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만에 그립고 그립던 카오산에 도착했다.
  카오산은 계속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카오산에 갔을 때도 새로운 숙소들을 위한 공사는 계속 되고 있었다.

  그 때 짐작했었다.
 
 그리고 몇년만에 다시 온 카오산, 그 이전의 변화들은 변화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변해있었다. 람뿌뜨리거리에만 있던 노점 식당들은 이제 구석구석 없는 곳이 없었다. 람뿌뜨리거리에 있던 노점 술집들은 대형 술집 노점 자리를 피해서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다.

 
어느 히피가 읊은 
Life of Some Island 어느 섬의 일생


지구의 고동으로 '섬'이 태어났다
어부들이 고기를 찾아 섬으로 모여들었다
히피들이 마리화나를 좇아 섬에 다다랐다
서퍼들이 파도를 찾아 섬으로 왔다
카페와 여관들이 하나 둘 생겼다
몇몇 여행객들이 섬에 들렀다
어떤 바보 같은 자식이 여행 잡지에 소개했다
관광객들이 섬을 찾기 시작했다
어부는 손을 놓고 히피와 서퍼는 섬을 떠났다
커다란 호텔과 상점들이 문을 열었다
관광객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원주민들은 삶의 방식을 바꾸고 문화를 버리고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섬은 오염되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과 식물의 생태계가 망가지기 시작했다

섬은 죽었다

전설적인 여행책 Love & Free에 나오는 한 얘기다.
이 얘기는 비단 어떤 섬에서 뿐만 아니라 세상에 이런 저런 일에서 느껴진다.

아주 오랜만에 태국 카오산에 왔지만, 이토록 오랜만에 오는 것은 처음이라 이토록 변화한 모습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카오산은 내가 맨 처음 오기 시작한 이래로도 항상 변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 변화의 끝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배낭여행자의 메카는 관광객의 메카가 되었다. 카오산이라는 그 이름이 끊임없이 오르내리다 못해 이제 티비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조차 소개가 될 정도의 관광지 그 자체가 되어버린 그 곳은 배낭을 메고 온 이들보다 트렁크를 끌고 온 이들이 더 많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물밀듯이 밀려오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카오산에는 또 다른 새로운 숙소들이 들어서고 있다. 아침마다 꿍꽝거리는 그 소리들.
여행자들은 다시 카오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카오산 인근의 쌈센 등, 골목 골목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태국, 빠이
휴식을 취하려던 여행자들은 몰려든 관광객들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또 다른 곳으로 벗어나기 시작했다.

홍대, 인디문화의 메카.
그곳에서 역시 점점 유흥에 가득찬 이들로 부터 벗어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결국 모든 것을 망쳐버린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닌가....


 PS ) 본문에 트렁크 얘기는  진짜 트렁크의 문제가 아니라 상징적인 얘기입니다. 트렁크를 끌고왔다고 해서 여행자가 아닌건 아닙니다. 오해마시길 바랍니다.



  1. 2011.09.03 20:05 신고

    히피의 시가 씁쓸하네요. 어딜가든 사람이 모이는 곳은 어쩔 수가 없나봅니다. 또 사람들은 손 떼 덜 묻은 신천지를 찾고 변하고...갑자기 광석이형 노래가 생각나네. ' 우~ 너무 쉽게 변해가네~ 너무 빨리 변해가네.'

    • 맨 처음 여행 시작할때도 어렴풋이 어떤 여행자에게 들었습니다.
      그때 그분이 그랬죠.
      자기가 맨 처음 카오산 왔을때랑 지금이랑 너무 변해서 실증난다고. 그런데 제가 맨첨 갔을때 보다도 또 더 엄청나게 변해있는 모습들..

      여행자 자체가 여행을 하는 순간부터 파괴는 시작되는 것 같네요...

  2. Favicon of http://sleeepy.tistory.com BlogIcon sleeepy 2011.09.05 11:12 신고

    카오샨이나 홍대거리 얘기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의 좋은 여행지들이 소개하는 TV프로나 책, 잡지등등으로 소개되고 난 후에 많이들 변질되곤 하지.

    여행객은 여행객대로 불만이 생기고, 상인들은 점점 돈에 능숙해지고, 자연은 또 얼마나 훼손되는지...

    뭐든지 사람이 문제인가보다.

  3. Favicon of http://ㄹㄹ BlogIcon 열혈독자 2011.09.06 16:23 신고

    정말 라오스 방비엔 같은 경우도 놀랄정도로 변하더라구요

    2008년 2009년 방문했었는데 일년만에 거의 다른 곳이 되어있었다는...... 그런데 어쩔 수 없죠, 우리도 여행자가 아니라 그곳의 거주민이었다면 충분히 그 기회를 이용해 돈을 벌려 했을 것이고, 변질 되는 데 동참했을 거에요,, 평생 몇번 들릴 지 모르는 곳인데 우리를 위해 늘 그대로 있어줄 순 없잖아요 ㅋㅋㅋㅋ

    우리는 또 다른 패러다이스를 향해 고고고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으니까요 ㅜㅜ

    • 그렇죠...
      그래서 여행자들은 새로운 곳으로 향하고 또 변질되고의 반복. 세상에 변하지 않는건 없다고 하지만 급격한 변화로 인해 그곳이 망가질까 두렵습니다. 예로 라오스나 캄보디아가 태국에 비해 상당히 못사는 나라이긴 하지만 물가는 결코 그렇지 않죠. 기형적인 상태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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