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르다고 방심했던 것이 큰 실수였다.

 잠이 오질 않아 괴로웠던 새벽, 너무 배가 고파서, 혹시 근처에 문 연 슈퍼라도 없나 싶어서 바깥에 나왔는데 테마파크 안에 위치한 숙소라 그런지 이미 모두 문을 닫았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오싹했는데 나온 김에 그냥 산책할겸 테마파크 안을 천천히 산책하는데 공기도 너무 좋고,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질듯 내린다. 기분 너무 좋다. 진짜 행복하다.


 강건너 번화가까지 가면 문 연 슈퍼가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지만, 배고프다고 거기까지 갔다오는건 좀 오바스럽단 생각들어서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1박 2일의 여행은 언제나 짧다.

하지만 즐겁다. 여행의 아쉬움이 묻어나와 좋다.



아쉬울때 여행이 즐겁지. 여행이 지겨우면 안되지.


씻고, 다시 짐을 챙긴 후에 즐거운 마음으로 새벽 공복에 이은 아침 공복까지 더블공복을 깨기 위해 나는 어제 지나가다 눈여겨봐둔 게장집에 가기로 했다. 전라도 하면 게장, 게장하면 간장게장!!!!!!!!!!!!!!!!!!!!!! 아 존나 다시 또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배가 꼬르륵 하는데 더블공복으로 인해 더블꼬르륵이다.




[ 내가 머문 숙소, 춘향가 ]


숙소에서 나와 즐거운 마음으로 게장집으로 향하는 이 기분.

아. 


사랑하는 임을 만나러 향하는 기분도 이렇게 설레일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리를 건너 게장집으로 고고고고씽. 낮에 보니 게장집 간판이 떨어져나갔네 ㅎ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하려는데 역시 2인분만 된다.

아름다운 우리나라, 

혼자서 밥먹기 힘들다는것이 이래서 그런 듯 하다. 뭐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가끔 일본처럼 혼자서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2인분을 먹게 할꺼야~


간장게장으로 먹겠다고 마음 먹고 왔지만, 막상 오니 메뉴가 많았다.

양념게장이 있어서 그런게 아니라 간장게장 종류가 많았다.


돌게장, 참게장, 꽃게장


간장게장이라면 그냥 주는것만 쳐묵쳐묵했던 시골촌놈이 알게 뭐람


당당하게 주인아주머니한테 물었다.


- 돌게,참게,꽃게 뭔 차이에요?

- 돌게랑 꽃게는 바다에서 나고, 참게는 민물에서 나요

- 뭐가 맛있어요? (이건 질문하고 움찔했다. 가격으로 봐선 당연히 꽃게 아니겠는가 )

- 아무래도 꽃게가 맛있죠


아 여기서 관광객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돌게 가격의 약 2배인 꽃게. 과연 꽃게를 먹어야하는것인가.

가성비가 훌륭할지도 모르는 돌게

하지만 기왕 모처럼 왔는데 기왕이면 맛있는거를 먹어야지의 갈등


어중간하게 참게로 할까 싶었지만 성격상 그렇게는 못하겠다. 모처럼 왔으니 꽃게


가격은 돌게,참게,꽃게 순이었는데 과감하게 1인분에 약 14000원? (기억이 안나 ㅠ,ㅠ 암튼 저정도 했던듯) 하는 꽃게장을 시켰다.


이미 가게에는 아침 겸 점심 뉴욕에서만 쳐묵한다는 브런치를 먹기 위해 동네 주민들로 보이는 분들이 많았다. 가족단위, 직장단위 등으로 많이들 오셔서 (관광객으로 안보임) 식사를 하고 있다. 한번에 나의 선택이 훌륭했음을 느꼈다. 기특하다.


누가 내 머리라도 쓰담쓰담해줘야지.


음식을 기다리며 두리번 두리번 다른테이블 뭐 먹나 봤더니 봐도 모르겠다. ㅎ


그리고 드디어 나의 음식들이 나왔다. 푸하하하


아 쩔어.


비쥬얼부터 남다른 꽃게장.


오자마자 난 이내 다른테이블과 확실히 다름을 느꼈다. 다른테이블 게들은 조낸 쬐그마한게 아무래도 저게 돌게일것이라 짐작을 했다. 그에 비해 나의 꽃게는 살이 포동포동 큼직큼직했다. 꽃게 너는 맛뿐만 아니라 크기도 컸던 것이었군아. 비싼 가격이 아깝지 않은 순간이었다. 


밥 도둑의 대명사 간장게장이 나온이상, 곁에 깔리는 밑반찬 나부랭이들은 이미 아웃오브안중. 

하지만 전라도 음식에 대한 나의 판타지는 여전했기 때문에 밑반찬을 기대했지만 역시 여기도 밑반찬은 그냥 서울의 흔한 식당들 수준. 밑반찬은 기대하지 말자.








위풍당당한 간장게장. 드디어 시식 시작!

일단 다리 하나 집어들고 쭉 눌렀더니 살이 쭈우우우우욱 

아.. 오줌지릴껏 같다.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이정도면 전설까진 아니래도 레전드급 진짜 내 평생 먹어본 게장 중 젤 맛있었다.


와 살이 어찌나 상큼하던지. 간장맛도 그냥 짠맛이 아니라 상큼했다. 간장이 이렇게 상큼할수 있다니, 


음.. 마치 신세계와 구세계의 중간적인 맛이 난다.




 이 맛은 어부의 땀과 눈물이다.


 존나 맛있다.





참을수 없는 난 그만 게딱지에 밥을 집어넣고, 다리 하나를 집어들고 살을 쭉 짜내어 같이 비볐다.

그리고 한입.






하얗게 불태웠다. 그냥 다 태워버렸다.

치열한 전투 하나를 끝낸 기분이었다.


이제서야 주위를 살펴보니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돌게장, 그들은 게를 먹는게 아니라 간장을 먹는거야! 훗


정말 간장게장의 진면목을 경험한 기분이었다. 간장이 어찌나 상큼한지. 정말 내가 이 동네 산다면 가끔 와서 가격도 저렴한 돌게장 시켜서 간장에 밥만 비며먹어도 좋을것 같다. 그렇게 먹으라고 마른김도 제공해준다. 훌륭하다!!!!!!!!!!!


정말 돈이 아깝지 않다!



배도 기분 좋게 부르고 룰루랄라 신난 나는 소화도 시켤겸 또 걷는다.

차를 안가지고 와서 좋은 점은 또 이런거다.


한적한 강을 따라 나있는 산책로를 걷고 또 걷는다. 이대로 남원을 떠나긴 뭔가 아쉬워.


남원여행 브로셔를 뒤적이다가 춘향테마파크를 갈까 싶었지만 억지로 만든 그런 코스는 왠지 거부감도 들고 흥미가 안생겼다. 그래서 패스. 그러다가 브로셔를 보고 지리산 둘레길 코스를 갈 수 있단걸 보고 한번 가보기로 했다. 버스가 있어서 버스를 타고 초입까진 갈 수 있는데 버스가 아쉽게도 한시간 마다 한대, 게다가 마침 한대가 내 눈앞에서 지나갔다. 버스 기다리겠다고 한시간 버리는 건 좀 아쉬워.



에이 몰라, 택시 택시!

택시를 잡아타고 지리산 둘레길 초입이 있는 육모정으로 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육모정! 바로 맞은 편에 춘향묘도 있고, 또 이 육모정 저 편으로 아주 짧은 트레킹 코스도 있다. 뭐 말이 트레킹 코스지 그냥 산책로.




이 육모정이 원래는 저기 계곡 근처에 있었는데 물로 떠내려가서 다시 여기다 옮겨지었단다.

이런 멋진 풍경에 이런 정자를 지을 생각을 하다니. 역시 우리 선조님들은 남다르시다. 정말 음주가무 또한 아무 장소에서나 하지 않았다.


룸빵도 모자라 노래방에가서도 도우미를 불러 음주가무를 즐기는 우리 후손들은 모두 좆잡고 반성.










정말 여름에 와서 삼겹살 궈먹으며 물놀이하면 딱 좋겠다 싶을 정도로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 멋진 계곡이다. 그렇게 난 트레킹 코스에 접어들었다. 코스는 엄청 짧다. 






그냥 안내도 화살표 따라서 걷다 걷다보니 몸과 마음 모두 상쾌해진다. 진짜 좋다.

숲의 기운을 모두 받는 기분이다. 정말 오길 너무 잘했다.





 화려하진 않아도 이렇게 아름다운 대한민국.

 앞으로 자주 여행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천천히 산책하듯 언덕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한바퀴를 돌았더니 맨 처음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온다.

 돌아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둔탓에 시간안배를 했다.


 남은 시간은 춘향묘 보고 좀 기다리다보면 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육모정을 다시 지나 맞은편 춘향묘로 올라갔다. 긴 계단을 올라 도착하니 춘향묘가 있다.

 실존인물도 아닐텐데 이렇게 묘까지.


 남원의 노력이 실로 놀랍다.



 뭐 별거 없지 그냥 묘지 묘

 높은 곳에 올라와 시원한 풍경을 보며 좀 쉬다가 내려와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버스시간이 좀 남아서 아무대나 걸터앉고 음악들으며 있다보니, 다른 등산객들도 하나둘 모인다.

 그리고 버스가 왔다.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고고씽.



 근데 터미널이라고 해서 내린 곳은 어제의 그 곳이 아니었다.

 이 곳 터미널은 남원에서 경상도 쪽이나 근처로 가는 시외버스 터미널이었다.


 아...시외버스터미널이 두개라는게 함정.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결국 또 택시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택시를 타고 서울행 버스를 탈 수 있는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그리고 표를 끊었다. 예매 안하길 잘했다. 예약해서 시간의 구애를 받았다면 짜증날뻔했어.


그리고 어느 새 서울행 버스가 도착해 올라탔다. 서울로 향하는 버스.

나의 첫 전라도 여행이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남원을 여행하며 먹은 음식들 너무 맛있었지만 나의 라도 음식 판타지가 어찌나 강했던지, 나중에 전라도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음식은 남도지! 라는데, 아.....남원이 북도라... 그 안에서도 또 남도 북도로 나누는구만 ㅋ


다음번엔 남도로 가서 정말 음식의 진수를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또 생각도 바뀌듯. 예전에 참 별로라고 생각했던 대한민국. 새삼 아름다움도 느끼고, 내가 한국인이면서 얼마나 한국에 대해 몰랐는가를 깨달았다. 앞으로 한국의 이 곳 저 곳도 여행을 많이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으로, 전라도.

담엔 꼭 차를 가져가야겠다. 차가 없으니까 너무 불편하고 ㅠ,ㅠ 택시비로 돈이 많이 나가!

구경 갈 수 있는데도 한정되버리고 말야.


암튼 정말 입도 즐거고 눈도 즐겁고, 몸도 개운한 그런 여행이었다.


좋다 대한민국





  1. tolej 2012.12.17 07:12 신고

    저도 갈래요...
    게장....

  2. 레고주인 2012.12.17 14:52 신고

    ZoT 잡고 반성중입니당.ㅎㅎㅎㅎ
    점심시간인데 간장게장 확~확~땡겨주시네용 ㅎㅎㅎㅎㅎ

  3. 청자 2012.12.28 18:35 신고

    아니 언제 전라도를 오신거에요~ ㅎㅎ
    뭔 남원이라서 어쩔수는 없지만 광주에 오시면 연락한번 주시기로 했는데 ㅎㅎ 이상하게 한번 뵙고 소주라도 한잔 마셔보고 싶은 마음이네요 ^^a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 ^^

  4. SUN 2013.01.01 23:16 신고

    푸핫 별생각없이 읽다가 간장게장 흡수하신컷보고 푸푸풋 하면서 웃고있네요
    몇달만에 와봤는데 방기실진 모르겠으나, 그래도 머 ㅋㅋ

    전 조개구이도 간장게장도 먹질않아서 공감은 안가지만 그래도 역시나 여행은 부럽네요 ^^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5. 2013.01.01 23:20

    비밀댓글입니다

+ Recent post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