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14 [인도/다람살라] 맥그리드 간즈에서의 멘붕!


 아침에 너무 추워서 잠에서 깼다.
 게다가  맥북이 고장난 스트레스로 인해 꿈에서도 맥북을 고치는 꿈을 꿨을 지경. 다시 잠들었다가 아침이 되어 일어나자마자 아이폰 쓰리지 켜서 인터넷으로 온갖 방법으로 검색을 해서 시도해봐도 맥북은 요지부동이다. 절망이다. 멘붕도 이런 멘붕이 없을 지경. 날라가 버린 사진들, 앞으로의 사진 백업 모두 막막하다. 다시 OS를 깔아보려고 했는데도 그것 조차도 안된다. 포맷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그것도 안되는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구상한 일들이 많았는데, 맥북 고장과 함께 모두 날라가버렸다.



 짜증나서 아침 11시까지 누워있다가 밥을 먹으로 밖으로 나갔다. 
 맥간은 안개로 뒤덮여있다. 멋진 풍경을 보길 바랐지만, 안개로 인해 풍경은 못보고, 그나마 내가 비오는 날, 꾸물꾸물한 날도 좋아한다는게 다행이었다.

 어제 밤 술자리로 친해진 쏘세지,하루,현아 이 3명의  애들과 함께 밥을 먹으로 가는데 매운 음식이 땡겨서 얼큰하게 음식을 잘 한다는 피스카페에 가기로 했다. 뗌뚝하고 뚝빠 얼큰 한게 맛난다고 하는데 현아나 하루군은 매운게 싫다고 다른걸 시켰는데 완전 좆망. 맛이 없다. 나와 소세지는 맛난걸로 잘 나왔다. 몸이 차니 따뜻한게 먹고 싶어 티벳 버터 티도 하나 시켜먹었는데 다시는 못 먹을 맛이다. 설탕을 10번이나 쳐서 먹으니 그제서야 겨우 삼킬 정도다.



 밥을 먹고 나와서 우리는 노점을 구경 하면서 돌아다니다가 난 노트북이 고장난 관계로 일기를 쓸 것이 필요해서 노트를 하나 사고 다음 이동지인 마날리로 가기 위해서 버스스탠드에서 마날리행 버스표를 300루피를 주고 끊었는데, 하루군은 근처 여행사에서 600루피를 주고 끊었다는거다.




 우린 함께 이동하기 위해서 하루군의 티켓을 환불 받기로 하고 가서 90루피의 취소수수료를 내고 환불 받은 뒤에 300루피짜리 버스티켓을 다시 끊었다.
 그래도 210루피를 절약했다.   우린 딱히 목적의식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나도 일기를 쓰면서 휴식을 했다. 오랜만에 펜을 잡으니 힘들다.



 그냥 바깥에 빗소리 들으며 쉬고 있으니 평화롭고 좋다. 날씨가 좋은것은 아니나 운치가 있다.  잠시나마 맥북에 대해 잊고 긍정의 마음으로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노트북이 없으니까 그만큼 또 다른 시간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거니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쉬고 있는데 숙소 근처에 원숭이들이 이제 하다하다 옆,옆방에 있는 한국여자 옷을 가지고 도망가고 난리도 아니다. 한바탕 난리다. 
 그 모습을 소세지가 보고 옥상까지 가서 원숭이들한테서 그 여자 옷을 찾아다 주었다. 그 한국여자는 몸이 비리비리 감기기운이 있는지 골골 대고 있었는데 소세지가 착하다. 겁도 없지 원숭이들한테 그 옷을 찾아오다니. 대단한 아이다.  

 쏘세지가 옥상에 가서 그 여자 옷을 찾는 과정을 완전 해맑은 얼굴로 이야기 하는데 완전 웃기다.
 옥상에 올라가니까 원숭이들이 마치 동네 불량배들처럼 자기를 둘러 싸는데 자기도 무서웠는데 자기가 막 " 야! 이리 내놔! " 이러면서 소리치자 원숭이가 놓고 도망갔다고 얘기하는데 빵터졌다. 진짜 재밌는 아이다.


 나 역시도 몸이 안좋고 피곤해서 낮잠 한숨을 자고 일어났다. 몸이 찌뿌둥하다 못해 누군가 나를 때린것 같다. 일어나서 다시 맥북을 시도해보지만 이제 결단을 내릴 때인 것 같다. 되지도 않는걸 짊어지고 다닐 순 없고 한국으로 소포로 보내야겠는데 아쉽다. 그 안에 수 많은 자료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랩탑없을 때 여행다녔던 것을 떠올리며 초심으로 돌아가는 여행을 생각해 보았다. 최대한 긍정적! 랩탑이 있었더라면 그 시간에 랩탑에 있는 영화보고 컴터가지고 노느라 시간을 버렸겠지! 라고 생각하며 노력했다.



 더운 여름, 태국방콕, 인도 콜카타,가야,델리 계속 무더위에 지쳐있다가, 쉼라부터 맥간까지 이제 고산지대로 올라와 계속 선선한 날씨가 계속 되니 자동환절기 모드! 그래서 그런지 감기에 걸린것 같다. 몸이 으슬으슬 하다.  몸이 안좋아서 방에서 계속 쉬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이럴 순 없단 생각에 밖에 나가니 소세지와 현아가 같이 있다. 둘이서 한참 돌아다녔는지 인근에 옴 게스트하우스가 엄청 좋다고 난리다. 



 우린 셋이서 좀 돌아다니다가 밥을 먹으로 갔는데 원래 갈려했던 다샹 레스토랑이 문을 닫아서 바로 앞에 아로마 식당에 갔다. 요상하게 계속 볶음밥이 땡겨서 볶음밥을 하나 먹고는 쇼핑을 했다. 나는 향을 피우고 싶어서 향 하나를 구입하고 (22루피) 현아는 티셔츠, 소세지는 숄을 사는데 가격들을 다 후려치는 집들이 있는 가운데 한 가게가 가격을 후려치지 않는 대신 완전 깐깐하게 1루피도 안깎아준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새끼들. 진짜 여기 맥간은 쇼핑하기에 최악의 도시다. 



 티벳 난민이란 그 이유로 전세계에서 동정의 여론이 쏟아져서 그런지 다른 지역과 똑같은 물건이 몇배나 비싸고 그나마도 깎아줄 생각도 안한다.
 동정심을 이용해 먹는 놈들. 평생 인도에 붙어 빌어먹을 새끼들이다.

 내가 솔직히 여행다니면서 흥정이면 도가 텄다고 생각하는데 이 자식들은 정말 말그대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다. 분명히 엄청나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는데 완전히 배짱이다. 말그대로 너네가 아니더라도 여긴 달라이 라마 보러 온, 티벳의 환상을 품고 온, 돈 많은 외국인들이 우릴 불쌍히 여겨 다 사줄꺼야, 하는 마인드가 엿보였다.



 나도 티벳에 대한 동정심이 맥간을 여행하며 싹 사라졌다.

 쇼핑도 하고 돌아다니다가 우린 그냥 숙소로 돌아가긴 그렇고 뭔가 허전해서 술 한잔 하고파 술가게에 가서 킹피셔(인도맥주)를 사들고 숙소로 왔다. 다들 술을 안마셔서 나 혼자서 테라스에 앉아서 향 피워놓고 술 한잔을 했다. 몸이 피곤하니 맥주 한병에 술 기운이 쫙 오른다. 피곤하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 심심하다. 

 맥간에 대한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은터라, 참 많은 생각을 가지고 왔지만, 결국 그저 여행자들의 환상? 그런것 뿐이었나 보다. 나에겐 별로 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렇게 맥간의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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