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대해서 소개를 한번 해볼까 한다.  가급적 동네 이름이나 자세한 위치 지명 등은 피하면서 설명할텐데 뭐 딱히 알려져도 상관은 없으나 그렇다고 일부로 소개를 원치도 않는데, 알다시피 세상에 뭐든 많이 알려지면 피곤한 일도 생기고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몰랐으면 좋겠다. 꽤 괜찮은 계곡과 동네라..

 

 

동네에 대해 이야기 하기 앞서,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한다. 

우리 작은 할머니 댁은 강가에 있었는데 강과 할머니 댁 사이에는 멋드러진 도로가 있었다.  그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내 추억속에는 정말 담양 메타세콰이어길 처럼 아름드리 큰 나무들이 시골 비포장 도로 양쪽으로 정말 멋지게 쭉 뻗어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이 얘기를 부모님께 하자, 정말 어릴 땐데 그런걸 기억을 다 한다는듯 신기해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도로 양쪽에 큰 나무들은 모두 도려내지고, 그 자리는 깨끗한 포장도로가 들어섰다. 당시 비포장 도로의 넓이가 그리 크지 않았으니 당연히 규격에 맞는 도로를 위해서는 나무들은 베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정말 멋진 가로수길이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정말 그 도로는 내 추억속에서 어느정도 부풀려지기도 했지만 만약 지금까지 그대로 잘 보존 되었다면 내가 장담컨데 한국의 10대 가로수길, 드라이브 길 이런식으로 포장되어 요즘같은 SNS전성시대에 이르러 엄청난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터다. 

 

그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당시에는  마을에 비포장 도로를 깨끗하고 잘 닦인 신작로(라고 표현했지...)가 들어선다는데 그 누가 반대를 했겠는가 지천에 널린게 나문데, 하지만 불과 몇십년만에 흔한 신작로 보다는 그런 멋진 도로가 각광 받는 시대가 되었다. 늘 그렇듯 세상 모든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바뀐다.  관습도 문화도 법도 생활양식도 관념까지 바뀐다. 예전에 맞다고,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것들은 지금은 완전히 잘 못 된 것들도 있고, 예전에 틀렸다,잘못되었다 했던 것들이 지금은 올바르다고, 맞다고 평가가 되기도 한다.  이런게 세상살이인것 같다.

 

 

이런 부분은 우리동네도 마찬가지다. 우리 동네는 강원도에 위치 해 있는 산골 마을로 이 곳은 전통적으로 깡시골 이미지가 강했다.  강원도라고 다 같은 강원도가 아닌게 그 강원도에서도 이 곳은 유독 두메산골 이미지가 강력했는데, 어릴 때 강원도에 놀러오면 강변에 있는 작은 할머니 댁이나 수 많은 친척들 집에는 놀러가도 오히려 정작 이 마을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 마을에 어쩌다 한번 들어오는게 이벤트 일 정도다. 그렇게 강원도를 자주 왔음에도 이 마을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먼저 당시에 접근성이 굉장히 불편했는데, 이 산골 마을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굽이 굽이 높은 경사의 비포장도로를 통해 가야 했는데 아직까지 어린시절에 기억이 선명한게,  차가 제대로 고개를 넘어가지 못해서 가파른 경사면의 길을 넘어갈 때는 모두 차에서 내려서 걸어가고 차만 겨우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작은 삼촌이 새로 뽑은 갤로퍼 (당시 4륜구동이란걸 처음 알았던...)가 사람들을 모두 그대로 태우고 비탈 길을 올라갈 때의 위엄이 생생하다.  

 

 

맑은날, 컨디션 좋을 때도 저럴진데 비가 내리는 여름철이라던가 혹은 겨울철이면 이 마을에 들어오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워낙 두메산골이다보니 가게(점빵이라고 하지)나 놀이시설,편의시설이 없다보니 아무리 서울 생활의 고단 함을 잊기 위해 내려오던 아버지나 삼촌들도 정작 이 곳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은 일장일단이 있듯이,  지금은 포장도로가 아주 잘 깔려있어서 접근성이 예전보다 좋아졌는데 참 아이러니한게 그러다보니까 예전에 단점이 커버되면서 또 세월이 흘러 예전에는 답답했던 것들이 장점이 된 게,  도로변 마을들보다 당연히 한적한 마을이다보니 현재에 이르러서 굉장히 큰 메리트가 생겼다.  무엇보다 마을이 굉장히 조용하다. 게다가 첩첩산중 안에 있다보니 그 와중에 또 공기는 훨씬 더 맑고 깨끗하다.  마을안에 한켠으로는 서울에서 전원주택을 짓고 살러 내려온 분들이 굉장히 많아지게되었다. 은퇴하신 분 부터 요양하러 오신분들까지. 정말 물과 공기가 깨끗하니 최고의 휴양지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도 집을 짓고 내려와서 주말마다 와서 친구들과 함께 있다보면 이 곳에 익숙한 나도 새삼 놀라지만 놀러온 사람들도 모두 놀라는 몇가지가 있다.  먼저 첩첩산중 산에 둘러 쌓여있다보니 엄청나게 시원하다는 것.  밤이면 하늘에서 쏟아질듯 내리는 별빛.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고요함 등이 있다. 아무래도 산 속에 있고, 특히 우리 집과 내가 가진 땅들은 모두 계곡을 끼고 있다보니 더욱더 시원하다. 해가 지면 쌀쌀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 최고의 풍경이 내 품안에

 

그래서 우리 시골 집에 놀려오려면 긴팔긴바지를 잘 챙겨와야 한다. 게다가 아까 말했듯이 공기가 워낙 맑다보니 별빛이 잘 보이는데 여기 공기가 얼마나 깨끗하냐면 수질검사기로 내리는 빗물을 모아서 검사했는데 생수보다 깨끗하게 나옴. 이물질이 거의 0에 가까움. 첩첩산중에 있어서 집이나 사람의 흔적이 엄청 많은게 아니다보니 별빛이 더 잘 보이는 것도 있다.   그리고 산중에 있다보니 고요하다.  마을 자체에 인구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니 더욱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 시골 ASMR 
평상에 누워서 고요함과 바람소리가 너무 좋아서 찍은 영상.  바람의 살랑임이 예술

 

어쨌든 결국 세월이 흘러 매력이 없는 이 마을은 굉장히 매력적인 시골 마을이 되었다.  마을 어르신들에 따르면 정말 한 때 마을 전체 가구수가 손에 꼽힐 정도로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고 늘어 현재는 예전 우리 아버지 세대가 살 때 만큼 회복되었다고 한다.  즉 이런 깡시골이 싫어 모두가 도시로 떠나면서 죽었던 마을이 세월이 흘러 시골의 가치를 인정받고, 이런 산골 마을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사람들이 알면서 다시 늘어나는게 아닐까 한다. 

 

 

다행이도 이 곳이 관광지나 이런 곳이 아니기 때문에 꽤 멋드러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놀러온 사람들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는 것이 또 한 장점이다.  이 마을이 고향이지 않은 사람을 제외하고 누가 이 마을을 찾아오겠는가.  첩첩산중의 장점이 바로 이렇다. 예전에 안좋았던 것이 지금은 장점이다. 

 

 

나 역시도 조금씩 시골 생활을 하고,  이 마을에 점점 더 정을 붙이고 있는 시점에 새삼 이 동네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에 가슴이 벅차 오를 때가 있다. 앞으로 이 곳에서의 생활 모습 뿐 아니라 이 마을의 아름다움도 조금씩 더 소개하고싶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