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살아보기/호주 워킹홀리데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52. Perth, 사람과 사건들

나이트엔데이 2010. 4. 19. 09:38

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이번 편은 쉬어가는 편으로, 애플과 나이트엔데이가 퍼스에 도착한 이후 이 글을 쓰는 2010년 4월 시점까지 있었던 크고 작은 사건을 사람 중심으로 묶어본 글입니다. 등장인물에 대한 정리도 될테고 굳이 한편을 할애해서 얘기하기엔 작은 사건들도 얘기 할 수 있어 한번 포스팅 해봅니다.


 52. Perth, 사람과 사건들


 퍼스에서 일을 하면서 자리를 잡게 된 애플과 나.

 몇달간 크고 작은 여러가지 사건들이 있었다. 


 일단, 정착을 하게 된 우린 당시에 출근 하기에도 편하고, '친했던' 제니누나네 집에서도 가까운 이유로 이 곳 '빅토리아 파크 Victoria Park'로 쉐어하우스를 구했다. 오랜만에 쉐어하우스 구한다고 집을 여러개 보러 다니니 기분이 새록했다. 작년에 한참 쉐어하우스 구하던 그 때 생각이 떠올랐다. 점점 집을 보는 눈도 올라가고 노련해진 느낌. 더군다나 이젠 자동차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집 보러 다니기도 수월하고 집을 선택할수 있는 폭도 많아졌다. 


 그렇게 며칠간 빅팍에 올라온 집들을 여러개 훑어보고 한 집을 결정했다. 그 집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쿨러였다. 쿨러는 천장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이른바 '천장형 에어콘 같은 선풍기'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당시 퍼스는 여름날씨 였기 때문에 쿨러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보통 모든 집들이 쿨러가 있어도 전기세 때문에 꺼놓는게 일반적이었다. 예전 같으면 " 쿨러있으니 여름에도 시원해요 " 라는 집주인의 말 한마디로 순진하게 수긍했겠지만 예전과 달리 이제 호주 생활에 익숙해진 베테랑들. 


 " 쿨러는 자주 트나요? " 라는 질문 하나 던지면 모든게 해결.

 그러면 보통 나오는 대답들은 뭐 뻔하다. 

 "더울때는 틀어야죠 "  

 "낮에만 틀어요" 등등등

 

 "더울때 기준이 뭐에요? " , " 밤에는 요? "등등의 디테일한 질문 몇개 던져주면 사이즈가 딱 나온다.  말그대로 쿨러는 있으나 전기세 문제로 잘 안트는 집들이 수두룩. 그 와중에 우리가 결정한 집의 첫인상은 보러 간 집 중에 유일하게 낮부터 쿨러를 쌩쌩 틀어놓고 있었다. 

 

 "여기는 쿨러 시원하게 틀어놓네요 " 라고 말하자 주인 여자가 "저의 오빠가 더운거 싫어해서요 "라고.. 정말 굿. 게다가 일단 보러간 집중에 가장 집 상태가 괜찮았고,주인들도 사근사근. 나름 집 도 좀 보러다녀봤고 이제 호주생활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괜찮은 집 같아 보여서 거의 결정. 다만 입주날짜가 안맞았으나 조정해준다고 해서 조정되면 연락달라고 했다. 그리고 잠시 그 집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제니누나도 알고, 뭐 그랬다. 그렇게 쉐어를 구해서 지금부터 지난 몇달간 머문 Hordern St.의 HJ네 집.


 나중에 알았지만 HJ는 네이버에 이름을 치면 프로필이 뜨는 전직 여자 프로농구 선수. 성격도 좋고 싹싹하고 정말 괜찮은 사람. 역대 집주인으로 치면 No.1  몇년전 농구를 그만두고 워홀러 왔다가 지금은 결혼해서 다시 와서 영주권 준비중.


 그리고 기타모임 아이들에 대한 소소한 사건들.


 전 기타모임 회장 제이케이는 가라 세컨 실패에 의해 나에게 잡을 꽂아주고 곧바로 마가릿 리버로 세컨 비자를 따기 위해 농장으로 향했다. 퍼스트 비자가 끝나는 날까지 세컨 딸 기간이 너무나 촉박해서 최대한 빨리 세컨충족일수를 채울수 있는 우프로 들어갔다. 우프는 말그대로 숙식 제공 받으면서 농장일 도와주는 것. 돈보다는 농장체험을 하고 싶을 때 많이들 한다. 


 가라 세컨 성공으로 애플에게 잡을 넘겨준다던 진방이는 돌연 마음을 바꿔 계란공장에 계속 일하려고 했으나 공장측에서 폼을 요구한 탓에 모양새 안좋게 그냥 끝. 백수로 돌아가는 듯 했으나 참으로 능력좋게 NH가 랍스터 공장에 꽂아줌. 


 세컨비자를 따기 위해 그 최강의 잡 바터에 다니던 Shin 신은 도니브룩 농장에 내려갔다가 오자마자 엄청난 운빨로 곧바로 또 시푸드 공장에 다니게 되었다. 정말 하늘이 내려준 운. 하지만 도박 중독으로 망신창이. 차근히 돈을 모았다면 엄청 돈을 모았겠지만 도박으로 모은돈 다 날리고, 그 좋은 자동차도 팔고, 현재 잔고 0에 근접. 그럼에도 시푸드 공장 끝나고 또 다른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중, 내가 본 워홀러중 최강. 가만히 있어도 일이 막 굴러들어옴.


 현 기타모임 회장이자 함께 계란공장에서 일하던 '로이'는 바터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공장 '잉햄'에 취직되어 공장을 그만뒀는데 뭔가 싹 입닦는 느낌이라 실망스러웠다. 기타모임 회장이긴 한데 너무 기타모임 관리를 안해서 언젠가 한번 " 너 그렇게 할꺼면 책임감있는 사람에게 회장 자리 넘겨 " 라고 말하자. " 형님, 저도 책임감 가지고 하는데요 " 라고 말하고 언제나 " 이번주에는 기타모임 할게요 " 라고 말하더니 결국 몇달째 기타모임 안해서 현재 파토일보직전이고, 그나마도 다른이가 할려고 해도 로이가 소모임 운영권을 가지고 잠수 타고있는탓에 여의치 않다. 공장에 같이 다닐때 공장 반대방향인 이스트빅팍까지 아침에 픽업해주고 (돈도 안받음) 그랬는데 녀석 공장 그만두고나서 우연히 시티 술집에서 만났는데 약간 쌩까는 모습에 많이 실망함. 뭐 인생이 그런거임.



 나의 첫 동행들.

 윌은 스스로 참 싹싹하고 요령이있어서 카나본에서 돌아온 이후 곧바로 파스트 공장에 취직 됐다. (역시 이것도 누군가 꽂아준것) 그렇게 퍼스에 정착해서 가장 잘 먹고 잘 삼. 그리고 우리가 퍼스에 돌아왔을때 79년생의 여자친구가 생겨서 행복한 시간들을 지냄. 그렇지만 여자친구 때문에 워킹을 포기하고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이별.


 그리고 블로그 독자들에게 너무나 유명한 엑스.

 엑스는 카나본에서 포트호텔에 머물며 농장일 구하려고 쎄빠지게 고생하다가 포트호텔에서 만난 이를 따라 퍼스의 남쪽 알바니 근처에 마운트 바커까지 가서 농장일 시작. 지금 현재까지도 마운트 바커에 있다. 재밌는건 내가 퍼스에 머물면서 여러 술자리에서 카나본에서 내려온 이들을 만날수 있었는데 많은 이들이 포트 호텔에서 지냈었다고 하는데 다들 하는 얘기가 엑스를 알고 있는데 엑스로 부터 내 얘기를 엄청 많이 들었다는 거다. 무슨 얘기냐고 물으니 엑스가 내 욕을 엄청했다는 것이다. 


 " 뭐라고 욕해요? " 라고 물으니 거의다 비슷한 얘기.

 " 친구가 여기 카나본에 있는데 자기 공장에 안꽂아주고, 쉐어하우스도 혼자 구해서 들어갔다고 욕하던데요 "


 웃음이 나왔다. 카나본에 올라가기전에 쉐어하우스 좀 구해달라고 얘기하자. 물정 모른다듯이 

 " 야 여기에서 누가 쉐어하우스 살어, 여긴 백팩에서 살아야지 " 라고 얘기하고 뭐..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 공장보다 농장이지 " 라고 누누히 얘기했던 녀석이 그걸로 내 욕을 했다니 웃겼다. 참 재밌는 녀석. 어쨌든 조만간 퍼스로 온다니 한판 붙을 참이다.


 

 카나본 소식들

 카나본 소식을 들으며 역시 내가 잘못됀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바나나공장과 디온에 관한 소식이었다. 


 바나나 공장이 아니 정확하게 최근에 디온이 쳐돌아가지고 미친듯이 사람들을 짤르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른바 내가 거의 스타트를 끊은 이후로 많은 이들이 바나나 공장에서 짤렸는데 디온의 횡포가 점점 심해졌다는거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디온은 정말 내가 호주에 와서 본 모든 사람중에 가장 썅년이며 개년. 카나본 편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말 그 횡포가 막강하다. 자기네 쉐어하우스에 살면 완전 알짜배기 파트에 꽂아주고 거의 터치를 안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완전 괴롭히는데 디온네 집은 리사네 집보다 더 하다. 집도 완전 구린데 카나본 쉐어하우스 중에 가장 비싼 90불.


 워니가 대만여자애 실비아랑 사귀고 나서 실비아가 살고 있던 디온네 집으로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다음날, 바나나공장 최고의 파트 '클리퍼'로 전환돼었다고 한다. 재밌는건 워니가 요리하다가 주방 가스렌지 벽을 조금 그을려놨는데 곧바로 다음날 클리퍼에서 짤렸다고 한다. 정말 썅년. 암튼 그런 디온이 쳐 돌아서 미치듯이 사람을 짜르며 자신의 권력을 자랑하다가 또 한 한국여자애를 짤랐는데 얘가 완전 난리 침. 브라이스한테 가서 다 꼰지름.


 " 디온은 디온네 집에 살면 클리퍼 같은데 무조건 넣고, 지네 집 안살면 갈구고 블라블라 "

 라고 말하자, 허수아비 브라이스가 뭐 어쩌겠는가, 


 "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 라며 회피. 덕분에 그 한국여자애랑 디온이랑 미친듯이 싸우고 난리났었다고.. 


 그리고 이런 카나본에도 새 바람이 부니 카나본 최고의 잡이라는 내가 전에 일했던 시푸드 공장이 문을 열기 일보직전. 많은 이들이 아니 카나본에 있는 모든 워홀러들이 시푸드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어플라이하고 난리. 게다가 작년에 일했던 워홀러들 까지 속속 카나본으로 컴백. 무한경쟁 모드에 돌입했다고 들었다. 리오도 그 때문에 퍼스에서 몇개월간 구직활동을 하다가 결국 시푸드 공장 때문에 올라갔고, 나 또한 원래 계획은 제이케이가 세컨을 따고 돌아오면 바톤 터치하고 시푸드 공장으로 올라가려고 했으니 제이케이가 올라오지 않아 그냥 퍼스에 눌러앉게 되었다.


 크리스와 얀은 시푸드 공장 산하 하버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일의 빡셈에 놀랐다고 한다. 

 크리스는 전화로 이런 얘기를 했다.

 " 솔직히 형님이 하버 일 빡세다고 했을때 속으로는 별거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장난 아니던데요 "

 " 그래, 내가 그때 새벽2시까지 술먹고 그거 하러 나가면서 얼마나 죽겠다고 했는지 기억나지? "

 " 네, 장난아니던데요 "

 " 근데 중요한건 시푸드 하버는 편한 축에 속한다는거, 일반 하버가면 진짜 죽는다 "


 이외에도 여러가지 카나본 소식들이 들려왔다. 오랜만에 듣는 카나본 소식들이 참으로 재밌었다. 놀랄만한 일들도 많았고, 뭔가 고향소식 듣는 그런 기분.


 크리스와 재키 등 카나본에 있던 애들이 퍼스로 많이 놀러왔었는데, 덕분에 오랜만에 회포도 풀고 좋았고, 그리고 워니와 여자친구 '실비아'는 현재, 퍼스로 내려와 얼마전에 쉐어하우스를 구하고 일자리도 구해서 퍼스에 자리 잡았다. 


 현재 4월 중순.

 나와 애플은 렌트를 하기 위해서 대기중이다. 렌트 할려고 여러집을 보러 다녀보던 중,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JW이가 렌트를 양도 할꺼라고 해서 JW네 집을 보러 갔는데 대박. 정말 농담아니고 내가 퍼스에서 본 쉐어하우스중에 제일 좋았다. 내가 집을 보러가서는 차마  No.1이라고 말은 못하고 "내가 퍼스에서 본 집중에 세손가락 안에 든다 "라고 말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진심은 " 내가 퍼스에서 본 집 중에 No.1 " 


 집이 어찌나 좋던지 정말 집 보러간 애플은 입이 귀에 걸려서 난리. 정말 겉 모습 부터 딱 보는 순간 " 아 이집은 건축가가 지었구나 " 라고 말이 나올정도로 겉모습부터 내부까지 모두 이쁜집. 다만 문제는 아무래도 집이 좋다보니 JW가 양도를 함께 할 가구,전자제품 가격들을 터무니 없이 비싸게 매겨서 3000불 정도를 불렀다. 여러 집을 돌아다녀본 결과 가장 가구,전자제품들이 적었는데 가장 만족스러웠던 집의 가구,전자제품 가격이 2100이었던걸 생각하면 그 이하의 가격이면 적정가였는데 3000불을 부른 탓에 현재 JW와 가격 협상중. 집이 정말 좋으니 집 프리미엄 생각해서 애플과 난 2000불까지는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전 JW가 2500불은 받아야 된다고 얘기해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중이다. 


 근데 집이 너무 맘에 들어서 다른 집들이 눈에 안들어오는 상태. 

 아, 그리고 재밌는건 그 집이 바로 예전 내가 살던 그랜다로우의 pollard st. 그리고 그 피터네 집 바로 옆집. 너무 웃겼다. 바로 집에서 전에 내가 살던 유닛이 보인다. 이 곳을 렌트해서 이사오게되면 피터 마주쳤을때 완전 웃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Shin신을 계란 공장에 꽂아주었다. 그랜다로우에 살고 있던 신은 자동차도 팔아버리고 한 터라 출근을 할 수 없었는데 같이 그랜다로우 살던 JW가 픽업을 해주다가 얼마전에 제니누나네 집(내가 거실쉐어하던..)으로 이사와서 요새는 내가 픽업을 해주고 있고, 제니누나네 집은 제니누나도 한국에 가고 없어서 현재 우리 집 주인인 HJ가 맡아서 관리 중이다. 뭐 집주인이 없다보니 그 집 상태가 안봐도 비디오였는데 신이 말을 빌자면 "정말 개판"이라고.. 


 퍼스에 돌아와 몇달간 지내면서 느낀건 확실히 예전과 많이 다르다는 기분이었다.

 사람들도 많이 변해있었고, 애들도 뭔가 싸가지가 없었다.


 퍼스가 도시고, 카나본이 시골이라 정말 그런건지

 카나본에서 서로 어울려 위해주고 했던 모습보다는 도시의 비정함이 많이 느껴졌다.

 Job하나에 일희일비 하고 사사로운 돈문제나 이런저런 것에 더럽게 꼬이고, 필요에 의해 사람을 찾고 하는 모습은 회의감을 안겨주었다. 다만 그럼에도 믿을건 사람이고, 사람만이 희망이었다. 사람때문에 울고 웃고 하는 그런 시간들 속에서 퍼스에 머물며 그래도 사람에게 한번 걸어본다.


다음편 예고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다음편 시드니 편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