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시던 중, 술자리가 끝이 났다.
 담배도 떨어졌고, 물도 떨어져서 겸사 겸사 오토바이를 몰고 세븐일레븐 쪽으로 내려갔다.

 편의점에서 담배와 물을 사가지고 다시 올라오는데, 밤공기도 너무 좋고, 기분이 좋았다.
 꼬 따오에 와서 모든게 치료 된 기분이었다. 다이빙도 너무 재밌고, 사람들도 너무 좋고, 행복했다.
 
 예전에 인도여행에서 만난 한 한국아저씨가 한국에서의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인도에 정착했는데 어느 날, 오로빌 숲길을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데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다 나더라는거다. ' 한국에 내 친구들은 지금도 빡빡하게 살아가는데 난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걸까? '

 나 역시 그런 기분이 들었다.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너무 기분이 좋아. 오토바이 악셀을 바짝 당겼다. 속도를 확 올렸다. 굉음을 내면서 오토바이가 확 질주한다. 시원한 바람이 내 행복한 기분을 더욱 업 시켜준다.

 그리고 순간.
 정말 순식간이었다. 꼬 따오에 길이 좆같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군데 군데 움푹 패어진 웅덩이 이후, 모랫바닥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진것 까진 느꼈는데 그 다음은 난 땅바닥에 쳐박혔다. 아플 틈도 없이 일어나서 보니 오토바이는 뒤에 자빠져있고, 편의점 비닐봉다리가 한쪽에 떨어져있었다. 정신이 없었다. 일단 움직이는걸로 봐선 뼈가 이상있고 한건 아닌것 같고, 전혀 어디가 아프다는 느낌도 없었다.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고, 봉지를 주었는데 담배는 있는데 물이 없다.

 물이 어딨나 살펴보는데 진짜 놀랠 노자다.

 페트병이 칼로 자른것처럼 반토막이 나서, 물이 이미 벌써 새어있는 상태. 벙쪘다. 어떻게 페트병이 저렇게 됐을까

 아쉬운대로 오토바이를 몰고 다시 홍익인간으로 올라오는데, 다행인지, 렌트한 오토바이가 별로 고장나거나 한 것같진 않다. 어디 부셔진데도 없고, 잘 간다. 오토바이를 일단 세워두고, 방으로 들어와 옷을 벗고, 화장실로 갔다. 샤워를 하는데 미친듯이 따가웠다. 일단 대충 물로만 씻고, 거울을 보는데 왠걸 이빨이 부러졌다. 앞니가 영구처럼 반틈 부러져서.... 깜짝놀래서 다이빙을 계속 할 수 있는지 제일 먼저 숨을 훅하고 쉬어봤더니 이가 시리다. 젠장. 다이빙은 물건너갔네.

 그러면서 또 깜짝 놀랜건, 이 와중에 다이빙을 할 수 있는지부터 체크한 내 자신의 모습이었다.
 이 아픈 와중에 다이빙을 하고 싶다는 그 열망. 얼마만에 느껴보는 의욕인지!

 대충 상처를 체크해보니, 타박상에 까져서 피나고 뭐 그정도 인것 같아, 일단 낼 일어나서 병원을 가보던지 약국을 가보기로 하고 일단 잠들었다. 술을 많이 마신 탓에 아픈지도 모르고 그냥 잠들었다.


 그리고 아침.

 일어나서 시트를 봤더니 피로 흥건하게 젖어있다. 옆에서 진형님은 여전히 자고 있다.
 담배 한대 필려고 밖으로 나왔더니 엥다이버랑 썬누나,제주도 여선생들 등 꼬 팡안 갔다온 여자들이 와있었다. 그리고 내 얼굴을 보더니 " 얼굴 왜그래? " ,  " 싸웠어? " 이러는데 오토바이 사고 나서 그런다고 얘기하고 담배 한대 피고 방으로 들어가 얼굴을 확인해보니, 난리도 아니다. 코도 까져서 피나고, 이빨 뿌러지고, 턱도 까져서 피나고 얼굴이 아작이 났다.  왼쪽은 거의 상처없이 괜찮은데 오른쪽 팔, 다리, 허벅지, 다 아작났다. 상처 부위가 거의 다 였다. 아마 오른쪽으로 쫙 바닥에 쓸린듯 했다.



[ 사진 위 : 사고 나서 몇일 뒤, 꼬 따오 떠나기 전에 찍은 상처 사진. 그나마 좀 아물었을 때 ]

 뽀나스로 나의 지독한 지병 중에 하나인 내성발톱으로 인한 양쪽 엄지 발톱 두개가 넘어지면서 땅에 부딪혔는지 둘다 덜렁덜렁 했다. 발가락에도 다 쓸려서, 이건 아무리 백번 양보하고 다이빙 할려고해도 핀 (오리발) 착용도 무리. 결국 여기서 끝이다.

 너무 내 자신이 한심하고 답답해서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그리고 다시 잠들었다. 자는데 뭔가 인기척이 들어서 눈을 떠보니 찬우형님이 방에 들어와 내 옆에서서 내 상처를 쳐다보고 있다.

 " 술 먹고 오토바이를 왜 타! "
 " ....... "
 " 내가 아주 여기서 사고를 몇번을 봤는지 아나, 진짜 혼난데이 "
 " ....... "
 " 그러게 그냥 자지 왜 새벽에 나갔냐 "

 혼을 내주고, 이내 곧장 창진마스터 형님이 들어오더니 상처를 쭉 보더니 밖으로 나오라고 한다.
 
 바깥에 나가자 창진형님이 구급상자를 가져와서 상처 소독 해주고, 약발라주고, 먹는 약하고 바르는 약을 주면서 치료하라고 하는데 너무 고마웠다. 오른쪽이 발부터, 종아리,허벅지, 팔, 전부 다 아작나서 소독하고 약바르는데만 해도 참 힘들었다. 창진형님이 계속 치료를 해주면서 자기는 꼬 따오에서 오토바이 타다가 다리 부러졌었다고, 하긴 여기 꼬 따오에 있는 사람들 다들 오토바이 사고 한두번씩은 다 경험있다. 사고 나기 전에도 꼬 따오에서 오토바이 타다가 사고 난 얘기 무척이나 많이 들었다. 써니 샘은 여잔데도 오토바이 사고나서 얼굴에 흉터가 졌고, 얘기들어보면 매년 이렇게 다이빙 하러 와서 오토바이 타고 사고나서 몇명씩은 다 다친다는..

 유명하다 꼬 따오 오토바이 사고.
 오토바이 타다 뇌수술 한 사람. 다리부러진 사람, 팔 부러진 사람 등등등
 나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제 나는 또 하나의 타산지석이 되어버렸다.

 누군가 새로운 사람들이 꼬 따오에 가면 오토바이 사고 조심하라는 얘기로 내 얘기가 언급될터 -_-;;;;


 어쨌든 다들 걱정해주면서 밥 먹으라고 밥 사주고, 이 따뜻함.
 다쳤는데 마음은 그 어느 때 보다 훈훈했다.

 그럼에도 어제의 행복했던 그 마음에 비해 다이빙을 할 수 없음이 너무나 절망스러웠다. 그리고 치료를 받으로 한국으로 가야 할 것 같다는 사실에 마음이 안타까워졌다. 하지만 몸이 이렇게 아픈 와중에 한가지 얻은 것은 방콕에서 느낀 허무함과는 전혀 다른 절망 속에 희망을 느꼈다는거, 방콕에 있을 때 만약 이렇게 사고가 났더라면 아마 뒤도 안돌아보고 ' 그래 여행 그만두라는 계시다 ' 라고 느꼈을 텐데,  그런것 따윈 전혀 없이 ' 아 빨리 치료받고 다시 와서 해야지 '라는 생각부터 드는걸 보니 마음 한구석에선 기쁘고 행복한 마음까지 샘솟을 정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며칠 더 지켜보기로 하고, 며칠 더 생각해보고 이동해보기로 했다.

 같이 다이빙을 한 같이 오픈워터를 딴 '구다'누나는 맨날 세상에 둘 밖에 없는 다이빙 동기가 다쳤다며 유난을 떨기보단 참으로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지켜봤다. 그래도 다들 걱정 해주면서 이내 술 먹으면서 장난식으로 나를 약올리고, 위로해주고 하니 내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저녁에 숙소에 있던 말레이시아에서 게스트하우스하는 형님커플이 밤 낚시 갔다와서 도미를 몇마리를 잡아왔는데 찬우형님이 회 뜨고해서 밤에 소주랑, 회 뜬거 먹고 마시면서 또 즐거운 시간들. 아 이 곳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꽤 안타깝다.

 다이빙을 안하게 되니, 시간은 차고 넘쳐흘러서, 낮에 그냥 여유롭게 있으면서 낮술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또 나눌수 있어 좋았고, 저녁에는 다이빙 마친 사람들이랑, 마시고. 이런 가운데 어느새 딸기와 그 일행들도 오픈워터 자격증을 따고, 홍익인간에서 오픈워터 기념 파티를 하는데, 이젠 같은 다이버라고 게다가 자기네는 어드밴스 들어간다고 이때부터 개무시당했다 ㅋㅋㅋ

 딸기네들도 써니샘한테 배웠는데, 열등반 직후에 딸기네 반은 완전 엘리트 반.
 다들 오픈워터 강습 첫날부터 스쿠버 다이빙 너무 재밌다고 난리.

 우리반이 첫날 다들 축쳐져서 바다가 이쁘긴 커녕, 바다에 대한 두려움에 떨때 딸기네 반은 첫날부터 거북이봤다고 난리난리. 엘리트반은 오픈워터 끝나는 날까지 매일 그 보기 힘들다는 거북이를 보고, 다들 다이빙을 너무나 신나게 즐겼다는.  다쳐서 어드밴스 못들어가고 방콕으로 돌아가 한국 가야하는 나로선 참 그 모습이 부럽기 까지했다.

 난 빨리 한국으로 가서 치료 받기로 마음 먹고, 다음 날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나의 꼬 따오 마지막 밤으로 결심을 했다.

 
 낮부터 대니형님이 비오는데 막걸리 먹자고 해서 새로 온 오픈워터 학생하고 원래 있던 몇명들하고 술을 마시는데 찬우형님이 또 안주를 엄청 맛난걸로 많이 내와서 막걸리에 소주에 아주 신나게 들이키고 있었다. 내가 꼬 따오에서 여러 술자리 게임을 전파한터라, 또 술게임 하는데 다들 흥이 올랐다. 이 와중에 오픈워터 일정을 끝내고 돌아온 딸기네 반이 오픈워터 자격 취득 기념으로 파티를 한다는 거다. 다른쪽 테이블에 써니샘과 그 오픈워터 엘리트 반이 파티를 하고, 양쪽을 왔다갔다 하면서 술을 계속 마셨다.



 그리고 술자리가 깊어질 무렵, 진형님이 날 따로 부른다.


 - 대니형님이 집에가서 한잔 더 하자는데 대니형님네로 가자


 그리하여 홍익인간 근처에 있는 대니형님네로 향했다. 어두컴컴한 골목을 지나 금방이었다. 집에 들어가 내가 안주를 만들고 준비해서 대니형님, 나 , 진 형님 3명이서 술을 마시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난 대니형님한테 좀 섭섭했던, 다이빙 가격 얘기라던가 그런것에 대해 얘기를 하고. 참 좋은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진 형님은 맨 처음 꼬 따오에 와서 다이빙을 배운 이후로, 매년 여름 휴가를 받으면 꼬 따오에 오는데 참 돈독해보였다. 이 날도, 낮에 대니형님이 프리다이빙으로 수박만한 참소라를 잡으로 바다에 나갔었는데 카약을 타고, 대니형님, 진형님, 구다 누나 이렇게 3명이서 갔는데 대니형님이 한참이 지나도 올라오지 않아서 진형님이 구조요청하고 난리 났었다는 근데 실제론 사고가 난것도 아니고 그냥 물속에 오래 있었던 건데 너무 오랫동안 물속에 있길래 뭔일있나 싶어서 그랬다는. 어쨌든 당시엔 나름 긴박했던 상황이었던 듯.


 진형님은 가슴이 철렁했다고 하고, 대니형님은 그런 모습에 감동했고. 뭐 그런 훈훈한..


 대니형님이 참소라를 잡으로 간 것도, 구다 누나, 나 , 진형님 3명한테 먹일려고 갔던것. 안그래도 낮에 술자리에서 참소라를 잡아왔는데 다른 사람들이 저녁에 그거 먹냐고 하니까 대니형님이 짜를땐 확 짜르더라 "미안한데 이건 구다랑 경무랑 진 때문에 잡은거라 얘네 먹이고 다음에 따다 줄게 " 라고 얘기했던게 기억난다. 암튼 여러모러 가슴이 참 따뜻해져왔다.


 꼬 따오에 있는 동안 참 많은 술자리에서 많은 얘기들을 나누며 나의 그간 모든 고민들이 해결되고 많은 상처들이 다 치유되었다. 이제 몸의 상처 때문에 떠나게 되었지만 마음의 상처는 모두 나아서 돌아간다. 몸은 아프지만 웃음이 날 수 밖에 없는 기쁜 상황. 그렇게 꼬 따오의 마지막 밤은 깊어갔다.


 
  포스팅 후기)
 오토바이 사고 얘기가 나고, 꼬 따오에 머문 몇일간의 이야기들 입니다.
 사고나서 2-3일 정도는 머물었는데 참 많은 결심을 세우게 했습니다.
 태국 이야기는 거의 마무리 되어가네요.

 이제 다시 태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은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그래서 카테고리가 2011 Thailand 인거죠
 
 사고 치료를 위해 한국에 돌아와 한달 넘는 시간을 있었는데 블로그 상으로는 아마 사고 전과 후가 그냥 내용이 이어질 것 같네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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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03 18:41

    뭐여 태국 들어간겨???
    아직 안간줄 알았더만

  2. 2011.10.03 19:15

    비밀댓글입니다

  3. joseph 2011.10.03 20:38

    으~~~~ 발가락 ㅠㅠ 너무 아파보이네요.
    이 부러진것도 좀 안쓰럽지만 웃겨요^^

  4. 2011.10.03 21:44

    몸의 건강보다 맘의 건강을 얻었다는게 참.. 불행중 다행이에요

  5. 2011.10.04 11:44

    비밀댓글입니다

  6. 깡또리 2011.10.04 12:01

    오토바이 탈때는 참 좋은데.. 위험이 도사리고있다는...

  7. Favicon of http://sleeepy.tistory.com BlogIcon sleeepy 2011.10.04 15:33

    그때 치료하러 들어올때 그 사건이구나~
    어휴 사진 정말 ㅠㅠ

    저 사진은 또 뭐하러 찍어 놓았을까나.
    정말 대단한 경무아우 ㅎㅎ

    • 아니죠..당일날 찍었으면 더 대박이었을껄요
      저게 아마 사고 난 후에 3일인가 지나서 많이 아물었을 때에요 ㅎㅎㅎ

  8. 류케 2011.10.04 18:45

    술먹고 사고난거 치고는 다행이네요
    반성하셍 제정신으로 탈때도 조심해야하는게 오토바이지만
    술먹고 탄거는 이건 지옥행 특급열차임

    • 호주에서 음주운전 걸린 이후 음주운전 안하고
      태국에서 술 먹고 오토바이 사고난 이후에 술먹고 오토바이 안탈듯요 ㅎㅎㅎㅎ

      나름 한번 깨달으면 지키는 스타일이라 ㅎㅎㅎㅎ

  9. 2011.10.04 18:58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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