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놀러오고 나서 제법 귀찮은 일이 생겼다.
 이 녀석이 새로운 것에 대한 갈구가 너무 크다.

 친구녀석이랑 나눴던 대화중에 이런게 있었다.

 " 나는 기왕에 태국에 왔으니까 태국 음식 하나라도 더 먹어보고싶고, 새로운 곳 한 곳이라도 더 가보고 싶고, 다 해보고 싶어 "
 
 그래서 그랬을까, 이 녀석이 있는 동안에 약 10일 동안에 내가 경험했던 꼬 따오에서 처음 해보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덕분에 나도 즐거우면서도 괴로웠다. ㅋㅋ

 이 녀석 때문에 새로운 식당들도 엄청 많이 가보고, 덕분에 좋은 식당들도 많이 찾아냈다.
 오기 전에는 내가 가는 식당은 몇군데 정도 로테이션 도는 정도. 식당 4-5개에서 아침,점심 정도를 매일매일 로테이션 돌듯이 찍었다. 물론 내가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옐로라이스는 매일 아침이나 점심 꼬박꼬박 먹었지만, 어쨌든 친구가 오고나서는 내가 좋아하는 옐로라이스 집도 딱 한번 가보고 못갔다. 새로운 식당, 새로운 음식에 대한 부담감..

 멀미문제 때문에 포기 한 것도 있고, 패닉다이버 문제도 있었고 해서 다이빙을 쉬는 며칠. 
 
 친구녀석은 답답하다며 웃통을 벗고 조깅을 시작했다. 덕분에 이 좁은 꼬 따오 바닥에서 무 친구가 왔는데 웃통벗고 조깅을 한다. 라는 얘기가 쭉 퍼져서 내 친구는 만나는 사람마다 " 옷벗고 조깅하신다면서요? " 라는 질문을 들어야 했다. 

 - 내가 조깅하는거 어떻게 다들 아냐?
 - 내가 말했잖아 여기 진짜 좁은 동네라고, 내가 아침에 뭘 먹었는지 조차 다 알 수 있다니까 그니까 여긴 조심해야돼
 - 진짜 장난아니다.
 
 심지어 저녁에 밥먹고 있는 아는 형님이 지나가다가 만나게 되었는데 그 형님 조차 내 친구를 보더니 
 " 아~ 그 조깅한다는 친구 분 "
 
 그러자 내 친구 또 한번 놀랄 수 밖에
 
 - 어떻게 처음 본 사람이 나 조깅 한 걸..
 - 여기 진짜 좁다니까 소문 다 퍼지고. 비밀이 없어.  ㅋㅋ
 - 진짜 장난아니다. 이정도 일 줄은
 - 할일도 없고, 만나는 사람도 한정되 있고 그러니까 뭐 아침에 지나가다가 누구 오토바이가 어디 세워져 있더라, 누가 어디서 밥을 먹고 있더라, 누가 뭐하더라, 이런거 대화 주고 받고 하니까 뭐 순식간이야 ㅋ
 
  
 어쨌든 이렇게 좁은 꼬따오 바닥은 섬 자체도 그리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난 거의 돌아다니지 않았다. 여행이 아니라 생활이되면 늘 그러하듯.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이유로 소홀하게 되는데 친구 덕분에 드디어 꼬 따오 한바퀴를 돌게 된다. 무려 섬의 반대편을 여행하게 된다. (사실 여행도 아니지 오토바이 타고 좀 가면 되는데 ㅋ)
 
 낮에 심심하게 있는데 친구가 오토바이 타고 돌아다녀보자고 해서 지도를 피고 어딜가볼까 하다가 나도 가보지 못했던 섬 반대편, 섬의 동쪽인 Tanote bay쪽을 가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지도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니 여행기분 나면서 기분이 상콤했다.

 지도로 길을 대충 파악한 후에 지도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오토바이 시동을 걸고 출발.
 

 익숙한 길들을 지나 한번도 가보지 못한 갈래길을 통해 드디어 첫 발을 떼는 섬의 반대편 길. 번화한 섬의 서쪽과는 달리 야생이다. 길은 포장되어있었으나 가게도, 집도 없이 무성한 나무들이 우거져있었고, 시원한 바람이 분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 악!!!!!!!!! 너무 좋아 " 소리쳤다. 친구를 바라보니 친구도 정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 진짜 좋다 !!! " 소리 질렀다. 길이 가파른 언덕이 많아서 올라갈때는 낡은 오토바이들이 낑낑거리며 힘들게 올라갔지만 쭉 뻗은 내리막길을 빠른 속도로 내려갈 때는 둘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
 
 완전 상쾌하고 기분좋아.
 
 여기서 몇달 있은 것 같은데 첨 와보는 이 곳의 모습, 풍경들이 마냥 신기하고 이뻤다. 
 그리고 달리다가 중간중간 View Point처럼 보이는 곳이 있으면 (여행자의 센스라고나 할까 굳이 뷰포인트라고 적혀있지 않더라도 촉이 온다 )  오토바이를 세우고 풍경을 보는데 풍경마다 기가 막혔다. 참 좁은 섬인데도 보는 각도마다 다르다. 



 [ 사진 위 : 맨 위 사진 중간에 무슨 불량화소 처럼-_-; 변환중에 저런듯. 썅. 귀찮아서 그냥 냅둠.  타노트로 향하는 도중 멈춰서 찍은 사진들. 산 위에 자리 잡은 저 멋드러진 집은 얼말까, 저기 살면 얼마나 좋을까 쓸데 없는 잡담들..]
 
 
 그리고 또 달리고 달려 우리의 목표지점인 Tanote로 향했다. 
 타노트로 향하는 길은 제법 거칠었다. 가파른 언덕길 때문에 낡은 오토바이들은 힘들어했고,  게다가 그것 마저도 어느 지점부터는 울툴불퉁한 비포장으로 바뀌었다.  길 자체가 가파라서 이미 힘든데 거기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오토바이의 브레이를 꽉 붙잡고 내려가느라 손아귀가 조낸 아파왔다. 저 멀리 내리막길에서 4륜의 ATV가 여유롭게 올라온다. 씨부랄..
 
 그리고 다음으로 우리가 멈춘 곳은 이름도  Tanote view
 대박 짱. 킹왕짱이었다. 풍경 간지 줄줄

 뷰포인트가 먼저인지 이 포인트에 지어진 카페가 먼전지 그건 잘 모르겠구 카페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데 뭐 아무것도 안마셔도 굳이 들어가서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것으로 뭐라 하지는 않는다.

 너무 멋진 풍경에 잠시 넋을 잃고 친구는 친구대로 나는 나대로 잠시 떨어져 풍경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탁 트인 바다. 멋지다. 이런 곳에 집 한채 지어놓고 살면 얼마나 좋겠나 싶다.
 



 [ 타노트 뷰포인트 라고 이름 붙여진 곳에 있는 카페에서 사진을 찍었다. 멀리 보이는 해변이 바로 Tanote bay ]
 
 한참을 멋진 풍경을 보고, 카페에서 나왔다.
 길을 보니 정말 심각할정도였다. 이 고물 오토바이가 버텨줄까 싶다. 너무나 가파른 경사와 울퉁불퉁을 넘어선 비포장도로. 난 그만 돌아가고 싶었으나.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가보자고 저 한참 아래쪽 비치 있는데까지 가자고 하는 친구. 뷰포인트가 괜히 뷰포인튼가. 높은 꼭대기에 있으니 뷰포인트지. 내려가는건 그렇다 치더라도 올라가는것도 걱정. 하지만 무작정 자꾸 가자는 친구 녀석을 그렇다고 혼자 보낼 수는 없는 노릇. 결국 진짜 이건 울며겨자먹기로 따라갔다. 예상대로 브레이크가 잡히지 않을 정도다. 시동을 아예 꺼버리고, 두 발을 땅에다 댔다. 브레이크를 있는 힘껏 잡고 두 발을 땅에다 지져도 오토바이는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녀석은 먼저 내려가서 날 보고 있다.
 
 그렇게 해서 겨우 애시당초의 목적지인 tanote bay까지 도착했다. 
 리조트 몇개가 늘어서 있었다. 

 
 섬 서쪽에 비해 확실히 한적하지만, 안좋은 길에 비해 멋드러진 리조트들이 나타나서 제법 깜짝 놀랬다.
 복작거리는거 싫고 조용히 쉴려면 대신 돈 좀 있고 하면 여기도 괜찮을 것 같다.
 
 잠시 그 곳에 있다가 우린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 돌아가기로 했다.
 올라가는 길, 의외로 비포장 언덕길은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엄청 가파른 구간은 오토바이가 더이상 올라갈 수 없었다.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며 약간 탄력을 받아야 되는데 저 아래부터 계속 오르막길이다 보니 힘이 쭉 달린 오토바이는 급경사를 만나자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오토바이에서 내려서 오토바이를 끌고 올라가는데 진짜 존나 쎄빠지게 땀뻘뻘 흘리면서 올라오니 아까 그 타노트 뷰포인트 카페다. 

 카페안에 외국인들이 오토바이 끌고 올라오는 내 모습을 봤는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존나 웃는다. 그걸 보고 또 내친구는 존나 웃는다. 나도 웃기다. 
 
 담배한대 피며 땀좀 식히고 다시 출발.  다행이도 쭉 치고 올라가서 손쉽게 포장도로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뒤에서 존나 크게 웃으면서 오는거다. 오토바이를 멈추고 왜 그러냐고 묻자.
 
 - 야야 경무야.. 아 존나 웃겨 디지겠다.
 - 왜
 - 아까 카페에서 그 니 보고 웃었던 커플있잖아 
 - 응
 - 니 오토바이 타고 언덕길 먼저 올라갔잖아 그니까 얼른 뛰어 나오더니 니 올라가는 모습 보면서 나한테 괜찮냐고 묻더라 괜찮다고 하는데 니가 쭉 잘 올라가니까 엄지손가락 치켜들면서 굿럭! 이런다
 
 둘이서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한참을 웃었다. 본의아니게 오토바이 몸개그를 해버렸다.
 
 우울함도 잠시 잊고 신나게 웃을 수 있었다.

 오늘  이야기에서 빠진 얘기는,  할머니가 중환자실에 입원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사람도 제대로 못알아보는데 집에서 나오기 전에 동생이 병원에 가서 전화해서 할머니 바꿔줄테니까 통화하란 얘기. 타노트로 향하는 긴 언덕길 꼭대기 즈음해서 전화벨이 울려서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랑 통화.
 
 - 할머니 경무에요
 - 어
 - 할머니
 - 어
 - 할머니 괜찮아요?
 - 어
 
 옛날 같으면 밥은 먹었냐? 밥은 잘 먹고 다니냐? 소리를 끊임없이 하던 손주걱정 하던 할머니는 없었다. 그냥 힘이 없는 목소리로 '어' 만 반복할 뿐이었다.
  
 친구가 꼬 따오에 오기 전의 일이었다. 너무 심각하다는 집에서의 전화를 받고 한국으로 갈려고 했었다. 집에서 오지 말라고 엄마가 따로 신신당부를 해서, 있긴 하다만 마음이 편치는 않다. 그냥 말그대로 잊을려고 노력 중.
 
 우울하지만 마냥 우울해 있을 수도 없고. 그냥 그렇게
 오늘도 이 우울한 전화통화를 한 뒤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타노트에 다녀오는 것이었다.
[생략]


이 여행기는 수정/생략 된 여행기 입니다.
수정/생략 되지 않은 풀버젼 꼬따오 여행기는 모두 BADASANAI DIVE로 옮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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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04 12:00

    비밀댓글입니다

  2. 2011.12.04 14:00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ㅋㅋㅋ 진짜 타노트 외국인 웃겼는데 ㅋㅋㅋ 잊을수가 없네 ㅎㅎ
    아직 거기 있었으면 니 술상대라도 했을텐데 진짜 안타깝다
    힘내 갱무!!!!!!!!!!!!!

  3. joseph 2011.12.04 16:57

    아이고...맘여린 이 총각을 어쩌면 좋누...위로도 안되는 말로 겉치레하기 싫고...그냥...지켜봐 주고 싶네요...
    힘들땐 힘들다고 말할수있는 그 용기!!! 멋지다 경무!!!

  4. 땅콩 2011.12.04 20:43

    뭐라 드릴 말이... 힘내세요!

  5. 일사일촌 2011.12.06 15:58

    오랫만에 들어와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느낄수 있는 글 이네요 할머니 건강도 빨리 좋아지겠죠 경무씨 화이팅하세요!!

  6. Favicon of http://sleeepy.tistory.com BlogIcon sleeepy 2011.12.06 17:18

    언제고 한번쯤 겪을 일.
    마음 속에 사랑하는 분 고이 모시게나.
    (지금도, 그리고 나중에도)

  7. sun 2011.12.06 21:50

    전 폭풍 피드백하고있어요!
    인터넷을 잘하지 못하는 상황인지라..ㅎㅎ
    남이 무슨말을 한들 결정과 후회는 다 자신의 몫이니 딱히 도움이 될만한 말은 없는것같아서 속상하네요
    마음가는대로하시고 어떤결정이든 후회는 조금만하시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문득...무님 세계여행중에 우연히 만나게된다면 얼마나 신기하고 반가울까 생각하니 재밌네요 ^^
    이것또한 바래봅니다 ㅎㅎ

    • 어디시길래 인터넷을 잘 못하는 상황이신지 ㅋㅋ
      여행중이세요?

    • Sun 2011.12.09 14:04

      아니요 그냥바빠서요 ㅠㅠ 일-집-일 매일이래요 ㅋㅋㅋ 이제 크리스마스가 얼마안남아서 코피터지게 바쁘게생겼어요 무님은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보내시겠네요 ㅎㅎ

    • 바쁘면 좋은거죠
      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이젠 너무나 익숙하네요 ㅠ,ㅠ
      추운 한기 느껴본게 언젠지 기억도 나질 않아요

  8. jihye 2011.12.13 17:27

    오랫만에 들어왔더니 매우 우울하신것 같은 ㅠ
    여행기 보며 저는 오히려,, 뭐든 다 해내실 것 같은 분 같아 내심 부러웠는데,,
    힘내세요~~ 뭐든지, 다 해내실수 있는 분이자나요~~^^
    저도 할머니께서 07년에 돌아가셔서
    그 마음을 너무 잘 알죠,, 매일 이쁘다 이쁘다 우리지혜 우리지혜 해주셨는데,, ㅠ 아무것도 못해드리고 떠나보냈답니다.. 아마 할머니 말씀은 못하셔도 경무님의 마음 다 느끼실것같아요~~ 주저리주저리 또 말이 길어졌네요~~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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