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서블 여행기 [키스탄파서블] #9 보드가야 폭탄테러 충격

 

 새벽에 잠에서 깨어 티비를 보다가 엄청난 뉴스를 접했다.
 보드가야 마하보디 사원 폭탄 테러
 어제 아침에 일어났다고 하니, 하루만 더 있었더라면 큰 일 날뻔했다. (분명히 마하보디에 또 방문했을테니..)
 오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평화의 종교 불교에 반해 도대체 왜 다른 종교들은 이토록 타 종교에 배타적인 것일까.

 이슬람교가 이런일을 겪었다면 난리 났을텐데, 불교는 보복을 할 테러단체 조차 없다.
 가장 종교다운 종교일까

 좀 더 궁금해서 무슨 일일까 싶어 검색을 해서 뉴스기사를 찾아보다가 갑자기 혼자 빵터져버렸다. 
 인도판 영자신문 보는데 사고사진이 헤드라인에 떠있는 와중에 사고현장 사진에 어제 본 그 한국말 존나 잘하는 인도스님(전편 참조)이 서서 스마트폰으로 사고현장 찍고 있는 모습이 있는거다. 진짜 미친듯이 빵터졌다. 그 스님 성격과 말투가 오버랩되어 더욱 웃겼다.











[ 사진 : 가운데 사진찍고 있는 그 한국말 잘하는 인도 스님 ㅋㅋㅋ 진짜 웃겨 ]


  그렇게 기사를 보며 쉬면서 밍기적 거리다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 씻고, 밥 먹으로 나가려다가,  할 일을 떠올렸다.   델리 다음 목적지로 결정한 쉼라에 가기 위해서 일단 버스표나 끊어 놓을까 싶어 버스터미널로 가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니 대낮의 빠하르간즈 모습에 옛 생각이 절로 난다. 시간의 흐름에 비하면 여전하구나 싶으면서도 많이 좋아졌음을 느낀다. 여전히 인도는 그대로지만 변한건 나 혼자인가 싶기도 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역으로 향했다. 어제 한번 타봐서 익숙해졌기 때문에 가볍게 토큰을 구입하고,  메트로를 타고 카슈미르 게이트 역으로 가서 버스터미널에서 쉼라행 버스티켓을 끊었다. 그리고 릭샤를 잡아 타고, 찬드니 촉으로 향하는데 미터기 쓰는 릭샨데 30루피에 감. 미터기엔 20루피 정도 찍힘. 



 마찬가지로 8년만에 온 델리의 시장, 찬드니 촉에 도착했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시장구경, 내 기억도 퇴색됬는지 도무지 찬드니 촉에 대한 기억은 크게 없다. 단지 찬드니촉이 엄청나게 혼잡하고 지저분했다는 사실만이 내 머릿속에 맴도는 가운데 그냥 무작정 찬드니촉을 걸었다. 상점가를 돌아다니며 이것 저것 구경하고, 찬드니 촉에 위치한 자마 마스지드(이슬람사원)을 목표로 걸었다. 시장은 언제나 현지인들의 모습을 구경하기에 참 좋은 장소. 그래서 여행자들은 시장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덧, 자마 마스지드에 도착했다.
 찬드니 촉 한가운데 우뚝 서있는 자마 마스지드, 이 건물을 랜드마크 삼아서 돌아다니며 구경하면 되는데  사실 그 때 당시에도 나는 자마마스지드 안을 구경하지 않았다. 별로 흥미가 없었던 탓에 이번에는 한번 구경 해 볼까 싶었는데 중동여행을 통해 이슬람사원은 정말 끝도 없이 봤기 때문에 오히려 흥미는 더욱 없어진 것 같다. 그래서 겉에서 사진 찍고, 잠시 그곳에서 구경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좀 걷다가 다시 시장 구경이나 좀 해볼까 돌아다니다가, 마침 근처에 프렌즈(인도 가이드 북)에 소개 된 엄청 유명한 무굴시대 요리 식당이 있다기에 그리로 향했다. 좀 찾기 애매해서 물었더니 사람들이 손쉽게 알려준다. 




 왠지 느낌이 좋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물었을 때 쉽게 길을 가르쳐주는 곳은 정말 맛집인 경우가 많다. 
 말그대로 현지인들도 아는 식당! 

 좀 더 쉬운 예를 들면 '외국인 관광객이 명동을 지나가는 당신에게 어떤 식당을 물었는데 그 식당을 당신이 알고 있다' 라고 생각해두면 느낌이 올 것이다.  사람들이 가르쳐주는 방향으로 향하자 식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식당에 들어가는 입구와 풍경이 낯이 익다. 왠걸 알고보니 그 곳은 내가 일전에 우연히 본 티비프로그램에서 올밴(우승민)이 인도에 와서 갔던 그 무굴 식당.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데, 이미 안에는 사람들로 한가득이다.
 여행자들은 안보이고 생각대로 현지인들로 가득한데, 음식들이 아주 먹음직스러워보였다.

 가이드북에 소개되길 이 곳에서 유명한 음식은 양 요리인데, 주문하려고 문의해보니 그 음식은 시간도 오래걸리고 양이 어마어마 하다는 거다. 가격도 엄청 비싸다. 결국 메뉴판을 뒤적이며 그나마 먹을 만한 것을 골랐다. 고민 끝에 오랜만에 인도왔으니 또 가게가 무굴요리 전문점이니 탄두리 치킨 하나를 고르고, 탄두리치킨만 있음 퍽퍽 할테니 다른 것을 하나 더 주문했다.


 정작 유명한 요리는 가격이 비싸고 양이 많아서 못시키고, 탄두리 치킨이랑 이상한 치킨 웹인지 뭔지 시켰는데  탄두리 훌륭하고, 치킨 웹인지 뭔지는 무슨 시금치 갈아넣은것처럼 초록색인데 맛이 은은해서 먹을만함.  그리고 로띠가 엄청 훌륭했다.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음식들 자체가 맛나서 그런거지 이 집이 엄청 특별하거나 한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가격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아쉬운. 가격대 성능비로 치면 떨어지는 곳이다. 유명한 요리를 먹어봤어야 했는데 괜히 명성을 듣고 와서 다른거 시켜먹고 아쉬운 느낌이다.



 하지만 유명식당 답게 가격이 제법 비싸서, 괜히 소심해졌다. 밥을 먹고 어디갈지 안정해놓은 상태로 그냥 무작정 걸어다니다가  코넛플레이스에 가기로 했다. 코넛플레이스로 향하는 길 잠시 더위를 피해서 맥도날드에서 에어콘 바람 쐬면서 휴식. 옆에 한국여자 한명이 앉아서 나와 마찬가지로 에어콘 바람을 쐬며 엽서를 쓰고 있다. 아마도 친구들에게 보내는 모양인지, 여자는 뜨거운 태양에 흰 피부를 다칠까 꽁꽁 싸매고 있는데 보고 있는 내가 더워지기 시작. 

 재충전하고 나가서 릭샤를 타고 갈까 하고 릭샤를 잡다가 포기하고 그냥 찬드니촉 역에서 메트로 타고 코넛플레이스에 가기로 했다. 거리가 가깝다던 찬드니 촉 역은 너무나 멀었고, 안에 들어가자 깜놀. 정말 표(토큰) 사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인파가 어마어마 정말 그 모습에 질려서 잠시, 나가서 그냥 릭샤 잡아 타고 갈까 생각도 했지만 돈 아끼자는 생각에 끈질기게 기다려서 토큰 사고  코넛플레이스가 위치한 라지브 촉 역에 갔다.


코넛플레이스에 오랜만에 오니 여전히 인도의 상류층들이 쇼핑하기 좋게 되어있다. 거의 대부분의 가게가 에어콘을 빵빵하게 틀어놓은 터라 더위를 피해 코넛플레이스에 가자마자 신나게 에어콘 바람 쐬면서 구경하다가, 갑자기 비도 오고해서  비도 피하고 커피나 한잔 하고 싶어 유명한 코스타 커피숍인지 가서 미친 에어콘바람을 쐬며 커피 주문했는데 30분넘게 기다려도 커피가 안나와서 가서 물어보니 안만들었다. 미친년들 역시 인도다.


커피가 나왔는데 독특했다. 무슨 인도 커피 넘버원이라는데 카푸치노로 유명하다는데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도 카푸치노처럼 나왔는데 나쁘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고 나와서 아무래도 환전을 해야될것 같아 근처 은행들을 돌아다녔는데 환율이 58대다…. 어이상실. 인터넷으로 확인해봤을 때 61까지 올라갔는데 근처 사설 환전소들을 확인해보니 60까지 부른다.

그래서 천천히 빠하르간지가서 해보기로 했다. 이제 마지노선은 60이다. 빠하르 간즈로 가기로 한 나는 어떻게 갈까하다가 길도 알고 싶고 운동도 할겸. 걸어서 가기로 했는데 대략 15분 정도 걸어서 도착했다. 빠하르간즈 도착해서 환전소들에서 환율 알아보는데 대략 60.30까지.  이제 델리를 벗어나면 환율이 안좋을 거란 생각에 큰 액수를 한꺼번에 바꾸려고 하니 환율이 팍팍 올라간다.

돌아다니면서 알아보다가 배아파서 숙소로 왔다. 어제부터 계속 설사를 하는데 뭘 잘못먹은건지 모르겠다. 물갈이일려나, 예전에는 여행 다닐 때 건강했는데 이젠 나이가 먹었는지 물갈이를 다 한다.  암튼 숙소에서 싸고, 씻고 한참 방에서 쉬다가 밖으로 나가 환전을 했는데 결국 60.40에 환전 했다. 갑자기 루피가 한다발. 장난아니다.  500달러 환전했는데 앞으로 이것만 썼음 좋겠다. 돈을 좀 아껴써야겠다.


너무 돈을 함부로 팍팍 썼다.

돈다발을 한움쿰 쥔 나는 기분좋게  핸드폰을 개통하러 갔다.  핸드폰 개통을 어디로 할까 고민하다 역시 제1통신사라는 에어텔로 했다. 에어텔은 진리였다.

심100루피,데이터 1기가 250루피 , 통화차지100루피    토탈 450루피에 했다.

대략 이정도면 되는 것 같은데 흥정은 심100,컷팅비프리가 깎을 수 있는 한도인듯.


 




[ 사진 :  이 사진들 중, 마지막 저 심카드 정보가 담긴 종이. 아주 중요한 종이다 나중에 저 종이 때문에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진다 ]

기분 좋게 개통하고 나니 다음날 4시에 전화해서 액티베이트 하라고 한다.
나는 술이나 한잔 할까, 또 사람들이 만나고 싶어서 어디갈까 하다가 쉼터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쉼터는 한국인이 하는 식당인데,  정작 옛날 인도여행 때는 한번도 안가봤다. 그 때는 한참 배낭여행에 완전히 심취해서 여행까지 나와서 한국인을 찾아헤매고, 한국인 식당가고 그런것을 은근 경계하면서 여행은 이래야지 라는 개똥철학에 가득 차있을 때라 가보지 않았는데 나도 이제 나이가 먹었는지 많이 편해졌다. 굳이 예전처럼 꼭 뭔가 내가 특별한 여행을 하려는 생각은 접었다. 가고 싶으니 가는 거다. 

쉼터를 찾아찾아갔는데 확실히 여름의 인도는 사람이 없다. 겨울이었으면 바글바글 했을텐데. 허름한 쉼터를 돌아돌아 올라가다가 사람 없으면 이상해질것 같아서 조심히 올라가니 조용하다. 발걸음을 죽여 올라가다가 조용해서 그냥 내려왔다. 그리고 인도방랑기(다른 한국식당)를 찾아갔는데 찾아간 곳에서 또 이전했다고 하여 겨우 물어물어 새로 옮겼다는 곳으로 찾아갔다. 


역시 루프탑 위에 있는데 쌔빠지게 올라갔더니 사장님만 계신다. 맥주한잔 시켜놓고 시원한 바람에 기분 좋게 마시다가, 사람들한테 한잔씩 하자고 하는데 다들 뜨뜻미지근. 혼자서 앉아 밥을 먹고 있던 대학생 한명이 같이 조인.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술 마시면서 여행얘기하다보니 꼰대가 되버린듯 하다.
괜히 여행얘기가 많아지니 대학생 말만 없어졌다. 다른 사람들의 말도 좀 들어줘야 하는데 앞으론 조심.
술을 마시며 있는데 뭔가 예전 같은 재미는 없다. 정말 옛날엔 여행 할 때 즐거워 미칠 것 같을 정도로 기분이 UP 됐었는데 나이를 먹은 탓인지, 성격이 변한 탓인지 모르겠다.


사실 그러하다. 모두가 그냥 편안하게 대화하면 되는데 묘하게 한국여행자들과 대화하다보면 한참 신나게 여행 얘기를 하다가도 분위기가 불편해지곤 한다.
옛날 같음 나도 들떠서 이런저런 여행 얘기를 할텐데 세월이 흘러 이런저런 새로운 이야기 듣는게 좋아 그들의 얘기를 신나게 들어주다가 내 얘기를 할라치면 마치 상대방은 "뭐야 내가 두번째 인도 온 사람 앞에서 이걸 떠들었어?"  하는 모양으로 갑자기 당황하는 표정으로 말이 없어지곤 하는데 정말 그게 너무 불편했다. 다들 그냥 서스럼없이 여행얘기도 하고 사는 얘기도 하면 되는데 묘하게 여행 나와서도 여행 많이 하고 적게 하고의 차이를 두는건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술을 마시다가 10시30분에 문닫는다 하여, 숙소로 돌아와. 빨래하고 씻고. 정리. 무난한 하루가 이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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