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 홀리데이] 4. 집은 구했으니 잡Job만 구하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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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집은 구했으니 잡Job만 구하면 되나?
여느날 처럼 가장 먼저 일어나 서둘러 준비하고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백팩 생활이다. 여행 때는 그렇게 좋을 수 없는 백팩 생활이지만, 이 곳 호주에서 워낙 비싼 물가 덕택에 (이제 막 도착한 체감상) 최대한 빨리 쉐어하우스를 구해야 겠다는 생각뿐이었다. Barrack St 배럭 스트릿에 가서 가장 싼 1달러에 한시간 짜리 피씨방에서 아침 댓바람부터 퍼참을 뒤졌다.
호주에 한국 사람이 많다지만 그래도 대도시중에는 퍼스에 한국 사람이 가장 적다는데 (물론 다윈이나 애들레이드가 있긴 하지만..) 이 퍼스에서도 도대체 하루에 몇십개의 쉐어하우스 광고가 올라오는지 모르겠다. 그 수많은 광고에서 일단 시티, 즉 프리존에 있는 집들만 보러 가기로 했다. 어제 1존 이스트빅팍을 구경하고 나서인지 1존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게 그 이유다. 왜 1존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는가 하면, 요 며칠 퍼스에 도착하고나서 무료버스 캣을 타고 한참을 잘 돌아다니며 버스를 돈내고 타야된다는 (꽤 비싼) 압박감은 둘째 치고더라도 시티에서 이스트빅팍에 들어갈때 그 여자집주인이랑 버스를 기다리는데 꽤나 버스가 늦게까지 오지 않으니 집 세를 줘야하는 여자 주인이 당황해서 "평소에는 이렇게 늦지 않아요 버스가 자주 와요 " 라고 말했지만 호주 햇병아리들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지금 보니 ㅎㅎㅎ 웃음만
호주 2년 생활해보니 개인적으로 1존이나 2존이 나쁘지 않은 선택인듯 싶습니다.
개인적인 추천으론 1존이 젤 낫네요. 가격도 적당, 교통편도 적당.
시티는 어학원이 가까워서라던가 정말 시티에 자주 나와서가 아니라면 굳이 비싼돈 내고 사실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지라 1존을 엄청 멀게 느껴서 그랬는지 저렇게 적어놨네요.
그리고 이스트빅팍은 왠지 2존 느낌 ㅎㅎ 지금도 1존인지 2존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네요. 대중교통을 거의 안타다보니 -_-;;; 어쨌든 업데이트 요지는 1,2존을 추천한다는 요지입니다.
게다가 그 집을 보고나와서 다른 집들을 구경 할 때 잠깐 지나친 트레인스테이션. 기차가 막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기차가 그 역을 지나치고 휙 가버리는 거였다. 트레인을 탈려던게 아니었기에 별 상관은 없었지만 그 광경의 목격은 다시 한번 우리 호주 햇병아리들에게 ' 아, 만약에 여기 살면 기차가 저렇게 휙 하고 지나칠수도 있겠구나, 혹은 저 기차 안에 타고 있어서 여기 못내리고 휙 가버릴 수 도 있겠구나 ' 하는 걱정감을 심어주었다.
이뿐이 아니었다. 이스트빅팍에 집들을 모두 구경하고 나서 시티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약 30분을 기다렸다. 낮에는 그나마 30분에 한대, 밤에는 한시간에 한대라는데, 우리가 얼마나 외출을 빈번하게 하고 그럴지 모르겠지만 정말 깝깝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우리는 1존이 까마득하게 멀게 느껴지게 되어 방은 시티로 잡아야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다.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때라 이것저것 처리해야 될 것도 많고, JOB잡을 구하기 위해서 시티에 수 많은 레스토랑들을 생각하면 시티안에서 사는게 좋을거라는 짧은 생각을 하고 있던 때였다.
어쨌든 아침부터 퍼참에서 쉐어하우스 정보들을 긁어모아 방 몇개를 구경했다. 그리고 다시 시내로 온 우리는 아점으로 밥을 먹기 위해서 그나마 시티에서 밥을 싸게 먹을수 있었던 일본식당 '사무라이'로 갔으나 아침 11시쯤에도 문을 닫고 있어서, 교통카드인 스마트라이더를 만들로 가기로 했다. 퍼스역으로 가서 스마트 라이더를 만들고, 다시 쉐어하우스를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일단 인근의 Northbridge노스브릿지로 집을 보러 갔는데 뭔들 처음이 아니겠는가, 노스브릿지에 처음 오는 거였는데 노스브릿지는 수많은 백팩과 클럽들이 모여있다고 들었다.
어쨌든 그렇게 노스브릿지에 있는 집을 구경하는데 한번에 딱 하고 느낌이 왔다. 게다가 우리 모두 동시에 집이 맘에 들었다. W는 더 고민 할 것도 없이 이 집에 맘에 든다며 곧바로 집주인에게 돈을 지불하며 방을 잡았다. 나와 H는 이 집 말고 곧 보러갈 또 한집이 있었기에 그 집을 보고나서 결정을 하기로 했다. 이 집이 정말 맘에 들지만 다음집이 만약에 더 좋다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W만 그 집을 계약하고 우리는 밖으로 나와 다음 집을 보러 West Perth로 향했다. 역시 프리존. 캣을 타고 웨스트퍼스에 도착해서 또 다른 쉐어하우스를 보는데 나는 노스브릿지 그 집이 훨씬 나은듯 했는데 H는 이 웨스트퍼스 집이 맘에 든다는 거였다.
나의 첫동네 노스브릿지
나의 홈타운 노스브릿지
앗싸뵹!!!!!!
드디어 H에게서 벗어날수 있는 절호의 찬스.
근데 이게 왠일 이 집은 입주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당장 입주가 가능한 집이 아니었다. 결국 H도 노스브릿지 집으로 간다는거다. 근데 여기서 웃겼던게 노스브릿지 방이 두개, 둘다 더블룸(2인실)이었는데 한 방은 햇볕이 잘 들고, 방에 큰 거울이 붙어있는 괜찮은 방이고, 다른방은 햇볓이 잘 안들고 약간 좁은 느낌의 방이었는데 이제 3명이 다 그집으로 입주한다니 어쨌든 한사람이 한방에서 또다른 쉐어메이트와 살고, 두사람이 같이 살게 되는데 이 과정을 우린 복불복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W군이 먼저 계약했으니 좋은 방을 썼어도 됐지만 애가 착해서 복불복으로 룸메와 방을 결정했는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나는 H와 좋은방을 쓰기로 했다.
그렇게 우린 복불복으로 방을 정하고 다시 노스브릿지로 가서 그 집에 가 계약을 끝마쳤다. 한국인 신혼부부가 이제 막 새로 산 집이었는데 집이 아직 정리가 덜 돼 어수선했지만 집 자체는 굉장히 깨끗하고 괜찮았다. 인터넷은 이제 막 85기가 짜리 가장 빠른 걸로 바꾸느라 3-4일간은 안되는데 그 이후는 될 꺼라고 양해를 구한다. 이제 막 호주생활을 시작하는 단계라 인터넷이 많이 필요할 시기인데 좀 맘에 걸리긴 했지만 집이 워낙 맘에 들어서 3-4일만 참기로 했다. 집 계약을 하며 돈을 다 건네고, 그리고 마침 점심밥도 얻어 먹을수 있었다. 이제 막 도착해 체감물가가 워낙 높은 탓에 이렇게 또 한끼를 때울수 있다는게 완전 해피.
드디어 집을 구하고 얼추 퍼스에서 정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에 대한 준비를 끝마친 우리는 한숨 돌린듯 싶어 좀 여유가 생겼다. H는 전날 내가 지랄을 한 탓에 여권도 넣어서 다니고 이것저것 필요한걸 챙길수 있게 평소에 매고 다닐 가방을 산다고 하고, W는 이민가방을 가지고 왔는데 내 배낭을 보고 멋있고,너무 좋다며 자기도 배낭을 사서 배낭여행자가 되겠다며 배낭을 산다고 하고 그래서 우리는 가방을 사러 맨 첫날 한국인이 우릴 도와줄때 우릴 데리고 갔던 하버타운으로 갔다. 정말 어리버리 까면서 있었던 그 날과는 달리 우리도 불과 며칠만에 이 곳으로 물건을 사러 온 것이다.
Harbour town 하버타운에 옐로캣을 타고 도착해서 하버타운을 구경하는데 역시 아울렛이라 그런지 옷들도 싸고 가방같은 것도 쌌다. H는 퀵실버 가방을 사고, W는 제대로된 여행배낭이 없다며 시티에서 오가며 봐뒀던 아웃도어 매장에서 가방을 산다고 했다. H 꺼 가방만 사고 시티로 돌아와 아웃도어매장에서 W는 65리터짜리 배낭을 샀다. 내가 직접 매보고, 골라줬는데 맘에 들어하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집도 구했고, 가방들도 샀고 즐거운 마음으로 백팩으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이제 저녁을 어떻게 하고 들어갈까 했는데 우린 대충 먹을것을 좀 사서 들어가자고 의견을 모아 Murray st 머레이 스트릿을 걸어 우리 숙소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눈에 확들어온 식당이 있었다.
Chilliz칠리즈란 식당이었는데 시티든 어디든 밥값이 10달러가 우스운 이 곳 퍼스에서 이런 가게가 있을줄이야, 밥 값이 4달러였다. 앞으로 밥을 싸게 때울수 있겠다며 좋아했던 사무라이가 5-6달러였는데 더 싼 식당이 있었다. 대박. 역시 배낭여행자의 눈에는 싼 식당들이 눈에 띤다. 여담이지만 퍼스 생활이 몇달이 지난 지금이지만 여전히 칠리즈보다 싼 식당은 보지 못했고, 재밌는건 이 고에 나보다 훨 씬 오래 있었던 다른 사람들도 이 식당의 존재를 모른다는 거다. 물론 칠리즈에 가면 꽤 많은 한국사람들이 오긴 하지만.. 어쨌든 칠리즈 대박.
칠리즈를 발견하고 들어간 우리는 한번에 이 가게의 정체를 알 수 있었는데 이른바 쉽게 생각하면 한솥도시락 같은 곳이었다. 도시락통 용기에 밥을 넣어서 팔고 있었는데 용기도 제법 괜찮아서 밥을 다 먹고도 쓸만했다. 그렇게 밥을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우린 맥주나 한잔 하자고 해서 Red CAT레드캣을 타고 Hay St 헤이 스트릿에 BWS(보틀샵)로 갔다. 보틀샵에서 맥주를 사서 우린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들어온 우린 모여 앉아 칠리즈에서 산 밥과 맥주를 마시는데 대박 칠리즈 완전 맛있었다. 정말 앞으로 칠리즈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게다가 맥주도 VB 노란색과 초록색을 맛봤는데 노란색이 초록색보다 맘에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막막함 속에서 매일매일이 하나씩 알아가는 기쁨으로 채워지는 하루다.
항상 나는 얘기한다.
어느 나라든 맨 처음 공항에 떨어져서 그 막막함, 떨림.
당시에는 그 기분이 참으로 씁쓸하지만 여행이 끝나고 뒤돌아 봤을 때 그 순간이 가장 즐거운 순간이라고..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공항에 떨어져서 온 몸으로 전해져오는 막막함과 떨림이 좋아서이다. 그래서 준비를 더욱 대충하고 가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도착해서 일주일간 바가지도 써보고 몰라서 당하기도 하면서 겪는 그 과정들이 나중에 시간을 돌이켜봤을때 얼마나 즐겁게 다가오는지 모른다.
지금. 이제 호주 생활에 첫발을 떼려는 이 때 이 순간들이 나중에 값진 기억으로 되돌아 올 거라는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하루하루가 행복한 시간이었다. I'm Happy now.
나의 첫 방에서 본 풍경
포스팅 후기 2011년)
2년 전의 글들이 깨알같은 웃음을 주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대단하게만 느껴졌네요. 그 만큼 성장했단 얘기겠죠
일단 사무라이는 언제부터인가 없어졌습니다. 없어진지 한참됐어요. 그래서 시티에서 저렴하게 밥먹을수 있는곳은 여전히 칠리즈와, 타카 두개구요.
쉐어구하실 때, 일자리를 어디로 잡게 되는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수 있으니 일자리랑 가까운 곳에 구하시고, 1존이나 2존도 괜찮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론 1존 > 2존 > 시티 > 2섹션 정도가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