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87 [파키스탄/페샤와르] 아마 넌 여기에 왔으면 울었을꺼야, 세기말적 분위기의 페샤와르


 




 치트랄에서 페샤와르로 향하는 악명높은 길,로왈리 패스.  현지인들도 힘겨워하는 이 굽이굽이의 언덕길도 어느덧 정상에 도달 했다. 정상에 도착했다는 기쁨과 함께 눈앞에 펼쳐진 전경. 그리고 정상부근에서 양떼,염소떼를 치는 사람들. 황량하면서도 멋진 풍경과 목가적인 풍경이 뒤섞여 기분을 묘하게 업시키고 있다. 



 정상 부근을 지나친 이후,  자동차도 이제 힘겨운 고비는 넘었다고 기쁜지, 쭉쭉 언덕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언덕길을 좀 내려가다 어느 작은 식당 앞에 섰다. 이 곳도 휴게소인 모양인데 우리는 여기서 서는게 아니라 잠시 기사가 내려서 짐을 내리더니 음식재료로 보이는 푸대를 몇개 건네 주고 돈을 받는다. 이렇게 차들은 버스의 역할도 택배의 역할도 하고 있었다. 뭐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인도 파키스탄을 여행 할 때면 정말 뭐 하나 버릴게 없다는 것을 느낀다. 정말 알뜰살뜰하다.  





 

 자동차는 변화가 없었지만, 한결 편해졌다. 왜냐하면 풍경이 훨씬 기분 좋게 펼쳐져 있었기 때문에. 어느새 또 체크포인트가 있었다.  검문소와 경찰들이 있는데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우리에게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간단한 질문들을 던진다. 여기까지 오면서 지나쳤던 체크포인트들 처럼 장부만 적으면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여권을 달라고 한다.  나나 쏘세지 둘다 복대 깊숙히 여권이 있어서 여권을 꺼내려면 여간 곤욕이 아니었는데 안그래도 차에 사람들이 꽉 차서 몸을 그냥 움직이기도 힘든데 복대에 있는 여권을 꺼내려니 미칠지경. 그 꼴을 보고있자니 안돼보였는지 우리 라인에 탄 파키스탄 아저씨들이 차에서 내려서 우리가 몸을 움직이기 편하게 해준다. 여권을 복대에서 꺼내 경찰에게 건네 주자. 자기들끼리 한참을 본다.



 나도 경찰들을 자세히 관찰했다.  파키스탄 경찰 견장에는 그 지역 이름이 적혀있는데  CHITRAL 이라고 적혀있던 견장은 어느새 DIR라고 바뀌어있었다. 아마도 지역이 바뀐 모양이다. 경찰은 한참을 무전으로 어딘가 얘기를 하고 계속 쓸데 없는 질문과 확인을 거듭했는데 그래도 뭔가 관료적인 느낌이 아니라, 우리의 안전문제라던가 낯선 외국인에게 어떻게 해야되는지 묻는듯 해보였다. 지겨운 체크포인트였지만 그들의 친절하고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고맙다고, 그네들 말로 하니. 

 


 서양놈들이 " 오우~ 김치 너무 좋아요~ " 하는 말을 들은 한국놈들 마냥. 얼굴이 환해지며 밝은 얼굴로 여행 잘하라며 손을 흔들어준다.  귀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후에도 엄청나게 체크포인트가 잦아 졌다. 아마도 그것은 바로 저 멀리 고개를 넘으면 아프가니스탄이기 때문일터. 그래서 더 체크포인트가 많은가보다. 정말 한번은 체크포인트 지나고 100미터도 안되서 또 체크포인트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수 많은 짜증나는 체크포인트들을 지나 고개를 내려오며 크고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는데 참 이런 고개에도 마을들이 있다는게 신기했다. 그리고 늦은 오후 하교길에 나선 수 많은 교복입은 아이들을 보니 신기하기 까지 하다.



 나는 세상의 끝에 온 듯한 기분이었는데 이 곳에도 저 쪽 아프가니스탄 너머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런게 재밌다. 파키스탄이란 나라도 멀게 느껴지는 사람들, 그런데 거기서도 깡시골들(그래도 가이드북에 나오는), 그리고 그 깡시골들보다 더 깡시골인 곳들도 이렇듯 사람들이 살아간다.  그리고 이제 언덕을 완전히 내려와 우리는 큰 마을에 들어섰다.  그리고 너무나 감격적인 것을 본다.  도로가 포장되어있다.  게다가 도로에 차선이 그려져 있었다.




문명, 도로포장과 차선!





 파키스탄 여행 한달여만에 보는 포장도로와 차선.  이 당연한게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 곳에 내가 있구나 실감난다.  100만년만에 느껴보는 포장도로들은 실크처럼 부드럽고 편안했다. 쏘세지랑 나랑 둘이서 정말 너무 기뻐하고 좋아하며 그 포장도로를 온 몸으로 느꼈다.  마치 호주에 있을 때, 몇개월간 신호등을 못보다가 퍼스에 돌아오는 길 신호등을 보고 문명을 느꼈을 때의 그런 기분이다. 


 

 " 야..진짜 대박이다. 포장도로가 이렇게 편하다니 "

 " ㅋㅋㅋ 오빠 진짜 대박이야 나 이런 도로면 이렇게 껴서 가도  일주일이라도 차를 타고 갈 수 있을것 같어 "



 진짜 그 말이 사실이었다.  일주일 내내 타고 가라고 해도 타고 갈 수 있을 정도로 편안했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 지나서 뭐 하나만 해결되면 행복해진다. 사람을 만족하게 하는 법을 아는 파키스탄!  신나는 포장도로를 지나는데 어느새 어둑어둑 저녁이다. 큰 마을을 지나는데 포장도로 옆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 아담하게 강변에 자리 잡은 마을. 마치 강원도 평창의 어느 길을 드라이브하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정도. 



 지나치는 이정표에서 확인한봐 이 지역이름이 확실히 DIR가 맞는듯 했다.  그리고 DIR를 지나면서  체크포인트는 더욱 많아져서 이제는 트래픽을 유발시켰다.  검문소에서 차를 세우고, 차문을 열고 이제는 현지인들의 신분증, 얼굴까지 꼼꼼히 살핀다. 아프가니스탄과 가까워서 이 정도로 하나 싶다.  



 이제  해가 완전히 지고 어두운 길을 달리고 달렸다.  눈이 점점 피로하고 피곤해졌다.  생각해보면 오늘 새벽 1시에 캘라쉬 마을에서 일어나서,  하루 종일 차만 탔으니 그럴 법도 하다. 완전히 어두운 도로를 한참을 달리며 이제 조금씩 도시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목적지에 거의 다달았는지 사람이 한 두명씩 내리기 시작한다. 



 도로에 차가 막히는 것을 본지도 정말 오랜만이다. 어두운 도시의 밤, 누군가 소변이 급한지, 차는 잠시 도로 한쪽에 차를 세우고, 사람들이 다 내려서 기지개를 펴고 몸을 스트레칭한다. 어두운 도로 한켠에서 남자들이 이 곳 저 곳에서 소변을 보기 시작하길래 나도 함께 했다.  정말 몸이 너무 찌뿌등하고 죽을판이었다. 진짜 피로하다.  미칠 것 같은 피로도. 쏘세지도 완전 지쳐있었다.  다시 차에 올라 또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밤 10시가 되었다. 거의 12시간 가까이 달려왔다. 이 쯤이면 페샤와르겠구나 싶었는데 진짜 대도시 기운이 느껴지는 곳에 들어왔다. 완전한 도시였다. 페샤와르다.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대도시다.  


 

 여기서 잠깐, 페샤와르는?

 


 페샤와르는 아프가니스탄 카불과 바로 마주하고 있는 도시다.   도시의 지리적 이점 때문에 고대부터 무역상들의 거점이 되는 도시다. 그렇다보니 엄청난 번영을 누렸던 도시로 문화와 유물들도 풍요로운 곳이다.  하지만 현대로 들어와서는 바로 옆 아프가니스탄의 크고 작은 전쟁으로 인해 냉전시대 부터 현재까지도 수 많은 첩보원들의 활동지가 되는 곳이다. 첩보소설이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 곳 페샤와르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현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들이 생산해내는 마약들을 옮겨와 세계로 수출하는 이른바 마약딜러들의 천국.  지금 페샤와르는 고대의 찬란한 문화와는 또 달리 어두운 밤의 세계는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위험도시. 



 하지만 반면에 그 찬란한 영화로 번영했던 도시 답게 찬란한 문화유산들이 많은데, 우리가 페샤와르에 오기로 결정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지폐 뒷면이다.   어느날 훈자에 있을 때 파키스탄 돈을 쭉 늘어놓고 구경하며 관찰하는데 뒷면에 파키스탄의 문화유산들이 (우리나라 지폐처럼) 나오는데 그 넓은 파키스탄 땅에서도 무려 페샤와르에 위치한 것이 3개. 그리고 그 중 가장 고액권인 1000루피 지폐 뒷면 역시 페샤와르의 이슬라믹 컬리지가 나와있을 정도.  이 정도면 페샤와르를 안 올 수가 없잖아.


 




 버스는 대도시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 진짜 대도시다. 얼마만인가!  그리고 큰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선 버스.  터미널안에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차들이 있었다. 드디어 페샤와르 도착.  차에서 내렸다.  언제나처럼, 도대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일단 언제나처럼 담배 한대를 피며 머리를 굴렸다.



 그래도 페샤와르는 론리플래닛에 자세히 나와있는 편이라 그리 걱정은 되지 않았다. 버스 운전기사가 지붕에 올라가 사람들에게 짐을 내려주고 사람들은 저마다 어디론가 휙 다 떠나버렸다. 나와 쏘세지 단 둘만 덩그러니 남았다.  파키스탄에 무슨 여행자들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니, 삐끼도 없고, 택시기사들도 없다. 그냥 어두컴컴한 터미널에 덩그러니 남아서, 론리플래닛을 보며 어찌할까 고민고민. 그런데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가 너무 친절하게도 다 정리를 끝낸 뒤, 우리에게 어디를 갈껀지 물어보길래. 우리는 일단 현재 위치를 물어보고, 론리에서 봐둔 숙소를 하나 찝어서 그 곳에 가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기사아저씨는 어디론가 휙 가더니 오토릭샤 하나를 데려 온다.   이야~ 릭샤 얼마만에 보나. 정말 반갑더라.  운전기사 아저씨는 릭샤왈라에게 우리가 갈 곳에 대한 위치 설명과 함께 흥정까지 해줬다. 진짜 우리는 아무것도 안하고 다 해줬다. 너무 고마웠다.   나중에 알았지만 지금 우리가 서있던 곳이 General Bus Stand  큰 대로 맞은 편에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대우버스터미널도 있다. 너무너무  반갑다.   진짜 이제 고생 끝이구나 싶었다. (다음 이동지 때도 편하겠다!)




 론리에서 보니 대충 쇼바 촉(인도/파키 말로 사거리, 시장등으로 쓰임)이라는 곳에 숙소가 몇개 몰려있길래 그리로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그렇게 기사아저씨의 도움으로 100루피 주고 릭샤를 타고 쇼바촉으로 향했다.다. 릭샤를 타고 달리는 시원한 거리. 대도시는 어둡고 우중충 했다. 꽤 먼거리를 달리는데 100루피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의 거리였다. 페샤와르의 첫 인상은 정말  대도시 답게 뭔가 암울하고 분위기가 세기말적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릭샤왈라가  조금 헤맨 뒤에 우리는 쇼바촉에 도착했다. 근데 문제는 릭샤왈라가 우리가 찍은 숙소를 못찾는다, 경찰이며 문 열고 있는 식당들에 물어물어 드디어 우리가 찍은 숙소가 있는 시네마 로드 Cinema RD에 도착했다.   릭샤비를 내고, 씨네마 로드에 선 기분.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   농담아니고, 진짜 존나 등에 식은 땀이 났다.  어두컴컴한 도로, 완전히 낡은 건물들, 지나가는 껄렁껄렁한 남자들, 나와 쏘세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들의 시선과 웃음소리.




 완전히 빈민가, 할렘가에 온 기분이었다. 일단 우리는 눈에 보이는 숙소에 갔는데 다행이도 론리에서 본 대로 이 길에 숙소들이 엄청 많이 보였다.  본격적으로 방을 구하기 시작하는데 18.  가는 숙소마도 모든 방이 다 FULL




 말이 되나.

 뭔가 이상했다.




 안그래도  하루종일 이동하고 완전히 지쳐있는데 이 낯선 길거리를 무거운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고 있으니 진짜 진이 빠졌다. 원래대로라면 쏘세지나 나 둘중 한명이 짐을 지키고 한명이 빠르게 돌아다니면서 숙소를 구하면 되는데 여기 분위기상 절대 쏘세지를 혼자 돌아다니게 하는 건 말도 안됐고, 반대로 쏘세지를 어디 혼자 두는 것도 절대 말이 안됐다. 그렇다보니 정말 힘들게 둘이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이 숙소 저 숙소를 계속 돌아다니는데 말이 안될 정도로 방이 풀이다.



 FULL 의 연속,  그 가운데 드디어 한 숙소가 방이 있다고 한다. 일단 가격부터 물었더니 1000루피를 부른다. 일단 방을 보기도 전에 깎고 깎아서 700루피까지 깎고, 일단 방을 확인하기로 했다. 사실 나같은 경우엔 별로 상관없는데 쏘세지는 방을 꼭 확인을 하는 편이라, 나는 지쳐서 1층에 머무르고 쏘세지 혼자 방을 보러 위로 올라갔는데 쏘세지가 씩씩거리면서 내려온다. 



 " 왜 그래? "

 " 아 기가 막혀 "

 " 왜? "



 " 아니 너무 당당하게 방 체크해도 되냐고 물으니까 체크하라고 하길래 방 좋나보다 싶었는데 "

 " 어.. "


 

 " 아 그래, 방은 좋아. 근데 헐 지금 방금 까지 사람이 있다 나간거 같은 거 있지 "

 " 어쩌길래 "


 " 아니 막..이불은 헝크러져있고, 쓰레기가 방 여기저기 있고, 담배꽁초들도 그대로 있고, 담배냄새 나고 있는데.."

 " 헐 "

 

 " 아 진짜 어이없다. 오빠 진짜 아무리 잘데 없어도 여긴 아닌거 같아 정말 기본이 안돼있어 "



 결국 우리는 겨우 하나 찾은 방있는 숙소에서 나왔다. 다시 배낭을 메고 길에 나섰다. 그 긴 씨네마 로드의 모든 숙소를 확인하고 좀 더 큰길로 가기 위해 큰 도로 쪽으로 향했다. 큰 도로 쪽으로 나오니 더 암울. 진짜 숙소는 보이지도 않고, 도로는 어둡다. 정말 우리 둘 여기서 어떻게 된다고 해도 아무도 모를 정도로 암울한 분위기를 풍긴다.    일단 다시 또 숙소가 밀집된 쇼바촉으로 향하기 위해 걷는데 너무 지친다. 그냥 바닥에 주저 앉고 쉬고 싶을 정도. 지쳐서 우리는 잠시 길거리에 멈춰서서 배낭을 내려놓고 숨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담배 한대 피고 있는데 바로 앞에 숙소가 하나 있는데 저기 까지 FULL이면 정말 길바닥에서 자야 될 판이다. 

 


 그러던 와중, 어떤 청년 둘이서 길을 지나가고 있다가 갑자기 말을 건다.


 " 너네 방구하니? "

 " 어. "

 " 그래 그럼 따라와 "



 그러더니 바로 앞 그 숙소로 먼저 들어간다.  일단 나는 길가에서 짐을 지키기로 하고 쏘세지가 따라 들어갔다.  쏘세지가 한참 후 위층에서 나를 부른다. 짐을 가지고 올라오라고,  그 청년들이 도와줘서 함께 배낭들을 메고 계단을 올랐다. 숙소는 3층에 위치해 있는데, 쏘세지가 열악하지만 일단 방이 있고, 애들도 착한것 같고 가격도 500루피니 여기서 자자고 이야기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 방은 거기서도 다시 또 올라가야 했다. 건물 꼭대기층.

 


 계단을 올라올라 꼭대기에 도착하니 여러 방이 있었다. 그리고 한 방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씨발 ㅋㅋㅋㅋㅋ  아 이거 뭐지!!  500루피에는 택도 없는 수준의 방이지만 뭐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정말 방 묘사를 하자면 일단 방문을 열면 두개의 침대가 놓여져있다.  그러면 공간 끝.   그리고 화장실이 있는데 화장실은 정말 딱 사람 한명 들어갈 정도의 공간. 




 방에는 복도 쪽으로 창문이 있는데 그 창문에 에어콘 실외기 같은 것을 박아놨다. 물론 실외기는 아니고 냉풍기(?!) 같은 것. 방이 좁다보니까 놓을 자리가 없으니 냉풍기가 방 창문에 놓여져있는 것. 창문에 꼭 들어 맞지 않으니 창문과 그 냉풍기 간격만큼 그냥  뻥 뚫려있고,  그 복도쪽 침대에는 당연히 절반만큼 거대한 그 냉풍기가 침입해있었다.  침대 둘 중에 누가 어디 쓰는지 이건 고를 필요도 없이 당연히 남자인 내가 바깥쪽에 자야 된다. 쏘세지에게 안쪽에 자라고 자리를 주고 나는 바깥쪽에 걸터 앉았다.




 자리에 앉으니 덥고,무덥고 퀘퀘한 공기가 나를 감싼다. 이제 주변공기가 느껴지나보다.  진짜 몸이 힘든 상태에서 계속 배낭메고 숙소 찾으로 돌아다녔더니 그냥 아주 몸이 땀범벅이다. 이제 시원한 날씨는 완전히 안녕. 밤에도 무더운 평지에 내려왔나 보다. 여름에 태국/인도를 시작으로 진짜 이제서야 본격적인 더위를 느끼기 시작한다. 고산지대여 안녕. 얼마만의 무더윈인지 그동안 고산지대 시원한 곳을 여행해서 잠시 여름이란걸 잊었다. 



 너무 더워서 옷을 입고 있을 수 없다. 일단 쏘세지에게 씻으라고 하고, 난 편하게 씻으라고 웃통을 벗고 밖으로 나왔다. 복도 테라스로 나오자, 그나마 조금 시원하다. 담배 한대 피며 바깥의 거리를 보는데 정말 암울하기 그지 없다.  일하는 애가 올라오더니 체크인 숙박계를 쓰라고 하길래, 니가 좀 가져다 주겠니? 부탁하니까 친절하게 숙박계를 가지고 올라온다. 그리고 숙박계를 쏘세지꺼까지 다 적고, 돈을 지불했다.  잠시 그 녀석과 이런저런 이야기하는데 친절했다.   난 답답한 마음에 담배만 계속 폈다. 담배를 피고 있으니 쏘세지가 자기는 다 씻었다며 나보고 씻으라고 한다. 



 비좁은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니 그래도 좀 상쾌하고 시원하다.  하지만 이내 방안의 무더운 공기로 금방 몸이 뜨거워졌다. 침대에 앉아서 잠시 멍하니 멍을 때렸다.  드디어 페샤와르에 왔고, 오늘 하루에 대해 쏘세지랑 이런 저런 얘기하며 내일 일정에 대해 논의 했다.   내일 뭘 볼지, 어떻게 할지. 페샤와르에 며칠 묵을지에 대해 논의하는데,  나는 너무나 암울한 이 도시의 분위기에 졌다.



저 거대한 냉풍기가 창문에 꼭 들어맞게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저 튀어 나온 만큼 안으로 들어와 복도 쪽 침대를 침범하고 있다.



  내가 론리를 보며 지도를 보며 대충 볼거리와 동선을 짜보니까, 만약에 우리가 내일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하게 움직인다면 반나절이면 이 곳 페샤와르의 주요 볼거리를 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오후나 저녁쯤이면  이슬라마바드에 갈 수 있을것 같더라. 그래서 쏘세지에게 내일 일찍 일어나서 싹 훑고, 그냥 오후에 이슬라마바드로 가는게 어떤지 물었다.



 나는 이 도시에 무슨 그런 영화가 있고, 찬란한 문화유산이 있다는지 이해가가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도 암울한 도시 분위기에 얼른 이 도시를 벗어나고 싶었고,   쏘세지 역시 암울한 숙소와 세기말적 도시분위기에 눌려서  우리는 그냥 페샤와르를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맘 뿐이었다. 그리고 우린 곧장 서로 논의 하면서  페샤와르에서 볼 것, 가볼 곳을 정리 하는데,  일단 론리플래닛을 보면 페샤와르는 올드시티와 시장이 엑기스다. 일단 볼거리를 대충 정리했다.



 1. 올드시티

 2. 페샤와르 뮤지엄

 3. 이슬라믹 컬리지



 이 정도는 꼭 필수로 확인하고, 아프가니스탄 국경과 맞닿은  카이버 패스는 생략하기로 했다. 일단 의미가 있는 길이지만 어차피 아프가니스탄을 들어갈 것도 아니고 그러면 결국 뭐 길이 길이지 뭐 별거 있겠는거다. 만약에 아프가니스탄 카불로 이동한다면 정말 너무나도 의미가 큰 곳이겠지만 갈수 없는 길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막상 이렇게 일정을 짜고, 내일 곧바로 페샤와르를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페샤와르를 벗어나면 진짜 파키스탄도 끝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시원섭섭하다.



 쏘세지는 잔다고 침대에 눕고, 나는 방안이 너무 더워서 바람도 좀 쐬고 담배를 피기 위해 복도로 나와 테라스로 향했다.   페샤와르의 어두운 밤거리와 낡은 건물들이 보인다.   정말 너무나 암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마치 인도배낭여행 처음 할 때 느꼈던 암울한 기운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분명 그 때도 그런것처럼 아침이 밝아오면 이 거리들도 활기 넘치고, 내일은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기리라. 그리고 대도시 답게 분명 풍부한 길거리 음식이 기대가 된다. 




지구 멸망 이후 모습 같았다.

건물도

사람들도

분위기도



 과연 그렇다면 내일 떠나기로 한 결정이 잘한 결정일까 살짝 망설여진다. 정말 좋고 멋진 도시인데 포기하는것은 아닌가. 담배를 피며 지난 여행들을 혼자 반추했다. 뭔가 진짜 파키스탄 여행이 끝물이라고 생각하니 여행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기분이 묘하다.  페샤와르의 밤거리를 내려다보며 대도시의 밤. 길거리에서 자는 사람들. 이 새벽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생각이 많아 지는 밤이다.  담배를 끄고, 방으로 가자 낡고 거대한 냉풍기는 정말 소리도 엄청나다. 그래도 잠이 너무나 잘 올 정도로 피곤한 하루였다.  여행자의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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