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1 [한국에서 태국] 여행의 시작


새로운 풍경에 가슴이 뛰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나는 걸어가네 휘파람 불며
때로는 넘어져도 내 길을 걸어가네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내가 자라고 정든 이 거리를
난 가끔 그리워하겠지만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

김동률 - 출발



  맨 처음 배낭여행을 시작한 이래로, 어느 덧 10년이다.  배낭여행을 떠날 때마다 끊임없이 새로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든게 익숙해졌다. 여행자는 지독한 탐미주의자라고 했던가,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받아야한다. 새로운 음식, 새로운 장소, 새로운 문화 모든 것이 새로워야만 끊임없이 자극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고려할 때 참 많은 것들에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런 제약 속에서 내가 머리 속에 쉽게 떠올릴 수 있었던 여행지는 만만한게 인도라고 인도였다. 그리고 파키스탄.

 그렇게 여행지는 결정되었다.

   첫 배낭여행을 시작 할 때는 못 모르고 아무것도 준비를 안하고 가서 참 많은 것들을 아쉬웠다.  준비를 하지 않은 첫 여행을 무사히 끝마친 그 이후의 여행부터는 자만심에 준비를 하지 않았다. 난 준비를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여행자! 세번째 배낭여행엔 심지어 가이드북도 챙겨가지 않았다. 고생했다. 하지만 가이드북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에도 나는 따로 검색이나 다른 이들의 여행기,여행정보를 참조하지 않았다. 보지도 않았다.  괜히 그들의 느낌에 따라갈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과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을 때의 그 막막함이 좋았다.

 그렇기에 몰라서 꽤 많은 것들을 못했다는 것을 여행이 끝나고 난 뒤 깨달을 때는 약간의 후회는 밀려온다. 하지만 준비를 전혀 안해갔을 때 느끼는 그 경험. 어떤 글로도 말로도 표현 할 수 없는 그 막막함. 난 그것이 너무나 좋다. (여기서 말하는 준비를 안했다는 건, 사전에 검색은 커녕, 심지어 가이드북을 뒤적여보지도 않은 상태임을 말한다 )

  오랜만의 배낭여행을 떠나는 상황에 나의 주변여건, 모든 상황이 모든게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너무나 떠나고 싶었다. 어찌보면 도피에 가까운 여행계획이었다. 답답한 상황들 속에서 숨통을 트이고 싶다는 생각에 떠난 여행.

 그리고 나는 드디어 여행을 떠났다.
 그 첫발은 이제는 한국보다 더 집같은 태국의 방콕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저 인도 가이드북 하나만을 가지고 떠났다. 그 이후엔 어떻게든 되겠지란 안일한 생각이었다. 태국이야 2년간 살았기도 하고, 워낙 여행을 많이 다녀 집같은 곳이니 가이드북이 필요없고, 다른나라야 그 때 그 때 조달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여행은 정말 엉망진창이 되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그 긴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 본다.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한국에서의 여러 복잡한 상황. 환경이 나를 지치게 만들고 있었고, 새로운 일을 계획 하기에 앞서 생각해볼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다. 늘 그렇듯이 여행을 가서 뭔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사실 도피에 가깝다. 뭔가를 하고자 한다면 행동을 먼저 해야지 생각은 행동 이후에 하면 되는 것이었다. 망설임,두려움이 나에게 여행을 떠나게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고자 마음 먹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여행지는 인도였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마음에 크게 걸렸던 부분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할머니였다. 벌써 병원,요양원을 돌며 누워있기만도 몇년째, 이제 언제 돌아가시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시간을 흘려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나는 다시 또 길에 오르게되었다. 

 인천공항에 가니, 여행가는게 실감이 난다.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 조금은 들뜨는 마음도 생긴다.  다른 무거운 짐들을 챙기느라 볼 만한 읽을만한 책을 구입하지 못한 관계로 인천공항에서 비싸게 정가를 주고 소설 28일을 구입했다. 현재 베스트 셀러라고 한다. 탑승수속을 끝내고 면세점을 지나 게이트로 향했다.  지루한 탑승대기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 구경을 했다. 대부분 관광차 가는 사람들. 한껏 멋드러지게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 커플들도 많이 보인다.

 내 앞에 앉아있는 한 화려한 커플은 정말 대박이었다.
 여자는 마치 당장 룸싸롱안에서 튀어나온듯한 섹스함을 풍겼는데
 짧은 빨간색 미니스커트 안으로 계속 흰색 팬티가 다 보였다. 정말 온몸이 섹스다이나마이트였다.  덕분에 그 지루한 탑승대기 시간이 쏜살처럼 지나가고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처음 타보는 한국저가항공. 이스타!  저가항공이라 그런지 비행기가 엄청 좁았는데 한국저가항공은 처음이라 잘 몰랐는데 기내식 안주는줄 알았는데 주더라. 외국 저가항공은 짤 없는데 역시 한국이구나 싶었다.
 서비스 천국! 한국!




김밥마끼랑, 유부초밥, 그리고 끊임없이 음료수를 서빙해주었다.

 책보고,음악듣고, 심심해서 옆자리 앉은 남자 대학생들한테 말을 걸었다.
 
 3박 4일간 방콕에 간다는 그들에게 곧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방콕에 섹스하러 가는거냐고 묻자.
 역시 젊은 대학생 답게 호기롭게 어떻게 아셨어요 하며 웃음으로 응수한다.

 대학생이니 패기있게 클럽가서 꼬셔서 먹고, 팟퐁이나 나나가서 돈주고 하지 말라고 조언을 건네주었다.
 
 " 아우 어떻게 그렇게 아세요? "
 " 태국 살았었으니까요.. "



 익숙하게 출발을 한 나는 일단 태국으로 향했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급하게 준비를 하다보니 인도행 비행기 티켓이 너무 비쌌다. 이리저리 검색 한 끝에 인도행 비행기 티켓을 구하는데 태국에 먼저 간 후에, 그 곳에서 인도행 저가항공 티켓을 구해서 가는 것이 가장 저렴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거의 몇개월만에 태국에 다시 도착했다.  태국은 나에게 사실 제2의 조국 같은 느낌.  이국의 새로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나라였다.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와,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은 이제 거의 비슷할 지경이다.  몇개월만에 복잡 한 태국 공항에 내린 나는 익숙하게 3층 출국장으로 향했다. 출국장으로 올라간 뒤에 바깥으로 나갔다. 택시도 잡을겸 담배도 한대 필겸 바깥쪽 도로쪽으로 향하자, 이제 막 손님을 내려주는 택시가 있다. 담배를 피려고 하니 라이터를 다 큰 배낭안에 넣어놔서 라이터가 없어서 불을 빌려달라고 하자 이제 막 택시에서 내린 태국여자가 라이터를 건네준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익숙한 태국어로 

 " 타논 까우산, 왓차나 쏭크람 "을 불렀다.

 택시기사는 타라고, 나는 담배 피고 탄다고 담배를 손으로 가르켰다.  태국여자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 말에 "콘 타이" (태국사람)이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하길래 당황해서 " 콘 까올리 " 라고 하자 웃는다. 당황스럽다. 짧은 태국어들이지만 나의 발음이 완벽했던 걸까.  굳이 미터로 가자고 얘기하지도 않아도 미터를 키는 택시기사. 택시를 타고 향하는 그 야경은 너무나 익숙하다. 공항에서 여행자의 메카 카오산까지의 도로는 차로 운전을 해서 가라고 해도 갈 수 있을 지경이니.

느즈막한 밤이 되어서 나는 디디엠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큰 돈 밖에 없어서 잔돈이 없다는 택시기사의 말에 잠시 택시를 세우고 디디엠 들어가자, 디디엠에서 일하는 태국친구인 파마머리 얀이 날 보자마자 번쩍 손을 들며 반갑게 맞이해준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  " 얀 택시비 200밧만 좀 빌려줘. "  라고 말하자.




택시기사한테 직접가서 돈을 내준다. 얀에게 방값을 지불하면서 돈을 곧장 갚고는 일단 방으로 올라갔다. 디디엠 안에는 몇명의 한국인이 술을 마시고 있는데 성수기 치고는 한가롭다. 엘레베이터가 수리중인지, 힘겹게 계단으로 4층 남자방 도미토리까지 올라갔다.  짐을 풀어놓고, 곧장 바깥으로 나왔다.  사실 좀 쉬고싶었으나 오랜만에 태국의 기운을 받고 싶었다. 이제는 서울의 나의 장소인 합정,상수동보다도 오히려 더 익숙한 카오산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여행 전 초심초심 거리면서 장난치던 내 스스로의 약속이 떠올라 진정한 초심으로 길거리에서 팟타이와 뽀삐야(스프링롤)를 100만년만에 사먹었다. 정말 오랜만에 사먹어 본다.

 처음 태국여행와서 밤 거리에서 이 팟타이와 스프링롤을 먹으며 세상에 이렇게 저렴한 돈으로 이렇게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며 감탄한게 벌써 언제인지. 그런데 어느 순간 입에도 안되는 음식이 되버렸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에 이걸 먹으니 그렇게 옛 생각이 들면서 예전 처음 카오산에 도착했던 그 순간들이 떠오른다. 사먹길 잘했다. 그 시간의 간격만큼이나 나도 참 많이 달라져있었다. 시골촌놈처럼 어리둥절해 하며 밤 늦은 시간 카오산을 배낭메고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마음 속으로 " 한국에서 불과 비행기로 5시간 거리에 이런 세상이 있구나 " 생각하면서 감탄 했던 밤이 있었는데, 마치 여름에 동네를 돌아다니며 동네친구들과 포장마차에 가서 한잔 하는 것처럼 익숙한 곳이 되어버렸으니, 이렇게 옛생각을 하며, 길거리  한켠에서 추억을 안주 삼아 시원한 창맥주와 먹는데 오랜만에 먹어도 어찌나 맛이 없던지 여행 처음 나왔을때 이게 뭐가 그리 맛있다고 그렇게 쳐먹어댔는지 알길이 없다.

앉아서 지나가는 여행자들 보면서, 처음 여행 나온 듯. 태국돈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흥미진진한 얼굴로 팟타이를 사먹는 서양여행자들을 바라봤다. 아.. 나도 저랬지. 그런 생각이 먼저 들고보니 과연 초심으로 돌아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맛 없는 팟타이,뽀삐야를 먹어치우고, 창맥주를 한껏 들드로이킨뒤에 나는 카오산 메인로드로 향했다.








맨 처음 충격으로 다가왔었던 이 길거리는 여전했고, 나는 더이상 이 곳에서 새로움을 느낄수 없었다. 이때 마음 먹었다. 이제 태국은 여행으로는 오지 말자! 그 정도로 새로움이 없다. 길거리에서 파는 모든 음식의 맛. 상점(편의점)에 있는 과자,음료수의 맛 이런걸 다 아는 곳에서 과연 여행의 새로움을 느낄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하리라.  하지만 또 그렇다고해서 과연 난 태국을 과연 모두 안다고 얘기할수 있을까,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시도해봐야할것 같다. 그렇게 첫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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