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데 정말 기분 최고였다. 뻥뚫린 도로와 멋진 풍경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는 속도감. 그렇게 쭉 달리는데 자미르가 자기네 집 앞에 오토바이를 세운다. 그러더니 우릴 데리고 집 건너편에 남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우릴 데려간다. 거길 가보니 남자들이 나르길레를 피고 있었다. 나르길레는 이집트에서는 시샤라고 부르는 물담밴데 이곳에서는 거의 대부분 사과향을 넣어서 나르길레라 부르며 핀다. 잠시 남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르길레를 피고 얘기 좀 나누다가 자미르에게 우리 저기 여자애들한테 가봐야한다고 가자고 하자. 자미르는 오토바이로 데려다 준다.
도착했더니 여자애들하고 아랍남자2명이 기다리고 있다. 자미르에게 시계를 가리키며 다시 한번 6시에 꼭 너네집으로 가겠노라고 약속을 하고 아랍남자2명이 몰고온 차에 올라탔는데 우리가 이미5명에 남자2명, 무려 7명이 껴서 탔다. 그리고 출발. 차를 타고 가는데 집으로 데려갈 줄 알았는데 왠 호텔로 우릴 데려가는거다. 꽤 좋아보이는 호텔이었는데 여기서 차나 한잔 하자고 하는거다. 호텔 사장과 잘 아는 사인듯 호텔 사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와 인사를 나누고 우린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잠시 얘기 나누다보니 차를 내온다.
차를 마시며 얘기하는데 영어번역일을 한다는 남자애가 도인이가 맘에 들었는지 계속 치켜세운다. 미인이라고, 게다가 느끼 멘트 날리는데 자기 눈에는 도인이 등뒤에 천사의 날개가 보인다나 하하 대박이었다. 도인이는 괜히 으쓱해져서. 그렇게 웃고 떠들다보니 어느새 6시 가까이 되었다. 솔직히 가정집 초대를 기대했는데 이렇게 호텔에서 현지인과 얘기나누는것도 좋은데 뭔가 아쉬워들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어떻게 할꺼냐고 난 자미르네 갈꺼라고 했더니, 여자애들은 아무래도 좀 동네 날건달같은 자미르와 친구들이 못미더웠는지 그냥 이남자네 집에 가고 싶다고. 잘 사는거 같은데.. 라며 말끝을 흐렸고, 수홍이는 자미르 친구 무하마드 오토바이 뒤에 타면서 친해졌지만 아무래도 여자애들만 따로 보내는건 위험할꺼 같다며 자기는 여자애들을 따라가겠다고 했다.
결국 나 혼자만 자미르네 가기로 했다. 그래서 아랍남자2명에게 얘기를 했다. 나 좀 자미르네 데려다 달라고, 그래서 일단 다 같이 자미르네 집있는 곳까지 차를 타고 왔다. 그리고 자미르네 집 앞에서 자미르를 부르자. 꼬마애가 달려나온다. 내가 " 자미르 " 를 계속 부르자 꼬마애가 집안으로 뛰쳐들어간다. 그리고 맨발로 뛰쳐나온 자미르. 자미르는 나를 보자 너무나 반갑게 반겨준다. 수홍이,보경,보미,도인이를 보자 굉장히 반가워했는데 애들이 그 아랍남자 집에 간다니까 조금 표정이 굳는다. 자미르가 영어를 못해서 아랍남자가 자미르에게 뭐라고 뭐라고 얘기하자 알았다는듯 제스쳐를 취한다. 그리고 내 손을 꼭 붙잡고 자미르와 난 자미르네 집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갔더니 넓직한 방에 카페트가 깔려있고 동생으로 보이는 꼬마애들 2명과 자미르 엄마가 티비를 보고 있다. 나를 티비가 잘보이는 자리에 앉으라고 하더니 동생과 엄마한테 뭐라고 얘기를 하자. 엄마는 부엌으로 간다. 저녁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자미르는 내가 약속대로 온게 너무나 좋은지 계속 싱글벙글 하면서 입이 귀에 걸려있다. 그리고 티비 앞으로 가더니 전화기를 들고 계속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자미르랑 가까스로 겨우겨우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보니 자미르네 엄마가 식사를 가지고 왔는데 큰 오봉에 요리랑 이것저것 담겨져 나오는데 순간 눈물이 날뻔 했다.
농담삼아서 아까전에 아이들과 아파미아에 닭도 많이 돌아다니는데 가정집 초대받으면 닭한마리 잡아주는거 아니야? 라며 우스개소리로 얘기했는데, 정말 닭한마리를 잡은듯 닭고기로 만든 요리가 나왔는데 큰 오봉 한가득이었다. 내가 보기엔 자미르가 모두가 올거란 생각에 많이 준비한듯 했다. 정말 완전 감동이었다. 내가 너무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자미르는 나에게 먹으라고 하면서 계속 권한다. 혼자 먹기 미안해서 자미르에게 같이 먹자고 하고, 자미르 동생들에게도 같이 먹자고 계속 권했다. 자미르 엄마한테도 계속 권했는데 자미르는 배를 두들기며 배부르다는 제스쳐를 취한다. 자미르 동생들은 아직 어려서 그런지 눈치를 보는데 딱 봐도 먹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동생들 손을 꼭 붙잡고 오봉 주위에 앉혀서 같이 먹자는 식으로 제스쳐를 취하면서 자미르 너도 먹으라고 하자. 그제서야 아이들이 조금씩 손을 댄다.
닭요리 말고 특별한건 없었는데 특이했던게 후추처럼 생긴 향신료 접시와, 식초같은 접시가 있었는데 자미르가 아에시(빵)를 조금찢어서 식초같은 곳에 찍고 후추처럼 생긴 향신료에 찍자 향신료가 한가득 아에시에 묻었다. 그리고 그걸 베어물고 차이(TEA)를 한잔 들이키는거다. 나보고 그렇게 한번 먹어보라고 시킨다. 나도 모처럼 시리아 가정집에 초대받았으니 하는 마음에 가정식 한번 먹어볼까? 하는 마음에 따라해봤다. 아에시를 조금 뜯어서 식초같은 곳에 찍고 향신료에 찍자 가득 묻는다. 그리고 한입베어무는데" 씨발 -_-; 뭐 이딴 맛이 다있어 " 내가 얼굴을 찡그리자 자미르가 미소를 띄우며 차이를 빨리 마시라고 나에게 차이 잔을 건넨다. 그래서 차이를 한모금 딱 들이켰는데 그 순간 말도 안돼는 일이 벌어졌다.

맛있어!!! 말도 안되게 맛있어!!!!!!!!!!!
차이 맛이야 원래 잘 알고 있는터, 근데 입안에 있던 그 이상한 향신료 맛이 차이가 들어가자 갑자기 맛이 사라지면서 입이 엄청나게 향긋해지는거다. 차이의 단맛이 살아나고 향신료의 이상한 맛이 사라지면서 입안에 향긋한 맛이 멤돌았다. 정말 너무 신기했다. 그래서 오히려 닭보다 그걸 계속 먹게 됐다. 그 모습을 보고 자미르와 동생들,자미르 엄마는 마구 웃는다. 그렇게 다 같이 밥을 먹고나서 좀 있다보니 자미르가 아까 전화한 상대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무하마드가 방안으로 들어온다. 가볍게 악수를 하고 우리는 자리를 자미르 방으로 옮겼다. 방에서 나가면 마당. 마당을 맨발로 지나쳐서 다른 방으로 들어가자 또 넓은 방이 나온다. 특별한 가구도 없고 그저 카페트만 깔려있는 방이다.
자미르 엄마가 없으니 맘편하게 자세를 잡고 앉았다. 자미르,무하마드와 담배를 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또 다른 친구가 온다. 아마르였는데 그렇게 3명과 한참을 웃고 떠들고 있었다. 자미르가 까먹으라며 호박씨를 건네준다. 이집트에서부터 지겹도록 본 호박씨. 본격적으로 까먹는 법을 배워서 까먹고 놀면서 있다보니 말은 안통하지만 너무나 즐거웠다. 서로 아랍어와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난 자미르에게 이슬람 예배법을 배웠다. 호박씨를 다 먹어서 내가 호박씨 더 없냐고 했더니 자미르는 동생을 부르더니 돈을 쥐어준다. 그렇게까지 안해도 됀다고 내가 말려도 괜찮다며 동생에게 돈을 건네주며 뭐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잠시 후에 동생이 과자를 사온다. 아 진짜 완전 감동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놀고 있다보니 갑자기 밖에 누가 찾아왔다. 자미르가 나갔다 오더니 날 부른다. 누군가 봤더니 아까 그 아랍남자2명이다. "친구들이 이제 돌아간다고 너 찾는다. 같이 가자 우리집으로 " 그래서 난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미르에게 인사를 하고 가겠다고 하고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 자미르,무하마드,아마르 다 쫒아 나온다.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자미르에게 작별의 포옹을 하고 딱 봤는데 덩치 큰 녀석 눈망울에 눈물이 고여있는거다. 아..눈물나게 시리.. 한참을 손을 꼭 붙잡고 언젠가 다시 보자고 얘기를 하고 그 남자들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차를 타고 가는데 뒤로 경적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자미르와 친구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쫒아오고 있다. 그렇게 그 남자들 집있는 곳까지 도착할때까지 쫒아오더니 멈추지도 않고 오토바이에 탄 채로 나에게 " 짐! " 이러면서 손을 흔든다.
남자집앞에 차를 세우고 남자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는데 현대식으로 된 좋은 집이었다. 정말 부잔가보다. -_-; 남자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더니 안에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들은 날 보고 " 재밌었어요? 자미르? " 이런다. 자미르네 좀 썰렁한 분위기와는 달리 가족들이 다모인듯 사람도 많았고, 꼬마애들도 많았다. 난 앉자마자 " 야 자미르네 닭잡았어. 너네 뭐 먹었어? " 그러자 애들 표정이 놀라면서 " 우린 뭐 이상한거 먹었어요 " 이런다. 그러면서 " 에이 오빠 괜히 거짓말하는거죠? 무슨 닭을 잡아요 " 이러길래 내가 디카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애들 깜짝 놀란다. 수홍이가 젤 아쉬워한다. 내가 무하마드가 너 계속 찾았다고 말하자 수홍이 너무나 아쉬워하며 아 그냥 갔어야됐는데 계속 안타까워하며 " 형 지금이라도 우리 자미르네로 가요 " 이런다.
그렇게 나도 잠시 그집에서 놀고있는데 낌새가 왠지 " 얘네들 왜 안가나 " 하는 느낌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집에 초대한 남자가 " 너네 이제 슬슬 하마가야되지 않겠냐 버스도 끊기고 너네 갈려면 내가 따로 차를 불러줘야되는데 " 라고 얘기하는거다. 시계를 보니 정말 늦었다. 그래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수홍이가 계속 " 형 우리 그냥 자미르네서 자요 " 계속 날 꼬신다. 나야 상관없지만 여자애들은 별로 안내켜한다. 그렇다고 여자애들만 이런 밤중에 하마까지 보낼수도 없는 노릇. 결국은 그 집 남자가 봉고차를 불러줘서 우린 밖으로 나갔다.
자미르가 정말 보고싶었다. 잠시 아쉬워하며 아파미아의 밤공기를 쐬고있으니 그 집 남자가 건물 1층에 있는 과자가게로 우릴 데리고 간다. 그러더니 먹고 싶은거 맘대로 먹으라고 하자. 여자애들 뒤집어진다. 안그래도 먹을걸 그렇게 좋아하는데 맘대로 먹으라고 하자 난리도 아니다. 애들 난리도 아니다. 슈크랑(고맙습니다) 연발! 그러고 있으니 남자가 부른 봉고차가 도착했다. 봉고차가 도착해서 봉고를 타고 하마로 향하는데 빌어먹을 중간에 차가 퍼진거다. 어두컴컴한 도로 한가생이에 차를 세우고 운전사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 맘대로 먹으라니까 난리치는 보경이 ㅋㅋ 얼마나 먹을거 좋아하는지 느낄 수 있을터 ]
차가 퍼져있는 동안 난 MP3 음악을 들으며 음악을 따라부르는데 아이들이 그 노래에 맞춰 다 노래를 따라부르는거다. 차는 퍼져있고 시간은 점점 지나가는데도 걱정도 없다. 갑자기 무슨 합창단이 된 듯이 크게 틀어놓은 MP3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맞추어 합창을 했다. 정말 웃겼다. 그렇게 합창을 계속 하면서 시간을 때우다보니 어느새 운전사가 왔다. 운전사가 별수 없다는듯이 그때부터 도로가생이에 서서 지나가는 세르비스를 잡기 시작했다. 우리라도 어떻게 태워서 보내려는 모양이다. 근데 우리는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노래를 합창으로 부르고 있었다. 얼마나 웃기던지. 우리가 봐도 엽기였나 보다. 우리 스스로 " 진짜 웃긴다. 차는 고장나서 서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ㅎㅎ "
이내 운전사가 한 세르비스를 세워서 우린 그 세르비스에 옮겨탔다. 운전사는 우리에게 돈을 달래서 지가 조금 먹고 세르비스기사한테 돈을 건네주려다가 세르비스 기사가 돈을 더 달라고 했는지 손을 벌리자 운전사는 하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돈을 더 건네준다. 그렇게 세르비스에 올라타 우린 뒷자석으로 갔다. 뒷자석에 앉아서 우린 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난리도 아니었다. 차에 다른 아랍사람이 있건 말건, 듀스의 여름안에서 , H.O.T 캔디 , 휘성 - 다시 만난 날 , 성시경 - 제주도 푸른밤, DJ D.O.C - D.O.C와 춤을 계속 이어졌다. 얼마나 엽기였던지 세르비스안에 타고 있던 다른 아랍인이 핸드폰으로 우릴 촬영해갔다. 그렇게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서 있다보니 어느새 하마에 도착했다.
우린 숙소에 와서 잠시 쉬다가 내일 팔미라로 이동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팔미라를 떠나기 때문에 하마의 마지막 밤. 나야 뭐 나중에라도 다시 올수 있지만 아이들은 마지막 아닌가. 하마에 있으면서 하마의 명물 수차도 못보고, 시타델도 못가보고 해서 밤중에 우리는 숙소 밖으로 나왔다. 수차와 시타델을 보러 하마의 밤거리를 걷는데 이렇게 하마의 밤거리를 걸어보긴 처음인데 (하긴 낮에도 제대로 하마를 본적은 없다)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였다. 은근히 정비를 잘해놔서, 은은한 가로등과 곳곳에 설치해놓은 조명등, 깔끔하게 정리된 보도블럭등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 우리는 하마의 명물 수차를 필두로 그렇게 하마의 밤거리를 쏘다니며 결국 꽤 멀리 떨어진 시타델까지 걸어서 올라갔다.
시타델에 올라가자 꼭대기에 놀이터가 있다. 시타델에서 바라보는 하마의 야경도 멋있고, 놀이터에서 나이를 잊고 신나게 뛰어놀았다. 그렇게 힘들게 뛰어놀고 우린 피곤해져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시내 곳곳에 떨어진 수차를 하나씩 감상하면서 그렇게 시원한 바람과 함께 하마의 밤거리를 즐겼다. 걷고 또 걸으면서 생각했다. 시리아 정말 너무나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같이 깔끔하고, 아름답고, 그러면서도 너무나 정겹고 착한 사람들. 최고의 나라다. 그리고 너무나 행복한 하루였다라는 생각을 하며 밤거리를 걸었다.
012345
중동여행기 처음부터 보기 (오스트리아 부터)
[여행기/2007 중동 4국] - 오스트리아 070116 출국, 유럽은 유럽이다. 오스트리아 입성
바로 前편 보기
[여행기/2007 중동 4국] - 시리아 070216.day 아름다운 아파미아
이글루스 덧글 보기
Commented by 소마 at 2007/06/07 10:29 # x

'stories > 중동 4국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리아 070219 중동에서 가장 긴 시장이 있는 그 곳, 알레포 (4) | 2008.02.18 |
---|---|
시리아 070218 시리아의 동쪽 끝, 이라크 국경으로 향하다. (2) | 2008.02.18 |
시리아 070217 시리아의 최고 유적지 팔미라, 하지만.. (6) | 2008.02.17 |
시리아 070216.day 아름다운 아파미아 (2) | 2008.02.16 |
시리아 070215 천공의 성, 크락 데 슈발리에! 천사들이 사는 나라 시리아! (8) | 2008.02.16 |
시리아 070214 중동 최고의 호텔이 있는 그 곳,하마 입성 (3) | 2008.02.16 |
시리아 070213 다마스커스에서 수제비를 만들어 먹자 (7) | 2008.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