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31 [인도/라다크] 판공초로 향하는 길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짐을 꾸렸다.  1박 2일로 떠나는 고로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겨두었다.   워낙 이렇게 하는 여행자들이 많고 당연한 것이라, 주인도 자연스럽게 짐을 맡겨놓을 수 있는 창고문을 열어준다.   9시 10분까지 픽업 할 지프가 온다고 해서 서둘러 준비하고, 어제 남은 밥하고 상추를 해결하기 위해 다 함께 마당에 모였다.  오믈렛 두개를 시켰는데 오믈렛이 개꿀맛이다. 단지 나오는 시간이 오래걸릴뿐 아줌마가 오믈렛 마스터다! 정말 맛있었다.   맛나게 밥에다가 오믈렛, 상추까지 다 먹고 밖으로 나갔다.


 1박2일로 필요한 짐들만 챙겨서 밖에 나와 기다리고 있는데 약속 시간인 9시10분이 훌쩍 넘었는데도 안오길래, 너무 늦게와서 여행사 오피스까지 그리 먼거리가 아니라 걸어가기로 했다.  오피스에 도착하니 픽업 지프가  마을 센터에 있는 통영애들과 민이를 픽업해서 오고 있다.   우리는 돈을 걷고, 짐을 지프에 올려 싣고 여권도 돌려받았다.   강용해 사장이 퍼밋은 기사에게 줬으니 신경안써도 된다고 얘기해준다.  모두 들떠 있었다.




판공초 멤버떠나기전에 한컷


 모두가 이번 여행은 판공초를 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터라, 소풍 떠나는 어린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지프에 오르니, 지프가 생각보다 훨씬 더 좋고 쾌적했다.  가볍게 이제 1박2일간 우리를 안전하게 책임져줄 지프기사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지프 기사가 영어를 거의 못한다. 강용해 사장에게 어제 장을 못봐서 닭도 사야되고 감자도 사야된다고 시장 좀 들렸다 가게 기사에게 말 좀 전해달라니 해준다. 



 드디어 출발,  강용해 사장이 말해준 덕에 기사에게 시장 가자니 대충 알아 먹은 듯, 차는 레 시내를 달려 어느 시장에 내려준다.   기사가 "치킨 " 이라고 얘기하는걸 보니 여기서 닭도 살 수 있는 것 같았다.   내리니, 닭 파는 곳도 있고, 채소가게며 슈퍼마켓이며 다 있다.   우린 각자 찢어져서 이것 저것 구입하는데 닭, 군것질 용으로 먹을 과자, 물 등을 샀다.  과일이며, 채소는 기본!  정말 여행은 뭐니뭐니 해도 이렇게 떠날 준비를 할 때가 가장 즐거운 것 같다. 모두가 기대하는 판공초, 그리고 그 곳에 가서 재밌게 놀 생각에 들떠서 신나게 쇼핑쇼핑쇼핑!



  다시 차에 오른 우린 본격적으로 판공초로 출발.   다들 신나게 엠티 가는 기분.  날씨도 너무 맑아 더욱 기대가 되었다. 모두 신나게 웃고 떠들며 가는 판공초로의 길.  레 시내를 조금 벗어나자 이내 완전한 사막 기후. 척박한 땅들이 나타난다.    그저 주변이 모두 거대한 산맥으로 둘러쌓여있다는 걸 제외하면 완전 중동의 어느 마을 느낌이었다.   운전기사가 초보운전자 처럼 운전한다.  아주 천천히.. 인도사람답지 않은 운전.


 척박한 땅을 달려, 레를 벗어 난지 얼마 되지 않아, 첫번째 검문이 있었다.   차를 한켠에 세우고 기사가 여권을 달라고 해서 여권을 걷어서 기사에게 건네주고, 기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내려서 담배도 한대 피고, 사진도 찍으며 까불까불 거렸다.  이내 기사가 나왔다. 여권을 나에게 건네준다. 다시 나눠줄까 하다가, 계속 검문일 것 같아 그냥 여권을 내가 가지고 있기로 했다. 

 



 척박한 길을 달리고 있으니 옛날 중동여행 때 이집트 사막을 가로지르던 기분이 난다.   아마 그 여행 이후 곧바로 여행을 했다면 큰 감흥이 없었겠지만 너무나 오랜만에 이런 배낭여행 다운 배낭여행을 하다보니 그저 신나기만 했다.  처음엔 어색하던 우리들은 이제 다들 많이 친해져서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농담도 하고 재밌다.  맨 뒷좌석에 앉은 애들은 트렁크쪽에 일부로 과자며,과일들을 손닿게 넣어둬서 꺼내서 과자도 먹고 과일도 먹으면서 가는데 진짜 이런게 투어의 맛이다.


 여행와서 느끼는 또 다른 여행의 느낌!
 각자 여행 온 여행자지만, 이럴 때 만큼은 마음 맞는 친구들과 1박2일로 어디 놀러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창 밖으로 펼쳐지는 낯선 풍경들.  이런 곳에도 마을이 있고, 밭이 있고, 녹음이 있다.  새삼 느끼는 인간의 위대함. 마날리를 거쳐 그토록 힘겹게 이 곳에 왔는데 옛날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일로 이런 깊숙한 곳까지 자리잡고 들어와 터를 잡고 이 척박한 곳을 오아시스처럼 만들어 풍요로운 곳으로 만들었을까?   도대체 맨 처음 이 곳에 터를 잡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괜시리 궁금해진다.



 그리고 길을 달리며 이름 모를 크고 작은 여러 마을들을 지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더욱 척박해진 땅으로 달리기 시작하는데 굽이굽이 산 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워낙 길도 좁고, 옆에서 언제라도 돌들이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아슬함, 한쪽으로는 절벽.   기사가 그래도 천천히 운전해서 마날리에서 레 올 때 만큼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새삼 생각해보건데  마날리-레 구간의 기사는 정말 크레이지 레이서였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안전하게 천천히 운전하는 지금 기사도 좋았다. 워낙 구불구불 한 길이라  맞은편에서 오는 차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코너를 돌 때 마다 경적을 계속 울려야 했다. 경고의 의미다.



 차는 끝없는 구불구불한 오르막 길을 계속 달리는데 저 앞쪽에 차들이 쭉 늘어 서있었다.  보니까 군용트럭들이었다.   어쩔 수 없이 차를 멈췄다. 무슨 일일까?


 일단 내려서, 상황을 살펴보니 앞 쪽에 군용트럭 하나가 엔진이 고장나서 고치고 있는 중이었다.  길이 좁다보니 트럭 하나가 멈춰서 있는 것만으로도 갈 수가 없었다.  어차피 이런거 즐기자 싶어서 우린 차에서 내렸다.   내리니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여행 중, 수 없이 많은 멋진 풍경들을 마주하게 되지만 거의 대부분은 이렇게 버스나 자동차,기차 등으로 이동 할 때 마주하는 곳들이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구경하고 싶거나 사진을 찍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데 이런 돌발적인 상황이 때론 즐겁다. 이런일 마저도 긍정적으로 생각 할 수 있게 되서 여행이 더욱 즐거운게 아닐까 싶다. 

 멋진 풍경들을 보면서 사진을 못찍고 있어 아쉬웠는데 우리는 이 풍경도 멋지다고 (이때까진 그냥 마냥 좋음 ㅋㅋㅋ 앞으로 뭘 볼지도 모르고 )  사진 신나게 찍으며 놀았다.   사진 찍으며 점프샷도 찍고 하는데, 아직 다들 고산지대에 적응이 안되서 그런지 뛸 때 마다 숨이 헉헉.  정말 센스있게 맞춰서 못찍으면 사진찍는 사람이 그렇게 얄미울수가 없다.





한참을 거기서 시간을 보낸 뒤에 드디어 군용트럭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군용트럭들이 줄지어 가고 우리가 뒤따라 가다가 길이 조금 넓어졌을 때 깜빡이로 신호가 왔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가로질러 갔다.  그리고 아까 같이 사진찍고 놀았던 군인들에게 손인사를 해주고, 지프는 다시 산을 굽이굽이 달리기 시작했다.

차는 끝도 없이 계속 산을 올랐다. 가면서 우리는 끝말잇기, 초성게임을 하면서 엠티분위기를 계속 고조시켰다. 그리고 그렇다가 어느새 약간 모두 지쳐있었다.  살짝 지쳐서 쉬고 있을 때 쯤 지프가 드디어 휴게소 같은 곳에 멈췄다.



이 곳은 휴게소가 아니라 바로 창라 Chang La 
 세상에서 3번째로 높은 곳에 있는 도로였다. 해발 5360미터

 라다크를 여행하다보면 이렇게 도로의 가장 높은 지점엔 휴게소겸 표지석이 서있다.   기념 사진도 찍고 쉴수 있게 해놓고. 응급시설도 있었다.   왜냐하면 고산병이 오면 위험하기 때문에 높은 농도의 산소를 마실 수 있고, 급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다 조치가 되어있다. 



 지프에서 내리니 살짝 현기증이 났다.   숨쉬기도 힘들었다.  마날리-레 구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데  아직 고산지대에 적응이 덜 됐는지 진짜 제법 힘겨웠다. 나름 레에서 적응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3600미터와 5300미터는 급이 달랐다.  일단 나는 쉬엄쉬엄 걸어서 매점쪽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배가 고파서 뭐 먹을거 없나 보니까 사람들이 매기 컵라면을 먹고 있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50루피.씨발 

 그래도 배가 고파서 매기 50루피 사먹는데 진짜 개꿀맛!   아 이때 매기 컵라면에 맛들였다.











 애들은 화장실 다녀오고 사진찍고 뭐하고 뒤늦게 매점에 와서 매기 먹고 우리는 각자 그렇게 휴게소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행이도 고산병으로 엄청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지프에 올랐다.  지프는 다시 길을 달리기 시작하는데 정점을 찍은 뒤라, 이제부터 내리막길 이었다.

 
 굽이 굽이 내려가면서 조금씩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길을 달리는데 물들이 많이 흐르고 있었고 그 물살을 헤쳐서 가기도 하면서 건조한 사막에서 물이 많은 지역에 들어서는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그랬을까 황량한 산맥들 아래로 녹색의 평야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녹색빛.  세상에 이런 풍경이 또 있을까 싶은 멋진 풍경이다. 모습 하나하나 사진 한장한장이 엽서 수준이다. 사진으로 이 풍경을 담아 낼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웠다. 점점 황량하면서도 녹색의 조화  자연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조합을 생각해 낼 수 있을까.








끝없는 푸른들판과 그 들판을 둘러싼 남성미 넘치는 산맥들
 투명하도록 시린 파란 하늘과 흰구름. 너무 아름답다.

 우린 그렇게 판공초로 한발자국 다가갔다.

포스팅 후기)
 판공초 대충 3-4편으로 나눌 생각인데, 이날 하루 사진만 500장 가량되네요.   여행 사진을 정리하다보면 보통 사진 장수로 그날의 임펙트를 느끼곤 하는데 아무것도 안한날은 10여장, 보통 어느정도 돌아다니고 하면 100장 미만이고, 어딘가 엄청 멋진데 갔을 때 200여장인데  판공초의 위엄이 사진 장수에서 나타나네요.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재미나게 보셨다면 꼭 추천버튼 부탁드립니다. (로그인 안하셔도 됩니다)  추천,댓글,공유는 큰 힘이 됩니다! 즐겁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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