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잠든 탓에 새벽에 깼다. 다시 잠들려다가, 마음을 고쳐 먹었다. 언제나 여행에 와서는 잠자는 시간도 아까운 듯 하다. 아침일찍 일어난 시간에는 딱히 할일도 없는 짜투리 시간으로 여유가 생겨서 미처 정리해두지 못했던  가계부,일기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여정 점검도 할겸, 일어나 정리를 했다. 바깥에서 모스크로부터 아잔이 계속 흘러들어온다. 아잔을 듣고 있노라니 내가 와 있는 인도네시아가 확실히 이슬람 국가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가계부를 정리하면서 계획을 짜보니, 오히려 루피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다. 일단 태국,미얀마 빠듯하지만 가능할 것 같고, 가능한 루피를 아껴 재환전해서 말레이시아에서 써야겠다. 시간이 일러서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하다가 문틈으로 점차 밖이 밝아짐을 느꼈다. 날이 밝아 잠시 밖으로 나가 사진도 찍고 한적한 동네를 조용히 산책을 했다. 낯선 이국의 골목길, 이들의 생활의 터전이 이들에겐 너무나 포근한 가정이며 동네가 왜 이렇게도 낯선지 이방인이란 느낌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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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짐 정리후, BC를 깨웠다. 짜증내며 일어나는 BC. 옆방에서 조셉도 달그락 거리는 걸 보니 일어났나보다, 짐을 다 싸고 잠시 조셉과 대화를 나눴다. 조셉 역시 또바까지 향하기에 같이 또바로 향하기로 하고 조셉은 잠시 인터넷을 하러 갔고, 나와 BC는 아침을 먹으로 나왔다.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이었는데 처음보는 음식인데 상당히 맛있었다. 스파게티 면같아서 맛은 피자형도 나고 꼭 인도 아우랑가바드에서 즐겨먹었던 그 음식의 맛이다. 어쨌든 맛있게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니 조셉이 깜짝놀랜다 아침 안먹었냐고. 이미 먹었다고하자 빨리 먹었다고 놀랜다. ㅋ 인터넷을 이렇게 빨리 하고 먼저 와있는 조셉 니가 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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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을 지고 나와 숙소주인에게 인사하고 또바로 Go. 나는 맘편하게 근처 버스 정류장가서 타고 가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철두 철미한 조셉은 일단 우리에게 루트를 설명해주었다. 오쁠렛을 타고 어느 버스터미널로 가서 거기서 버스를 타고 어떤 도시로 가서 거기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또바호수의 관문도시 빠라빳까지 가야한다고, 놀라운 준비성 가이드북이 없으니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정말 크나큰 맏형 노릇을 해준 조셉.

 
어 쨌든 조셉의 말에 따라서 일단 오쁠렛을 타고 카로 터미널이란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시안타르라는 도시로 가는 버스를 타야했다. 화려한 치장을 한 인도등 남아시아쪽에서나 많이 볼 법한 트럭,버스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터미널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이 곳에서 버스를 타고 이제 시안타르라는 도시로 향해야했다. 버스를 잡아타고 승객이 만땅 찰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고 한참을 기다린후에 버스가 출발, 지루하게 4시간여를 달렸다. 가는 동안 조셉의 여행일정 얘기를 들으니 두바이에서 시작해서 현재 태국을 거쳐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왔다가 다시 말레이시아,싱가폴,브루나이,대만,홍콩,미국으로 일정이 끝난다고했다. 대장정이다. 혼자 여행 잘할것 같은 조셉은 버스에서 상당히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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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참 여행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12시쯤 시안타르에 도착했다.  이제 이곳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또바로 가는 관문도시 빠라빳으로 가면 OK. 이제 버스만 타면 되는데 조셉이 말하길 큰 버스는 5천루피, 작은 미니버스는 8천루피라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정보들은 어디서 얻었는지 정말 존경스럽다. 아무리 가이드북이라도 이렇게 정확한 물가반영을 할 수는 없었을텐데 놀라움 그 자체다. 조셉은 가격이 싼 큰 버스를 타고 가자고 해서 한참을 물어물어 버스정류장을 찾았는데 1시간 정도를 기다려도 10분이면 온다는 BUS가 오지 않는것이다.
 
3 천루피(300원) 때문에 이러는 조셉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우리에게도 300원과 이정도의 수고는 바꾸기 힘든데 하물며 돈 많은 미국인으로서 조셉의 이런 모습은 지금껏 내가 봐온 수많은 서양 배낭여행자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어쨌든 나역시도 300원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때문에 말도 안되는 수고를 해봤기에 조셉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었다. 중요한건 현재 버스가 오지 않는다는거였고 아무것도 못한채 300원때문에 길거리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조셉과 얘기해 미니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고, 또 서양애들이 잘 못하는 흥정을 우리가 대신해 천루피씩 깎아 7천루피에 빠라빳까지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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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이 정말 울창, 인도네시아의 숲에 정말 항상 감탄 하고 또 감탄한다. 나무가 너무 좋다, 숲이 정말 사랑스럽다. 한참을 달렸을까 갑자기 눈 앞에 엄청난 풍경이 펼쳐진다.

또바호수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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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펼쳐진 엄청나게 큰 호수가 보이고 거대한 육지(섬)가 보이는데 또바호수 정말 대박이었다. 나와 BC 둘다 소릴지르며 좋아했다. 역시 인도네시아 최대 하이라이트 다웠다. 정말 작살! 맨처음 이곳의 존재를 알려준 다음카페 "5불 생활자"에 다시 한번 또 감탄했다. 이윽코 항구에 도착,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간만에 엄청나게 많은 삐끼들이 따라붙는다.

수 많은 삐끼들이 숙소사진을 보여주며 삐끼질을 하는데 그중에 제일 싹싹하고 괜찮아 뵈는 JUAN 주안이란 녀석을 따라 LEKJON이란 숙소로 가기로 했다. 5불 생활자에서 얘기한대로 숙소가격이 정말 쌌다. 만루피(천원)라고 했는데 사진을 보니 시설이 대박이었다. 어쨌든 일단 숙소가 정해지고 조셉도 같이 가기로 해서 배에 올라탔다.

주안이란 녀석 한번에 손님을 3명이나 데려간다는 기쁨에서인지 들뜬 표정이었다. 배를 타고 사모시어섬 곳곳을 들리는데 큰 숙소마다 개별 선착장이 있어서 우리같은 여행자들을 선택한 숙소 선착장에 내려다 주었다. 그림 같은 풍경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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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녀석이 주안, 싹싹하고 잘생기고, 하지만 마지막에 정체를 들어낸다. 개새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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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최대 크기의 호수 또바 호수, 호수 안에는 싱가폴 크기만한 사모시어 섬이 자리잡고 있다 -
 
사모시어 섬 곳곳에 그림같은 숙소들, 아 우리도 저런곳에 천원이란 가격에 묵는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르고 이곳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졌다. 최소 4일정도를 예상하고 왔지만 이런 저렴한 물가와 이정도 풍경이면 일주일을 넘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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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 숙소는 렉존이 아닙니다. -

어느덧 렉존에 도착했다. 계속 봐온 숙소급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았다. 만족, 숙소에 체크인 하려고 하자 갑자기 주안이 말을 바꾸기 시작한다. 핫샤워되는 곳은 일인당 3만, 안되는데는 1만이라는 것이었다.-_-; 어이없는 새끼 너무 싸길래 솔직히 마음 한구석에서 이거 일인당 1만 아니야라고 의심을 했었지만 워낙 싸다는 얘길 많이 들어서 넘어가려고 했더니 역시나 뒤통수를 치는구나 싶었다.

" 왜 날 속이냐? 1만이라고 하지 않았냐 니가 언제 1인당 1만이라고 했냐? "
" 아까 말했다. 난 분명히 "
" 니가 언제? 언제 말했어? "
" 아까 말했다. 빠라빳에서 "
" 이새끼 왜 날 속여, 너 한국 인터넷 알어? 인터넷 올려서 여기 한국인 절대 안오게 할꺼야 "
" 아 내가 깜빡하게 말 못했나보다 , 미안 ! 깎아줄게. 둘이 15000루피, 그 이하는 나도 어쩔수가 없다 '

라며 이제 베짱을 부린다. 어쨌든 옆방에선 조셉이 만족한듯 체크인한다. 조셉도 있고 둘이 만오천루피의 가격도 그다지 나쁘지 않아 오케이했다.  짐을 풀어놓고 좀 쉬려니 조셉은 또 어디론가 나가버린다. 또 무슨 정보를 수집하러 저리도 돌아다니는 걸까 놀라움 뿐이다. BC와 난 밥을 먹으로 숙소 레스토랑으로 갔다.
 
이 곳 사모시어섬에 우리가 현재 머물고 있는 뚝뚝 마을 아니 이곳 사모시어섬과 그 일대는 바딱족들이 사는 곳인데 인도네시아 대부분이 이슬람인데 반해 이곳은 카톨릭과 크리스천이 많았다. (발리는 힌두) 어쨌든 바딱족들이 있는 곳에 왔으니 바딱 전통 음식을 시켜먹었는데 호수 답게 생선이 있었는데 지네 딴에는 맵다고 하는데 전혀맵진 않았는데 그냥 먹을만 했다. Batik 정식. 괜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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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내내 주안이 옆에와서 개수작을 떤다. 옆에 앉아도 되겠냐며 묻고 괜찮다니 옆에 앉아서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 새끼 얼굴도 나름대로 매력적이고, 이빨도 잘까고, 싹싹하고, 노래에 기타연주에, 여자들한테 인기좀 있겠다 싶었다.
 
뭔 개수작을 떨려고 이러고 있나 했더니 이내 정체를 또 드러낸다. 이곳 사모시어섬 투어를 하자고 자기가 친구니까 기름값만 받고 오토바이 렌트비만 받고 해주겠다고 개수작을 떨기 시작한다. 됐다고 하니, 이번에는 마리화나 얘길 꺼내며 여기서는 마리화나가 싸고 맘껏 필수 있다며 마리화나 얘기를 하는데 내가 살짝 반응을 보여주자 신나서 어떻게든 팔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주안, 어쨌든 한번 후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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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나서 식당안에 있는 포켓 다이에서 당구를 치고 놀다가 포켓다이로 어떻게든 4구가 치고 싶어서 룰을 만들어서 BC와 포켓다이로 4구를 쳤는데 제대로 재밌었다. 당구치고나서 난 땀을 많이 흘려 찝찝해 샤워를 하러 방으로 돌아왔고 BC는 거기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여자애들과 얘기를 나눴다. 얼마나 재밌게 얘기를 나눴는지 방으로 와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한참을 들떠가지고 신나게 얘기한다.

 학교를 같이 다니면서도 참 신기하고 재밌다. 너무 순진하고 솔직해서 그런지 감정기복도 심하고 노골적으로 이기적인 면도 보이고 재밌다. 어쨌든 중요한건 이번 여행에서 조셉을 만나고 같이 있으면서 정말 많은걸 느꼈다. 나도 조셉처럼 틈틈히 건설적으로 시간을 보내야겠다. 이곳 자연좋고 조용한 또바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영어공부도 좀 하고 책도 보고 운동도 하고 여행 중간점검도 잘 해서 최대한 이곳에서 즐기고 휴식을 취하며 다음 일정을 위해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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