감을려니 얼마나 손이 후덜덜하던지. 다들 원하는 색깔의 발찌를 만들기 위해서 색을 골라서 만드는데 여기서 각자의 센스가 나타나는거다. 난 그냥 심플하게 레게 스타일, 유키누나는 독일 국기색으로, 유야하고 에미는 야시꾸리한 색으로. 9시쯤 시작한 발찌 제작은 어느새 12시를 넘기고 끝을 냈다.

 다행이 이쁘게 만들어져서 난 발찌를 발에다 묶었다. 금방 끊어질꺼라고 생각한 발찌는 (현재 2007년 7월 29일) 무려 5개월여가 지난 지금에도 내 발에 잘 묶여있다. 워낙 힘들게 만든 발찌라서 그런지 애착이 100만배다. 다들 발찌를 완성하고 돌아가고 나는 유야, 카노와 함께 호텔 옥상으로 올라가서 담배한대 피면서 대화를 나눴다. 사실 유야와 카노가 이곳에 온 이후로 매일 밤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영국에서 유학을 하면서 한국친구들이 많다는 유야와 진지한 대화도 많이 나눴다. 그리고 덤으로 이곳 레바논 탈라스 뉴호텔의 명물! 밤 12시가 넘어가면 나오는 포르노도 함께 매일 즐겼다.

 언제나 12시가 넘으면 그 잘생긴 얼굴로 야릇한 미소로 " 드디어 시간이 왔습니다! " 라며 TV를 트는 유야.  오늘도 어김없이 옥상에서 담배한대 피고 내려와 티비를 튼 유야. 오늘은 그냥 포르노가 아니라 SM물이었는데 내가 봤을적에 한눈에 봐도 일본꺼였다. 그냥 아무말 안하고 이렇게 보고 있는데, 한참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여러가지 장면이 나오고 대사가 나오는데, 역시 일본어였다. 근데 유야는 갑자기 화들짝 놀라면서 " 일본어?!!!!! " 라고 소리친다.

 보면서 한참을 즐기면서 징그럽다고 웃으면서 얘기하던 유야는 순간적으로 자기네 나라께 이런 중동에서도 저렇게 방송되고 있다는 사실에 왠지 씁쓸했는지 기분이 나쁘다며 티비를 끄자고 한다. 어쨌거나 일본은 이렇게 야동까지 수출해 팔아먹으니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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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란하게 발찌를 만들면서 ]



이글루스 덧글 보기

Commented by 제드 at 2007/07/29 12:38 # x
-0-) 역시 얃옹이란건 세계로 뻗어나가는 겁니다
Commented by Womin.NET at 2007/07/30 19:49 # x
발찌 뭐 그냥 화석까지 남겠구만
Commented by Bluer at 2007/07/30 23:28 # x
요즘도 발찌 차고다니는 겁니까?ㅋㅋ
Commented by carmen at 2007/07/31 12:00 # x
ㅋ수공예에 재능이 없는 저는.. 하다가 울면서 뛰쳐나갔을지도...
꽤 힘들어보이는데요.. 너무 촘촘해ㅠㅠ
Commented by 천랑 at 2007/08/03 01:12 # x
발찌 참 이쁩니다. 정도 하나 만들고 싶네요~~물론 후천성 산만증을 앓고 있는 저에게는 무한한 인내력이 필요 하겠지만요~~ㅋ 나중에 만드는 법 좀 올려주세요~~~^^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8/03 12:01 # x
제드 / 역시 야동은 일본이죠 ㅋ
Womin.NET / ㅎㅎㅎ
Bluer / 네 요즘도 차고 있습니다. 끊어질때까지 차볼려구요..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8/03 12:02 # x
Carmen / 저도 수공예에 재능이 없는데 어떻게 잘 만들어졌어요. ㅋㅋ

천랑 / 만드는 법 까먹기전에 올린다는게 어떻게 올려보고싶은데 진정한 UCC가 될 것 같아요. 말로 설명하기 힘들어요 ㅋㅋ
  1. Favicon of http://sleeepy.tistory.com BlogIcon sleeepy 2008.02.26 09:09 신고

    레바논의 숙박업소에서 야동을 트는게 합법은 아닐텐데 말이죠 ㅎㅎㅎ
    재미는 있던가요? ㅋㅋ

    • 불법같지 않아보였습니다. 굳이 야동을 틀어야할 이유도 없었거니와 아주 심한 하드코어도 아니었습니다. ㅋ 재미는 뭐..그럭저럭이죠..다만 중동여행중 뽀르노를 봤다는데 큰 재미가..

  2. Favicon of http://blog.daum.net/shugauyu BlogIcon 우주인 2008.03.17 13:09 신고

    발찌 만드는것이 생각보다 힘들어 보여요..그냥 실만 감는것이 아닌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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