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까지 언제 레바논을 떠날지 결정을 못내렸다. 사실 볼 것도 이미 다 본 상태고, 사람들도 한명 두명 떠나는 상황에서 베이루트에서 계속 죽치고 있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레바논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생기지 않았다. 어쨌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살라딘 책을 좀 읽다가 로비로 내려갔다. 내려가자 규환이형과 카나에 커플이 배낭을 싸놓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진짜 혼자 덩그러니 남는다.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작별인사를 나눈후에 나는 무심히 아침을 챙겨 먹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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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헤르 조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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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 숙소에서 나와서 샤를할로우버스터미널 쪽으로 향해 가는 방향에서 바라본 풍경
오른쪽 : 숙소에서 나와서 ABC마트 쪽으로 향해서 가는 골목길 풍경

 전날 만들어 놓은 음식을 대충 데워서 아침을 챙겨먹고 로비 소파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계속 책을 읽었다. 아침에 자헤르 조카들이 와서 꼬마애들이랑 놀고, 인터넷을 했다. 그리고는 몸이 근질근질해서 밖으로 나갔다. 일단 이곳 베이루트에서 시리아 '하마'로 가는 버스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샤를할로우 버스터미널로 갔다. 다행이도 꽤 많은 수의 버스가 존재했다. 버스가격과 출발시간하고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은근슬쩍 얼렁뚱땅 내일 출발하는 버스로 끊었다. 아침 7시 30분 꽤 이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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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버스를 끊었기때문에 자연스럽게 오늘이 레바논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어버렸다. 샤를 할로우 근처에서 지나가는 미니버스를 대충 잡아타고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방문하기 위해서 샤틸라로 향했다.  샤틸라로 향하는 길에 육교 근처에 수 많은 천막촌이 존재했다. 수많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었다. 이것보다 대규모의 난민촌이 존재한단 말인가. 이미 그 광경조차도 내가 보기엔 어떤 말로 표현하기에도 힘들정도로 비참함 그 자체였다. 그렇게 샤틸라 캠프로 향하던중 미니버스 기사가 이쯤에서 내려서 걸어가면 된다고 했다. 미니버스가 내려준 곳에는 길 한가운데 떡하니 육중한 탱크와 중무장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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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버스에 내려서 '샤틸라 캠프'라는 말 한마디로 수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이골목 저골목을 헤매서 허름하고 한적한 골목들을 헤집고 들어갔다. 한참을 물어물어 걸어들어간 그곳은 육교밑에 있는 천막촌이 아니라 그저 북적북적한 마을 그자체였다. 나는 육교근처에 천막촌을 상상하고는 계속 사람들에게 샤틸라 캠프를 물어보았으나 되돌아 오는 말은 이곳이 샤틸라라는 말뿐이었고, 팔레스타인촌을 물어보아도 되돌아오는 대답은 "이곳이 팔레스타인 마을이다" , " 난 팔레스타인 사람이다 ", " 이곳 사람 모두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 라는 말 뿐이었다.

 영어도 안통하는 이 북적북적한 마을에서 내가 생각하고 알아낸것은 그저 이곳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몰려서 마을을 이룬 곳이라는 것뿐. 어쨌거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는 곳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시장을 이룬 큰 도로 켠으로 포화의 흔적이 남아있는 건물들 그곳을 걷는동안 수많은 인파들이 혼자서 돌아다니는 동양인을 신기한듯이 쳐다본다. 낯선이를 경계하는 듯한 그들의 눈빛, 나는 차마 그 대로를 걷기가 왠자 낯뜨거워졌다. " 이곳에 무얼 염탐하로 왔는가? " 하는 듯한 그네들의 눈빛이 나를 한쪽 골목으로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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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대로를 걷다가 한쪽 골목길로 접어 들어갔다. 유명한 관광지도, 딱히 어느곳에 소개된 곳도 아니었다. 정말 그저 팔레스타인사람들이 모여서 마을을 이룬 그곳은 좁디 좁은 골목길이 미로 처럼 엉켜져있었다. 동네꼬마들이 놀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와서 말을 걸고 신기한듯 쳐다보는 그런 평범한 동네. 나는 중간 중간 골목을 걷가가 심하게 파괴된 가옥들의 사진들을 찍고 있었다. 많아봤자 10살이나 됬을까 체구가 작은 동네 꼬마 몇녀석이 사진을 찍는 나에게 다가오며 사진을 찍지 말라고 제스쳐를 취한다. 알았다는 제스쳐를 취하며 사진기를 내리자 녀석들을 나에게 돈을 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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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곳을 여행해도 그렇듯이 나는 그런 요구를 단박에 거절하며 발길을 돌려서 또 다른 골목쪽으로 향하려고 할려는 그때 내 발 옆으로 뭔가가 와서 쨍그랑 했다. 수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수 많은 어린아이들의 구걸행위를 보았다. 그리고 돌을 던지고 흙을 던지는 꼬마애들도 수없이 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내게 지저분하게 먼지가 낀 음료수유리병을 나에게 던지고 있었다. 무엇이 이 꼬마들을 이렇게 만든것인지.. 나는 화를 낼 기분도 들지 않았다. 발걸음을 그저 재빨리 돌려서 다른 골목으로 향할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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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골목 평범한 마을. 아이를 안고있는 엄마의 모습, 할머니의 모습, 청소를 하는 아저씨 평화로운 골목이다. 미로 같은 그곳을 헤매다가 길을 잃는 바람에 사람들에게 겨우겨우 손짓발짓해가며 골목밖으로 빠져나가는 길을 찾았다. 내가 맨처음에 올려고 한 곳이 이곳이 맞는지 안맞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들이 살아가는 그곳에 그저 한발자국 더 다가가 가까이서 그네들의 사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수 있어서 나에겐 의미 있었다. 흔해빠진 관광지,유적지보다 그 좁은 골목골목을 헤매고 다닌 지금이 더욱 나에게 값지게 다가오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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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이상 그곳을 헤매고 다니는건 그저 구경거리를 찾아헤매는 철없는 모습인듯 괜한 자책감이 느껴져서 나는 발걸음을 옮겨 무거운 마음을 조금 산뜻하게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베이루트의 상징이라면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피젼락으로 가기로 했다.


중동여행기 처음부터 보기 ( 오스트리아 부터 시작 )
[여행기/2007 중동 4국] - 오스트리아 070116 출국, 유럽은 유럽이다. 오스트리아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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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카미트리아 at 2007/08/14 21:57 # x
제가 본 것과는 조금 다르네요..
저는 자헤르와 거기 학교에서 붙여준 안내인과 같이 다녀서인지 그런 아이들을 전혀 만나지 못했는데요...
팔레스타인 켐프가 레바논에서 제가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모습입니다....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8/15 05:34 # x
카미트리아 / 제가 잘못 찾아간걸수도 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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