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83 [파키스탄/마스튜지] 산두르 고개를 넘다






 버스는 판다르를 떠난 뒤 고즈넉한 풍경을 달려간다.   그렇게 멋진 절경도 아닌 그저 평범한 풍경들이지만 마치 어린시절 아버지를 따라 강원도에 갔을 때 시골버스를 타고 비포장 도로를 달리던 기분이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과 목가적인 시골의 정취들.  그 평화로움 속에서 잠시 쏘세지와 또 자리문제로 다퉜다.    쏘세지가 여자라서 함께 이동 할 때 항상 쏘세지를 창가로 앉힌다. 참 이게 불편한 일인 것이. 나는 창 가에 앉는 것을 좋아하고 쏘세지는 창 가에 앉는 것을 싫어한다. 나는 운전을 할 때도 창문을 열어놓고 운전하는데 그게 더러운 공기고 나발이고 상관 없이 그냥 그 편이 상쾌하게 느껴진다. 혼자서 여행 할 때 창가에 앉아서 흙먼지가 들어오던 말던 창문을 열어놓고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데 쏘세지와 함께 하면서 하나 불편한 것이 바로 이 것이다.







 나라고 창가에 앉기 싫은 것도 아니고, 쏘세지라고 창가에 앉고 싶은 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여자다 보니 인도/파키스탄 남자들이 접촉하면서 괜히 추행을 할 것 같아 보호하려는 차원이었는데 그 때문에 쏘세지가 창가에 앉게 되면서 또 생기는 문제가 바로 창문을 꼭 걸어 잠그는 일이었는데 아무래도 더위/태양이 보통이 아닌 이 곳에서 현지인들도 창문을 다 열어놓고 다니는데 항상 쏘세지쪽에서 창문을 걸어잠그니 안그래도 꽉 낑겨서 가는데 죽을 판이다. 더위와 불편함 이중고, 가끔 쏘세지에게 창문 조금만 열어달라고 애원을 하지만 먼지 들어온다고 거절하는 쏘세지. 어쨌든 덕분에 살짝 또 다투게 되었다.  아무래도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이 아니다보니 때론 이렇게 사소한 걸로 다툼이 벌어진다. 어쨌든 그래도 정말 잘 맞는 여행 메이트 임은 틀림이 없다.




 한참을 달려 크고 작은 마을들을 거치는 데, 정말 너무나 목가적인 풍경이 맘에 쏙 들었다. 흔해 빠진 풍경이지만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추수를 한참 하고 있는 황금빛 들판을 가진 마을을 지나치자 갑작스레 너무나 멋진 풍경이 나온다.  그 곳은 산두르 고개였다.   산두르 고개는 파키스탄 북부의 두 대도시 치트랄과 길기트를 이어주는 대표적인 길로서 파키스탄 북부의 3대 패스에 속한다. KKH (카라코람하이웨이 중국-파키스탄) , 산두르 패스 ( 길기트 - 치트랄 ) , 악명 높은 로왈리 패스 ( 치트랄 - 페샤와르 ) 이 세 도로 중 하나다.




산두르 패스를 거쳐가야 하는 길



길깃에서 치트랄 까지는 수 많은 크고 작은 마을을 지나쳐야 한다



마스튜지에서도 다시 또 이동해야한다.



불과 얼마 되지 않는 거리임에도 하루가 소모 되었다.



 산두르 고개를 넘기 직전 맞닥뜨린 풍경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갑자기 짠 하고 나타는 그 풍경!  거대한 산/ 협곡 사이로 녹색의 평원들이 펼쳐지고  그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에메랄드 빛 강물, 분명 판공초 가던 길에 본 풍경과 비슷하지만 가운데 흐르는 강 때문에 또 다른 멋진 풍경이다. 정말 대박이었다.   어찌나 멋있었는지 쏘세지가 한참 감탄 하다가 나에게 그런다.







 " 오빠 고마워 "

 " 왜? 갑자기 ㅋㅋ "

 " 아니.. 나는 솔직히 치트랄 안갈려고 했는데 그냥 빨리 인도로 넘어가고 싶었는데 ... 오빠 덕분이야 "

 " ㅋㅋㅋㅋ "

 " 진짜 오빠 덕분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네. 고마워 "




 쏘세지가 정말 두번 세번 고맙다고 얘기하는데 괜히 기분이 좋고 뿌듯해졌다.  그렇다. 훈자에서 만난 그 미친깝년 처럼 주댕이만 살아 있으면 훈자만 찍고 겁나서 인도 갔겠지. 그러니까 " 가이드북 필요없어요 " 이 지랄이나 해대고 있지. 정말 사람은 자기가 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해 너무나 쉽게 얘기하곤 한다.   반면에 이렇게 그 마음을 알아주고 감사함을 표해주는 쏘세지에게 나도 큰 고마움을 느낀다. 나 역시도 혼자 였으면 고독했을 이 길이 쏘세지 덕분에 참 좋았다. 언젠가 중동여행에서 너무나 멋진 풍경을 보고도 누군가에게도 얘기 할 수 없어 쓸쓸함을 느꼈었는데 이렇게 함께 멋진 풍경을 보고 함께 감탄을 하면서 기뻐 할 수 있다는 거. 정말 행복한 일이다. 








 어쨌든 기가 막힌 풍경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버스는 달렸다. 그리고 그 풍경이 거의 끝날 무렵 드디어 본격적으로 산두르 고개를 오르기 시작한다. 가파른 경사의 고갯길. 비포장에 구불구불하기 까지 해서 몸이 이리저리 쏠린다.  인도 라다크에서 이런 길을 많이 달려서 훈련이 잘 된 상태. 우리는 이런 길을 완벽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리저리 흔들림 속에서 터지는 유머와 몸 개그들.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렇게 버스를 타고 가며 쏘세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또 때론 혼자서 긴 이동시간 내내 많은 생각도 할 수 있어 좋았다.  쏘세지가 태국에 부모님 오시는 문제를 이야기하며 태국 이야기하는데 많은 것들이 제약이 된 이 곳 파키스탄에서 태국 상상하면서 태국 얘기를 쏘세지한테 해주는데 정말 완전 가고 싶다 태국 ㅋㅋㅋㅋㅋㅋㅋ 




 쏘세지도 얘기듣더니 태국 미칠것 같다고 당장 가고 싶다고 난리. 이렇게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하며 가니 시간도 잘갔다. 그리고 어느 덧 산두르의 꼭대기에 다달았을 때 였다. 마치 인도 마날리-레를 갈 때 느꼈던 그 풍경이 또 나타났다. 높은 지대 정상엔 갑자기 끝없이 넓은 평원이 펼쳐졌다. 그리고 보이는 산두르 호수. 기가 막힌 풍경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밌는 것이 있었으니 폴로 경기장이 떡 하니 호수 옆에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쯤 해서 오랜만에 검문소에 들렸다.  잠시 버스를 세우고 검문 하는 동안, 쏘세지가 화장실이 급한데 이 곳은 허허벌판 대평원. 정말 큰일이었다.










 한쪽 비탈길 언덕에 파키스탄 군인들이 쓰는 초소 같은게 하나 있었는데, 결국 쏘세지는 너무 급한 나머지 그 비탈길을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고 그 초소 뒤로 사라졌다. 버스에 있는 모든 남자들이 쏘세지 움직임에 따라 시선이 이동한다. 다행이도 초소 뒤는 보이지 않는다. 천만 다행이다. 좀 후에 쏘세지가 초소 뒤에서 나온다. 해맑은 표정. 정말 여자들은 이런 부분에서 여행하기 참 힘들것 같다.   검문을 지나고 이제 산두르 평원에서 우리는 다시 고갯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곳 역시 해발 3천미터 이상은 되는지라 아슬아슬한 절벽길을 구불구불 하게 달려가며 아래 위치한 마을들이 한눈에 보인다. 그리고 이제부터 이름 모를 수 많은 마을들을 지나치며 사람들이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어느 새, 오후에서 저녁이 되어 점차 어두워진다. 몇 곳의 천막만 달랑 세워진 휴게소와 크고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다보니 드디어 완전히 어두운 밤이 되었다. 차 안에서도 하늘에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전히 버스는 비좁고 비포장의 산길을 달린다. 여행을 하며 이렇게 이동 하면서 보는 크고 작은 마을들을 보면 난 참 늘 똑같은 생각이 든다. 이들은 뭘 하고 놀까? 이들은 행복할까?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들.  지나가며 보는 그들의 가정집. 행인들을 보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시간도 잘가고 즐겁다.



 

 완전히 어두운 밤길은 우리 버스에서 비추는 헤드라이트만이 바로 앞을 비춘다.  다시 어느 마을 하나에 접어 들었다. 그런데 왠지 직감? 여행자의 감으로 생각해보건데 이 마을이 마스튜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감은 정확하다. 마스튜지에 도착했다.  완전히 작은 시골 마을. 우리를 내려 준 곳은 터미널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그냥 공터? 아니지 공터라고도 부르기에도 민망한 그냥 버스 한대가 겨우 들어갈 작은 공간.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마스튜지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창 밖으론 완전 어둠. 불빛도 흐린 백열전구 하나를 켜놓은 작은 상점 하나만이 이 곳을 밝히고 있었다. 도시가 아니다보니 암울하고 세기말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역시 언제나처럼 처음 온 곳은 막막하다.  가이드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곳에 숙소는 있겠지....  막막함에 휩싸인다. 여행 중 이 순간이 가장 짜릿하다. 막막함에 부딪혔으나 새로운 뭔가가 기다릴 것 같은 기대감.



 버스에서 내려 언제나 처럼 담배한대 피며 어떻게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갑자기 한 젊은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한 손에 노트를 들고 서 있는 그 남자는 어설픈 영어로 숙소/경찰서 뭐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 몇몇 단어를 제외하고는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으로 아까 버스에서 내리기 전 한 친절한 아저씨가 해줬던 말이 머리를 스치고 갔다.



 " 너네 마스튜지 도착하면 숙소 가기 전에 경찰서 가서 외국인 등록부터 해야 될껴 "


 그 말이 뇌리를 스치자.. 설마? 경찰??   그 생각을 하고 남자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자, 남자는 경찰이었고, 우리가 체크포인트(검문소)들을 거쳐오면서 우리가 도착한다는 소식을 전해받고 우리를 등록시키기 위해 기다렸던 것이다. 밤늦게 도착을 했으니 경찰서 문은 닫았을테고 아마 짬이 안되는 말단의 이 남자가 그래서 외국인 등록 장부를 들고 우리를 기다렸으리라. 일단 우리는 숙소부터 구해야 해서 남자에게 숙소를 구해야 된다고 어필을 했다. 남자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우리를 숙소로 데려가겠다며 따라 오라고 한다.



 경찰이 앞장서고 나와 쏘세지가 뒤따라 걷는데 정말 개뿔 쥐뿔 암 것도 없다. 이건 무슨 개깡촌도 이런 깡촌이 없는 것 같다. 남자는 우리를 마을의 작은 사거리 (말이 사거리지 그냥 골목길임)에 있는 한 구멍가게로 데려갔다.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구멍가게 주인에게 숙소를 물어본다.  구멍가게 주인과 한참 이야기 하다가 숙소 얘기를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 그래서 너가 지금 알려준 숙소가 하룻밤에 얼만데? "



 경찰은 다시 주인과 한참을 이야기 한다.

 

 " 1500루피래 "

 " 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안돼! 더 싼데.. "


 한참 구멍가게 주인과 이야기 하더니 경찰은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그리고 통화가 끝난 뒷 우리를 따라오라고 하고 길을 나선다. 우리가 마스튜지 도착할 때 내려온 비탈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진짜 완전 가파른 경사길을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올라가다보니 쌔가 빠졌다. 항상 이런식이다 ㅋㅋㅋㅋ  힘겹게 이동하고 난 뒤 다시 또 숙소를 구하는 여정. 뭐하나 편하게 되는게 없다.  경찰은 쏘세지의 배낭을 달라고 하더니 대신 들어준다고 하는데 쏘세지도 그런 흔한 여자가 아니다. 끝까지 거절하고 자기가 들고 가겠다고 한다. 정말 얘는 보면 볼 수록 가정교육을 잘 받았다.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게 큰 죄악이라고 가정교육을 배운 것 마냥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신세를 지면 항상 감사함을 표시한다.



 어쨌든 경찰이랑 짐가지고 한참 실랑이하더니 기껏 손에 들고 있는 가방을 경찰에게 건네준다. 


 " 야 무거운 배낭 주지 왜 그걸 줘 "

 " 됐어! 내가 할 수 있어 "


 " 오~ 이대 나온 여자~ ㅋㅋㅋㅋ 할 수 있대 "

 " 하지마~ "



  여자고 동생이지만 배울 점은 많다. 어쨌든 경찰과 힘겹게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돼!!! " 

 

 " 좀 만,, 거의 다 왔어 "


 그리고 한참을 오르자 어떤 남자가 나와 있다. 그 남자와 경찰은 인사를 나누고 곧장 그 남자를 따라 언덕끝 길에서 다시 깜깜한 골목길로 빠져 걸어갔다. 정말 으시시 할 정도로 깜깜했다. 뭐 이딴데 숙소가 다 있나 싶을 정도. 우리가 이내 도착한 곳은 "투어리스트 가든 게스트하우스"라고 적혀있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지만 정갈한 정원이 나오고 한쪽 길을 따라 쭉 안으로 들어가니 숙소 건물이 있고 바깥에는 두 중년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둘이 노닥거리는데 가까이 도착하자, 대마초 냄새가 확 났다. 





 일단 힘이 들어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르며 그들이 앉아있는 테이블 의자에 턱 하니 앉았다. 숨이 턱턱 막혔다.   쏘세지는 의자에 앉을 힘도 없는지 계단 턱 한쪽에 걸터 앉는다. 잠시 숨을 고르고 경찰이 일단 등록을 하자고 한다. 장부를 펴서 늘 하던대로 기입을 쭉 했다. 너무 많이 해서 진짜 술술 적혀진다.  



 " 이제 끝난거지? "

 " 어! "

 이러면서 경찰은 볼 일이 끝났음에도 잠시 두 중년의 남자와 노가리를 깐다.



 이제 본격적으로 숙소 흥정을 시작해야 된다. 어차피 이 동네 잠깐 살펴본 봐로는 숙소가 또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있다 하더라도 이동할 힘도 시간도 없다. 무조건 이 숙소를 결정해야되는데 참 이렇게 선택지가 없을 때 슬프다. 흥정을 사랑하는 나로선 너무너무 슬퍼.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두 중년의 남자 중 한명은 약간 개구지고 너그러운 인상이었고 다른 한명은 나름 미중년이었다. 그리고 이 곳의 주인은 그 미중년의 남자였다. 나는 이제 본격적으로 흥정 할 요량으로 말을 붙였다. 



너 웃긴녀석이구나 허허



 " 방 얼마죠? "

 " 700루피 "

 " 헥~ 비싸요! 깎아줘요 "

 그러자 두 남자는 마주 보고는 껄껄 웃는다.


 " 600루피 "

 " 아니아니 더 더 "


 " 얼마면 자겠어? "

 " 더 싸면 잘게요 "

 

 " 안돼.. "

 " 깎아줘요. "


 " 지금 완전 늦은 밤인데...  좀 깎아줘요 " ( 쏘세지야 그리고 넌 방 좀 한번 봐봐 )

 쏘세지가 일하는 사람을 따라 방을 보러 들어가고. 나는 계속 흥정


 " 좀 만 더 깎아주면 좋잖아요 플리즈 플리즈 "

 그 남자는 호탕하게 껄껄 웃더니 " 알았어 500루피 "


 아직 200루피 밖에 못깎았다.

 방을 보고 나온 쏘세지는 방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얘기를 해준다.


 나는 막 웃으며 살갑게 더 깎아달라고 얘기를 했다.

 주인 남자의 인상이 살짝 구겨질라고 한다.


 " 토라 깜까로나~ ( 인도/파키 말 : 조금만 깎아주세요 ) "

 " 멩가헤~ 토라 깜까로나~ " 

 계속 이러자


 남자의 인상이 조금 펴지더니 웃는다. 하지만 단호하다.



 난 마지막 필사의 말로 


 " 지금 시간이 9시. 우리 내일 새벽 5시에 치트랄 가기 위해서 일어나야 되요"

 " 알지.. "

 " 전기도 안쓰고 우리 곧바로 잘꺼고, 물도 안씀!!! 나 안씼음!!!!  아무것도 안하고 잠만 잘께요! "


 이러자 두 중년의 남자가 빵터진다. 완전 호탕하게 웃더니 나에게 " 너 재밌는 녀석이구나! " 라고 얘기한다.  나도 웃고 쏘세지도 웃고, 남자들도 웃는다. 티비 드라마 씨트콤처럼 갑자기 다 껄껄껄껄 하하하하하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700루피의 숙소를 400루피까지 깎았다.  유쾌한 사람이다.  호탕하다.



 마당이 날씨도 선선하고 좋아서, 흥정이 끝나고도 담배 한대 피며 그 곳에 앉아있고 쏘세지는 방으로 옮겨 들어갔다. 잠시 얘기하는데 숙소 주인의 이름은 '자팔'   둘은 지금 술 한잔하며 대마를 빨고 있었다고 .


  " 술 좀 남았어요? " 

 묻자.

 테이블 밑에 숨겨놨던 빈병을 들며 " 아쉽게도 끝이네.. " 




 슬펐다. 사실 무슬림들이 술을 금지 시킨다고 해도 이렇듯 다들 집에서는 몰래 많이들 마신다. 세상에 하지 말라는거 다 안하면서 사는 사람이 어딨겠나 그게 사람이지. 어쨌든 이제 살짝 술자리가 끝나고 둘이 밥을 먹으려고 했다며 우리도 함께 먹으라고 한다.   일하는 남자가 음식을 서빙해서 테이블 위에 깔기 시작하는데 치킨(커리), 비리야니, 샐러드(토마토,양파,민트 다진..) , 싱싱한 오이까지 완전히 진수 성찬이다. 하루 종일 굶은 탓에 완전 맛있어 보이는 그 음식을 거절 할 수가 없다. 



 방에 있는 쏘세지를 불렀다.

 " 쏘세지야 밥 먹어. "

 

 방에서 나오더니 쏘세지가 살짝 걱정한다. " 이거 나중에 돈내라고 하면 어떻게 해 "

 " 내면 내는 거지 뭐.. 공짜로 주면 좋은거고, 아니면 뭐.. "


 " 난 안먹을래 "

 " 그러지 말고 좀 먹어 하루종일 제대로 먹은 것도 없는데 "

 

 하루 종일  굶은 탓에 완전 개꿀맛이었다.  정말 맛나게 잘 먹고는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하는데 정말로 좋은 사람들 같았다.  술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쉽다.  밥을 먹으며 자팔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좀 슬픈 이야기를 한다.




 " 마스튜지에 여행자들이 오면 다들 마스튜지에 밤에 도착해서 아침일찍 곧바로 치트랄이나 길깃으로 떠나 "

 " 그렇겠네요 "

 " 마스튜지 여기도 참 이쁜 호수도 있고 좋은 트래킹 코스도 있고 아름다운데.. "

 " 그래요? 나도 잘 모르니까... "



 자팔의 말대로 여행자들이 자기의 고향 마스튜지를 그저 스쳐지나가는 곳으로 여긴다는 것이 그로선 아쉽겠다. 자팔이 자기네 동네는 스쳐지나가는 동네일뿐 이라고 얘기하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데,  정말 술 한잔이 너무나 그리운 밤이다.




 

 정보) 무슬림 종파

  이슬람의 종파로는 크게 순니/시아 이렇게 두가지가 있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 하는 것이 순니파. 

  시아파는 순니에 비해서는 소수지만 특히 이란은 거의 시아파다. 이외에도 이라크 등 몇몇 국가는 시아파의 비율이 꽤 높은 편.  둘의 차이는 깊게 들어가면 얘기가 길어지니 간단하게 얘기하면 이슬람 역사에서 정통성을 어느 쪽에다 부여하느냐의 차이. 


 그리고 이외에 이스마일리 파가 있다. 

 이스마일리파는 다른 두 거대 종파에 비해 좀 융통성이 있는데 술도 마시고 자유로움, 이번 여행에서 만난 대표적인 이스마일리들은 훈자의 대부분 사람들이 이스마일리파, 길깃에 아지즈 등도 이스마일리파. 그리고 지금 만난 자팔도 이스마일리파.  이스마일리파의 20%이상은 술을 즐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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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기는 스쿠버동호회 badasanai dive에 연재가 완료된 글입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badasanai dive로 고고아래 사진을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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