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대충 샤워를 하고 식빵을 구워서 오믈렛 만든거랑 치즈랑 샌드위치를 해서 만들어 먹고 곧장 발벡으로 가기로 했다. 발벡은 레바논을 넘어 전세계적으로도 꽤 유명한 유적지라고 하는데 나는 별관심은 없었으나 거의 매일 빈둥되다보니 여행자로서 왠지 한번은 가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가기로 했다. 나름 꽤 거리가 먼 듯해서 아침 일찍 발벡으로 향하기로 했다.  자헤르에게 발벡으로 향하는 자세한 위치를 물어보니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언제나 그렇듯이 영어를 못하는 현지인 운전사들을 위해서 아랍어로, 그리고 나를 위해 영어로 항상 쪽지를 적어준다. 말이 안통하더라도 쪽지를 보여주면 적힌 곳까지 날 데려다 줄 수 있도록 한 그의 배려였다. 자헤르에게 갔다 오는 길을 확실히 들은 후 호텔문을 나섰다. 호텔문을 나서서 언제나 처럼 바닷가쪽 언덕아래로 향해 내려갔다. 그곳에서 다른 레바논 사람들과 함께 미니버스를 탔다.

 에어포트 브릿지 근처 쯤 도착했을 때, 미니버스에서 내려서 다른 미니버스로 갈아탔다. 발벡행 미니버스들이 조금 있었는데 한 미니버스에 올타타 앉아있으니 이내 출발, 한참을 달렸을까 낯설어지는 교외의 한적한 풍경으로 바뀌어가고 있을 때 미니버스가 도로 한켠으로 차를 세운다. 자헤르가 말했던 대로 발벡에 거의 도착할때쯤에 아마도 미니버스를 갈아탈꺼라고 얘기하던데 맞았다. 내가 타고 있었던 미니버스 기사가 내려서 다른 미니버스를 잡아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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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죽은 군인의 사진, 건물에 총알,포탄자국 레바논의 길거리 모습]


 한참을 대화를 나누고 나보고 갈아타라고 한다. 이미 자헤르에게 들은 얘기라서 아무렇지도 않은듯 미니버스에서 내려서 다른 미니버스에 올라타는데 운전기사가 새 미니버스기사한테 4천리라(레바논리라)를 받더니 나에게 5천리라를 주라고 얘기하는거다. 내가 4천리라에 발벡까지 가기로 하지 않았냐고 따지자 운전기사는 새미니버스기사한테 천리라를 돌려주면서 3천리라만 챙겨서 가며 잘가라고 인사를 한다. 이런 시스템!!!

 에어포트 브릿지부터 발벡까지 4천리라의 가격인데, 발벡쯤 도착할때까지 3천리라치만큼 먹고 거기서 부터 발벡까지 천리라의 가격에 다른 미니버스한테 손님을 넘기는 시스템! 어쨌든 앉은 자리에서 천리라 눈뜬 장님처럼 사기당할뻔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정신똑바로 차리면 된다. 그렇게 새로운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발벡에 도착했다.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 저 멀리 발벡유적이 눈에 보인다. 지도도 필요없다. 그저 유적쪽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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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적 입구를 찾아서 표를 끊고 들어가는데 입구에 있던 레바논 할아버지가 가이드해주냐고 따라 붙는데 됐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발벡 유적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데, 딱 보기에도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적에 대한 흥미를 완벽하게 잃은 내 모습을 확실히 발견했다. 그저 여행자로서의 의무감에 오긴 했다만 나에겐 별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일단 유적 자체는 훌륭했다. 그래도 최대한 즐겨보려고 노력하는데, 그 넓디 넓은 발벡 유적 속에 사람이 나 혼자라는거,-_-;;;;

 설마 싶었는데 정말 나혼자!-_-;;; 발벡까지 오는 동안 외국인도 나 혼자였지만 설마 레바논에서도 손꼽힌다는 유적 발벡에서 조차도 나 혼자 일줄은 몰랐다. 덕분에 마치 유적을 혼자 전세낸듯 뭐랄까 여유를 넘어서 혼자만의 정원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으로 거대한 유적틈바구니들을 헤집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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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기둥이 쥬피터 신전 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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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벡 Baalbek]

 고대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뛰어난 로마제국의 신전이 있는 곳으로, 신전은 아직도 잘 보존 되어 있다. 로마 제국은 베카 계곡의 가장 높은 지역에 그들의 거대한 기념비를 세워 자신들의 부유함과 강력함을 나타내었다. 주피터(제우스),비너스(미의여신),바커스(술의신) 3신은 이곳에서 숭배되었고, 토속신인 하다드(hadad), 아타라가티스(atargatis) 그리고 다산의 젊은 남신과 융합되었다.

 고전적인 로마 신전의 설계와 배치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이 신전은 여러 세기에 걸쳐 전쟁, 지진 등을 겪었으며, 중세에 많은 부분이 더해졌지만 지금도 가장 잘 보존된 신전으로, 일부는 원래의 형태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발벡의 명칭은 선사시대의 토속신이었던 발(baal)의 마을' 이라는데서 유래한 것으로, 아직도 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거대한 신전을 배경으로 연극,오케스트라,발레 등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참가하는 정기적인 발벡 국제 페스티발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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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커스 신전, 사진으로는 왠지 작게보여도 엄청나게 크다 ]


 한참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한켠에 앉아서 담배한대 피면서 유적을 바라보는데 뭐랄까 거대한 우주공간에 나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닥 외로운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쉬엄쉬엄 발벡유적 속에서 한가로움을 즐기다가 밖으로 나왔다. 유적밖으로 나오자 헤즈볼라 마크가 그려진 티셔츠며 각종 기념품을 파는 사람이 계속 따라 붙는다. 별흥미를 못느끼고 마을을 둘러 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한적한 시골마을이지만 중심가인듯 상점가들이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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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서 이곳저곳을 누비는 나를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들은 신기하단 눈으로 쳐다본다. 내가 관광을 온건지 사람들이 날 보러 온건지 가끔 헷갈릴때가 있다. 호기 있는 젊은 청년들은 재키샨 재키샨 이지랄하면서 웃으면서 지나간다. 귀여운 새끼들 빠따를 때려버릴수도 없고, 어쨌거나 그렇게 한적한 마을을 돌아다니며 시장 구경. 그리고 한참 깊숙히 마을을 파고 들어 황량한 느낌이 들었을 때 다시 중심부로 되돌아 걸어갔다. 배가 고파서 대충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 새로운 메뉴도 귀찮아 케밥을 하나 시켜서 식당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한입 베어물었다.

 그닥 새로울것도 놀라울것도 없는 유적이지만 이렇게 마을에 외국인이 나 혼자 달랑인 느낌도 나쁘진 않다. 가끔 동네에서 혼자 슈퍼마켓에서 뭔가를 사서 봉지로 들고 집으로 들어가는 외국인녀석의 기분이 살짝 전해지는 듯 하다. 그렇게 케밥으로 배를 채우고는 맨 처음 내렸던 장소로 돌아갔다. 조금 기다리다 보니 미니버스 한대가 선다. "베이루트?" 물어보는 운전사에게 "베이루트"라고 대답하자 타라고 고개를 까딱 한다.

 사람을 더 태울려고 한참을 기다려봤지만 사람이 오지 않자 미니버스는 출발! 지겨우리만큼 한참을 달리고 달렸다. 제대로 가는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만큼 한참을 달려 어느새 오후를 넘어 해가 뉘엇뉘엇 질 무렵 도착한 곳은 베이루트에 cola 버스 터미널. 그렇게 말로만 듣던 콜라버스터미널에 이렇게 얼토당토 안되게 올줄이야. 그곳에 내려서 내가 가야할 샤를 할로우 버스 터미널 근처까지 가야되는데 이건 뭐 버스도 없고,세르비스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있는 것은 오직 택시뿐. 하지만 가격을 엄청나게 불러댄다.

 가격은 무려 5천리라에서부터 7천리라까지, 내가 발벡까지 얼마나 싸게 갔다왔는데 콜라에서 겨우 샤를 할로우 가는데 그 정도 돈을 낼 수는 없는 노릇. 한참을 서성거리며 주위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봤지만 대답은 오로지 택시뿐이라는 -_-; 잠깐 고민한 끝에 지도를 봤다. 지도를 보니 2-3시간 정도 걸으면 숙소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따. 그래서 걸어가기로 결심. 택시를 타고 가라는 택시기사에게 걸어가겠다고 얘기하자 비웃음만 돌아온다. 방향만 잡아서 걷기 시작했다.

 도시 도보여행은 때론 큰 즐거움을 준다. 라오스 수도 위앙짠에서 도시 끝에서 끝까지 차비를 아끼기 위해 걷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렇게 걸으면서 차를 타고 갈땐 보지 못한 수 많은 그네들 사는 모습을 세세하게 볼 수 있어 그것이 너무 좋았었다. 어쨌든 그런 큰 즐거움을 기대하며 걷기 시작했고, 걷는 중간중간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고 버스를 물어보는 일은 잊지 않았다. 운이 좋았던가 중간중간 길을 묻는데 어떤 사람이 공용버스 15번을 타면 샤를 할로우로 갈 수 있다고 한다. 기쁜 마음에 그 사람이 갈켜준 bus stop으로 향하는데 때 마침 15번 버스가 저 멀리 보인다. 정말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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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에 올라타면서 샤를 할로우? 물어보자 젊은 버스운전기사는 귀찮은듯이 고개를 까딱한다. 그리고 15번 버스는 베이루트의 지중해를 낀 도로를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지중해를 끼고 그렇게 해변을 달리는데 지중해의 일몰이 기가 막혔다. 어느새 버스안에서 해가지고 갑자기 버스는 예전에 애들(수홍,보경,보미,도인)과 함께 걸어서 왔었던 해변가 근처에 차를 세우고 모든 승객들을 내리게 한다. 샤를 할로우 안가냐고 하자 여기까지라고 한다.

 어쨌거나 이곳에서 숙소까지의 길은 익히 잘 알고 있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서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려는 찰나에 누가 갑자기 뒤에 와서 "왁! "하고 놀래킨다. 누군가 싶어 슥 쳐다봤더니 라와드(자헤르 조카)였다. 라와드에게 왜 여기와있냐고 하자 머리를 자르로 왔다며 눈동자를 위로 올리며 머리쪽을 가리킨다. 돈 좀 만지는 녀석이다보니 또 이런 시내중심가까지 머리를 자르로 오는 멋쟁이녀석.

 라와드와 함께 그렇게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내가 알고 있는 길보다 훨씬 빠른 지름길로 지름길로해서 라와드 덕분에 금새 숙소에 도착할수있었다. 어느새 6시30분. 적당히 배도 고파서 씻고 나서 부엌으로 내려와 냄비로 밥을 하고 야치다듬고 볶음밥을 만들었다. 밥을 꽤 많이 해서 양이 많다. 그렇게 저녁을 때우고 나서 규환이형이 와서 맥주한잔 하며 이 얘기 저 얘기하는데 에미와 유키도 오늘 아침에 떠나고, 마사와 요리코도 떠났다. 하나둘 떠나는 사람들.

 로비에 앉아있는데 100킬로그램은 넘어보이는 레바논 여자가 나타났는데 규환이형이 저 여자 창녀라고 그러는거다 설마 했는데 규환이형이 며칠전에도 다른남자랑 와서 1시간 정도 있다가 돌아갔다고 한번 지켜보라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1시간 정도 후에 여자가 나왔다. 대박. 정말 대박이었다. ㅋ

 어쨌거나 그렇게 3월의 첫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중동여행기 처음부터 보기( 오스트리아부터 )
[여행기/2007 중동 4국] - 오스트리아 070116 출국, 유럽은 유럽이다. 오스트리아 입성



이글루스 덧글 보기

Commented by 카미트리아 at 2007/08/03 15:30 # x
발박이라....
멋잇는 곳이지요.....
그런데 발박을 레바논 전쟁 이후에 가신건가요?

레바논 전쟁 당시에 이스라엘이 발박 폭격 했다는 이야기에 꽤나 걱정을 했었는데..
특별히 폭격 당해서 무너지거나 그런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니죠???
Commented by Womin.NET at 2007/08/03 23:07 # x
사진 한장한장이 이거 완전
로버트 카파같은데 ㅎㅎ
Commented by 천랑 at 2007/08/04 01:01 # x
우와!!! 저 곳에서 공연하면 정말 좋겠어요!!!! 생각만 해도 심장이 뜁니다^^
전쟁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죽는 것도 안될 일이고 저런 소중한 문화가 다치는 것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근데 100kg의 아가씨라...ㅡㅡ;;; 흠....어떤 분이신지 독특하시네.....
Commented by Bluer at 2007/08/04 03:53 # x
엄청난 유적의 보고군요.
Commented by 나의꿈 at 2007/08/06 17:30 # x
안녕하세요 저번에 진지하지못했던거 사과드립니다 ^ㅡ^ 사실은 연예인이 꿈이 아니고 다른거가 꿈인데 혹시 메이저블로그이니만큼 공개되면 안될것같아 그냥 둘러댄거거고요 정말 친구가 되고싶습니다.제 흐름이 갑자기 안좋아져서 또 일하고있어서 무리고 9월8일 락페스티벌때 서울올라가면 뵈어서 얻어먹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상윤씨한테 친구먹자고하고 나중에 비공개로 삭제해주삼했는데 안해주드라고요 전 친구만들기가 좋습니다 ^ㅡ^ 자세한건 후일에 말씀드리겠습니다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8/08 09:46 # x
카미트리아 / 전쟁이후에 간건데 폭격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Womin.NET / ㅋ

천랑 / 연주회,공연하는 사진 봤는데 대박이었습니다. 정말 멋있었습니다. 100kg창녀는 정말 ㅋ 엄청났습니다. 저런 여자를 돈주고 사서 할 생각이 들까 하는 느낌..

Bluer / 저도 몰랐는데 꽤 유명한 유적이드라구요..

나..../ ^^;
Commented by 신이버린몸매 at 2007/08/10 19:28 # x
중동지방에 그리스 로마 신전이라니...오 놀랍습니다. 더더욱 중동지방에 환상이 생긴다는...
Commented by 쏭군 at 2007/08/13 12:52 # x
나이트엔데이님 올블로그 상반기 탑100 블로거로 선정되셨습니다
축하드리구요~
http://award.allblog.net/
여기에서 인사말씀 한 마디 남겨주세요^_^
날씨 더운데 건강하세요~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8/14 16:15 # x
신이버린몸매 / 시리아,레바논,요르단에 로마유적이 참 많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닥 로마유적에는 관심이 없는고로..ㅋㅋ

쏭군 / 아...이번엔 기대도 안했는데...

  1. Favicon of http://sleeepy.tistory.com BlogIcon sleeepy 2008.02.26 09:21 신고

    옛날 영화나 만화를 보면 바알신이라고 이쪽 동네 사람들이 섬기는 신이름이 나온 것을 기억해서 바알신으로 검색했더니
    바로 발벡이 나오는 군요 ㅎㅎㅎㅎ
    http://cafe.chosun.com/club.menu.pds.read.screen?p_club_id=chogajiboong0505&p_menu_id=3&message_id=320255
    가보신 곳이지만 발벡에 대해 나와있네요.

    • 우옷! 이런 정보를...복사해서 붙여넣기 신공으로 포스팅 하나 쓰고 싶을정도네요.. ㅋ 여행은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이는 듯..전 뭐 가이드북 설명 대충 보면서 즐겼는데 sleepy님 짱!

  2. Favicon of http://blog.daum.net/shugauyu BlogIcon 우주인 2008.03.17 13:12 신고

    왠지 이런 신전은 다큐멘터리에서나 볼수 있을것 같은데..사진으로 보니 어색하네요 ㅋ
    정말 볼것이 이렇게 많은 곳인줄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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