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없다보니 그야말로 한가로움 그 자체
햇살도 맘에 든다.
개인적으로 대하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너무나도 재밌게 읽은 탓도 있고, 일본 역사 전반에 대한 관심이 많은지라 일본에 오면 꼭 성만큼은 구경하고 가는 편인데 소설이나 NHK 일본역사드라마 같은데서 보면서 상상했던 부분을 실제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흥미 진진하다.
큰 해자를 끼고 시마바라 성으로 향하는 길. 이런 해자 역시 과거 전투 당시 여길 어떻게 사용 했을까 부터, 100년,200년 전... 과거의 사람들이 이 성을 바라보던 시선, 그리고 이 성에 사는 사람들이 저 아랫마을들을 바라 보는 시선들을 상상하면서 걷다보면 즐겁다.
돌 하나하나 얼마나 피눈물이 담겨 있을까 생각도 해보며 새삼 옛 사람들에게 감탄해본다.
시마바라 성으로 올라가는 길, 성이 일본의 다른 성들에 비해서도 그리 높은 곳에 위치하지 않기 때문에 또 성 규모도 크지 않아서 부담없이 산책하듯 갈 수 있었다.
뻥뚫린 시야와 마주했다. 한켠으로 산이 다른쪽으로는 시원하게 뻥뚫린 바다가 펼쳐졌다.
대략 이 성에 대해 궁금해 할 사람이 있을까 싶어 시마바라성의 역사를 읇어볼까 한다. (원래 이런거 안좋아하는데 ㅋㅋ )
시마바라성은 모리타케산이라고 불리우던 곳으로 아리마 하루노부가 본진을 치고 사가/류조지 다카노부 군을 물리친 곳이다. 옛날 고조(현재의 나라현)에서 온 마쓰쿠라 시게마사가 시마바라성을 축성했는데 1618년에 착공 4-7년의 세월을 거쳐 완성 시켰고 동시에 시마바라 성 밑 마을 및 시장도 정비를 했다.
일본성의 꼭대기 부분을 보통 천수각이라고 이루는데 5층의 천수각이 있는 혼마루(주성,본성) 북측에는 니노마루(둘째성곽)와 산노마루(셋째 성곽)을 배치하고 요소요소에 3층 망루를 배치, 외곽은 4킬로미터에 걸쳐 화살 쏘는 곳이 있는 벽으로 둘러쌌다.
일본에서는 영주의 힘과 지역의 규모등을 당시 영주의 녹봉(?!) 쌀 몇석 등으로 대충 가늠해볼 수 있는데 시마바라 영주는 영주치고는 규모가 작은 4만석 (도쿠가와 이에야스 소설 보면 50만석,100만석도 나옴) 이었는데 그런 4만석 영주가 가지고 있기엔 조금 과분했던 성.
아리마씨 시대부터 해외무역으로 얻은 많은 부와 마쓰쿠라의 신흥영주로서의 야망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쓰쿠라 가문, 고리키 가문, 마쓰다이라 가문, 도다 가문, 다시 마쓰다이라 가문 19대가 살아온 거성으로서 역할을 맡아온 건물로 1637년 시마바라 난에서 반란군의 맹공을 견디고 1792년 시마바라 대지변 때에 계속 되는 지진과 대형 쓰나미에도 견뎌왔다.
메이지 유신 때 폐성이 되어 민간에 매각되어 해체되어다가 시마바라 시민들의 염원으로 성 복원이 추진되어 1964년 천수각이 복원되고 점차 옛 모습을 회복 중에 있다.
어쨌든 현재에도 규슈 지역에서도 한쪽 귀퉁이의 작은 소도시 시마바라. 예전과 현재나 비슷한 규모이지 않을까 싶다. 다른 유명한 일본 성에 비해서는 작고 소소한 맛이 있다. 조금 성을 돌아 본 뒤에 성에서 내려와 성곽안을 산책 했다.
평범한 일본의 주택가로 들어왔는데 여기 또한 인적이 없다. 무슨 유령도시를 온 것 마냥 동네가 조용하다. 걷기 시작하는데 이 마을의 정취가 너무 좋다. 시마바라 성보다 훨씬 더 좋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정말 시마바라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점점 오후의 빛이 따스함을 넘어 금빛으로 물들어 간다. 그리고 인적없는 동네를 걸으며 이들의 삶에 살짝 녹아들어가 본다.
여행다니며 이렇게 그냥 이름도 모를 골목골목을 걷는게 너무 좋다.
이 순간이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조금 걷다보면 이정표로 조금씩 무사마을을 표시해준다. 그리고 드디어 느낌이 빡 오는 곳을 발견! 재밌게 마을 골목길을 중심으로 수로가 나있다. 예전부터 이 수로가 생활용수로서 소중하게 관리 되어 오는 곳이라고 한다. 지금에도 너무나 맑은 물이 흐른다.
하루종일 흙먼지에 지친 발을 풍덩 ㅋㅋㅋㅋ
너무 시원하다. 정말 이런 것 마저 일본스럽다. 마을 길 한가운데 이렇게 수로를 정갈하게 흐르게 해놨을 줄을 누가 알았으랴.
지금은 현대적인 가옥들이 들어서 있는 중에도 이런게 옛 모습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특히 재밌는건 집은 최신식으로 지어도 담장이라던가 축대라던가 그런것들은 모두 예전 모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놀라운 일본이다.
저택안에는 사람모형과 함께 당시 살던 모습을 재현해놨는데, 일본역사물이나 이런데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면 뭐야 이게 라며 시시해 할 수도 있지만 다시한번 말하지만 일본역사 덕후로서. 너무 신나게 봤다.
정말 즐겁게 무사가옥을 구경하고 밖으로 나왔다. 시마바라 정말 우연히 숙소대란으로 인해 여기까지 흘러들어와서 아무기대없이 온 동넨데. 완전 취향저격이다. 너무 즐겁다. 시원한 바람. 오후햇살. 한가로운 소도시의 정취까지 맞물려 정말 여기에 안왔으면 어쩔뻔 했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지도 조차 필요없다. 우뚝 서있는 시마바라 성을 중심으로 움직이면 되니까, 그냥 목적지도 없고 무작정 천천히 길을 따라 걸었다. 연결되어있으니 길이지. 어디론가 흘러가겠지
정갈한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는 작은 마을을 걷는 즐거움. 시마바라 너무 잘왔다.
인적이 너무 없어서 요상할 정도로 이상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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