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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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엔데이 여행기
인파서블 여행기

#149 [라오스/루앙프라방/방비엥] 다시 방비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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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파서블 여행기 첫편부터 보기
 


 오늘은 루앙프라방을 떠나 방비엥으로 돌아가기로 한 날이다.  라오스의 아침이면 흔히 볼 수 있는 탁발행사를 보기 위해 오랜만에 이른 새벽에 눈을 떴다.  서주누나와 골목에서 만나 탁발 행사를 위해 길을 나섰다. 아직 어두운 새벽 5시 반, 날씨가 엄청 쌀쌀하다. 



▲ 이른 새벽 어두운데도 벌써 시장이 열리고 있다.



▲ 동이 터오면서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은 탁발을 기다리고 있다. 보통 사원입구면 적당



▲  시간이 되자 사원입구에서부터 탁발행렬이 시작된다.





 오랜만에 뭔가 하겠다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니 기분이 상큼하다. 옛날엔 일출 본다고 뭐한다고 부지런히도 했었는데 이젠, 게으른 여행자!


 탁발행사는 루앙프라방 전체에서 이뤄지지만 분명 가장 규모가 큰 곳이 있으리라, 당연하게도 가장 유명한 사원인 왓씨앙통 근처의 탁발행사가 볼만 하지 않을까 싶었다. 서주 누나와 큰 길로 나와 걷는데 우리 말고도 몇몇 여행자들이 보인다. 일단 큰길 쪽으로 걷는데 새벽임에도 뭔가 분주한 느낌이 가득하다. 관광객들을 실은 리조트 차들이 모두 왓씨앙통 방향으로 향한다. 


 우리는 좀 걸어가다, 살짝 귀찮아서 그냥 이름 모를 사원 앞에 서서 탁발을 기다렸다.  결국 어디에서나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게으른 여행자들의 마음.  사람들이 점차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동이 터온다.  우리가 서서 기다리는 곳에  태국 관광객들이 아예 본격적으로  돗자리 깔고 탁발 하려고 음식들을 한아름 놓고 기다리니, 재밌게도 그게 오히려 관광객을 불러모아 우리가 서있던 곳에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  아무도 없던 곳이 핫플레이스로

 귀찮아서 서있던 곳이 뜬금포로 핫플레이스가 되버리는 순간.
 뭔가 인터넷 맛집 등극 되는 원리와 비슷하다. 이리도 허무한 것이거늘.

 
 잠시 서서 탁발 행사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관광자원이란게 사실 별거 없다. 그저 일상 일뿐, 낯선 이국인에게 그 일상이 새롭게 신기하게 비춰지는 것. 그건데 전세계 어느 유명한 축제, 관광지에 가도 먼저 그 나라 그 고장 사람들이 즐기는게 먼저다. 그래야 진정한 축제가 되는 법. 하지만 이 간단한걸 한국만 모르지.



 백날 무식하게 무슨 아가씨 선발대회며, 무슨 축제며, 전국 어딜가도 똑같은 음식을 팔고, 똑같은 행사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만든 모든 것들이 그렇다. 이런저런 뻘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으니 곧 사원에서 승려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손에는 공양그릇을 들고 줄을 지어 지나가며 공양을 받는다. 이 곳에선 승려들도 육식을 한다. 말그대로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보살들이 공양한 소중한 음식이니, 고기든 뭐든 잘 먹는다. 





▲  왠지 스님들이 들고 있는 저 그릇안에서 온갖 음식이 짬뽕믹스 될 것 같다.


 한국은 겉으론 엄격한 채식주의처럼 하고 뒤에서 고기를 먹는 것과는 다르다. 어쨌든 한참 구경하다가 우리는 아침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적당히 구경 했으니 이제 아침 시장 구경. 이른 아침부터 상인들이 자리를 잡고 온갖 것들을 팔고 있다. 더불어 먹거리들도 많이 팔고 있었는데 일단 몇개 먹을거리를 샀다.  


▲  루앙프라방의 아침 또한 즐겁다.



우리는 이 걸로 탁발을 할 생각이었다.  둘 중 한명이 탁발하고 다른 한명은 사진을 찍어주기로 하고 가위바위보. 내가 당첨됐다.


 시장을 빠져나가 다른 큰길로 나가자, 탁발을 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직 이쪽으로는 승려들이 지나간것 같지 않다. 나도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바닥에 앉아 무릎을 꿇고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이쪽으로 승려행렬이 오고 있다. 탁발을 하고 기도를 했다. 


▲  탁발도 해보고, 누군가 함께 있어 좋다.




 아침 즐거운 탁발행렬 구경도 했으니 우리의 허기를 달랠 차례, 마침 근처에 여러 음식 중, 죽을 팔고 있길래, 우리는 죽 한그릇 씩 주문했다. 계란까지 넣어서 만낍에 아침을 든든하게 때웠다. 꽤 맛있는 죽이었다. 




▲  고기 한가득, 계란까지 넣어서 먹는 죽



이른 새벽에 일어나 피곤했던 우리는 오늘 방비엥 떠날 준비를 마치고 한숨 자고 일어나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가 잠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와 쓰러져 자서 한참을 자고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방비엥 가는 버스를 끊기 위해 알아보니 대략 11만낍.  2시에 출발 하는 버스가 있어서 서둘러서 버스티켓을 끊고 숙소로 돌아와 10분만에 짐을 모두 싸고 체크아웃을 했다. 

 숙소에 짐을 맡겨두고 밖으로 나왔다.

 서주누나와 만나서 우린 마지막 루앙프라방을 떠나며 카오삐약을 한번 더 먹자며 의기투합, 카오삐약을 위해 우린 한참을 걸어 카오삐약 가게로 향했다. 날씨가 쾌청해서 기분이 좋다. 그냥 이렇게 동네를 걷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산책이 되는 이 곳이 좋다. 라오스에 두번째 오면서 조금 라오스가 좋아졌다.  


▲  루앙프라방의 햇살이 너무 좋다

 카오삐약 가게 도착해, 주문을 하고 마지막 카오삐약을 즐겁게 먹었다. 



▲  가격은 대략 저정도

 진짜 맛있다. 배부르게 잘 먹고 우리는 다시 숙소 쪽을 향해 걷는데 진짜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너무너무 걷는게 즐겁다. 산책이 즐거운 동네, 루앙프라방.




▲  모든게 완벽한 루앙프라방의 햇살과 한가함


▲  이렇게 보는 것도 마지막인 루앙프라방의 여유로움


 그리고 숙소돌아와 픽업을 기다렸다. 서주누나도 짐을 가지고 우리 숙소로 와서 같이 기다렸다. 나는 잠시 짬을 내서 카페에 인파서블 여행기를 올렸다. 이제 여행기의 시작이다. 여행기 올리니까 너무너무 즐겁다. 여행이 끝나가는데 이제 여행기의 시작이구나, 판공초도 벌써 너무 옛날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내 픽업이 도착했다. 픽업차에 짐을 싣고 올라타니 이미 몇몇 서양애들이 있었다. 차는 이 숙소 저 숙소를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여행자들을 태웠다. 그리고 드디어 픽업이 끝나고 정류장에서 방비엥으로 타고 갈 미니밴에 올라탔다.

 차에 오르자, 한국 분들이 보였다. 두 노부부와 딸. 가볍게 인사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본격적으로 방비엥으로 향하는 길

 잘 빠진 길을 따라 가며 잠시 각자만의 시간. 나는 언제나 처럼 팟캐스트들을 들으며 [ 이이제이 너무 재밌어! ] 갔다. 이번 여행에서 맥북 고장나면서 음악 가뭄에 고생했는데 그래도 팟캐스트가 있어서 천만 다행. 오후에 출발한 버스는 어느새 어두운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방비엥에 거의 도착한듯 한데 저녁 즈음해서 어느 작은 휴게소에 들렸다. 휴게소라기 보다는 그냥 식당. 다들 배가 고팠는지 국수 파는 곳으로 달려가 국수를 사먹었다. 허기를 달래고 다시 미니밴에 올라 방비엥을 향해 갔다.

 그리고 방비엥 도착.
 완전히 어두운 방비엥의 어딘지 모를 장소.

 미니밴에서 내리자 뚝뚝기사 몇이 서있다.

 숙소 밀집지역까지 뚝뚝 미친새끼들이 또 2만씩 부른다.
 진짜 진절머리 나는 놈들.

 방콕에서 에어콘 나오는 택시 타고 카오산에서 씨암을 가도 2400원인데, 그리 멀지도 않은 장소를 사람 꽉꽉 채워서 2800원을 부르다니 진짜 괴씸하다. 하지만 나의 분노와는 달리 이미 모든 사람들이 큰 뚝뚝 차에 오르기 시작한다. 이러니 이 새끼들이 점점 버르장머리 없어지지. 세상에 원래 그런건 없다. 다 상호작용. 여행자들,  관광객들이 타협을 하니 이러는 것. 나라도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나는 안타겠다고 이야기 했다. 서주 누나도 나에게 동조해줬다. 만약에 누나가 타고 간다고 했으면 나도 못이기는 척 탔을텐데 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결국 모두가 차에 오르고, 우리만 타길 기다리는 상황.
 하지만 우리가 안타고 배낭을 메고 큰 길로 나가려고 하자, 쫒아와서 1만낍을 부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그냥 탔다면 비겁자.
 우리 같은 사람들도 있다는 걸 한번은 보여주고자, 걸어서 가기로 했다. 이 작은 행동이 다음 여행자들에게 그나마 바가지를 덜 씌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옛날에 진짜 걸어간놈도 있었지 라며...


 큰 길로 나와 무거운 배낭을 메고 마을 중심으로 향했다. 어두운 길이었지만 대략 위치를 보니 어딘지 알 것 같아 일단 무작정 걸었다. 어두컴컴한 도로를 따라 걷는데 왠지 오랜만에 배낭여행 느낌이 난다. 힘들지만 왠지 모르게 즐겁다.



▲  오랜만에 배낭여행자 느낌나게!


 서주 누나가 대단한게, 보통 여자들이었으면 따라오지도 않았을것이고, 가면서도 힘겨워 했을텐데 이 누나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 고행을 즐기고 있다. 우리는 어두운 밤의 기세에 눌리지 않을려고 노력하는 듯, 어두컴컴한 도로에서 웃고 떠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추억의 90년대 가요를 부르며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말했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떠나는 것과 같다 라고.. 
 
 인생이 먼 길을 떠나는 것과 같다면 이렇게 함께 힘든 길을 이겨내고 힘든 순간에도 위트있게 같이 버텨줄 동반자가 있다는건 축복이다.  먼 옛날 한 여행자가 나에게 인생의 동지가 없는 슬픔을 아느냐고 물었던 그 의미를 조금씩 깨달아가는 삼십대의 이경무가 되어버렸다.

 어두운 길, 서주 누나 덕분에 외롭지 않게 즐겁게 걸었다. 그래도 힘든것은 힘든거다. 한참을 걷다보니 점점 위치파악이 선명하게 된다. 그리고 우린 드디어 블루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블루게스트하우스 도착해서 우리는 남자 도미토리,여자도미토리에 각각 묵었는데 더 웃긴건 우리가 방잡고 잠시 쉴려고 있으니, 아까 뚝뚝을 타고 간 그 한국가족이 온다. 걸어온 사람들보다 늦다니. 


 어쨌든 유쾌한 서주누나와 함께 우리는 어제 마시다 남은 보드카를 들고 나와 안주로 방비엥의 길거리 샌드위치를 사와서 보드카와 함께 숙소에서 먹는데, 자연스럽게 다른 여행자들이 있길래 언제나 처럼 " 일루 와서 같이 한잔 해요~ " 라고 얘기하니 한 남자가 합류했다. 보드카와 안주를 맛있게 먹고는 남자가 호기롭게 " 내일 제가 소주 한잔 살게요! " 라며 얘기한다. 





▲  어제 남은 술을 싸와서, 방비엥 도착 기념으로!

 다시 방비엥에 왔다.
 이제 여기서 완벽하게 신선놀음이 시작된다.

 이제 유유자적하게 쉬다가, 방콕으로 돌아가 레고를 맞이해서 개처럼 놀면 된다. 개처럼 놀기 위한 체력 보충. 그리고 여행을 정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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