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10 [인도/델리] 지옥의 빠하르간즈

  늦게 잤는데도 또 일찍 일어났다.
  일어나서  밀린 일기정리, 사진정리, 카페 접속을 하며 컴터를 가지고 놀았다.   밖에 나가고 싶은데 아프다. 계속 설사다.   오늘은 쉼라로 밤 버스로 이동인데 걱정이다. 호텔 체크아웃도 해야되고 참 이래저래 아프면 안되는 날인데 걱정.

한참을 그렇게 쉬다가 배가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아서 바깥으로 나가서 걷는데 쪼리라서 발이 너무 아프다. 앞으로 긴긴 여행을 위해서 발이 편안한 신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안그래도 방콕에서 돌아다니다가 여행신발 하면 대표적인 크록스에서 신발 하나를 살까 하다가 가격때문에 쫄아서 안샀는데 아무래도 진짜 하나 필요할 것 같았다. 방콕에서 샀으면 됬는데 지금이라도 사는게 맞는거 같아서 와이파이 되는 곳으로 가서 검색을 해봤다. 델리에서 크록스 파는 매장을 검색해서 캡쳐해놓고 찾아가볼려고 바깥으로 나갔다.

 구글맵으로 검색하는데 코넛플레이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크록스 매장이 있길래 일단 코넛 플레이스로 향했다.  코넛 플레이스에 도착해서 좀 걸어다니는데 인파들이 몰려있다. 무슨 촬영 같은 걸 하는데 아주 여자가 화려했다. 잠시 구경 하고  코넛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크록스 매장을 찾으려고 구글 맵을 보고 가는데, 정말 날씨는 더운데 걸어서 찾아찾아 헤매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리로 가서 물어보면 저리로 가라고 하고, 저리가서 물어보면 다시 저리로 가라고 하고의 반복



코넛플레이스가 좁은 지역도 아니고, 코넛플레이스를 다 돌고, 근처까지 계속 걸어서 걷는데 한낮의 찌는 태양,  땀은 비오듯이 흘리는 와중에 더위 때문에 완전 지쳤다. 정말 거의 탈진 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헤매고 걸었다. 
 
 길거리 한쪽에서 나무 밑에 쭈구리고 앉아서 태양을 피하고, 잠시 휴식했다. 진짜 좀만 더 걷다간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  구글맵의 신봉자인 나로선 오늘만큼은 구글맵 병신! 을 외칠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럴까, 다시 한번 또 헤매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릭샤기사를 붙잡고 물어보니 여기서 엄청 멀리 떨어진 곳이라고!

 아 씨바 근데 왜 바로 앞인것 처럼 나와! (구글맵도 인도에선 소용없다! )

 그러는 와중에 사고현장 목격.
 어떤 릭샤가 서있는 차에 와서 부딪혀서 차 다 긁어놓음. 
 릭샤가 쓰러졌는데 사람들이 힘을 모아 릭샤를 세워놓음. 인도인의 정!



암튼 결국 난 크록스 구입을 포기 할수 밖에 없었다. 완전 지쳐서 나는 숙소로 돌아가기로 하고. 코넛플레이스에서 릭샤를 타고 돌아와 숙소 로비에서 어제 구입한 심카드가 아직 활성화가 안되서  엑티베이트 시키려는데 도무지 안된다. 그리하여 나는 어제 구입한 곳에 가서 액티베이트 시켜달래서 드디어 인도 핸드폰 개통, 쓰리지됌


 인도에서 스마트폰 쓰기 TIP
  3G했는데 안됄때, 아이폰 설정 일반- 리셋 - 네트워크 설정 Reset


돌아와서 더위를 식히며 방에 들어갈 엄두가 안나서 로비에서 선풍기바람 쐬며 쉬는데 한 한국아줌마를 만났다.  여행을 꽤나 다닌 포스인데, 이런저런 말을 하는데 정말 여행 꽤나 했고, 인도가 너무 좋아서 매년 오는데 올해로 5번째라고 하는거다.

루트를 얘기하는데 나랑 대략 비슷하다.  인도야  자기가 많이 와봐서 그런지 별로 일행 만들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파키스탄은 부담감이 오는지 내가 파키스탄 간다는 얘기에 파키스탄 언제 들어가냐고 계속 묻는데 정말 언제 들어갈지 모르겠어서 아직 잘 모르겠다고, 일단 8월쯤이 되지 않을까요 라고 얘기를 대충 했다. 아줌마가 나중에 만나면 파키스탄에 같이 가자고 아마 맥간이든,마날리든,레든 만날꺼라고 하는데 루트가 비슷해서 만날껏 같았다.  암튼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는 아줌마는 예약한 버스가 왔다며 길을 떠났다.

그리고 바로 이 아줌마가 나중에 나올 존나 짜증나는 아줌마다. 이 얘기는 아직은 한참 후의 일이다. 이 아줌마를 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카페 회원님들은 이미 진행된 여행기를 통해 이 아줌마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파부아줌마 )


호텔 체크아웃을 해둔터라 어디 딱히 맘 편히 쉴 곳도 없고 해서 쉴 곳을 찾아 인도방랑기 식당에 갔다.
앉아있으니 사람들이 한명 두명 이렇게 올라오는데 어느새 제법 한국 사람이 많아졌다.


인도방랑기식당


한국인 주인이 하늘을 쓱 보더니 비올꺼 같다고 얘기를 하는데 정말 이내 비가 오기 시작하는데  비가 말도 안되게 왔다.
덕분에 사람들이 비 땜에 왁작지껄 해지는데 내가 앉은 자리만 묘하게 비가 별로 안들이쳤다.  더위 때문에 기가 빠져있어서 그런지 죽이나 하나 먹자고 죽 먹는데 비가 계속 오는데 너무 심하게 온다.

그 와중에 또 다른 한국사람들이 또 왔는데 어제 밤에 술 먹을때 봤던 여자가 일행들이랑 들어온다. 애들이 전반적으로 어려보인다. 그 중에 블로그 좀 하는 여자가 있었는지 사람들에게 파워블로그 어쩌구 하는데 보면서 나도 저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딱히 여행중에 블로그 얘기를 잘 안하는 편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쩌면 저지랄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비가 여전히 엄청나게 내리는 가운데 사람들이 많아지니, 나름 그래도 빠하르간즈에 있는 한국 사람들은 다 모인 기분


인도는 여전하구나. 싶었다.



컨셉잡는 애들, 자유로움에 빠진 애들 등등

이 모습은 영원히 똑같겠지.



버스가 8시40분이라, 7시쯤엔 여기서 출발하자고 했는데. 비가 심하게 와서 좀 그치고 출발 하려고 했는데 비는 걷잡을 수 없이 계속 내리고 있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다간 아무것도 못할판이다. 게다가 심지어 옥상(루프탑)에 위치한 인도방랑기 식당에도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난리나기 일보직전.

이젠 거기에 앉아있기도 뭐한 상황 어쩔수 없이 비를 맞으면서 짐을 맡겨둔 호텔로 향했다. 그리 멀지 않은 길임에도 금방 완전히 흠뻑젖었다. 시간도 시간인지라, 뭐어쩔겨를도 없이. 재빠르게 채비를 시작했다.  우비꺼내고, 가방마다 레인커버 씌우고. 우비를 정말 안사왔으면 어쩔뻔했을지 상상도 안된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자 한번 가볼까?


바깥으로 나갔다. 폭우가 쏟아진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벌써 빠하르간즈는 지옥이다.
하수 시설이 엉망이다보니 물은 차올라서 벌써 발목 위로 올라와서 무릎가까이 까지 차올랐다.

[ 아래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퍼온 사진임 ]

델리빠하르간즈


 [ 이랬던 빠하르간즈에 물이 완전 가득 차올랐다고 생각해보라 ] 


 [ 물이 정말 거의 무릎까지 차오른 빠하르간즈의 상황. 상상해보시라 ]



 걷는 길 한발자국 한발자국이 지옥이었다.  평소의 빠하르간즈 모습을 아는 이들이라면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평소에 지저분했던 그 빠하르간즈 전체가 물로 뒤덮이니 그야 말로 물 속과 물위는 지옥 그 자체다.  무릎까지 차오른 물에는 빠하르간지에 온갖 오물들이 떠다니고, 신고 있는 쪼리는 계속 쩍쩍 미끄러지면서 물 속에 있는 지면과 붙고, 온갖 오물들 사이에 티백같은게 많았는지 쪼리에 껴서 계속 찝찝하다 못해. 걷기 힘들고. 물이 너무 차올라서 장난아니고. 암튼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내가 정말 할 수만 있었다면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지쳤다. 게다가 이런 폭우에서 카메라를 꺼냈다가는 안봐도 비디오!


 빠하르간즈를 한번이라도, 아니 인도를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노상방뇨며 온갖 쓰레기의 대향연 그 곳이 물로 가득차있다고 상상해보라, 지나만가도 악취가 풍기는 길거리화장실도 물에 잠겼으니 그 물에 당연히 그 길거리 화장실에서 떠내려온 모든 것들이 있으리라 ㅠ,ㅠ

 그런걸 생각만 해도 미쳐버릴것 같았다. 애써 생각을 안할려고 해도 안할 수가 없다.


게다가 여행 초반의 무거운 짐은 나를 더욱 지치게 했다. 엄청나게 무거운 배낭까지 메고 멀쩡한 길도 지치는데 그런 길을 걷고 있으니 돌아버릴 지경이었고, 배낭무게가 나를 짓눌러서 어깨를 조여오는데 정말 피가 안통해서 팔이 얼얼해질 지경이었다. 폭우는 미친듯이 퍼붓는 가운데 그렇게 거의 10분에 걸쳐서 겨우 라마 크리슈나 아쉬람 역에 도착했다. 평소에 빠른 걸음으로 몇분이면 됐을텐데 무거운 배낭을 메고 물살을 헤쳐가야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역에 도착해, 힘겹게 계단을 올라, 표를 끊고, 다시 또 플랫폼으로 올라가는 동안 정말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렸다. 말로는 그저 힘들었다 라고 밖에 표현이 안되지만 정말 눈깔이 뒤집힐껏 같았다. 난 지금 내 꼴이 도대체 어떨까 궁금해서 사진기를 건네서 사진 좀 찍어달라고하니 인도 사람들이 비웃는다. 주변 인도인들도 다 웃는다.




[눈깔 뒤집힘. 진짜 힘들었음, 저 상태에서도 계속 지하철 타고 이동하고 이동하고 이동하고 ㅠ,ㅠ ]

 금방 지하철이 도착하고 나는 지하철에 올라서 버스터미널로 이동하는데 큰 배낭에 푹 젖어있어서 조금은 미안했다. 만원 지하철, 평소에 에어콘으로 시원하게만 느껴졌던 에어콘도 지금은 완전히 달아오른 내 몸과 만원지하철의 사람들까지 합쳐지고, 심지어 우비를 쓰고 있어서 (바람이 안통함) 내 몸은 점점 달아올랐다. 이젠 빗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이 뚝뚝뚝. 사람이 많아서 배낭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배낭은 계속 내 어깨를 조여와서 정말 팔에 피가 안통했다. 


그 와중에 카슈미르 게이트 역에 도착을 했고, 내리자마자 바쁘게 발길을 옮겨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역 밖으로 나가려고 열심히 향하는데 매끄러운 대리석으로 된 카슈미르 게이트 역에도 비가 새고 있음이 인도 다웠지만 인도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쪼리가 물기 때문에 더욱 미끄러워서 발걸음 한걸음 한걸음을 힘주고 걸었다. 걷는데 계속 미끄러진다. 발에 온 힘을 안주고 걷는다면 미끄덩하면서 넘어질 태세,  안그래도 힘든데 정말 돌아버릴것 같았다. 아. 릭샤타고 아니 택시타고 왔음 아무것도 아닌 이 길이 고난이다. 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지금 내가 뭔지랄을 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가려는데 개찰구에도 인파로 미어터진다.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이젠 힘든건 둘째치고 무거운 배낭이 내 어깨를 짓눌러서 피가 안통해서 진짜 팔이 저렸다. 줄 서서 개찰구를 겨우 빠져나와 겨우 지옥같은 카슈미르 게이트 역에서 빠져나와 터미널로 이동했는데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저 멀리 의자가 보인다. 그 곳으로 향하는 몇미터에 숨이 턱턱, 정말 나는 너무 죽을것 같아서 대합실 의자 같은 곳에 그냥 주저 앉았다. 

숨을 헉헉 대며 있자.
앞에 앉은 인도 아저씨가 릴랙스 하라며 얘기를 한다.

배낭을 잠시 내려놓고 쉬니 팔에 피가 도는 느낌이 들며 찌릿찌릿한다.

발은 빠하르간즈의 그 더러운 오물, 물들로 지저분 한 와중이라 찝찝하지, 비인지 땀인지 모르게 이젠 내 온 몸이 흠뻑 젖어있고 무거운 배낭때문에 완전 지쳐있지 지옥이었다.

잠시 숨만 돌리고 난 다시 배낭을 메고 터미널 밑으로 내려가서 내가 타야될 버스가 몇번 플랫폼인지 찾는데 인도 답게 계속 또 딴소리


정말 지금만큼은 제발! 이새끼들이 확실하게 한번에 알려줬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그럴 여유가 없다고 이 개새끼들아.

그리고 역시나 물어물어 플랫폼 하나를 찾았고 거기에 내가 탈 버스가 온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 배낭을 내려놓고 버스타기 전에 좀 씻을려고 화장실로 갔다.





이 상태로 버스를 12시간 이상 타야되는데 안그러면 너무 찝찝하잖아
화장실에 가서 세수부터 하니 조금 정신이 돌아왔다.

그리고 세면대에서 발을 씻을려고 발을 올리고 발을 씻는데 정말 개 상쾌했다.
그러던중 화장실 청소를 하는 인도 할머니가 들어오더니 그냥 나한테 뭐라고 하는데 정말 또 머리에 자동번역기가 돌기 시작한다.

" 아니 이 호로자슥이 어디서 발을 씻는겨! 나가 이새끼야 당장 "

나는 다른 발도 씻어야되는데 할머니의 속사포같은 힌디 랩을 듣다보니 그러질 못하고 결국 할머니한테 쫒겨나서 바깥으로 나왔다. 결국 내 한발은 상쾌, 다른 발은 찝찝인 상태로 나는 버스 시간에 쫒겨 짐을 챙겨 플랫폼앞으로 가야만 했다. 그리고 버스가 도착했다. 다시 한번 확인 또 확인


쉼라가는 버스가 맞는지 재차확인 한 뒤에 짐을 싣고, 버스에 올랐는데 와 씨발
버스에서 에어콘이 팡팡 나오는데 마치 태국버스를 탄 기분이었다.


인도에 이런 에어콘 빵빵 나오는 버스라니! 땡큐
에어콘을 발명한 새끼가 어떤놈인지 모르지만 진짜 개천재임.

에어콘 바람을 쐬자 이내 내 몸에 땀들이 마르기 시작하면서 피부가 뽀송뽀송해지고, 어느새 발,종아리 등의 찝찝함도 조금 가시기 시작했다.

정신이 들고, 이제서야 나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또 뭐 재미난거 없나 찾기 시작하다. 옆에 앉은 인도남자랑 얘기하니 쉼라에서 대학교를 다닌다고, 잠시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쾌적하게 에어콘바람을 쐬며 음악을 즐기며 쉼라로 향했다.

과연 쉼라는 어떤 곳일지. 기대가 된다.
지옥의 빠하르간즈를 벗어난 직후라 더욱 기대가 된다.

인도인들의 최대 휴양지라는 쉼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