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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기본 밑반찬이 깔리고 맥주가 나왔다.
상점가 안을 걷다보니 사이사이 골목길로 나를 잡아 당기는 간판들의 대 향연. 그리고 나는 그 중에 술집 거리를 발견하다. 아싸!!!! 여기다!!!!!
이 곳엔 술집(이자카야) 뿐 아니라 다양한 유흥업소들도 많았다. 그야 말로 유흥의 거리. 영등포 일대를 보는 기분이다. 일단 목적지는 여전히 배고픈 나의 위를 달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느낌이 오는 가게를 만날 때까지 걷고 그냥 또 걸었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아 한 가게를 지나는데 살짝 내 코를 끄는 기름 냄새. 교자집이었다.
역시 식당의 최고의 삐끼는 냄새다.
밖에서서 메뉴판을 대충 보는데 재밌게도 자기네 가게 인기 메뉴를 순위를 매겨 놨다. 재밌는 가게다. 랭킹 1위부터 맛을 보더라도 손해는 안나겠다 싶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갔다. 가게 안의 분위기는 작은 공간에 오밀조밀하게 테이블이 놓여져있고 거의 만석이다. 확실히 골목길이나 가게 분위기상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아까 바사시집이 약간 중년들의 아지트 느낌이었다면 여긴 젊은이들이 친구들 만나서 술한잔 하면서 저녁먹는 듯한 이상.
자리를 안내받고 나는 일단 맥주 부터 한잔 주문! 일본와서 맥주는 원없이 마시는거 같다. 그만큼 맥주가 맛있다.
▲ 일본와서 만난 후지코. ㅋㅋㅋㅋ 중독이다.
▲ 무슨 오타쿠가 된것 마냥 음식사진이나 맥주사진만 찍을때 되면 저 짓거리 중
저녁의 부실함을 만회하고자 이 곳에서는 그냥 아예 푸짐하게 시켜버렸다. 괜히 찔끔 맛보고 나갈 생각은 접어두고 시원하게 주문했다. 가게 벽면에도 안주 메뉴가 엄청 붙어있어서 랭킹 1-5위를 먹겠다는 생각은 어느새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리고 일단 그냥 땡기는 것 위주로 시켰다.
사진으로 확인해보자!
▲ 통새우로 만든 교자.
▲ 비쥬얼은 압도적이나 솔직히 맛은 그저 그랬다. 대하가 대하맛이지.
쿠마모토 첫끝발이 개끝발인지 계속 연전연패 중이다.
이 집도 그냥 그렇다. 교자가 교자지. 교자는 당연히 맛있다. 하지만 그냥 어디까지나 교자. 그 외에 시킨 여러가지 것들도 맛이 그냥 그렇다.
교자는 교자맛이고
새우는 새우맛이다.
당연히 나야 될 맛이 그냥 난다. 뭔가 더 특별함을 바랐던게 나의 잘못인가.
심지어 통대하를 넣어만든 대하교자는 맛없다고 이야기 해도 상관없을 수준. 그냥 대하로 먹으면 될 것을 굳이 이상하게 교자화 시키다가 이 맛도 저 맛도 아니다. 그냥 대하는 소금구이를 해먹던지 쪄서 손으로 까서 초장 찍어먹는게 젤 맛있는듯. 이놈의 한국입맛
▲ 비쥬얼만 좋아. 근데 맛없어
▲ 그냥 가게안에서 장난감가지고 이 장난 저 장난 치면서
갑자기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쿠마모토에 저녁식사로 완전 패배한 기분이다.
첫인상을 이어가며 저녁으로 성대한 만찬을 먹고 쿠마모토 여행의 화려한 종지부를 찍겠다고 다짐했건만연이은 메뉴 선택의 실패. 과연 내 여행에서 잘못된게 무엇인가. 진심으로 반성했다. 블로글글 봐야하나. 검색을 해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여행하면서 검색하거나 블로그를 보고 여행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나의 결심히 처음으로 강하게 흔들리는 순간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에게는 뭐 그런걸로 고민하나 하겠지만 나름 여행 철칙 중에 하나라서 다른 사람의 여행을 따라가지 않겠다는 다짐 뭐 그런거라 진지하게 고민을 해본다.
맛없는 교자집에서 나와서 나는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배는 부른데 혼자 호텔로 돌아가 쓸쓸한 쿠마모토의 밤을 보내고 싶지 않다. 뭔가 왁작지껄하게 이자카야에서 술한잔하면서 말 안통해도 일본아저씨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밤이다. 이쁜 일본여자면 더 좋겠지만..
호텔 앞까지 와서 담배 한대 피며, 배는 부르고 호텔은 들어가기 싫고 어떡해야하나 고민고민. 마침 눈 앞에 대학가 앞에 있을 법한 느낌의 술집이 하나 보인다. 한국으로 치면 대학생들 많이 갈 법한 안주 싸고 체인점 같은 술집들. 뭔가 와라와라,쪼끼쪼끼,어쭈구리, 준코, 이자카야 이런 가게들 마냥 그런 분위기다.
어차피 배가 불러서 딱히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도 없고 그냥 술이나 한잔 하며 이 도시의 밤을 보내고 싶은게 다라서 아무 기대 없이 그리로 향했다.
지하에 위치한 가게로 내려가니 정말 신기할 정도로 판박이다. 여기저기 오픈형이 아니라 테이블끼리 높게 담을 올려서 굳이 밀폐되지 않으면서도 가려져 있는 구조. 자리를 안내 받고 앉아서 메뉴판을 슥 훑어봤다. 정말 딱 젊은이들끼리 술 한잔 하러 올만한 그런 가게다.
메뉴판을 보고 있으니 언제나 처럼 안주거리를 가져다 주는데 김치와 절임오이에 된장을 올린게 나온다. 뭔가 한국vs 일본의 느낌
역시 술꾼은 술꾼인가보다. 가게 밖에서 간판이나 분위기 만으로 이 집의 분위기를 예측한대로, 이 곳은 딱 주머니 가벼운 젊은이들이 자주 찾아올법한 가게였다. 벽에 붙어있는 술 무제한 룰이 적혀있는 종이가 붙어있다. 더듬거리며 대충 해석해보는데 진짜 ㅋㅋㅋㅋㅋㅋ
술 좀 마시는 친구들과 여기 와서 개박살 낼 수도 있을것 같다.
바사시로 유명하다더니 이런 가게에서도 바사시를 팔 정도.
일단 그냥 가볍게 야끼도리와 술을 주문했다. 뭔가 한산한 가게 안에서 혼자 술 마시려고 하니 기분이 좀 이상하다. 정말 딱 야끼도리집 같은데서 바에 앉아서 모르는 일본인들과 어울리고 싶었는데 오늘 끝까지 뭔가 계속 판단미스다. ㅋㅋㅋㅋ
안주는 뭐 야끼도리가 야끼도리 맛이지. 이런 술집에서는 애시당초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술 한잔 홀짝이며 기울이는데 의의를 두고 술을 마셨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이번여행에서 오랜만의 일본여행을 즐기고, 일본음식을 신나게 먹고 그게 목적의 다이기 때문에 나름 여행 목적에 충실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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