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여행기는 에피소드 형식이 아니라, 여행일자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은 여행기입니다. 좀 더 재밌게 보실려면 오른쪽 카테고리 '2007 중동 4개국'을 선택하신후 여행의 맨 첫날부터 읽어보신다면 더 재밌게 보실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그때 그때 나라마다 겪은 에피소드는 에피소드 별 분류에서 보시면 됩니다.
느즈막히 12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간만에 푹 자고 일어났더니 개운하다. 알레포에서는 몇일 묵을 예정이라 얼마만에 쫒김없이 푹 쉬었는지 모르겠다. 좀 더 느긋하게 쉬려고 잠시 일어나 방에 딸린 베라단 문을 여니 넓직한 베란다가 나타난다. 밝은 햇살과 함께 밤에는 보지 못했던 알레포의 좁은 골목길과 다닥다닥붙은 건물들 때문에 옆 건물 옥상에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과 눈이 마주친다. 수홍이에게 " 야 여기 대박이네, 베란다도 넓고, 좋다 진짜 " 라고 칭찬하고 있으니 누가 방문을 두들겨 나가보니, 호텔측이다. 어제 밤에 늦어서 일단 이 방을 준건데 이 방은 비싼거라고 방을 옮기란다. " 그럼 그렇지-_-;; 어쩐지 너무 좋더니.. "
[ 알레포 시내 모습 ] [ 알레포 시장 입구 ]
군소리 없이 방을 옮겨줬는데 그곳도 나쁘진 않았다. 방을 바꾸고 잠시 짐 정리 좀 하다보니 어느새 오후 2시가 되버렸다. 계속 빈둥댈수는 없고 밥도 먹고 해야 되서 일단 밖으로 나갔다. 일단 계획은 알레포성을 보는건데 알레포성을 갈려면 중동에서 가장 길다는 알레포 시장을 지나쳐야되서 딱 적당했다. 길이 다행이도 쭉쭉 뻗어서 쉽게 시장 입구까지는 도달했는데 도무지 시장입구를 못찾겠어서서 조금 헤맨끝에 시장입구를 찾았는데 구부러진 길을 들어갔더니 눈앞에 쭉 뻗은 시장이 나타났다. 천장이 돌로 덮여져서 무려 30KM에 다다른다니 이 시장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수 있으리라, 돌로 된 천장 중간중간 채광창이 나있어서 어두운 시장에 빛 줄기가 채광창을 타고 들어왔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고대 시장의 느낌이라, 사진 찍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닌가.
마치 인도 바라나시의 좁은 골목길을 연상케한다.
원래 계획대로 알레포성(시타델)을 보려고 했지만 알레포 시장에 접어들자 우리의 원래 계획 따위는 머리속에서 지워져버린지 오래다. 중동의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차도르를 두른 중동 여인네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보고 있었고, 신기한 고깃덩어리가 푸줏간에 널려있는 그곳, 갖가지 진귀한 음식과 먹을 거리가 지천에 널려있고, 모든게 마냥 신기한 우리 여행자들을 자극하는 물건들, 그리고 사람들. 활기넘치는 시장 사람만큼이나 활기 넘치는 모든 것들. 그리고 고대로 부터 내려져 온 역사 깊은 이 시장. 모든게 낯설음보다는 호기심으로 깊숙히 가슴속으로 파고 들어온다.
10m를 가는데 10여분이 걸릴정도로 구경거리도 많았다. 그와 더불어 먹을거리도 많아서, 조금 걷다가 애들이 따라오나 싶어서 뒤를 돌아보면 어김없이 과자점이나 견과류따위를 파는 상점 앞에서 입을 벌리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쳐다보고 있는 여자애들을 발견한다. 정말 재밌는 아이들이다. 우리는 일단 점심을 먹을겸 시장을 지나치다 우리의 시선을 잡은 케밥집 겸 치킨집에 들어갔다. 입구에는 여타 다른 식당들처럼 케밥용 고기가 빙글빙글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고, 안에는 큰 화덕에 연신 치킨을 구워내고 있었다. 먹음직스런 음식들. 우리는 일단 자리를 잡았고, 각자 1인당 케밥 하나씩을 주문하고 치킨 한마리를 주문했다.
이내 케밥을 먹고 잠시 치킨이 나오는 걸 기다리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는 남자 4명과 눈이 마주쳤다. 남자들은 얇은 빵(아에시)에 꼬치로 나온 고기들을 싸서 이것저것 야채를 넣어서 샌드위치로 만들어서 먹다가 눈이 마주치자 조금 먹어보라는 듯 제스쳐를 취한다. 수홍이와 나는 좋다고 또 그 테이블에 가서 넉살 좋게 앉아서 그들이 건네주는 음식을 먹었다. 이제 양고기가 입에 착착 감긴다. 적당히 양념된 아에시와 함께 씹히는 양고기의 맛이 살아있어서 좋았다. 혹자는 한국음식이 종류도 많고 정말 맛있는데 왜 세계 음식에 못끼는가 그런 얘기를 하곤 한다. 한국인으로서 나 역시도 한국음식을 좋아하지만 한국음식이 세계음식의 반열에 끼기엔 좀 미흡하지 않은가 싶다. 내가 한국음식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가 생각하는 한국음식은 재료 자체의 순수한 맛을 즐기기 보다는 양념에 많이 의존하고 그 양념자체도 실제로 몇가지 안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 먹음직 스러운 음식들 ]
머리속에 떠오르는 한국음식 중에 고추장,고추가루,좀 더 나아가 된장이 빠졌을 때 가능해지는 음식이 몇개나 된다고 생각이 드는가 말이다. 내가 잘 못알고 있는거면 몰라도 이렇게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보면서 매번 그런 안타까움이 든다. 어쨌거나 양고기 맛에 감탄하면서 시리아인들과 넉살떨면서 얘기하고 있으니 우리 테이블에도 어느새 치킨이 나왔다. 치킨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군데군데 타서 나왔다. 개인적으로 탄 음식을 좋아한다. 누군가 나보고 왜 그렇게 탄걸 먹냐고 암걸린다고 하지만 암걸리는거 걱정하는 놈이 담배피겠는가, -_-; 뒷일 생각안하고 일단 하고 싶은건 하면서 살고프다.
치킨을 맛있게 먹고나자 완전히 배가 불렀다. 움직이기도 힘들어서 잠시 앉아서 얘기 좀 나누다가 슬슬 밖으로 나갔다. 나가서 다시 시장 구경. 그렇게 신나게 시장 구경을 하다보니 정말이지 어느새 시타델이고 나발이고가 되버려서 그냥 시장 구경이나 맘 편하게 하기로 한다. 나야 주어진 시간이 많아서 나중에 또 와도 되지만 애들은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 있어서 이곳 알레포에서 쇼핑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시장 조사에 들어간다. 애들이 사려고 하는 물건은 알레포에서 유명하다는 올리브비누, 그리고 나에게 배워서 너무나 재밌게 즐기고 있는 베가몬 보드게임판, 등등.
올리브 비누는 특히 알레포에서 유명해서 그런지 가게가 꽤 많았다. 비누가게에 들어서면 그다지 좋지 않은 칙칙한 냄새가 풍겨온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밝은 조명 밑에 선명한 녹색빛을 내는 올리브 비누가 가지런히 놓여져있고, 개중에는 조각을 해서 진열을 해놓은것도 있다. 천연 올리브비누는 겉이 칙칙한 황갈색이지만 상점의 점원들은 "우리 올리브 비누는 몇년이상 묵힌거야 " 라며 자랑이라도 하듯이 플라스틱줄로 비누를 반으로 가른다. 만든지 얼마 안된 1-2년짜리부터 10년 묵힌 비누까지 종류도 다양한데, 오래된것일수록 갈랐을때 나타나는 녹색이 진하고 중심부로 점점 붙어서 조그맣다. 비누가 오래되면서 녹색의 색이 점차 진해지면서 좁아지는것이다.
[ 이건 플라스틱이 아니야 나무야! 라면서 두들기고 있는 상인 ]
사실 점원이 그렇게 말하니까 좋은거라고 생각하는거지 녹색이 많을 수록 좋은건지 또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모르면 눈뜬 장님이 되는거지. 어쨌거나 애들은 어차피 내일도 다시 올 수 있다는 생각에 흥정력이 강해진다.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면서 가격조사에 들어간다. 쇼핑에 별 관심없고 (어차피 나야 다시 올 수 있으니) 여유만만한 나와달리 열심히 흥정하고 시장조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별을 예감한다.
시장은 바둑판처럼 큰 대로를 끼고 사잇길이 있었는데 좁은 골목틈으로 또 엄청난 수의 상점이 나열되어있었는데 일단은 큰 대로의 메인 수크(시장)만 보기로 하고 그 길을 쭉 따라 걸었다. 이 길을 따라 쭉 걸어 시장을 따라 올라가면 알레포성이 나타난다. 그렇게 알레포성 방향으로 올라가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갑자기 똘추같은 새끼 하나가 쿵후를 하면서 앞에서 깔짝깔짝거린다. 재밌어서 동영상을 하나 찍었다. 꼴을 보아하니 어느동네나 있는 정신나간놈같은데 웃긴다.
[ 알레포 시장 또라이 ]
쭉 따라서 올라가니 시장의 끝이 보인다. 밖으로 나가니 멀리 알레포성이 보인다. 시장에 있다보니 어느새 밤이 된지도 몰랐다. 밖은 어두워져서 알레포성에는 야간 조명으로 멋있게 빛을 밝히고 있었다. 알레포성은 내일 보기로 하고 우리는 계속 시장구경을 하기로 했다. 다시 원래 메인수크길을 따라서 내려가면서 구경하면서 이번엔 좀더 반경을 넓혀보기로하고 사잇길로 접어 들어갔다. 들어가자 정말 이 시장이 얼마나 넓은가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웨딩드레스같은 것만 쭉 파는 길, 귀금속 가게들이 쭉 늘어서있는 길 부터해서 골목하나하나가 세분화된 시장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잠시 목도 축일겸 과일주스 파는 곳에서 싼 값에 생과일 주스를 들이키면서 숨좀 돌리고 또 구경 또 구경. 끝없는 시장 구경에 지치는지도 모르고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알레포 시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길에 접어들었다. 그냥 숙소쪽으로 향할까 하다가 구석진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 가정집들과 연결된 골목인듯 동네 꼬마애들이 모여서 놀고있어서 그 쪽 골목으로 접어들자 아이들이 떼로 몰려온다. 아이들 한번 쓰다듬어주고 그렇게 시리아 가정집이 몰린 골목길을 거닐다 보니 좁은 골목길 틈 사이로 빽빽하게 늘어선 집들 사이로 불빛이 새어나오고 저녁을 먹는듯 맛있는 냄새가 풍겨져온다. 집 생각이 난다. 이런 골목길이 좋다. 엄마 심부름을 다녀오는듯 자기 발보다 큰 쓰레빠를 신고 큰 봉지를 들고 쫄래쫄래 걸어가는 꼬마애들의 모습,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들의 모습. 즐겁다.
골목길을 빠져나오니 다시 또 작은 시장이 나타난다. 관광객위주의 알레포시장과는 달리 현지인들이 많이 들르는 시장인듯, 마치 알레포시장이 백화점의 느낌이라면 이곳은 말그대로 동네 작은 시장의 느낌. 시장에 들어서자 우리의 눈을 잡은건 널직한 쇠로 석쇠같은 곳 위에다가 무슨 동물뼈인지 알수도 없는 동물 뼈들을 잔뜩 늘어놓고, 화염방사기(?!)로 지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 재밌어서 사진을 찍으니 불로 뼈를 지지고 있던 남자가 나에게 불을 건네준다. 그래서 나도 한번 지져보고, 그렇게 시장에서 노닥노닥 거리면서 빠져나오니 대로가 나온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다. 돌아가는 길에 야채시장이 있어서 잠시 들렸다. 하루종일 시장구경을 하지만 시장구경은 질리지가 않는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서 먹을 과일이며, 빵이며 이것저것을 좀 샀다. 넉살좋은 우리 여자애들은 또 무슨 빵만드는가게안에 주방있는곳까지 들어가서 빵만드는거 사진찍으며 공짜 빵을 얻어먹고 있다. 정말 강한 아이들이다. 즐거운 시장 구경도 끝이 나고 어두운 골목 골목을 지나 숙소에 도착했다. 수홍이랑 나랑은 맥주나 한잔 하자고 얘기해서 근처에 술 파는 liqorshop을 찾아서 가서 맥주를 몇 캔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 활기넘치는 밤의 시장 ]
언제나처럼 즐거운 하루의 마감은 시원한 맥주 한잔과 과일,과자로 곁들인 안주가 있는 마무리. 이국에서 맛보는 매일매일 새로운 맥주들의 향연. 즐겁다. 여행이 바로 이맛이지! 캬
: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많은 이들과 마주쳤습니다. 와디럼투어 제의를 거절했던 그 한국여자, 그리고 팔미라에서도 만난적이 있던 일본여자2명.또 다른 한국남자들 2명. 수 많은 여행자와 마주쳐 수많은 얘기들을 나누고 수 많은 정보를 주고 받습니다. 이런 것들을 여행기에 모두 담을 수 없고, 모두 얘기할 수 없음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그런 즐거움이 여행에서 차지하는 가장 큰 즐거움중에 하나인데 말입니다. 아무쪼록 즐겨주세요. 부족한 여행기이긴 하지만, 단순히 하루하루 일상을 그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여행기이지만 여행의 모든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은 한결 같습니다. 즐겨주시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럼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중동여행기 처음부터 보기 (오스트리아 부터)
[여행기/2007 중동 4국] - 오스트리아 070116 출국, 유럽은 유럽이다. 오스트리아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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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ie4me at 2007/06/12 13:01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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