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 홀리데이] 57. 시드니에서 살아 가는 사람들
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시드니 이틀째
월요일인지라 원래대로라면 영사관에 가서 여권재발급 신청을 해야 했지만, 3.1절이라고 영사관이 쉬는 바람에 하루 더 시드니 관광모드.
어제 굵직 굵직한 것들을 모두 본 터라, 오늘은 가볍게 시내 쪽 구경이나 하기로 마음 먹었다.
백팩에서 대충 짐을 챙기고 밖으로 나갈려고 하는데 창 밖으로 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올 때부터 아주 우중충하던 날씨가 계속 이런다. 아무래도 이번 시드니 여행은 이렇게 비와 함께 할 듯 하다. 우산도 챙겨오지 않은터라 어쩌나 싶었는데 백팩에 우산한개가 버려진듯 있어서 밖으로 가져 나왔는데 역시나 버린 우산이 맞다. 구멍나고 우산 살이 다 드러나 있는게 난리다. 뭐 그래도 아쉬운대로 그 우산을 들고 제법 거친 빗줄기 속에 발걸음을 옮겼다.
우산도 우산이지만 바람도 거세게 부는게 심상치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금 걷고 있으니 갑자기 우산이 휙 하고 뒤집혀 버린다. 뒤집혀 버려서 우산이 꺾여 나가서 다시 사용할수 없게 되었다. 망연자실. 서둘러 근처 건물로 향해서 비를 피하며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 끝에, 어쨌든 비를 맞으며 하루종일 돌아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해서 우산 하나를 사기로 했다. 마침 비를 피한 건물 1층에 편의점이 있어서 거기서 우산 한개를 샀는데 정말 가격에 비해 엄청 허접한 우산. 아 이런 우산을 이 돈 주고 사야하다니.
어쨌든 새 우산을 사들고 편의점 밖으로 나와 좀 걸으니
씨밤….
비가 그친다.
참 아름답고 훈훈한 결말.
씁쓸한 마음으로 우산을 접어 가방 옆에 껴두고 시드니 시티 센트럴쪽으로 계속 이동했다. 하이드파크를 지나쳐 계속 쭉쭉 뻗은 도로를 따라 가다보니 고층빌딩들과 고즈넉한 건물들이 조화롭게 있는 센트럴에 도착했다.
[고층빌딩에 붙어있는 울월스 : 맨날 엄청난 면적을 자랑하는 주차장이 있는 대형 쇼핑몰에 있는 울월스만 다니다가 저렇게 시내에 빌딩에 붙어있는 울월스를 보니 시드니구나 싶었다. 이미 호주에 살고 있는 사람인지라 시드니를 대하는 느낌은 이제 막 한국에서 온 이들과 조금 다른것 같았다. ]
시드니 중심가에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QVB. 이른바 Queen victoria Building이란 이름을 가진 백화점이었다. 신촌 현대 백화점 앞이 만남의 광장인것처럼 QVB 앞은 사람들로 엄청 붐볐는데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한가득. 완전 시내 중심에 백화점이다보니 이쁜 여자들도 많고 제법 눈이 정화되는 중. 역시 사람은 도시에 살아야하는군아!
비도 오고 굳이 바깥에서 밍기적일 일도 없기에 건물안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겉모습에서 부터 일반 백화점이랑 좀 틀리다고 생각했는데 안에 모습 역시 특별했다. 건물안도 이쁘게 생겨서 관광지답게 카메라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이 곳 저 곳을 카메라에 담는 이들이 많았다. 천천히 백화점 안을 둘러보는데 역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중앙의 큰 시계, 천장에 매달려 있는 시계가 이 곳의 포인트였다. 꼭대기층에 시계 근처로 사람들이 쭉 모여 사진을 찍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제법 이쁜 이 백화점을 구경하고 난 뒤, 난 달링하버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곳에서 또 조금 걸으면 도착하는 곳이라. 지도를 보고 쉽게 또 찾아 갈 수 있었는데 사실 시드니에 대한 사전지식이라곤 오페라하우스 정도 뿐이었던 나인지라 달링하버가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겠고 이름도 별로 들어본적이 없어서 일단 그냥 별 생각없이 가긴 했는데 예상대로 별거 없긴 했지만 뭐랄까 제법 운치 있었다. 날씨만 좋다면 하버 주변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마시고 뭐 이러면서 노가리 좀 깔껏 같은 그런 분위기.
오늘은 비가 엄청 많이 내린터라 하버 주변으로 사람들도 거의 없어서 휑했지만 나름 저 멀리 고층빌딩들이 거대한 먹구름과 어울어져 묘한 풍경을 선사해줬다.
딱히 아무것도 없는 달링하버인지라, 다음으로 어디갈까 지도를 보며 잠시 생각해봤다.
시간 상 배도 고프고 해서 일단 밥 먹으며 생각해보기로 하고 근처 쇼핑몰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푸드 코트 같은 곳도 있었지만 기분 좀 낼겸, 달링하버를 좀 더 기분내며 볼 수 있는 근처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그런데 들어가도 아무도 뭐 손님 받을 생각도 안하고 해서 자리에 앉았는데 아무도 주문받으로 오지 않는 상황. 좀 앉아 있다가 장사 할 생각이 없나보다 하고 그냥 밖으로 나왔다. 사실 ㅋㅋㅋ 메뉴판 보고 쫄아서 나옴. 제법 비싼 곳이었다.
[ 쓰레기통 보고 아 조낸 센스 있다. 오페라 하우스 느낌 좀 나네 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갈매기가 날아와 앉는데 그 모양이 갈매기와도 같다. 달링하버 근처에 수 많은 갈매기들과 쓰레기통과의 매치에 순간 감탄 근데 그걸 또 사진으로 찍음. 아 별거 아닌데 조낸 대단한 발견한거 같은 기분이었다. ]
아..여행자에겐 역시 값싼 점심이 어울리는 것인가. 라며 혼자 읇조리며 푸드코트로 향했다. 차마 시드니까지 와서 헝그리잭은 아닌 듯 해서 정말 첨 보는 브랜드의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샀다. 그리고 푸드코트 안에서 먹을까 하다가 그래도 시드닌데 라는 생각으로 밖으로 나갔다. 보슬비가 내리는 터라 밖은 한산했다. 뭐 이정도 비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물가로 향했다. 달링하버 주변으로 쫙 나무 계단식으로 해서 앉을 수 있게 해놓은 터라. 햄버거를 들고 대충 적당히 자리를 잡았다. 비만 안왔으면 여기 삼삼 오오 사람들이 쭉 앉아서 이렇게 나처럼 햄버거도 쳐먹고 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때까지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
그렇게 사건은 나에게로 찾아오고 있었다………아..
다시 그 사건을 떠올리면 아찔하고 분한 마음 뿐이다. 이게 그 불행의 시작점이었을 줄이야.
자리를 잡고 앉은 난,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한산한 아니 이 넓은 곳에 나 혼자만 달랑 앉아 있는 이 상황이 조금 우스웠지만 그래도 꼴에 여행자로 기분 좀 내보겠다고 햄버거 하나를 집어들고 앉아서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제법 기분이 났다. 우중충한 하늘, 달링하버의 모습과 배경이 되는 거대한 마천루. 아.. 시드니 진짜 호주에서 본 처음으로 도시다운 간지.
이런 별 생각을 하며 햄버거를 먹는 동안에도 난 난 진짜 몰랐다.
그리고 잡생각을 하면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 사이에 난 어느새 완전히 포위되었다.
갈매기 떼들.
아…………..
한 눈에 봐도 수십 마리의 갈매기 떼들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날 노려보며 날 둘러싸고 있었다.
등줄기에 흐르는건 빗물인가 식은땀인가..
도망가야 되나 싶었으나 차마 갈매기가 무서워 도망쳤다는 후세의 놀림을 받기 싫어 버텼다. 그리고 오히려 보란 듯이 갈매기 앞에서 계속 햄버거를 먹었다. 하지만 점점 더 불어나는 갈매기 숫자에 쫄아버린 난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빵 쪼가리 조금을 뜯었다. 갈매기들의 눈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빵쪼가리를 던지는 나의 속도보다 더 빨리 반응한 갈매기들은 빵조가리 쪽으로 일제히 모여들었다. 하지만 나의 이 어리석은 행동이 그런 결과를 불러일으킬줄은 몰랐다.
빵쪼가리를 먹지 못한 나머지 모든 갈매기들이 나를 더욱 포위해오고 급기야 드디어 어떤 조낸 용감한 갈매기 새끼 하나가 갑자기 내 등뒤에서 날라와 정확하게 내 왼쪽 귀를 치고 지나가면서 내가 들고 있는 햄버거를 꼭 하고 찝어 먹고 가는거다. 그러자마자 다른 갈매기들은 이때다 싶었는지 미친듯이 나에게 달려들어 햄버거를 노렸다. 아 씨발 개같은 새끼들
조낸 시껍한 난 벌떡 일어나 팔을 휘휘 저었는데 아 진짜 씨바 그땐 존나 당황해서 그럴 수 밖에 없었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고 생각해보니 이 얼마나 병신같은 모습인가..
아무도 없는 달링하버에 비는 추적추적 오고 있고, 청승 떠는것 마냥 햄버거 쪼가리 하나 손에 들고 비맞으면서 햄버거를 먹다 말고 갑자기 갈매기 한테 쥐어 터지고 왼쪽 한손에는 햄버거를 오른쪽 손에는 콜라를 들고 갈매기와 맞서 싸운다고 허공에다가 팔을 휘 젖는 모습이... 이거 진짜 누가 동영상이라도 찍었으면 유투브 스타가 되는건 시간 문제. 진짜 얼마나 아찔하던지. 정말 누가 봤을까바 조낸 쪽팔림이 몰려왔는데. 갈매기가 무서운것보다 갈매기한테 쫀 내 자신에게 실망. 하지만 괜히 강한척 지지 않으려고 난 조낸 쿨하니까.
갈매기한테 쪼인 햄버거 윗부분을 조금떼어내어 갈매기 새끼들한테 던져주고 난 계속 그 자리에 또 앉아서 끝까지 햄버거를 먹었다. 내가 거기서 일어나서 도망가면 존나 진짜 갈매기 새끼들한테 져서 쫄아서 도망가는거 같이 보일까바 끝까지... 쿨하게...
앉아있으려고 했는데 진짜 농담아니고...
진짜 무서웠다.
갈매기들이 다시 또 한번 날 포위했는데 진짜... 진짜 죽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엄습해왔다.
아.. 씨발 햄버거 하나 쳐먹다가 갈매기한테 쪼아죽었다고 하면 죄 없는 우리 엄마 아빠는 얼마나 쪽팔릴까.
" 아이구.. 경무가 호주 갔다가 갈매기 한테 쪼여 죽었다며? "
진짜 개죽음도 그런 개죽음이..
그래서 난 내 평생에 한으로 남을 ....... 갈매기가 무서워서 햄버거를 주섬주섬 종이포장에 다시 싸고 종이팩에 넣어서 자리를 피했다. 정말 내 얼굴을 타고 흐르는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씨발.....
갈매기한테 졌다...
악!!!!!!!!!!!!!!!!!!!!!!!!!!!!!!!!!!!!!!!!!!!!!!!!!!!!!!!!!!!!!!!!!!!!!!!!!!
자리를 피해서 그래도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고 난 갈매기가 거의 없는 곳에가서 다시 앉아 재빨리 햄버거를 꺼내어 다 먹어치웠다. 이내 냄새를 맡고 달려온 갈매기떼들. 하지만 이미 다 먹어버렸는걸. 약올리듯 일어나는데 씨발..진짜 치욕도 이런 치욕이 없다.
갈매기한테 왼쪽 귀빵맹이도 맞고, 손도 쪼이고, 햄버거도 아주 조금 뜯기고 이런 기분 누가 알까.
우울한 마음으로 터벅터벅 길을 걸어 난 담배한대 피며, 내 인생을 돌이켜보게 됐다. 아 조낸 남자답고 싶었는데 갈매기때문에 가슴이 쿵쾅거리다니.. 씨밤 진짜 어디가서 얘기도 못하고 조낸 쪽팔리게..
잠시 기분을 추스리고 지도를 보며 발걸음을 옮긴곳은 무슨 선박 박물관인지 해양박물관인지.. 별 관심없는 곳이었는데 거기서 담배한대피며 바라본 도시 모습이 너무나 멋졌다. 비가 와서 우중충한 하늘과 마천루가 그려낸 스카이라인.. 아 시드니 좀 간지 쩌네.. 라며 감상에 빠진것도 아주 잠시. 어떤 다리가 이쁜 한국여자를 보고 혹 해서 미친듯이 쳐다보고 있는데 남자친구랑 같이 왔네.. 부러운새끼... 여담이지만 난 다리 이쁜 여자가 좋다. 진짜 좋다. 사랑한다.
어쨌든 별 관심도 없는 박물관은 재끼고 지도를 살펴보니.. 아 근처에 카지노가 있었다.
사실 카지노에 아주 조금 빠진터라, 시드니에 가면 호주 제일의 도시 답게 엄청난 규모의 카지노를 가봐야지 라며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왔구나. 싶었다.
사실 비도 오고 근처에도 왔고 하니 싶은 마음에 카지노로 발길을 옮겼다.
이름하여 스타시티!!! 아.. 맨날 퍼스에 버스우드 호텔 카지노만 조낸 다녔는데 이제 큰물에서 좀 놀아보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또 두근두근. 왠지 오늘 좋은일이 생길것 같은 기분이야!!!!
예상보다 개 허접한 입구에 실망했지만 뒷문일거라고 생각하고 잠시 첫인상은 접어뒀다. 그리고 언제나 처럼 두근거리며 대박의 꿈을 안고 카지노 입구로 들어섰다. 짐을 가지고 갈수 없기 때문에 짐을 보관소에 맡기고 드디어 카지노 입장. 일단 느낌은 생각보다 그렇게 크진 않은 기분. 난 시드니라고 카지노도 조낸 클줄 알았는데 뭐 퍼스의 버스우스 카지노랑 거기서 거기. 어쨌든 쓱 한번 돌아보고 대충 분위기를 살폈다. 그리고 언제나 처럼 몸풀기로 룰렛에 달려들었다. 사실 룰렛이 쪽빡 차기 딱 좋은 가장 카지노 스런 게임임에도 난 언제나 룰렛 사랑.
부담없이 기계로 하는 룰렛에 앉아 드디어 게임 스타트.
앉자 마자 미친듯이 갑자기 터지기 시작하는데 사실 내 게임 방법 스타일은 다른거 없고 딱 번호 6개에만 계속 거는거다. 나올때까지 계속. 사실 제법 재미 좀 보는데 이날 날리 났다. 진짜 막 터지는데 앉자마자 100불 넣고 약 1200불 정도 땄다. 진짜 진짜............... 난 일어날려고 했다. 이 이상한다면 난 돈을 꼬를께 뻔하기 때문에 1200불 땄을때 당연히 감사합니다 땡큐하고 일어나야지.. 했는데 씨바.... 버스우스 카지노에서 라면 100프로 기계에 영수증 뽑아주는 버튼이 있어야 돼는데 이 미친놈의 카지노는 도대체 이 돈을 어떻게 뽑아야 되는지 모르겠는거다. 영수증 출력해주는 버튼을 못찾겠어서 그거 찾는다고 앉아 있다보니 1200불은 어느새 다시 100불로 돌아와 있었다. 야마가 돌아 빡친 난. 모 아니면 도 정신을 또 발휘. 한번에 100불 배팅을 했다. 근데 다행이도 다시 터져줬고. 다시 영수증 출력을 할려고 조낸 찾는데 또 못찾아서 그거 찾는다고 또 앉아 있다보니 돈을 다 일었다.
정말 미친놈처럼 다시 기계에 돈을 쏟아 붓기 시작하는데 난 멈출수 없는 폭주 상태.
순식간에 500불을 잃었다.
아.. 하얗게 불태워버렸어...
하지만 난 승부사. 그래 씨바 돈을 아무리 따도 도무지 영수증 출력버튼을 못찾겠는 이따위 버러지 같은 기계 룰렛은 버리고 내 주특. 블랙잭으로 가자.
그렇게 난 블랙잭 테이블로 향했다.
느낌이 강하게 또 오기 시작한다.
시작하자마자 블랙잭 터져주시고 다음판에 페어 떠주시고 난리 남. 진짜... 이거 오늘 대박 터지는 날 삘이었다.
아 그래 진짜 오늘이 완전 날이다.
아까전에 룰렛할때 썅 그거 1200불만 그냥 뽑고 일어났어도. 버스우드처럼 영수증 출력하는 버튼이 딱 눈에 들어와 있어도 오늘 진짜 난리 나는 날인데 싶은게 너무 아쉬웠지만 지금 블랙잭에서 미친듯이 난 이기고 있었다. 아 이건 국민학교때 본 도신이나 정전자를 떠오르게 했다. 정말 주윤발 안부러운.....
그리고 미친듯이 돈을 따며 어느새 카지노에서 잃은 돈을 다 회복하고 이제 막 돈을 벌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아.. 저녁때 만나기로 한 후배의 전화였다.
이제 일이 끝났으니 집에갔다가 올테니 한시간 후에 시티에서 보자고.
아...상승센데..... 순간 머리속으로 시간을 계산해보니 아직 20분 정도는 더 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시 게임에 집중.
하지만 이미 전화를 받느라 흐름이 끊긴 터라. 잃었다 땄다하면서.. 결국 도로묵.
어느새 후배와의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고. 난 일단 오늘은 철수를 외쳤다. 그 결과 오늘 전적은 무승부. 본전만 겨우 찾아서 난 카지노를 나왔다. 그리고 반드시 내일 시드니에서 돈을 따가겠노라고 외쳤다.
그리고 다시 걸어서 시티로 향했다. 비도 오고 이거 기분도 영 찝찝한 상탠데 걸어서 가다가 길도 좀 헤매고 어쨌든 차이나타운 살짝 지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후배와 만나기로 한 시티. 이곳도 약속 장소로 많이 애용되는 곳인지 엄청난 인파. 아 진짜 퍼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인파. 정말 오랜만에 대도시의 기운을 받았다.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은 어제 만나기로 했던 내 블로그 애독자 중 한사람인 앤디형님과 이 곳에서 현재 워킹홀리데이 중인 대학교 후배 지현이.
좀 기다리다보니 지현이가 왔다. 정말 몇년만에 보는 거 같았는데 완전 반가웠다.
학교 근처에서 술마시고 가끔 5호선 타고 가다보면 공덕사는 지현이랑 같이 가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이런 먼 타지에서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사실 후배 한녀석이 더 있는데 그 날 첫 출근하게 된 날이라 만나지 못했다. 어쨌든 지현이랑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이제 어디로 갈지 얘기를 하는 찰나에 앤디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도착하셨다고, 그리고 드디어 앤디형님과 처음 만났다. 날 사진으로 맨날 보고 해서 그런지 아주 반갑게 저 멀리서 내가 보인다고 하시며 오셨는데 역시나 좀 신기. 사실 블로그 독자를 만난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서도 언제나 신기하고 설렌다.
그렇게 우리 3명이서 잠시 서서 어디로 갈지 얘기를 나누는데 지현이가 물었다.
" 선배! 소주가 싼데 안주가 맛없는데랑, 소주는 비싼데 안주가 맛있는데랑 어디로 갈까요? "
" 음..안주 맛있는데로 가자. 비싸도 맛난데로 가야지 "
그러자 지현이와 앤디형님이 술집 이름 이 곳 저 곳을 서로 얘기하더니 (난 알리가 없지-_-;) 한 곳을 정해서 그리로 향했다.
가는 길에 지현이와 앤디형님으로부터 이 곳저곳에 대해 가이드 받았는데. 뭐 큰 주상복합건물 같은 곳을 가리키며 " 선배 여기가 닭장이에요. 여기 한국사람들 엄청 많이 살아요 "
" 한 집에 20-30명 씩 살아요. "
등등. 이런 소리와 함께 대충 시드니 실상을 파악할만한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한국 식당들이 엄청 많은 곳이었는데 진짜 대박.. 아.... 한국이 잖아.... 생각보다 시드니는 더욱 더 한국 같았다. 이건 뭐.. 외국에 한국가게,한국사람이 많은게 아니라, 한국에 외국인이 많은 그런 느낌.
어쨌든 술집 안으로 들어가 자릴 잡고 앉아, 일단 주문을 하는데...
난 기대에 부푼 마음에 메뉴판을 펼쳤다.
" 지현아..여기 소주 비싼집이야? "
"네 선배 여기 비싼집이에요 "
소주 7불.............
퍼스 15불인데-_-;;;;;;;
대박이었다.
진짜... 여긴 천국이었다.
그래 내가 시드니에 왔을때 기대했던건 오페라하우스도 뭐도 아니고 오로지 싼 소주와 한국에서 먹던 맛에 가까운 그런 한국음식들이었다.
이것저것 안주와 소주를 주문하고 서로 사는 얘기를 하는데 정말 웃겼던건 같은 호주인데도 완전 다른 세상이었다. 그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건 나에게 당연한것이 아니었고, 나에게 당연하게 생각되는건 그들에게 신기한 일이었다. 공장에서 일하는거나, 시급 얘기, 오버타임 일하면 더블페이 나오는거나 이런 얘기에 정말 신기해했다. 하기사 지현이는 시급 8불을 받고 한국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었으니 시급 24불은 마치 거짓말처럼 들리는 일이었겠고, 더군다나 내가 호주 서북쪽으로 여행갔던 일, 이런저런 일들을 얘기하는게 마치 다른나라 얘기인 마냥 재미나게 들렸나보다.
더 웃긴건 이 곳 시드니에서 바라보는 퍼스는. 한국인이 거의 없는 동네
길거리에 왠지 캥거루가 돌아다닐껏 같은 그런 동네로 인식되어있는거다.
아닌말로 뉴질랜드나 가까운 동남아보다 더 먼 같은 나라안의 고립된 도시 퍼스에서 온 내가 많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나 역시도 이런 시드니가 또 신기했다.
내가 조심스럽게 " 여기 이거 밑반찬 리필되요? " 라고 묻자.
둘다 깔깔웃으며 " 당연하죠 " 라고 하는데...
퍼스는 " 이거 반찬 하나당 1불씩 내야 리필 되는데 " 라고 말하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때 완전 웃겼던 건 앤디형님이 정말 재밌는 분이셨는데 갑자기 밑반찬을 내 앞쪽으로 막 몰아주면서 빨리 많이 먹으라고. 그러더니 다 먹자. 종업원을 불러. 여기 반찬 리필 좀 해달라고. 여기 퍼스에서 온 사람 있는데 퍼스에서는 리필 안된데요. 시드니의 힘을 보여주자고요!! 외치면서 막 리필을 시키는거다.. 어찌나 웃기던지.
정말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같은 워킹홀리데이메이커 임에도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지현이에게 아는 오빠로 부터 전화가 왔는지 통화를 하는데 " 집에서 통닭시켜서 맥주 먹고 있다고? " 이런 대화내용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 시드니...정말 대박이다. 란 생각 밖에 안들었다.
그럼에도 시드니에서 살아가는 워홀러들의 실상을 들어보면 암담했다.
퍼스에서 시급 20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그 수 많은 워홀러들은 온데간데 없이 한국인 잡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지현이에게 " 그러지말고 퍼스에 오던가 하지 여기서 한국인잡 하면서 그러면 뭔 의미야? " 라고 얘기하자. 해맑게 " 다 경험이잖아요 " 라고 하는데 내가 거기서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 진짜 제대로 된 장어구이..아 진짜 맛있었다 ]
[ 육회도 시켰는데 육회에 배가 나오는게 신기했다. ㅋㅋ 퍼스는 육회시키면 사과랑 나옴. 배 비싸다고..개새끼들 존나 폭리 취하면서 그거 몇푼한다고... ]
어쨌든 서로의 동네에 대해 궁금했던것도 묻고 , 오랜만에 근황도 듣고, 앤디형님으로부터 이런 저런 좋은 얘기들도 많이 듣고 하다보니 정말 즐거웠다. 어느새 시간이 늦어. 앤디형님이 내일 출근도 해야되고 가보셔야 된다고해서 그렇게 술자리가 끝났는데 앤디형님이 술을 쏘셨다. 아 정말 감사.
그리고 앤디형님 바래다 드리고, 지현이랑 잠시 걸었다. 지현이가 맥도날드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해서 아이스크림 사서 먹고, 이런 저런 얘기를 더 나눴다. 그러면서 시드니 밤거리를 걷는데 정말 여기가 호주 시드닌지 아니면 서울의 어느 밤거린지 알길이 없었다. 노래방앞에서 술취한 한국여자애들이 비틀거리며 막 싸우고 있는 소리며. 정말 대박이었다. 지현이가 갑자기 화장실 급하다고 아무 건물이나 들어갔는데 그 건물 지하엔 버젓이 한국어 간판을 단 피씨방이 있었다.
정말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었지만, 한편으로 도대체 이 시드니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단 말인가 싶었다.
한국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자고 결정한 퍼스에 조차 그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서로 부딪히며 살고 있었는데 하물며 시드니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 일줄은 몰랐다. 그러다보니 더욱 놀라움과 씁쓸함이 전해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