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살면서 가장 크게 느끼던 부분 중에 하나는 그 사회의 성숙도였다.
 사실 한국에서야 말은 청산유수처럼 직업의 귀천이 없네 마네 떠들지만 분명 귀천이 있었다.
 그런데 호주에서 지내는 몇년간은 정말 그 귀천을 느낄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크게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

 호주에서 기술자들,인부들의 전형적인 패션이 있다.
 보통 짙은 청색의 작업복 or 형광색이 들어간 짙은 청색의 작업복
 그리고 워커다. 

 맨 처음 길에서 꼬질꼬질한 정말 기름때며 흙먼지 묻은 작업복을 입고 돌아다니거나, 어디 마트에 가도 작업복을 입고 온 사람들을 봤을 때, 아직 한국마인드가 있던 나로선 조금 신기했던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우스개로 술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
 일 할 때 작업복 입는 사람이 많을 텐데, 작업복 입고 출근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유니폼이나, 회사뱃지를 다는 사람들은 다 대기업뿐.
 대한항공 스튜어디스만 아마 대한민국에서 신나게 유니폼 입고 돌아다니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뭐 이런 얘기. 
 
 그런 곳에 태어나 살던 내가 호주에 와서 느끼는 그 모습은 신기함 그 자체.

 나도 그 곳에서 공장에서 일하면서 작업복이나 유니폼을 입고 출퇴근 하고, 또 그 곳에서 생활하면서 그런 사회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게 되었다. 그리고 귀천이 없던 가장 큰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그건 다름 아닌 돈.
 
 학교다닐때 직업은 돈 때문이 아니라 자기계발과 사회를 위해 뭐 해야 되니 마네 개소리들을 듣는데 사실 돈이다. 먹고 살려면 일을 해야되고, 그런 일의 보상으로 주어지는 돈의 액수가 그 사람을 결정짓게 되는 시스템.

 한국에서 아직도 뉴스에 전문대졸자가 취업은 잘되는데 나중에 연봉에서 밀리네 마네 이런 뉴스가 나오고 있을 때 호주에서는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차를 피부로 느끼기가 힘들다.

 호주도 사람 사는 곳이라, 공장 같은 곳의 단순작업 노동들은 사실 별 기술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임금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낮다고 해도 호주 기준에서 낮은거지 비교해보면 대졸자와 큰 차이는 없다. 공장에서 일할때 어린아이들이 많은 편이었는데 호주는 한국기준으로 고2 11월 경에 졸업을 하기 때문에 한국 고3나이가 되면 대학 or 취업시장으로 나뉜다. 그래서 공장에 한국나이로 이제 고3정도 된 애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공장에 취업해서 받는 돈은 한국돈으로 일주일에 약 100만원 이상이었다.
 

그런데 만약 그냥 일반 노동자가 아니라 기술자라면, 용접공이라던가 배관공이라던가, 타일기술자들이라면 오히려 기술자 쪽들이 버는 돈이 상상초월이다. 주위에 용접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피부로 느낀 바, 하루에 버는 돈이 공장에서 최저임금으로 일해서 약 150-200불이라면 용접하는 친구들은 하루에 400-500불 정도를 벌었다. 그냥 주에 어림잡아도 2000-2500불, 한국돈으로 치면 일주일당 약 240만-300만원정도를 벌고 있다.

 1년으로 치면 약 1-2억의 돈을 벌고 있었다.

 기술자들이 대접받는 나라,  그러니 내가 맨 처음 호주에 와서 느꼈던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은 이미 다른 사람의 옷차림 같은 것에 대해 별 대수롭지 않게 신경 쓰지 않는 그런 문화와 더불어 굳이 업신여겨볼 의미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대졸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호주 친구중에 synergy라는 전기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한명 있다. 한국으로 치면 '한전' 정도.
 ' 넌 주에 얼마 정도 버니' 라고 물었을 때 얘기하는 돈이 약 천불 정도라고 얘기를 하는거다.
 ' 내가 공장애 페이슬립을 우연히 봤는데 1500불 정도 벌더라 ' 라고 얘기하자. 충격적인 이야기를 한다.
 
 " 그 사람은 나보다 육체적으로 힘든일을 하니까 그 만큼 더 받을 자격이 있다 "

 이 얘기 정말 어디서 많이 들었던 얘기다.

 대학교 다닐 때, 주위에 빨갱이들이 많았다. 맨날 시위며 집회며 쫒아다니던  아이들.
 솔직히 당시에도 정말 생각있어서 하는 애들보다는 그냥 왠지 대학생이니까 이런거 해야지
 이런걸 해야지 대학생이지 하는 생각에 젖은 애들이 많이 보였다.

 맨날 술자리에서 뭐 평생 노동자를 위해서 살겠다고 얘기를 한다던가, 그런 얘기들. 
 그 때도 내가 우스개로 " 니 군대 갔다와서 그 얘기 똑같이 하면 내 손에 장을 짓는다 " 라고 한 후배한테 말한적이 있다. 

 뭐 결과적으로 보면 저들중 정말로 아직도 노동자 운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까맣게 잊어버린 사람들도 있다. 그 때 당시에 하나의 또 충격적인 대화가 있었는데 저런 빨갱이의 나름 행동대장역을 하는 녀석이 있었는데 직업에 대해서 한참 술판에서 토론을 벌인바 있다. 그의 주장은 이런거였다. 사람들이 모두 직업에 귀천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어떨까? 돈을 다 같이 받는다면? 

 " 그러면 누가 공부 좆빠지게 해서 의사,검사 되겠냐? "
 " 누군가 하고 싶은 사람은 그래도 하겠지 "
 " 넌 그럼 뭐가 되고 싶은데? "
 " 난 넥타이 매고 일하고 싶어, 증권회사 들어가고 싶어 "
 " 거봐, 너도 어차피 그런데서 일하고 싶으면서 뭘 그래 "
 " 그래도 만약 돈을 다 똑같이 받는다면 사람들이 정말 자기 하고 싶은걸 할텐데 "
 " 하긴 뭐 스웨덴인가 어딘가는 버스기사도 한달에 500만원 넘게 받는다더라 "
 " 그렇지, 그러면 의사하고 싶은 사람은 공부해서 의사하고, 그냥 공부하기 싫으면 버스기사하고 그래도 살기 좋잖아 "

 뭐 이런 대화였는데, 당시에 참 녀석이 웃기다고 생각했다. 근데 호주에 와서 보니까 그 때 술자리에서 말했던 유토피아가 이 곳에 있었다. 말로만 떠드는 사회가 아니라 정말 이해하고 존중해주고 또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사회가 그 곳에 있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다보니 분명 격차는 존재하지만, 어느정도 살만한 선에서 최소한의 선은 분명 우리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었고, 사람들의 생각 또한 정말 다른 차원에서 접근되어지고 있었다.

 돈에서 차이가 없어지니, 사람들은 정말 직업의 귀천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그 차이를 정말 다른차원에서 이해하고 있었다.

 직업에 귀천이 없는 나라,  그건 말로 떠들 문제가 아니라 그만한 대우에서 비롯된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깨닫게 된 호주 생활이었다. 이게 바로 선진국 간지다.


 
 



  1. 2011.05.23 10:37 신고

    한국오시니까 업뎃이 이제 시작되는거 같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저도 피부로 느끼건데 촛불시위니 집회니 별 의미 없다고 느끼는 사람입니다. 뉴슨가 어디서 촛불시위에 나와서 밤 12시에 아이들한테 학원 잘다녀왔는지 확인전화하는 어떤 엄마에 대해 얘기를 듣고 알 수없는 그 부조림함에 몸서리를 쳤었거든요. 말로 떠들 문제가 아니란 그 얘기 통감하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꽃미나 2011.05.23 10:55 신고

    웰컴투코리아!
    경무님 한국오셨네요 여행은 안가시는건가요?
    호주에서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너무 오랜만이라 일단 글 좀 읽어봐야겠네요

  3. maximillian 2011.05.23 12:10 신고

    확실히 한국보다 압박과 편견은 덜한거 같지만서도 다른쪽에서 압박과 편견도 쌘거같아요 -_- 외국인이나 이민자로서 현지애들이랑 경쟁하려면 참 여러모로 스트레스 생기겠습디다...
    한국은 잘 들어가신거 같네요... 전 그날 술마시고 꽐라되서 모바일폰도 잊어먹고 필름 잠시 끊겼었... ㅠㅠ 연락처도 다 날아가서 전화도 못드렸네요
    여튼 왠지모르게 부럽군요 허허허...

    • 그러게 전화했었는데 안받았던것이 핸펀을 잃어버려서라니 이런....
      암튼 나중에 어디에선가 또 보겠지... 만나서 반가웠다.

  4. 깡또리 2011.05.23 12:23 신고

    좋은글... 추천 한방 누르고 갑니다..

  5. 짱가.. 2011.05.23 13:50 신고

    잘 읽고 갑니다..

    그렇군여...음..호주사람들의 생각이..그렇다니.
    새삼 놀랐네여..

    자기가 하고픈일 하면서..돈 많이 받고.
    대접 받는 세상....한국에선 힘들지 않을 까하네여..

  6. Favicon of http://revirth.me BlogIcon revirth 2011.05.23 19:46 신고

    그래요... 참 많은것들을 보고 느끼셨군요 :)
    무엇보다 이 글에서 작은 희망을 찾은거 같아 고맙네요

  7. 당감에버리ㅈ 2011.05.24 22:13 신고

    나도잠자고 7백불 이상 벌어욤 ㅎㅎ

  8. Favicon of http://sleeepy.tistory.com BlogIcon sleeepy 2011.05.25 09:33 신고

    근데 호주는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밀릴텐데 ㅎㅎㅎ

  9. 천랑 2011.05.26 03:45 신고

    노동에 대한 댓가를 가감없이 받고 그에대해 선입견 없다는 말씀이지요? 부러운 마음에 씁쓸합니다...신체로 하는 일에 각박한 것이 사실이잖아요..머리가 아닌 몸을쓰는 일에 그렇잖아요. 정신이 몸을 앞지르는 사회. 그 시작은 어쩌면 인간의 교만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씁쓸해서 잡소리를 했네요ㅠㅜ

    • 정신적 고통이 신체적고통 보다 덜하거나 더하거나 한다는 얘기라기 보다는 서로 힘든걸 인정해줄줄 아는 사회라는거 한국은 서로 죽겠다고 난리죠. 그리고 직업이나 다른걸로 사람에게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사회. 뭐 그런게 부럽단 얘기였습니다. ㅎㅎ

  10. 이르쿠츠크슬픔 2011.08.01 08:13 신고

    저는 시베리아를 포함한 아시아 대다수의 나라를 여행했지만 학력이 고졸이라 현재 경기도 일대의 생산직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성별은 남자고 나이는 서른이고요. 여행을 통해 영어도 많이 늘어 왠만한 의사소통은 영어로 가능한 편이나 고졸신분에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요.
    시급 4350원에 주야2교대로 공장에서 일하고 4대보험 떼고 받는 돈은 고작 140만원 남짓. 그것도 풀로 일해야 그 돈을 받습니다. 나는 현장에서 기름떼 묻혀가며 일하는데 단지 대졸이기 떄문에 사무직에서 편하게 일하며 받는 그네들 급여는 저보다 1.5배 많게는 2배이상 더 받습니다.
    불합리한 사회구조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 사회에 동조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11. 이르쿠츠크슬픔 2011.08.11 19:16 신고

    호주 가고 싶은 생각은 지금도 들어요.
    저번에 나이트엔데이님 글 보니 호주 취업도 인맥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또 취업경쟁이 장난 아니라고 들었어요. 몇몇분들 보면 워헐로 갔는데 취업 못해 한국으로 턴하신 분도 있고. 천차만별이라지만 나이트엔데이님 생각이 궁금하네요

    • 솔직히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취업 못해서 한국 돌아갈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에지간하면 다 먹고 살아요.
      취업못해서 한국돌아갈정도면 그 수많은 워홀러들이 어찌버티겠어요

      전 정말 워홀 초 강추합니다. 참 소중한 기회!

  12. 엑스이놈 2012.05.30 00:38 신고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대기업 중심(대기업이 왕 특히 삼성 회장은 영구집권 왕이죠 ㅋ)
    공무원 공기업은( 로얄 귀족 또는 왕족)
    중견기업(평민)
    중소기업(노예)

    라고 생각하면 편할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 구조는 쉽게 바뀔것 같지도 않고요.

    음 통일이 되면 바뀔려나? 전 공대생이나 공고생은 아니지만 이분들이나 기술자 분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네요. 흠

    육체적 노동의 가치도 제대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사회가 국가가 되었으면 하는데 별로 희망은 안보이네요 ;;;

  13. 이르쿠츠크슬픔 2012.06.24 04:10 신고

    오랜만에 들렀어요. 난 이 게시물이 좋아요. 여름 잘 버티시길 바랍니다.

  14. 2013.01.04 09:50

    비밀댓글입니다

    • 주변에 용접하는 친구들은 블로그를 하지 않아요.
      그리고 보셔서 알겠지만 준비안하고 가도 가면 어떻게든 다 됩니다. 이 정도보고 가셨으면 준비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가서 부딪혀보면서 느껴보시고 경험해보세요.

  15. actorces 2013.02.26 01:05 신고

    좋은 블로그네요~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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