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면서 꿈이 하나 생겼다.
 
 세계여행을 하자.

 세계여행을 하고 난 뒤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에 게스트하우스를 짓고 항상 여행자들을 가까이 하자.
 그리고 그들과 만나며 여행에 대한 갈증도 풀어내고 여행자들을 돕자.

 그리고 그 꿈은 점점 커져갔다.

 태국 빠이에 갔다.
 
 산 골짜기 시골 마을

 아무 것도 없는 이 마을은 그 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요량으로 가득찬 국제적인 한량 마을이었다.
 휴식이 필요한 장기여행자들이 모이고, 예술가들이 흘러들어왔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배낭여행의 불모지, 내 조국 대한민국엔 저런 마을이 있는가.
 강원도, 내 아버지의 고향 시골 마을에 저런 빠이 같은 마을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아무것도 없다.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깡촌.
 
 굽이굽이 도로를 돌아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노랑머리의 서양놈들이 우글거린다.
 배낭을 매고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공기 좋고 한적한 시골 마을은 활기를 띠고 밤마다 세계 여행자들이 모여 꿈을 나눈다.
 
 
 어릴 적 한 때 돈이 전부였고, 돈 버는게, 부자가 되는게 목표였던 적이 있었다.
 지금 호주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그들에게 꿈을 물어본다.
 
 그냥 부자가 되는거
 돈을 많이 버는거
 그런게 목표인 아이들을 보면서 장래 꿈에 공무원을 적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떠올랐다.

 내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빠이 같은 꽤 쿨한 그런 마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큰 꿈이 생겼다.
 
 여행을 다니면서 인위적인 어떤 것 만큼 별로인 것은 없음을 깨달았기에 인위적으로 하기 보다는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으고 힘을 합쳐 그런 마을을 만들어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생겼다.


 
 지난 2년간 호주에 있으면서 참 많은 걸 생각하게 되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난 2년간 퇴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스스로의 기준점에서 많이 벗어나있는 그런 생활들.
 여행자임에도 여행을 즐기지 않았고, 한 곳에 정착해 있었다.
 목표액이라는 강박관념 속에서 렌트나,자동차 문제로 손해 본 돈을 만회해보겠다며 정작 손실액의 몇배나 되는 돈을 카지노 도박에 날렸다.
 
 심지어 도박을 너무 싫어해서 친구들이랑 10원짜리 고스톱도 치지 않았던 짤짤이 같은 것도 하지 않았던 나였는데 어느날 문득 정신차렸을때 바카라 게임 한판에 3000불을 걸고 있었다.
 
 사람이 좋고, 술이 좋았던 난 이제 사람이 지겹다.
 
 다시 배낭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여행을 떠나면 재밌을까?

 수많은 의구심이 들었다. 모든 것에 대한 회의감.
 
 2년간 정체는 커녕 퇴보하고 있었다. 

 2년간 난 내 꿈에 대한 생각은 잊고 있었다.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왜 호주에 왔는지 잊고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2년은 지나있었고,  이제 호주라는 길 끝에서 도무지 그 끝을 알 수가 없는 갈림길 위에서 선택을 하게 되었다.  다만 어떤 선택이든 지금부터는 천천히 인내하고 걸어가야 할 험한 길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뿐....


 
 
  
  1. Favicon of http://bass2kj.tistory.com BlogIcon MUSE 2011.04.11 14:01

    형이 빠이 가셨을 때랑 지금이랑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사람이 많이 오다보니 좀 발전한 느낌?

    물론 지금도 좋긴 하지만, 몇 년 전에 갔으면 더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강원도 산골짜기에 진짜 이런곳 생기면 좋겠어요

    • 어디나 다 휙휙 바뀌는듯
      더군다나 빠이 같은 경우엔 더욱 입소문 타고 오니
      항상 그렇듯이 여행자들이 몰리는 곳은 변하게 마련이고 그러면 또 사람들은 " 아 옛날에 좋았는데.." 라며 옛생각하고 그리고 또 새로운 장소 파고... 반복이다..

      인생이나 여행이나. ㅎㅎㅎ

  2. 깡또리 2011.04.11 15:46

    많은 사람들이 세계여행을 꿈꾸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생계를 위해 직업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또한 그렇구요
    어떻게 생각하면 참 쉬운 문제인데,,,

    먹고살생각하면 어려워진다는..ㅠㅠ

    • 그럼요
      막상 먹고 사는게 걱정이죠..
      전 먹고 사는 걱정하면서 이러고 있네요..

      쿨하게
      어떻게 되겠지 이러면서 해야되는데 ㅎㅎㅎㅎㅎ

  3. Favicon of http://blog.naver.com/drunkenhwang BlogIcon 황병희 2011.04.11 20:08

    인도 바라나시보다
    방콕 카오산보다
    라오스 방비엥보다
    가장 좋았던 곳은 빠이였던 거 같아요 저 역시.
    특히 매일밤 비밥에서 듣는 레게음악은.

  4. 류케 2011.04.12 00:33

    하하 그런비스무리한 마을을 제주도에 아는분이 만들고 있음!! 지금 그분 혼자 집을 만들고 계심 몇번가서 도와줬는데 근성의 한국인임 링크 http://www.talu.net/

  5. Favicon of http://sleeepy.tistory.com BlogIcon sleeepy 2011.04.12 08:24

    멋진 글!!

    이래서 내가 아우님 블로그에 안올 수가 없고
    이래서 내가 아우님 글을 안 읽을 수 없고~

    멋진 꿈을 가진 여행자. 경무 아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