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 홀리데이] 56. 시드니에 취해 여행에 취해
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시드니
고층빌딩이 우거진 시드니의 거리를 걸으며 기분 좋게 걷는 발걸음 걸음마다 경쾌했다.
지도를 펼쳐서 대략 오늘 하루의 동선을 머리속으로 그려보았다. 무엇보다도 시드니 하면 또 오페라 하우스기 때문에 오페라 하우스로 향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오페라 하우스를 중심으로 시드니 시티의 볼거리 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걸어서 갈 만 했다. 오랜만에 낯선 도시를 걷는 즐거움.
걷는 거리거리 마다 고층빌딩과 옛 정착 초기의 유럽풍 건물들의 조화가 신기했다. 유럽의 고즈넉함과는 또다른 매력. 저 먼 퍼스에서 생활하다가 만난 시드니의 풍경은 그렇게 나에게 색다르게 전해져왔다. 숙소가 있는 킹스크로스에서 조금 걸었을까 멀리 꽤 큰 성당이 보였는데 여행자의 직감상 저 정도 포스면 가이드북에도 나올 법한 장소일듯.
그렇게 처음 도착한 세인트 마리 대성당. 자세한 내용은 생략!
겉에서 사진 좀 찍어주면서 간만에 투어리스트 분위기 좀 내고, 곧바로 자리를 옮겼다. 바로 옆에는 영국의 하이드파크 향수를 떠올리면 만든듯한 똑같은 이름의 하이드파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공원따위 나에겐 관광지 축에도 못끼지 라며 코웃음치면서도 그래도 인증 사진 몇장 박고 이동.
[사진 위 : 세인트 마리 대성당 ]
[사진 아래 : 마틴 플레이스 ]
그리고 나서 한참을 걸었을까
갑자기 저 멀리 아주 조그맣게 흰색의 그 것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오페라하우스 특유의 그 하얀색 지붕 끝자락이 모습을 드러낸것이다. 아. 오페라하우스
[ 사진 위 : 오페라 하우스의 뾰족한 지붕이 저 멀리 모습을 드러낸다]
일단 오페라하우스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시드니에 있다는 사실이 더욱 실감이 났다.
가는 길 내내, 역시 세계적인 관광지 답게 꽤 많은 단체 관광객이 보였다. 중국인들이 엄청 많아서 달라진 중국의 위치를 실감하며 다시 한번 몇년전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다. 배낭여행은 오히려 잘 사는 나라일수록 많이 하는데 앞으로 중국이 경제발전을 하면서 몇년후면 배낭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중국인들이 엄청 많겠다는 생각을 해봤는데 그 시작점으로 일단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이 먼저일것이란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이지 많았다. 이제 배낭여행에서 중국친구 사귀는 일이 머지 않은듯.
어쨌든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겨 드디어 도착한 오페라 하우스.
과연 명불허전
저 멀리 하버브릿지와 하버와 오페라하우스가 만들어 내는 모습이 정말 이뻤다.
하얀색 지붕의 그 모습은 사진으로 보던 것 만큼 멋있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해서 더욱 햇빛을 받아 더욱 빛나는 오페라 하우스의 모습이 돋보였다. 사람에 치이지 않고 여유롭게 거닐 수 있었고, 또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반대로 내 사진 한장 남기기가 쉽지 않았다. 관광객이야 있긴 있었지만 정말 한산했던 아침이라 드문드문, 사진을 찍고 싶은 곳이 있으면 딱히 주위에 아무도 없는 상황. 게다가 이런 멋진 풍경 멋진 건물을 보고도 딱히 누구와 이 기분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좀 쓸쓸해졌다. 너무 오랜만에 혼자 여행하다보니 그 새 혼자 즐기는 법도 잊은듯 하다.
퍼스와 시드니 사이에 시차가 있기 때문에 여전히 자고 있을것 같은 애플에게 전화해서 이 느낌을 나누고자 했는데 역시나 자다 일어나 받은 전화라 그런지 애플은 별 말이 없다. 오페라하우스에서 하버브릿지를 바라보며 애플과 좀 통화를 하고 난뒤, 천천히 오페라 하우스를 감상했다.
사실 예전에 여행 중 만난 SM형으로부터 ( 다른 여행기 참조하면 나옴) 호주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가 오페라 하우스 얘기가 나온적이 있는데 멀리서 보면 멋있는데 가까이서 보면 정말 별로라는 뭐 그런 얘기였는데 과연.
정말 가까이서 보니 세월의 흔적을 속일수가 없었다. 아닌 말로 오페라 하우스가 만들어진게 1950년대라니 그 시절 이런 멋진 건물을 만들었다는게 놀랍기도 놀랍지만 아무래도 세월의 흔적때문에 가까이에선 영. 100미터 미인이란 말이 이런걸 두고 한말이려나, 멀리서는 하얗게 너무나 빛나는 오페라하우스의 모습은 가까이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다만 그 모습이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고풍스러운 아름다움 이라기 보단 그저 풍파가 느껴지는 그런 모습.
오페라 하우스를 구경 하고나니 정말 혼자 여행 하고 있음을 실감.
지도를 조금 살펴본 후에 서큘러킨지 뭔지로 가보기로 했다. 오페라하우스를 떠남이 조금 아쉬워 자꾸 뒤돌아 보게 된다. 이런 느낌 너무 오랜만이다.
사진 한장 박고 싶은데 딱히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사람이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한 할아버지에게 부탁하니 정말 최선을 다해서 찍어주는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따로 카테고리 '호주'에 적어볼까 한다. ) 어쨌든 사진 한방을 박고 서큘러 키로 향했다. 조금 낯선 영어 단어일수도 있겠지만 섬나라이면서 여러 항들이 발전하고 모든 대도시가 바다를 끼고 있는 호주에서는 많이 보게 되는 단어 quay(키 라고 읽음) 또는 wharf (흐워프? 훠프 정도로 읽음) 둘다 부두, 선착장 뭐 이정도로 보면 된다. 어쨌든 서큘러 키 (Circular quay) 또한 위치가 위치다 보니 나름 명소가 됬는데 무엇보다도 바다를 따라 쭉 늘어선 노천 카페들이나 레스토랑들이 그 분위기를 더욱 멋들어지게 하는 곳이다.
물론 단지 분위기 뿐만 아니라 여러 곳으로 향하는 유람선이며 페리 등이 여전히 이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서큘러키에서는 맞은편에 오페라 하우스 전체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아마 꽤 익숙한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바다와 오페라하우스, 하늘이 만나는 그 멋진 풍경
서큘러 키를 지나고 나면 이내 또 한곳의 명소에 들리게 되는데 바로 록스 광장 (Rocks Square).
벼룩시장으로 유명한 곳인데 마침 내가 간 때가 주말이다보니 벼룩시장이 열려있다. 워낙 이런걸 좋아하는 터라 신나는 기분으로 갔는데 사실 뭐라고 해야 할까. 생각보다는 조금 실망스러웠다고나 할까. (이 역시 따로 나중에 카테고리 '호주'에서 적어볼까 한다. ) 일단 벼룩시장이란 이름을 붙이기엔 너무 잘꾸며져 있고 이뻤다. 깔끔하고 적당히 벼룩시장의 느낌을 즐기기엔 좋은 장소지만 아무래도 사람냄새 나는 것을 더욱 느끼고 싶은 나에겐 그냥 흔한 관광지의 쇼핑가와 별 다른 점을 못느꼈다.
물론 이렇게 말해놓고도 어쨌든 재미나게 잘 구경하고 계속 발걸음을 이동했더니 록스광장을 지나 어느새 하버브릿지 바로 밑에 와 있었다. 오페라하우스에서 저 멀리 바라봤던 하버브릿지 바로 밑까지 오니 조금 피곤도 하고 해서 앉을 만한 곳을 찾아 대충 자리 잡고 앉아, 담배 한대를 피며 지도를 펼쳤다. 백팩(게스트하우스, 여행자숙소)에서 가지고 나온 한장짜리 지도가 어느새 너덜너덜. 지도를 보며 담배를 피며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노라니 완전 행복. 잠시 숨 좀 고르며 지도를 보고 어디를 갈까 잠시 고민.
간간히 위를 올려다 보면 하버브릿지의 밑바닥이 보였는데 난간에 사람들이 돌아다니는걸 보니 하버브릿지 관광코스인거 같은데 골깠다. ㅋㅋ 다리 올라가는것까지 관광지로 만들어놓다니 암튼 새끼들 진짜 대단한듯. 한국에서는 다리에 올라가면 지나가는 차도 멈추고 경찰도 오고 사람들도 구경오고 아주 좋은데, 여긴 돈내고 다리에 올라가니 호주는 뭐든 다 돈이구만. ( 이 말 안웃기나…술 자리에서 이 얘기했다가 다들 뒤집어 졌는데… 글로 적고 보니 왠지 안웃긴듯 하고 리플로 반응좀..)
잠시 휴식하는 동안 다음 장소로 천문대로 가보기로 했다. 목적은 이 대낮에 별볼일이 있는건 아니고 그냥 높은 고지대에 있어서 풍경이 제법 괜찮다고 하기에 고고!
지도를 보며 한적한 주택가들을 지나치며 천문대로 향하는데 주택가의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정말 퍼스에서 느낄 수 없는 옛 느낌이 묻어나오는 집들에서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역시 초기 정착지인 시드니가 뭔가 남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어느정도 언덕에 위치한 천문대에 도착했다. 역시나 시원하게 트인 풍경. 올라오길 잘했다.
숨 좀 돌리려 벤치에 앉았는데 마침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나도 그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했다.
한참을 멍때리고 뭘 할까 뭘 볼까 고민
지도를 보니 정말 지척에 대충의 볼거리들이 다 몰려있는터라, 기왕 여기까지 온거 근처에 볼거리라고 있다는 것들을 싹 둘러보기로 결정하고 다음으로 옛날에는 창고로 쓰였으나 지금은 제법 고급스런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했다는 곳으로 갔다. (지금 글 쓰며 이름 찾아보니 Campbell's store house 캠벨 스토어 하우스) 뒷모습은 정말 영락없는 창고 였으나 앞쪽으로 가자 정말 제법 있어보이는 느낌. 뭐 일단 나와는 레벨이 맞지 않은듯 해, 잠깐 강가 바람 쐬며 또 담배한대를 폈고 그리고 난 시드니에서 만나볼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시드니에서 있는 학교 후배들과 내 블로그 독자로서 한번 전화통화를 나눴던 앤디형님. 사실 뭐 이때까진 나는 형님 나이는 알았으나 형님은 내 나이 모름. 아무래도 여행다닐때 보다는 한 곳에 오래 생활하고 또 이런저런 정보들이 더욱 요긴하게 쓰이는 워홀러다 보니 블로그에 적어놓은 전화번호로 꽤 많은 분들께서 전화를 하시는데 통화하면서 깜짝놀라는 것중에 하나가 대화를 나눠보면 참 멋지고 대단한 사람들이 많더라는 그런 분들이 내 블로그에 와서 본다는게 좀 신기. 잠깐 삼천포로 빠졌는데 어쨌든 일요일이라 낚시를 다녀와서 좀 피곤하셔서 어찌될지 모른다고 하시고 오후에 연락주시겠다고 하는 앤디형님. 그리고 후배들은 일요일임에도 역시 한국인 업소에서 일하는터라 늦게까지 일한다며 휴일인 월요일날 보자고 하는 것이다.
어쨌든 오늘은 사람들을 못만나겠구나 싶었다. 일단 마음 비우고 다시 관광 모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다시 록스 광장에 갔다. 아까 지나가면서 찜해둔 독일식 맥주집에서 시원하게 맥주한잔 하면서 밥이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그새 사람들이 꽉 차있어서 그냥 다른 곳에서 먹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장소로 도착한 곳은 Cadman's cottage라고 호주에서 제일 오래된 가정집? 정도.
별건 없고 그냥 집 한채 덩그러니 있는건데 주위가 다 개발되어 있는 상황에서 홀로 옛 집 하나가 덩그러니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느낌이 색달랐다. 집 자체에서 느끼는 분위기보다는 집 주위의 것들 때문에 묘한 생각을 해보게 된.. 저 집주인이 맨첨 시드니에 도착했을때만해도 이렇게 주위가 엄청난 상권으로 변할줄은 몰랐을텐데 자기 집이 이렇게 명소가 될 줄은 몰랐을텐데 하는 잡생각들.
다시 발걸음을 옮겨 오페라하우스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쪽에서 보타닉 가든으로 이동했는데 왠걸 너무나 넓은 탓에 길을 잃고 헤매고 헤매다 어디론가 밖으로 나왔는데 지도를 보고 한참을 멍때렸다. 오랜만에 빡세게 걸었더니 힘들어서 길가에 잔디에 대충 누워서 담배 한대 피며 간만에 여행의 느낌을 진하게 느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자유로움인지, 이렇게 아무렇게나 누워서 담배한대 피며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는 기분. 아 좀 짱인듯.
그리고 그 곳에서 맥콰이어리스 포인트로 이동했다. (Mrs. Macquaries point 미세스 맥콰리스 포인트)
이 곳 역시 뭐 별것 없는데 잘 포장해서 만든 곳인데, 그냥 가면 돌의자 같은거 하나 있는데 뭐 초대 총독 부인 맥콰이러스 부인이 이 곳에 앉아서 영국을 그리워했다는데 도무지 방향이 영국이랑 반대 방향인것 같은데 진실인지 거짓인지 어쨌든 별것 없는 돌의자 하나에 이야기라는 살을 덧붙여 관광명소로 만든 재주가 더 돋보였다.
아닌말로 여기 앉아있는동안 정말 어디보다 많은 단체 관광객을 봤는데. 사실 이 곳의 돌의자보다 바로 옆에 뷰포인트가 더 멋진것 같았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릿지가 동시에 보이는 뷰포인튼데 제법 멋있었다.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인듯.
배가 고파서 근처에 있는 스낵카에서 핫도그 하나 사서 바다 바라보며 먹고, 음악들으며 잠시 잉여짓 좀 하다보니 앤디형님에게 연락이 왔다. 시티로 나오기 좀 그러니 동네로 오라고 하셔서 통화를 끝마치고 곧장 트레인을 타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돌아가는 길 미술 박물관도 보고, 박물관 근처에서 제법 신기한 모습도 구경했는데 공원 이곳 저곳에 사람들이 조그마한 단상을 놓고 거기에 올라가 뭔가 일장연설을 하고 있는건데 대충 보니 각자 뭔가 강의(?!)같은 걸 하는데 제법 흥미로웠다.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저런거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뻘소리 잘하는 사람들 많은데 저렇게 한 곳에 모아놓고 지 떠들고 싶으면 떠들고 싶은데로 냅두게. 다들 인터넷에서 깝사델줄만 알지 뭐 실제로 저런데서 떠들라면 입다물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엄청난 거리를 걸어걸어 다시 도착한 하이드파크.
이곳에서 근처 지하철을 타기 전에 앤디형님께 전화를 다시 드렸는데 왠걸 통화가 되질 않는것이다. 아.. 가야되나 말아야 되나의 기로.
잠깐 고민하는데 비가 갑자기 억수로 쏟아지는데 큰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며 마지막 통화시도를 하고 안받으면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끝내 앤디형님과 통화가 되지 않아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우산도 없이 비를 추적추적 맞으며 숙소로 돌아오는데 아 기분이 제법 씁쓸하면서도 뭔가 한편으로는 좋았다. 비 맞는걸 좋아하기도 좋아하지만서도 오랜만에 느낀 여행 기분에 취했다.
그렇게 하루종일 시드니를 걸으며 행복해했다.
[ 사진 위 : 이날의 마지막 사진, 하이드 파크에서 기다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